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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93화 (1,081/1,404)

#1092화 황실 비밀 던전 (9)

챠밍의 말을 듣는 순간 퍼뜩 떠오르는 생각들.

우리가 좀 더 과거의 시대에 개입해서 상당히 역사를 바꿔놓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흘러가는 방향을 뒤집어놓는다던가 하는 중요한 분기점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에센시아 제국에 아크 드래곤이 등장한 것은 어디까지나 뜻밖에 일어날 수 있는 변수 중에 하나지.

만약 여기서 에센시아 제국이 아예 멸망해 버렸다면 역사가 개판으로 뒤집혔겠지만.

일단 살려는 놨으니까.

그리고 레오나 에센시아가 하는 말을 고려해 본다면 애초에 제국 황제가 에센시아가 망하게끔 놔두지도 않았을 듯했다.

결국 큰 틀에서는 아직 역사가 바뀌거나 하진 않았다는 뜻이다.

뭐 정말 재수가 없어서 원래 영웅이었단 레온 브라이더가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죽기라도 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순 있겠지만.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운영자가 중간에 개입해서라도 그 녀석만은 살려 냈을지도 모른다.

아직 이 과거의 성마전쟁 시대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중요한 인물이 비명횡사하는 건 운영자들도 결코 원하는 바는 아닐 테니까.

거기다 에센시아 제국이 밀렸다고 해도 다시 재건해 놓았을 수도 있고.

실제로 제국은 멀쩡한 데다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중요 인물들도 그대로 살아남은 상태다.

성마대전에 나갔던 황자와 황녀들이 되돌아오지 않아서 그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그렇다고 생각해 보면…….

큰 변동 사항 없이 원래 역사대로 흘러간다고 가정해 봤을 때.

현 시점에서 정령신의 무구인 르아 카르테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누굴까.

그건 다름 아닌 5황녀인 레오나 에센시아였다.

지금껏 만나본 그 누구도 정령신의 무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그 제국 황제까지도.

그리고 만약 제국 황제가 황실 비밀 던전 안에 정령신의 무구가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과연 나를 이대로 들어가게 허락해 주었을까.

그 생각에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레오나 에센시아가 전에 말한 대로.

제국 황제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혹시라도 내가 공략할 수 있다는 가정이 있다면 절대 나를 들여보내지 않았을 테니.

잠시 본 제국 황제의 성향과 레오나 에센시아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분명히 자기가 먼저 가져야 하는 스타일일 텐데 말이지.

그렇다면 역시 제국 황제도 모르는 게 맞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정령신의 무구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습득 가능성이 높은 건 레오나 에센시아였다.

원 역사에서는 영웅이었던 르아 카르테의 주인이 어떻게 검을 얻는지는 전혀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떻게 영웅이 되는지는 전혀 몰랐다.

결과적으로 레온 브라이더가 영웅이 되었을 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레오나 에센시아는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챠밍의 추측에 옆에 있던 전사 형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레오나 에센시아가 새 영웅이라도 된다는 거야?”

“어쩌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의 영웅이었던 레온 브라이더는 황녀가 르아 카르테를 얻는 순간.

영웅에서는 몇 발자국 멀리 떨어지게 될 것이다.

뭐 나중에 다른 무구를 얻어서 비슷하게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럴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문제지.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막내별이 또 다른 추측을 내놓았다.

“혹시 레오나 에센시아가 정령신의 무구를 얻어서 그걸 원래의 영웅인 사람에게 건네 준다면요?”

그러자 챠밍도 막내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요. 자질이 맞는 자에게 황녀가 하사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흐음. 그 경우에는 그 레온 브라이더가 황녀의 세력에 있어야 가능할 거예요. 무턱대고 아무나 밀어주진 않을 테니까. 적어도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주겠죠.”

“그럼 15 황실 기사단에 있을 확률도 있겠네요.”

막내별이 맞다는 듯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쁜소녀가 손을 들고 뜻밖의 말을 꺼냈다.

“으음. 그냥 가족 같은 관계면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이쁜소녀에게 닿았다.

너무 시선이 몰려 이쁜소녀가 부끄러운지 몸을 살짝 비틀면서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그…… 동생이라던지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둘 다 흔하지 않은 은발인데.”

그 말에 나르샤 누나가 이쁜소녀를 보던 시선을 돌려서 바로 전사 형에게 물었다.

“아는 것 있어?”

“아니. 내가 알기에 레오나 에센시아에게는 딱히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는데…….”

“놓친 부분도 있을 수 있잖아.”

“흐음. 워낙 역사가 띄엄띄엄이라. 너도 알다시피 그 집안 족보도 개판이고. 중요하지 않은 5황녀까지 자세히 나와 있진 않았잖아.”

“알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는 거네?”

“그냥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나?”

“그게 제일 빠르긴 한데.”

딱히 전사 형 말이 틀리진 않았다.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물어보면 그만이라.

그러자 다들 이번에 시선이 내게로 몰렸다.

전사 형이 대표로 말했다.

“네가 물어봐. 그나마 네가 가장 물어볼 만하겠네.”

“하긴 그렇죠. 혹시 친밀도가 낮으면 못 들을 수도 있어요. 아님, 처음부터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라던가. 아까도 몇 개는 대답을 못 들었잖아요.”

“그러면 어쩔 수 없겠지.”

만약 정말 과거의 영웅인 레온 브라이더가 황녀의 가족이라도 된다면.

그간 해온 여러 퍼즐 조각들이 거의 대부분 짝을 찾을 것이다.

정령신의 무구를 구해야 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단순히 가족에게 줘야 한다는 것만으로는 이유가 많이 부족하기는 한데…….

뭐 이건 나중에 들어봐야 알 수 있을 테고.

그사이 드워프 대장장이를 부르러 갔던 레오나 에센시아가 황녀궁으로 돌아왔다.

옆에는 역시나 드워프를 데리고서.

“여러분을 직접 연구실로 데려갈 수 없어서요.”

“이해합니다. 이쪽이 오히려 우린 더 편하죠.”

안 그래도 제국 황제가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비밀 연구소에 들어가면 분명히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것도 꽤 좋지 않은 방향으로.

꽤 연장자로 보이는 드워프가 신기한 듯 나와 우리 팀을 연신 흘겨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못 믿겠다는 듯 5황녀를 보면서 물었다.

“정말 이 사람들만으로 아크 드래곤을 잡았다는 건가?”

“네. 오면서 다 들으셨잖아요. 장로님.”

흐음.

드워프의 장로인가?

뭐 예전에 드워프들의 왕과도 친구 먹던 사이라 그런지 그렇게까지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장로니까 나쁘지는 않겠다 정도?

“그 타이탄도 움직였다고?”

“네, 연구실에만 있어서 못 보신 거예요.”

생각보다 레오나 에센시아가 드워프 장로에게 깍듯하게 대했다.

황녀가 연구소에서 일한다더니 생각 이상으로 친한 듯 보였다.

그리곤 드워프 장로가 빤히 내 쪽을 바라봤다.

“이 친구가 그 왕자인가?”

“주호 왕자입니다. 로가슈 왕국에서 왔죠.”

“그건 들었네. 그런데 로가슈 왕국은 지금 여기 올 형편이 안 될 텐데…….”

의아하다는 듯 나를 빤히 바라보는 드워프 장로의 의심스런 눈빛에 속으로 뜨끔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로가슈 왕국에 대해서 잘 아는 거려나……?

그래도 여기서는.

일단 모른 척 끌고 간다.

“최근 사정이 좋아졌습니다.”

“흐음. 하긴 그것도 백여 년 전이니까 지금은 좋아졌겠지.”

백 년 전 일을 가지고 저런 건가?

일단 말을 아꼈다.

괜히 말을 붙여 봐야 의심만 살 테니까.

그러자 드워프 장로가 알아서 오해를 해주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로가슈 왕국도 한 번 들려야겠군. 거기서만 나는 특수 광석이 있어서 말이야. 당분간은 못 가겠지만.”

그 말에 혹시나 이 드워프 장로가 나중에 르아 카르테가 로가슈 왕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일에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너무 앞서나가는 거려나.

“흠흠. 그래서 내게 뭘 부탁하고 싶다고?”

오면서 이미 다 들었을 것 같은데.

굳이 내 입에서 듣고 싶은 건가.

“일단은 무구 제작이 필요합니다.”

“그건 제국의 대장장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들이 타이탄을 손볼 수는 없죠.”

황녀가 분명히 말해 주었다.

비밀 연구소에서 타이탄이 건조되고 있다고.

그렇다는 건 일반적인 대장장이들은 타이탄에서 나온 아이템으로 무구를 만들 수가 없을 것이다.

내 말에 드워프 장로 역시 긍정을 표했다.

그리고는 의문이 드는지 내게 물었다.

“타이탄을 고쳐 달라는 건 아니고?”

“아. 그건 제가 완전히 폭파시켜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드워프 장로가 화들짝 놀라면서 경기를 일으켰다.

“방금 타이탄을 뭐 어쨌다고?”

“폭파요. 자폭. 그것도 아주 대폭발이었죠.”

“헉……! 그게 얼마짜린데……!”

드워프 장로의 정색하는 눈치를 보아하니 타이탄 한 대가 꽤 비싸긴 한 모양이었다.

<주호> 형, 설마 물어 달라고는 안 하겠죠?

<불멸> 이미 황제가 보상해 준다고 했잖아.

<주호> 그렇긴 한데. 당장 드워프 장로가 제 목이라도 쥘 기세라서요.

옆에서 재중이 형이 좀 거들어 주었다.

“황제께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정말인가?”

“네, 그리고 보상도 해 주시겠다고 하셨죠. 제국을 구한 포상으로.”

“큼. 그렇다면야……. 근데 자네들 타이탄이 한 대 얼마인지나 알고 터트린 거냐?”

당연히 모른다.

나를 포함해 우리 팀 모두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젓자 드워프 장로가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자그마치 대형 비공정 열 대 값일세.”

“아. 그래요?”

<주호> 생각보다 싸진 않네요.

<불멸> 크큭. 그러게. 드워프 장로가 경기 일으킬 만하다.

<주호> 그럼 여기에 제국 황제가 들인 돈이 상상을 초월하겠네요.

대형이라면.

거의 황실 비공정급이데.

타이탄 한 대가 그런 비공정의 열 배라…….

이건 하나당 현금으로도 수십 억 단위는 그냥 넘긴다는 말이었다.

개인이 가지는 것 자체가 힘든 물건이라는 말이 되고.

으음.

이거…….

생각하기에 따라서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제국 황제가 바로 뒷목을 잡을 만한.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닌.

제국 황제가 될 것이다.

일단은 황제가 어떻게 나오는지부터가 중요하겠지.

이건 마지막 패로 남겨두기로 하고 일단은 드워프 장로에게 요구했다.

“타이탄을 수복시켜 달라는 부탁은 아닙니다. 대신 타이탄의 잔해로 무구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가능합니까?”

혹시나 타이탄 관련해서 제작 물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부탁은 그냥 없는 부탁이 된다.

그러자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하던 드워프 장로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무구에 쓰려고 모은 자원은 아니지만. 어떤 장비면 되나?”

그 순간 내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제작 가능 물품 목록 》

『 타이탄 풀 플레이트 상의 』

『 타이탄 풀 플레이트 하의 』

『 타이탄 풀 플레이트 투구 』

『 타이탄 풀 플레이트 장갑 』

『 타이탄 풀 플레이트 부츠 』

.

.

역시 제작 가능한 사람을 만나야 가능한 거였나.

<주호> 전사 형. 목록 떴어요.

<방패전사> 오오. 그래?

기대 가득한 전사 형의 눈빛을 보고는 다시 목록을 눌러보았다.

그런데 그 수치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이거 방어력이 거의 미쳤는데?

이러면 오히려 전사 형이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를 내려놔야 할지도 모르겠다.

단순 방어력만 비교해 보면 이쪽이 훨씬 우세였다.

올펠 플레이트가 방어에 특화된 아이템은 또 아니기도 하고.

목록을 띄워서 전사 형을 보여 주자마자 이쪽은 바로 잔치가 벌어졌다.

“우오!! 미쳤잖아?”

“그러게요.”

그리고 다음엔 아크 드래곤의 드랍템과 부위 파괴템을 보여 주었더니 드워프 장로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잠시 침중한 눈으로 재료를 보던 드워프 장로가 결국 손을 들었다.

“이건 안 되겠네. 내가 손댈 수 있는 재료는 아니군. 어설프게 손댔다가는 재료만 날릴 거야. 시간만 넉넉히 있다면 한 번 해보고는 싶다만.”

“그럼?”

“타란 제국에 있는 내 스승님을 찾아가게. 그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용을 다루는 데 특화되어 있는 분이니.”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드워프 장로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 주니 고맙긴 하네.

덕분에 타란 제국에 가야 할 이유도 확실히 생겼고.

카샤스 대공이 아주 없는 말을 한 건 아닌 듯했다.

그 이후로 몇 가지 아이템을 더 부탁했다.

일단은 타이탄의 재료만으로 우리 팀의 장비를 꾸려야 했기에.

적당히 필요한 템들을 선택해서 넘겨주자 드워프 장로가 일감이 많아서 그런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아주~ 아주 오래 걸리겠군.”

빨리 못하겠다는 말을 굳이 강조하자 나 역시 패를 꺼내들었다.

이럴 때는 뇌물이 최고지.

“이건 아크 드래곤의 비늘과 뼈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마음대로 쓰셔도 됩니다.”

어차피 제작 재료는 상당히 많이 쌓여있었다.

아크 드래곤 한 마리를 통째로 잡은 판에.

한두 개 얹혀 준다고 아쉬울 것도 아니고.

《 드워프 장로 맥크라이 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드워프 장로 맥크라이 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드워프 장로 맥크라이 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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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끝도 없이 올라오는 메시지에 나도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굳이 시스템으로 보지 않아도 알겠다.

“이런 친절한 왕족을 보았나. 내 특별히 왕녀를 봐서 아주 빨리 준비해 주지.”

그렇게 드워프 장로와의 이야기를 끝내려는 순간.

갑자기 공지 메시지가 연달아 올라왔다.

공지사항은 다름 아닌.

《 성마대전 시대 추가 업데이트를 위한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안전을 위해 안전지대로 이동……. 》

그리고 이어지는 메시지는 우리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공지가 아니었다.

“형, 이건……?”

“아, 이제 시작되려나 보네. 성마대전을 향한 유저들의 러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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