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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53화 (1,041/1,404)

#1053화 아크 드래곤 몰이 (7)

가르가 주니어의 속도로 계속 아크 드래곤의 추격을 피할 순 없었다.

단순히 직선으로 날면 아무리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금방 뒤를 잡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중이 형이 아크 드래곤을 달고 날아다닌 것은 바로 저 아이템을 뿌리기 위해서였다.

바로 정령석.

정확하게는 정령탄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이 시점의 에센시아 제국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

정령탄의 존재를 아는 사람 자체가 없을 것이다.

이건 성마 전쟁 중반부가 넘어가야 나오는 물건이니까.

이 정령탄이라는 건 어떤 미친 정령사가 실수로 정령석을 폭파시키면서 알게 되는 정령석의 다른 쓰임새였다.

그야말로 실수에서 나온.

하지만 위력 하나만큼은 최고인.

특히나 성마 속성할 것 없이 양쪽 다 지대한 피해를 주는 물건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이놈의 정령석이 미친 듯이 비싸다는데 있었다.

천계의 성유?

그건 그냥 하르만 죽어라 압착시키다 보면 어떻게든 구해지기는 한다.

물론 특유의 제작법이라던가.

성유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이 꽤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만들 물건은 아니라는 거다.

돈과 시간.

제작법만 있으면 어떻게든 구한다는 거지.

하지만 정령석은 다르다.

저건 순수하게 채굴이나 특수한 자연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일종의 보석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혹은 정령과 관련이 높은 장소에서 등장한다든가.

다른 말로 정령석은.

그 등급이 낮든 높든.

그 자체로 보석이라는 뜻이다.

가공으로 만들어질 것 같으면 애초에 너무 쉽게 풀렸겠지.

거기다 정령석은 정령을 불러낼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고.

다른 보석은 그냥 예쁘고 희소하다 하여 값어치가 높은데 반해.

정령석은 실제로도 쓸모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건.

부르는 게 값이다.

유저들이야 특수 퀘스트나 아이템 보상으로 하나둘 얻을 수 있는 이 아이템이.

NPC들 사이에서는 그냥 보석이라는 거다.

그것도 매우 비싼.

그런 정령석을.

재중이 형은 추격해 오는 아크 드래곤을 향해 계속 뿌려댔다.

과연 공중에 보석을 뿌려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확히는 모르긴 해도.

아마 재중이 형이 최초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정도의 정령석을 모으기 위해.

비에른 자작이 좀 수고를 해주었다.

에센시아 제국 내에 병사들을 풀어서 귀족들의 자택을 전부 털어오게 만들었다.

정령석이 비싸긴 한데.

그렇다고 아크 드래곤에 죽기 전에 자기 목숨보다 우선시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뭐 빼돌릴 녀석들이야 다 빼돌렸겠지만.

늦게 빠져나가 죽어버린 귀족들의 집에서 캐온 정령석도 다수 존재했고.

비에른 자작이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도 이런데 있었다.

각지에 사병을 풀어서 정령석을 끌어 모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황녀의 명령으로 남아 있는 귀족들이 정령석을 가져다 바치기도 했다.

안 내놓으면 제국에서 쫓아낸다고 했던가?

뭐 이쪽도 대단한 황녀이긴 해.

추진력이 그간 보아오던 그 어떤 왕족들보다 나아보였다.

거기다 황실에서 각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정령석 역시 황녀가 흔쾌히 내어주었고.

다 가져다 쓰라고 했다던가?

딱히 이 정령석을 어떻게 쓸 거라는 건 말해 주진 않았지만.

내 개인의 보상이 아닌 아크 드래곤을 잡는 데 쓸 거라고 하니 허락해주었다고 한다.

어차피 망할 제국.

그냥 다 뜯어다 쓰라는 의도 같아 보여 잠시 웃었었다.

문제는.

저 정령석이라는 게.

평소에는 아주 안정적인 물질이라는 데 있었다.

가만히 두면.

사실 그냥 보석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보석 대신 귀족들의 집안의 장식품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집안의 부를 알려주는 척도라나 뭐라나.

정령석으로 얼마나 집안을 도배할 수 있는가를 보고 그 귀족의 성세를 파악했다고 하니.

이건 더 잘난 황족과 왕족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자신들의 부를 알리기 위해 다른 나라의 사절들에게 정령석을 선물하는 게 관습이었다고 하니까.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이었다.

당장 폭발할 물질로 다른 나라 사절에게 선물을 하거나 집안을 도배하는 미친 귀족이 있을 수 있나.

미치지 않고서야.

전쟁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지.

이렇게 평소에는 안정적이나.

그 정령석을 부숴 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그것도 강렬한 충격을 주면서 부숴버리게 되면 이 정령석이 머금고 있는 힘이 그대로 폭발하게 된다.

만약 최상급 정령석을 폭발시키게 되면 일대를 초토화시킬 정도의 위력이 나온다고 했던가.

원 역사에선 지도의 한 곳을 지워 버렸다고 하니 뭐.

위력은 딱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쉽게도 최상급 정령석은 그만큼 희소한 자원이었다.

급하게 긁어모은다고 모아질 물건도 아니었고.

지금 사용한 정령석들은 전부 상급 정령석.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위력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다.

저 아크 드래곤의 날개에 구멍을 낼 정도는 된다 말이지.

하지만 이걸 알았다고 해도 정확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정령석을 아크 드래곤에게 접근시켜서 완벽한 타이밍에 강력한 충격을 줘서 터트려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는 표적도 맞추기 힘든 판에.

정령석의 위치와 아크 드래곤이 일치하는 순간을 찾는 게 어렵다는 거다.

하지만 그걸 재중이 형과 내가 힘을 합쳐서 해냈다.

재중이 형이 아크 드래곤을 유인해서 날아올 경로에 정령석을 던져주면.

그걸 내가 정확하게 맞추는 일.

두 명이서 한 차의 오차도 없는 능력이 동시에 발휘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아예 지상에서 아크 드래곤의 몸에 정령석을 주렁주렁 달아놓고 싸웠으면 좋았겠지만.

자기 몸에 정령석이 달리는 걸 구경만 할 녀석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지상으로 녀석을 떨어뜨려야 그 방법도 쓸 수 있는 거다.

정령석이 좀 더 빨리 모아졌다면 이전의 다운 상태에서도 쓸 수 있었으려나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빠르게 잊었다.

지금은 넝마가 된 날개로 잔뜩 화가 난 저 아크 드래곤을 잠재우는 일이 우선이었다.

지속되는 정령탄의 폭발이 이어지자 결국 아크 드래곤은 가르가 주니어를 쫓는 일을 그만두었다.

계속 쫓아가봐야 정령탄이 비산하면서 날개가 찢어지기만 할 뿐.

지금도 아크 드래곤의 날개 중 세 장이 거의 걸레짝 수준으로 찢겨져 있었다.

추격을 그만두고 멈춘 걸 보면 이 이상 피해를 입으면 비행이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크 드래곤이 정령탄의 폭발을 주도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멀리서 레플리카 르아 카르테를 던지기만 하는 내 존재를 인지하자 곧 녀석의 타깃이 나로 변경되었다.

<주호> 형, 녀석이 내게 붙었어요.

<불멸> 어, 안 따라오네.

재중이 형의 가르가 주니어가 도망가던 걸 멈추고 바로 선회하더니 아크 드래곤을 따라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크 드래곤의 속도가 훨씬 빠른 이상에야.

<불멸> 칫. 너무 빠르잖아?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재중이 형이 지원을 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상승하는 속도는 그만큼이나 더 차이가 났고.

“캬아아악!!”

넝마가 된 날개를 억지로 펼치면서 아크 드래곤이 악에 받친 듯 괴성을 질러대며 내가 있는 고도까지 상승해왔다.

아무래도 재중이 형의 지원을 바라는 건 무리일 테고.

둘의 역할을 그대로 바꿔서 하면 되겠지만.

내려다보면서 맞추는 것과 올려보면서 맞추는 건 그만큼 난이도의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아크 드래곤이 더 이상 정령탄을 그냥 지나가는 돌멩이로 보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저 녀석도 바보가 아닌 이상.

수백 번을 정령탄에 당해놓고 다시 정령탄에 당하는 건 새대가리나 마찬가지니까.

아직 비에른 자작이 모아준 정령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건 이제 더 이상은 쓸 수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준비를 안 해온 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더 핵심일 수도 있고.

최대한.

우리가 유저인 점을 이용해야.

녀석을 잡을 확률이 올라간다.

“와봐.”

매섭게 고도를 치고 올라오는 아크 드래곤 머리 한쪽은 이미 뿔이 사라져 뭉개져 있고 눈 역시도 아직 피해가 복구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성유와 정령탄에 연이어 피해를 입으면서 녀석의 회복 속도가 피해량을 이기지 못하는 듯 했다.

덕분에 견고한 비늘 역시도 듬성듬성 떨어져 나가 안에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중이었다.

정령탄이 세긴 하네.

저 비늘들에 균열을 내다니.

물론 성유가 약하게 만들어놓은 것도 한몫 했겠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할 이 방법은.

녀석에게 좀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만약 아크 드래곤의 방어가 견고한 상태였다면.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렇게 넝마가 된 상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내가 도망가지 않고 계속 한 자리에 머물고 있자 재중이 형에게 연락이 왔다.

<불멸> 할 거냐?

<주호> 네. 이제 좀 떨어뜨려야죠.

이건 정말 황녀가 알면.

뒷목을 잡고 쓰러져도 할 말이 없는 일이긴 한데.

어차피 우리가 쓰지 않으면.

당장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

딱히 욕먹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인벤에 손을 넣어서 타이밍을 재고 기다리자 어느새 아크 드래곤이 완전히 내게 도달했다.

우선적으로 녀석의 거대한 입이 벌어지면서 브레스가 준비되었고 그 사이로 세 방의 브레스가 동시에 뿜어졌다.

이 녀석도 참.

어지간 하네.

안 통한다는 걸 알텐데.

다른 유저라면 몰라도 나와 재중이 형 정도면 단순 브레스 정도는 어떻게든 피해낸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피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 브레스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녀석도 깜짝 놀란 듯 남은 한 눈을 크게 치켜떴다.

아마 비행해서 브레스를 피해 날아가면 그 다음 후속타를 준비했을 텐데.

오히려 내가 녀석의 앞으로 다가가 버리니 당황할 수밖에.

드래곤이 당황이라는 걸 하는지는 의문이긴 한데.

브레스가 흔들리는 걸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 피하면 브레스는 피하기 수월하지만 가까워지면 그만큼 난이도가 어려워진다.

녀석이 조금만 각도를 틀어도 바로 사정권에 들어와 버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퀼라스 주니어를 낙하시켜 녀석에게 빠르게 파고 들었다.

그리고는 브레스들 사이로 가까스로 피해 날아들어가 녀석의 머리 바로 근처까지 도달했다.

서로 가까워지려고 오히려 더 붙는 상황이랄까.

그렇게 완전히 아크 드래곤의 머리에 도달하자 녀석도 준비한 게 있는지 몇 가지 강력한 마법과 추가로 브레스 몇 방을 더 준비해 놓고 나를 기다렸다.

괜히 아크 드래곤이 아니라니까.

한 번에 쓸 수 있는 스킬이 이렇게 많으면 접근하는 순간.

바로 죽음이다.

그런데 그게 만약 내가 평범하게 싸웠다면 말이지.

지금은 그렇게 싸워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준비 많이 했네. 고맙게도.”

그 말과 함께 시스템에서 바로 한 가지를 꺼내들었다.

【 비공정 소환! 】

그러자 갑자기 내 앞에 거대한 비공정이 하나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다.

엔진이 부서져 날지 못하는 반쪽짜리 비공정이.

보통은 이렇게 허공에서.

그것도 높은 고도에서는 비공정을 불러내지 않는다.

불러내는 순간 바로 엔진을 켜기도 전에 지상으로 추락해 버리니까.

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비공정을 그런 식으로 소환해서 지상에 처박는 유저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비공정이라는 게 그야말로 돈 덩어리라.

아마 유저들이 소유할 수 있는 물건 중에 비공정보다 비싼 건 얼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불러낸 비공정은.

깃발이 전혀 달랐다.

내 왕국의 깃발이 아닌.

어딘가의 알 수 없는 왕국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비공정이 아크 드래곤과 나 사이에 그대로 소환되어 아크 드래곤의 브레스를 정통으로 막아냈다.

그런데 그런 비공정의 갑판 위에 보이는 건.

수도 없이 많은 폭발물들이 적재되어 있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의 양.

“잘 가라.”

이게 바로 내가 주는 특제 돈 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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