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3화 새로운 용사 후보 (2)
고대 성마대전 시대의 지배자.
이건 평범한 네임드에게 붙을 수식은 절대 아니었다.
이 시대상에서도 굉장히 높은 위치에 속하는 녀석이라는 거지.
그런 고대종 아크 드래곤이 지금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에센시아 제국의 지원과 함께.
타이탄까지 소모해서.
“우오!”
전사 형이 정말 신난다는 듯 두 팔을 들고 계속 외치자 나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올라오는 시스템 메시지.
《 고대 성마대전 시대의 지배자. 고대종 아크 드래곤의 체력이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
《 축하합니다! 아크 드래곤이 사망했습니다. 》
《 과거의 크루아 대륙 모든 NPC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집니다. 》
《 과거의 크루아 대륙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아크 드래곤을 죽이자 레벨은 일단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최대치인 5레벨이 올랐지만 조금 아쉽긴 했다.
레벨이 낮은 내게 이 정도 레벨은 그냥 나가서 뭘 잡아도 올릴 수 있으니까.
반대로 재중이 형이나 전사 형 등 우리 팀은 만족할 만큼의 경험치를 얻었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레벨을 좀 올려두는 건데 싶기도 하고.
아쉬움을 접고 떠오르는 추가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 돌발 퀘스트 : 에센시아 제국성 방어전이 완료되었습니다. 》
《 돌발 퀘스트 : 에센시아 제국성 방어전(특급). 》
- 에센시아 제국성 수호.
- 고대종 아크 드래곤 퇴치.
- 황제 혹은 대리자가 사망하면 실패.
- 에센시아 제국의 NPC들의 숫자가 30% 이상 생존.
- 에센시아 제국의 건물 20% 이상 보존.
- 퀘스트 보상
퀘스트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산정 중입니다.
《 유저 주호 님이 고대종 아크 드래곤의 처치에 지대한 기여를 하셨습니다. 》
《 유저 주호 님이 얻은 에센시아 제국성 방어전 퀘스트 기여도 습득 포인트는 458,943,753 P입니다. 》
《 에센시아 제국성 방어전 퀘스트 기여도 순위 1위 - 신화 길드 / 주호 》
《 퀘스트 기여도에 맞춰 보상이 산정됩니다. 》
《 에센시아 제국의 황제나 대리자를 찾아가세요. 합당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이번에 수행한 퀘스트는 아크 드래곤의 일방적인 습격에 의한 퀘스트였다.
그래서 돌발 퀘스트로 인정이 되는 듯했고.
그렇지만 그 보상이 결코 낮을 리는 없었다.
평범한 왕국도 아닌.
무려 제국을 구해냈으니까.
옆에서 전사 형이 내 팔을 툭 치면서 물었다.
“당연히 네가 1등이지?”
“뭐 그렇죠.”
전사 형도 이번 방어전 퀘스트가 당연히 내가 1등일 거라고 예상했다.
솔직히 나보다 높은 기여를 한 NPC가 있을 리가 없으니.
굳이 고르자면 비에른 자작 정도인데…….
그가 한 일은 대부분 레이드의 지원이었으니까.
직접적인 아크 드래곤의 처치로 기여 순위를 나누면.
그렇게 높은 순위를 차지하진 못했을 것이다.
“포인트가 얼마야?”
궁금한 듯 물어보는 전사 형에게 잠시 메시지를 확인한 후 아무렇지도 않는 듯 담담하게 대답해주었다.
비교할 대상이 없는 지금 상태에서는 이 포인트가 높은 건지 낮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음…… 대략 4억 5천 포인트 정도 되네요.”
“허억!”
그런데 전사 형이 내 포인트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악하는 표정 같아 보이기도 하고.
“왜요?”
“이거 참. 난 포인트 말하기도 부끄럽겠는데?”
“얼만데요?”
“3백만. 이 숫자를 보고 나도 좀 높다고 생각했는데 네 포인트를 보니 그냥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야겠다.”
“그럼 전사 형은 몇 등인데요?”
“4위.”
그 말을 듣고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차이가 너무 나는 것 아닌가?
물론 내가 한 일들이 평범하게 볼 일은 아니긴 한데…….
산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국을 구한 것과 아크 드래곤을 죽인 기여도의 대부분을 내가 가져온 듯 했다.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형. 몇 등이에요?
<불멸> 나? 2등.
역시 재중이 형이 2등인가.
당연한 듯 말하는 재중이 형을 보면서 다시 물었다.
<주호> 혹시 기여도 포인트가 어떻게 돼요?
<불멸> 보자…… 대략 5천쯤 되나?
<주호> 5천인가요.
<불멸> 넌 얼만데?
<주호> 4억 5천 정도요.
<불멸> 아주 포인트를 쓸어 담았군.
<주호> 그런가 보네요.
1위인 나와 2위인 재중이 형 사이에서도 어마어마한 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건 그만큼 제국을 구해낸 기여도가 수치만큼 차이가 난다는 뜻이었다.
<불멸> 그만큼 네가 아크 드래곤에게 피해를 많이 줬다는 거지.
<주호> 마지막에 타이탄 덕분일까요?
비공정 폭탄이야 나나 재중이 형이 비슷하게 떨어뜨렸다.
뭐 내 쪽이 레플리카 르아 카르테를 쓴 특제 비공정 폭탄을 더 날리긴 했으니 차이가 나긴 하려나?
그렇다고 해도 7배에 달하는 기여도 차이는 딱 하나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타이탄의 자폭.
그것도 비공정 투하와 성벽 방어포의 포격으로 방어가 약해진 아크 드래곤의 등에 바싹 붙어서 터졌으니 압도적인 위력을 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아크 드래곤의 목숨을 끊어놨으니까.
<불멸> 일단 날파리들이 붙기 전에 정리하자.
<주호> 네. 다시 돌아갈게요.
“전사 형, 복귀하죠.”
곧장 전사 형과 함께 아퀼라스 주니어를 이끌고 점점 가라앉는 폭발 사이로 진입했다.
타이탄 하나 터졌다고 이 난리라니.
내가 잠시나마 소유하고 있던 타이탄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강했던 건지.
이 폭발을 보고 대략적으로 유추가 되었다.
아마도 타이탄보다 강한 아크 드래곤이 터졌다면 이보다 훨씬 크게 터졌을 테지.
주변을 가득 메운 폭발의 열기에 전사 형이 감탄했다.
“휘유. 아주 이 일대를 싹 날려 버렸네.”
“그러네요.”
자폭의 영향으로 주변은 원래 제국이었던 곳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비에른 자작은 잘 피신했을까요?”
폭발의 범위가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잘못하면 비에른 자작이 휩쓸렸을지도…….
“알아서 잘 피했을걸? 생각보다 능력 있는 녀석이라.”
전사 형은 그다지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레이드 준비 과정을 함께했고.
성벽 방어포를 쏘며 옆에서 계속 지켜봐서 그런가.
꽤 비에른 자작을 신용하는 듯 보였다.
“그럼 다행이죠.”
미래의 영웅이 되는 녀석을 이런 일로 잃어버리면 너무 아깝지.
비에른 자작은 앞으로도 살아서 많은 일을 해주어야 했다.
특히 우리 대신.
앞에서 제국 귀족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작이지만.
이 일이 끝나고도 자작일 수는 없을 테니.
남들이 다 에센시아 제국을 버리고 떠나는 현장에 남아.
마지막까지 제국을 수호해낸 인물이다.
이젠 그 위치가.
단순히 성벽 방어대장은 아니라는 거지.
그렇게 다시 폭발 지점으로 돌아가니 이미 재중이 형은 가르가 주니어를 세워두고 우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여! 늦었잖아.”
반가운 듯 손을 흔드는 재중이 형이 밟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크 드래곤의 시커멓게 변한 잔해 중의 일부였다.
죽음의 빛으로 사라진 게 아니었나?
“설마 이건……?”
“어, 보상.”
“네?”
“이게 보상이라고.”
“으음.”
“일단 봐.”
웃음과 함께 잔해 위에서 발을 툭툭 터는 재중이 형의 시선을 따라 아크 드래곤의 잔해에 다가갔다.
그러자 내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키메라 아크 드래곤의 잔해. 》
“……키메라?”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어서 재중이 형을 보니 재중이 형이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때? 문헌에도 없는 역사를 보는 기분이?”
확실히 이건 우리가 찾은 문헌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전사 형을 보자 전사 형 역시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원래 존재하고 있었는데 못 찾은 건지.
아니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지.
그게 어느 쪽이 되었든…….
점점 원래 알던 역사와는 많이 어긋나는 기분이 든다.
“키메라라는 게……?”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대답해 주었다.
“만들어졌다는 거야. 이 녀석이.”
그러면서 여전히 발로 툭툭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밟아댔다.
어지간히 고생시킨 녀석에 대한 약간의 분풀이려나?
그때 전사 형이 재중이 형에게 물어보았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네임드라는 겁니까?”
“그래.”
“세상에…….”
전사 형만큼이나 나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 수준의 네임드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냈다고?
이런 변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가득이나 상대해야 할 녀석들도 많은 상황에.
전혀 의도하지 않은 변수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마왕 쪽 세력일까요?”
지금 가장 의심하기 좋은 세력은 역시 마왕들의 세력이다.
후에 성마대전에서 아크 드래곤이 참가하는 세력이 그쪽이기도 했고.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 물었는데.
의외로 재중이 형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지금은 알 수 없지.”
“아니라는 건가요?”
“글쎄. 확신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없어. 무엇보다 그렇게 중요한 아크 드래곤이 저렇게 무방비로 돌아다닌 것도 의심스럽고. 거기다 우리가 처음에 발견했을 때 타이탄하고 싸우고 있었지?”
확실히 재중이 형의 말을 들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만약 마왕 쪽 세력에서 아크 드래곤을 만들었다면…….
영웅들이 빠진 상황에서 진작 제국을 쓸어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아크 드래곤은 정작 타이탄과 싸우고 있었던 데다가 우리가 아니었다면 제국 쪽으로 날아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 들었다.
가운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중요한 이빨이 하나 빠져버린 딱 그런.
무엇보다 아크 드래곤을 제국의 병사 NPC들이 알고 있었다는 점도 그렇고.
그 말은 이미 한참 전부터 아크 드래곤을 주시했다는 건데.
그동안 정작 쳐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왕 쪽에서 제어가 안 됐을까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
정작 만들어 놨는데 조종할 수가 없었다던가.
그런데 여기서는 또 타이탄이 걸린다.
대체 타이탄은 왜 거기 있었던 걸까.
분명 금속의 정령이 타이탄을 고대 정령 병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굳이 왜 고대 정령 병기가 거기서 아크 드래곤과 싸우고 있었을까.
혹시 금속의 정령은 뭔가 알고 있으려나?
의문이 연달아 이어지는 동안 베히모스 주니어를 탄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이 같이 도착했다.
일반적인 상황과는 달라서인지 다들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보고는 꽤 놀라워했다.
이쁜소녀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주호 오빠, 그럼 이 큰 게 전부 오빠 거예요?”
“뭐 그렇지.”
“신난다.”
내 기여도는 재중이 형을 제외하면 너무 격차가 심하니까.
시스템상 NPC들은 아크 드래곤의 잔해에 손가락 하나 가져다 댈 수 없었다.
비에른 자작 역시도 마찬가지고.
챠밍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가 뭔가 생각난 듯 내게 말했다.
“오빠, 그럼 타이탄도 회수 가능할까요?”
“으음. 모르겠는데.”
솔직히 이쪽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마 잔해조차 남지 않았을지도.
자폭을 한 게 아크 드래곤이었다면 반대가 됐을 테지만.
우리 말을 들은 뒤 이쁜소녀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곧 뭔가를 발견한 듯 손을 흔들었다.
“주호 오빠, 여기 있어요! 타이탄!”
설마 타이탄까지도 잔해가 남아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크 드래곤의 잔해에 타이탄까지.
녀석이 죽어서 남긴 드랍템까지 생각하면.
이건 남아도 한참 남는 장사였다.
누가 아크 드래곤을 만들었는지는 잠시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에센시아 제국에서 버티며 계속 파다보면 결론에 도달하게 될 터.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급하게 말을 박차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에른 자작인가?
곧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비에른 자작이 내게 다급하게 외쳤다.
“빨리 여길 정리하셔야겠습니다, 주호 왕자님.”
“왜?”
“제국으로 황자들이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