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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58화 (1,046/1,404)

#1058화 아크 드래곤 몰이 (12)

이전에 아크 드래곤의 머리에 그랜드 크로스를 날려 한쪽 뿔을 부위파괴 한 적이 있었다.

급히 온다고 미처 회수하지 못했지만 나르샤 누나에게 따로 부탁해서 제 시간에 겨우 회수해 왔다.

그런데 막상 가지고 왔더니 이 아크 드래곤의 뿔을 사용할 방법이 없었다.

에센시아 제국 내 대부분의 시설들은 현재 휴업 상태인데다가.

이 난리에 어디 가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가공하고 있을 여유도 없고.

결국 남은 방법은.

아크 드래곤의 뿔을 원형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뿐.

그때 떠오른 것은 우리가 처음 이 시대에 들어왔을 시점에 아크 드래곤과 타이탄이 격돌하던 장면이었다.

분명히 타이탄도 성능이 나쁘진 않지만.

아크 드래곤에게 유효타를 날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아마 그건 확실히 타격을 줄 만한 무기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모든 신경이 쏠렸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크 드래곤의 뿔을 매개로 한 타이탄이 쓸 수 있는 무기를 만들기로.

원형 상태로 사용하려면 검 같은 종류의 날카로운 형태는 일단 불가.

그러면 결국 정면에서 찔러 넣을 수 있는 창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타이탄이 쥐고 있는 저 거대한 창이었다.

창대야 뭐…….

비에른 자작에게 부탁해 에센시아 제국 창고를 털어서 재료를 충당했고.

현재 끌어다 쓸 수 있는 최대한 강성을 버틸 수 있는 재질로 급하게 창대를 주조한 다음 거기에 아크 드래곤의 뿔을 조합하는 것으로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냈다.

너무 급조한 나머지 내구성이 엉망진창일 테지만.

어차피 오래 쓸 것도 아니고.

지금 딱 한 번.

저 아크 드래곤을 잡을 때까지만 어떻게든 부서지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묵직한 타이탄의 무게를 이용해 공중에서부터 강력하게 내려찍은 힘이 아크 드래곤의 뿔에 확실히 실리면서 비공정 폭탄과 성벽 방어포의 포화도 버텨 내던 네 장의 반투명 날개들과 방어벽을 완전히 찢어냈다.

그리곤 아크 드래곤의 뿔이 매서운 파공음을 내며 정확하게 아크 드래곤의 등을 찍고 파고들었다.

푸아악!!

“캬아아악!!”

그간의 폭격들로 입은 피해 때와는 달리 지금은 정말 고통스런 괴성을 질러대는 아크 드래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주호> 통하네요.

<불멸> 일단 재료가 훌륭하잖아.

<주호> 그렇죠.

아크 드래곤의 뿔.

지금 시점에서 이보다 더 좋은 재료는 아마도 구하기 힘들 것이다.

성마 전쟁 중후반에나 가야 구할 수 있는.

최강의 재료이기도 하고.

시간이 넉넉했으면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아크 드래곤의 뿔의 원형은 무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바로 저 타이탄의 손끝에서.

“카아악!!”

아크 드래곤이 발악을 하며 어떻게든 등에 찍힌 타이탄의 창을 뽑아내려고 했지만.

쉽게 떨어질 거였다면 애초에 덤벼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타이탄이 아크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 있는 상황이라 이 타이탄의 창을 놓치면 그대로 녀석을 프리로 놓아주게 된다.

그럼 다시 방어벽을 복구하던가.

혹은 이대로 멀리 도망가 버릴 지도 모른다.

죽든 살든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 한다는 거지.

바로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비공정 폭격은?

<주호> 계속요! 멈추면 안 돼요.

그리고 타이탄이 달려들자 잠시 멈춰있던 성벽 방어포를 담당하던 전사 형에게도 연락이 들어왔다.

<방패전사> 포 계속 쏴?

<주호> 네. 쏴주세요.

<방패전사> 그러면 타이탄도 같이 맞는 것 아냐?

<주호> 당분간은 괜찮아요.

<방패전사> 호오. 제국의 돈질을 믿어 보겠다는 거네?

<주호> 그렇죠 뭐.

당분간은 괜찮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전사 형이 말한 제국의 돈질.

에센시아 제국의 창고를 털어서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역작이랄까.

그건 다름 아닌.

지금 타이탄의 몸 전체에 걸쳐져 있는 엄청난 두께의 방어 장갑이었다.

물론 통상적인 타이탄의 방어도 충분히 높겠지만.

거기에다가 아예 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내구도 높은 금속을 죄다 끌어 모아 거대한 합판을 만들어 내고.

그걸 타이탄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게 덕지덕지 가져다 붙였다.

그간 비에른 자작 휘하의 그 많은 병사들이 다 이 작업을 한다고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거였다.

<방패전사> 아주 제국 창고를 싹 털어가는구만.

<주호> 줄 때 써야죠.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는가.

그리고 제국 전체가 날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니까.

나중에 황녀가 따지고 들어도 충분히 할 말이 있었다.

특히 제국의 거대 비공정을 만들 때 쓰는 외장갑을 그대로 가져다 몇 겹이나 겹쳤으니 잠시지만 폭격을 버틸 강도는 충분히 나올 거라 예상했다.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하늘에서 폭탄 비공정의 낙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성벽 방어포 역시 불을 뿜기 시작했고.

콰아아앙!!

쿠아아앙!!

콰콰쾅!!

쒜애액!!

퍼어엉!!

타이탄이 찢어놓은 네 장의 반투명한 아크 드래곤의 날개 사이로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자 다시 한 번 아크 드래곤이 괴성을 질러댔다.

“케에에엑!!”

동시에 타이탄에게도 폭격이 터졌으니 타이탄의 외장갑이 하나씩 터져나갈 뿐.

아직 타이탄에 직접적인 피해는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새 내 옆에 떠있는 금속의 정령이 타이탄의 상태를 알려주어서 잘 알 수 있었다.

“타이탄의 피해는?”

“아직 버틸 수 있어.”

“다행이네.”

혹여나 타이탄이 버티지 못하면 어쩌나 했다.

거기다 단순히 외장갑만 입힌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방어 마법을 타이탄의 외장갑에 걸어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준비했다.

황녀가 제국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은 다 끌어다 쓰라고 했는데.

가져다 쓰는 김에 비에른 자작에게 부탁해 마법사도 좀 빌려왔거든.

아마 그 마법사들은 지금 다 뻗어있지 않으려나.

덕분에 저 어마어마한 폭격 속에서 어떻게든 타이탄이 버텨내고 있었다.

너무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만.

아크 드래곤을 묶어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셈이었다.

무엇보다.

타이탄이 아크 드래곤의 뿔로 등을 내려찍으면서.

아크 드래곤이 추가적인 마법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타이탄의 무게가 있어서인지 바닥에 깔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

특히 외장갑까지 더해진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다.

<방패전사> 휘유. 완전히 같이 죽자인데?

<주호> 네, 타이탄은 한 번밖에 못 쓰잖아요. 저렇게라도 써야죠.

어차피 시간이 지나도 타이탄은 못 쓴다.

그럴 거면 이 순간에 올인하는 게 맞다.

제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서.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지금.

지원 포격을 빼버리고 타이탄의 대미지만으로 아크 드래곤의 마지막 페이즈의 체력을 전부 깔 수 있냐고 하면…….

그건 솔직히 무리다.

아무리 내가 조작을 잘하고.

피할 거 다 피해 가면서 계속 타격을 준다고 한들.

싱크로율이 낮아서 내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도 못하는 마당에.

제대로 된 회피가 되지도 않을 테니까.

마지막 페이즈도 아닌 일반적인 상태에서도 졌던 타이탄을 가지고 이기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럴 거면.

차라리 타이탄의 저 단단한 맷집을 믿어 보는 편이 훨씬 나았다.

대미지를 입히는 건.

비공정 폭격과 방어포 포격으로 대신하고.

그렇게 타이탄까지 추가된 집중 포격이 계속되었다.

마지막 페이즈의 발악을 타이탄의 거대한 몸체가 꾹 눌러주는 덕분인지 별다른 변수 없이 계속 버텨내는 중이고.

아마 타이탄이라는 쐐기가 없었다면.

아크 드래곤이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제어한다고 볼일 다 봤을 것이다.

그만큼 마지막 페이즈는 위력적이니까.

신체 능력도 올라가는 데다가 안 쓰던 패턴도 처음 쓰면 지금 전력으로는 정말 답도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순조롭기만 할 것 같았던 레이드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날아다니던 금속의 정령 별이 급히 내게 알렸다.

“타이탄이 오래 못 버틸 거야.”

“칫. 역시 그래?”

에센시아 제국의 창고를 죄다 털어와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지만.

아무래도 타이탄이 아크 드래곤만큼 저 포격에 버티는 건 무리인 듯 했다.

정확히는.

이미 한 번 아크 드래곤에게 박살이 난 타이탄이기에 내구도가 그렇게 좋지 않은 상태였다.

불완전한 상태의 타이탄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라는 거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

“지금 상태로…… 길어야 10분?”

“그것밖에 안 남았나…….”

과연 10분 안에 저 아크 드래곤의 마지막 페이즈를 다 깔 수 있을까?

솔직히 체력이 얼마나 남은지 모르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급히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형, 앞으로 10분. 타이탄이 버틸 수 있는 최대치예요.

<불멸> 역시 부족하네. 고철 타이탄으로는.

재중이 형 역시도 상황을 예상한 듯 했다.

<주호> 방법이 없을까요?

<불멸> 흐음. 어차피 시간이 한정적이라면. 그 시간 안에 어떻게든 대미지를 늘려야 하는데. 비공정 폭탄도 이젠 거의 한계야.

엎친 데 덮친 격이려나.

성벽 방어포면 모르겠지만.

비공정 폭탄은 애초에 무한히 준비된 것도 아니었다.

재료가 되는 비공정의 숫자도 한정되어 있었고.

안에 들어가는 성유와 정령탄도 마찬가지다.

에센시아 제국에서 긁어모을 수 있는 최대치를 긁어온 건데…….

이 이상 수급하는 건 솔직히 무리였다.

시간도 부족하고.

전사 형에게도 연락했다.

<주호> 전사 형. 포격 더 늘릴 수 없어요? 남은 시간이 부족해요.

<방패전사> 타이탄의 몸빵이 더 못 버티는 거냐?

<주호> 네. 10분이 한계래요.

<방패전사> 어쩌지? 여기도 이게 한계인데. 이미 제국에 있는 방어포란 방어포는 다 뜯어왔어. 거기다 억지로 쿨타임을 줄이면 포가 아예 뻗을걸?

하.

미치겠네.

이미 포격도 할 수 있는 최대의 출력을 내고 있다는 거다.

<주호> 이제 다 잡아 가는데…….

고지가 거의 보이는 듯했다.

마지막 페이즈도 봤고.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혹시 여기서 실패하면.

나중에 이 정도 수준의 지원을 다시 긁어모으는 일은.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에센시아 제국의 처한 상황.

황녀와 비에른 자작의 전폭적인 지원.

모든 제국 병사들의 동원.

무한대의 제국 창고의 보급까지.

이걸 다시 얻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든 여기서 이 녀석은 잡고 가야 해.

그때 귓속말에 불이 하나 들어왔다.

응?

이건…….

<챠밍> 오빠. 지금 상황 다 들었어요.

<주호> 아, 좀 안 좋네.

좀 안 좋은게 아니고 많이 안 좋다.

무엇보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문제다.

준비했던 쓸 수 있는 패는 다 꺼내다 썼으니.

솔직히 우리 팀이 좋은 아이템을 마왕의 비밀 창고에서 얻어오긴 했으나.

그건 지금 상황에서 크게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상태가 정상적인 레이드 상황은 아니니까.

당장 좋은 아이템 하나, 둘 더 있다고 이 상황을 뒤집긴 힘들다.

그런데 챠밍이 의외의 말을 했다.

<챠밍> 오빠한테 그거 있잖아요. 드래곤 슬레이어요.

<주호> 응?

그 순간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챠밍> 거기에 드래곤의 체력을 깎는 옵션 있지 않았어요?

<주호> 하…… 내가 왜 그걸 몰랐지. 고마워. 이건 도움이 되겠다.

<챠밍> 그럼 확실히 끝내고 와요. 오빠라면 할 수 있어요.

챠밍의 확신이 섞인 말에 나 역시 기운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

머릿속이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이걸 최대한 써먹을 수 있을지.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갔다.

“형!”

“왔냐? 방법은 찾았고?”

“네,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그리고는 인벤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들었다.

『 +10 진(眞) 드래곤 슬레이어 (유일)

/ 출혈 45 (35+10) 타격 37 (27+10)

- 드래곤형 피해 500% 추가

- 악마형 피해 300% 추가

- 크리티컬 시 확률로 드래곤형 체력 3/100 감소

- 크리티컬 시 확률로 악마형 체력 2/100 감소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50%

- 악마형 대상 관통 확률 30%

- 진(眞) 용격 / 브레스 흡수 후 방출

- 마력 봉인 』

지금 쓰기에는 확실히 너무 구닥다리 아이템이다.

대미지도 너무 낮고.

옵션 역시 한쪽에 너무 치우쳐 있는 아이템이지.

그래서 계속 인벤에 박혀 있던 아이템었지만.

그 옵션이 지나친 치우침은.

지금 상황에서는 챠밍 말대로 내게 최고의 옵션이 되어줄 것이다.

죄다 드래곤형에 대한 피해 옵션이니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옵션.

- 크리티컬 시 확률로 드래곤형 체력 3/100 감소

- 크리티컬 시 확률로 악마형 체력 2/100 감소

드래곤이 상대일 때만 쓸 수 있는.

거기다 악마형이기도 한 이 녀석은…….

“분명 잡을 수 있어요.”

드래곤 슬레이어가 있으면.

그리고 그 옵션을 가져다 쓸 수 있는 르아 카르테를 소유한.

오직 나만이.

이 녀석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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