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49화 (1,037/1,404)

#1049화 아크 드래곤 몰이 (3)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과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아크 드래곤의 동체 실루엣이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크 드래곤의 강렬한 하울링.

“쿠어어어!!”

단순히 하울링만으로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걸 봐서는 역시 보통 네임드가 아니다.

지상 추락으로 인한 대미지를 거의 복구했는지 아크 드래곤이 조금씩 움직이다가 신체를 서서히 일으켰다.

동시에 네 장의 거대한 검은 날개가 동시에 양쪽으로 펼쳐지면서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 보였다.

당연히 우리뿐만 아니라 중앙성 쪽 역시 확인을 한 듯했고.

“아크 드래곤이 일어난다!”

“뭐 하는 거야! 더 폭격해!”

“손을 쉬지 말란 말이야!”

꽤 당황하는 듯한 중앙성 지휘관들의 모습.

그러면서도 다른 병사들을 다그쳐 방어포를 계속 쏘게 만들었다.

“과열되어 더 쏠 수 없습니다!”

“방금이 마지막입니다!”

“여기도 멈췄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방어 시설 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듯했다.

“뭐? 그럼 그냥 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쏴!”

“아크 드래곤이 다시 날면 못 잡아!”

“다시 못 쓰게 되어도 좋으니까 그냥 계속 쏘라고!”

결국 지휘관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저게 전부.

급하다고 무턱대고 계속 포를 식히지 않고 쏴댔으니 과열 상태에 걸리는 거다.

하긴 나라도 저 상황이면 일단 쏘고 보긴 하겠다만.

아크 드래곤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재앙이니까.

아예 멀리 도망이라도 가주면 좋겠지만.

지금 저 아크 드래곤의 반응을 봐서는 도망이 아니라.

당장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성이 차지 않을 기세다.

공중에 있는 황실 비공정 두 대에서도 같은 문제에 걸렸는지 주포가 거의 동시에 멈췄다.

잘 모르긴 해도 지금쯤 지휘관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을 터.

고개를 돌려 비에른 자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준비는 됐어?”

그러자 비에른 자작이 어디론가 연락을 하더니 반가운 듯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준비가 됐다고 합니다.”

“흐음. 역시 시간이 모자라려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지시를 내려놓은 거라 완벽한 준비까지는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

그 사이 아무리 인력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으로 준비를 하지는 못 했을 테니까.

만약 처음부터 황녀의 도움이 있었다면 조금 더 빠르게 했을지도 모르지만.

뭐…….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하나.

제국 중앙성에서 좀 더 시간을 벌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작 나라를 지키라는 놈들은 다 엉덩이를 내뺐으니.

준비가 완벽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머지는.

그냥 몸으로 때울 수밖에.

이젠 더 시간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지금부터의 아크 드래곤은.

정말 에센시아 제국을 아무것도 없는 평지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브레스를 쏘든.

광역 마법을 연달아 날리든.

상황을 지켜본 후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슬슬 시작하죠.”

“그래.”

그리고는 동시에 아퀼라스 주니어와 가르가 주니어를 불러내었다.

【 아퀼라스 주니어 소환! 】

【 가르가 주니어 소환! 】

각자의 탈것에 올라탄 뒤 전사 형을 보면서 말했다.

“형은 우리 팀을 데리고 비에른 자작과 함께 이동해주세요. 곧 여긴 전쟁터가 될 거라.”

“알았다.”

“준비해둔 것들은 타이밍 잘 맞게 부탁해요.”

“오케이. 걱정 붙들어 매라고. 완벽하게 할 테니까.”

챠밍이 내 쪽을 보면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빠, 조심해요.”

“응. 그리고 형도 같이 가는데 뭘.”

그러면서 옆에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챠밍이 알았다는 듯 미소지었다.

“절대 죽으면 안 돼요.”

“응. 이 중요한 시기에 죽으면 안 되지.”

죽느니 그냥 도망가는 게 낫다.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서는.

한 번만 죽어도 아웃이라.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절대 조심해야 했다.

“그럼 미리 준비하고 있어. 딱 좋게 배달 갈 테니까.”

“휴. 정말 말도 안 되게 무모해 보이는데. 또 그게 될 것 같아 보이는 게 더 무섭네요.”

챠밍이 보기에도 이 방법은 상당히 위험했다.

그것도 나와 재중이 형이 대부분의 부담을 안는 방법이라.

“되기만 하면 바로 제국 황실 입성이다.”

안 되면 몇 주,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일을.

이번 일만 성사시키면 그냥 다이렉트로 뚫고 지나갈 수 있다.

“그래서 못 말리고 있죠.”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는 걸 보면 걱정이 많이 되는 듯하다.

“안 죽고 돌아올게.”

“어디 죽기만 해봐요.”

음.

허리에 손을 척 얹고 무섭게 노려보는 걸 보면 정말 죽으면 안 되겠는데.

“주말 약속 확 취소해버릴까 보다…….”

“아, 그건 좀…….”

“농담이에요. 그러니까 그만큼 잘 살아오라고요.”

“응. 알았어.”

그제야 만족하는 듯 챠밍이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확실히 기회는 이번뿐이다.

앞으로 이곳 과거의 성마전쟁 시대가 유저들에게 오픈되고 나면 이번처럼 앞서나갈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선점하고 나아갈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위험하다는 것 때문에 놓치긴 너무 아깝다.

우리 둘의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옆에서 혀를 찼다.

“어이쿠, 잘들 논다.”

그 말에 나와 챠밍의 얼굴이 바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챠밍이 재중이 형을 보면서 부끄러운지 빼액 소리를 질렀다.

“빨리 가요.”

“네네, 얼른 갑죠.”

재중이 형이 피식 웃고는 가르가 주니어를 띄우자 나도 아퀼라스 주니어를 띄워 올렸다.

<불멸> 지금부터는 제대로 해야 해.

<주호> 알고 있어요.

<불멸> 아퀼라스 주니어와 가르가 주니어는 녀석에 비해 압도적으로 속도가 딸려. 뒤를 잡히는 순간 바로 죽는다.

재중이 형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이중 가속 부스터를 쓰더라도 뒤를 잡힌 상태에서는 절대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속도전으로만 가면 그냥 털린다는 거지.

<불멸> 최대한 사선으로 날아. 녀석 주변에서 곡예를 해도 좋고. 일자로 잡히지만 않으면 돼.

<주호> 네, 쉬운 이야기네요.

말이 쉽지.

압도적인 스펙 차의 탈 것에게 잡히지 않고 날 수 있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일체 태우지도 않았다.

가뜩이나 속도가 딸리는데 무게가 더 늘었다가는 감당할 수 없으니.

<불멸> 그럼 가자.

재중이 형이 먼지 속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아크 드래곤 쪽으로 비행했다.

그 뒤를 이어 바로 따라나섰고.

점점 아크 드래곤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녀석이 얼마나 거대한 녀석인지 실감이 났다.

그간 봤던 드래곤들이 마치 애기처럼 보일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이러니 타이탄이 그냥 당했겠지.

타이탄도 크긴 한데.

아크 드래곤의 날개가 모두 펴진 크기와 비교해보면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불멸> 시작은 나부터.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먼저 가르가 주니어를 몰아 아크 드래곤의 시야 근처를 잽싸게 지나쳤다.

그러자 아크 드래곤의 거대한 머리가 재중이 형이 날아가는 궤적을 그대로 따라 돌아갔다.

동체 시력과 움직임이 상당히 좋은데?

크기가 커서 꽤 둔할 거라 생각했던 사실을 서랍 한편으로 바로 집어넣었다.

히드라처럼 둔한 머리가 아니다.

반응 역시 빨라 가르가 주니어를 향해 바로 입을 벌려서 가볍게 짧은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화아아악!

파란색의 불줄기가 허공을 태우면서 쭉 뻗어 나간다 싶더니, 아크 드래곤이 고개를 돌리는 것을 따라 가르가 주니어의 바로 뒤꽁무니까지 브레스가 따라붙었다.

그걸 재중이 형이 곡예를 하듯 가르가 주니어를 비틀면서 수직 하강해 겨우 브레스를 피했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지는 방향 아래에서 수백 개의 얼음송곳들이 동시에 솟구쳐올랐다.

먼지들이 구름처럼 가리고 있어 미처 보지 못 했던.

바닥에 뭔가의 마법진이 잔뜩 돌아가는 중이었다.

젠장.

브레스와 동시에 쓴다고?

<주호> 아래! 얼음! 피해요!

<불멸> 어! 봤다!

가르가 주니어의 날개가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소용돌이를 따라 돌 듯 나선을 그리면서 궤적을 확 비틀었다.

수백 개의 얼음 창들이 뒤늦게 솟구쳐 올라 그 자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겨우 빠져나온 재중이 형이 이를 악 물었다.

<불멸> 이거 쉽지 않겠는데? 등에 벌써 땀난다.

재중이 형이 엄살은 아니고.

진짜 위험했다는 뜻일 테다.

문제는 저런 마법진이 하나도 아니고 계속 아래쪽에서 준비가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녀석.

설마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던 게 저 마법진들을 준비한다고 그랬던 건가?

아마도 한참 전부터 몸은 회복되었는데 일부러 맞아주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순간.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

이 녀석 봐라?

<주호> 형, 녀석이 또 모습을 감췄어요.

<불멸> 어? 아…… 오케이. 접수.

내 말뜻을 바로 알아들은 재중이 형이 가르가 주니어를 위로 세워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지금 눈에 보이는 저 아크 드래곤은…….

시야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정확하게는.

고개를 좌로 돌리자 꽤 떨어진 장소에 안개가 기묘한 방향으로 흔들리는 게 걸려들었다.

재중이 형 역시 그때쯤 발견했는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불멸> 이것 봐라? 그 사이에 튀었어?

<주호> 네, 마법진이 저렇게 쌩쌩하게 돌아가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아무리 황실 비공정과 제국성의 방어포가 제대로 명중 안 된다고 해도 피해가 계속 생기기는 할 터.

그런데 지금 바닥에 돌아가는 저 마법진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이 녀석이 또 튀었다는 거지.

더미만 남겨놓고.

그러니 아무리 두들겨도 피해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무슨 방법으로 계속 빠져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더미 스킬을 봉쇄하지 않으면.

보통의 방법으로는 녀석을 잡아두기 힘들 것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퀼라스 주니어의 고개를 돌려 뒤로 빠져나왔다.

흐음.

뭐.

이것도 나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바로 전사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형, 비에른 자작에게 말해서 지금 포격 좀 해달라고 할 수 있어요?

<방패전사> 응? 벌써?

<주호> 아, 그건 아직 아니고요. 방금 쐈던 장소로 포격 좀 해보라고 하세요. 가급적이면 좀 넓게 퍼트려서요.

<방패전사> 넓게? 그러면 더 안 맞을 건데?

<주호> 아, 맞추는 게 아니라. 눈을 좀 가려야 해서.

<방패전사> 그거야 어렵진 않아. 집중해서 쏘는 게 어렵지. 막 쏘라고 하면 더 좋아하겠네.

전사 형의 말이 맞다.

정확히 맞추는 게 몇 배나 어렵지.

명중을 고려하지 않고 쏘면 너무 쉬우니까.

내 말이 전달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포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번에는 아주 먼지를 크게 일으킬 요량으로 거리를 완전히 벌려서 터졌다.

콰앙!

콰아앙!!

누가 보면 눈감고 쏘는 건가 싶을 정도의 명중률.

그렇게 다시 한 번 흙먼지가 비산하자 일대의 시야가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불멸> 응? 무슨 생각이야? 이 폭발들은?

<주호> 형, 아까 녀석 위치 확인했죠?

<불멸> 했지.

<주호> 그럼. 가서 좀 괴롭혀주죠.

<불멸> 호오. 이 녀석 봐라?

신난다는 듯 재중이 형에게서 대답이 돌려오고는 곧 흐려진 시야를 타고 녀석이 숨겨져 있을 장소 근처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곧 레플리카 르아 카르테를 두 자루 꺼내들었다.

『 +15 레플리카 르아 카르테 (유일) <정령의 가호>

/ 출혈 105(85+20) 타격 70(50+20)

- 근력 +75

- 민첩 +92

- 마력 +81

- 신성력+60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악 성향 몬스터 타격 시 치명타 대미지 2000%

- 스킬 : 헤븐즈 스트라이크 LV.5

- 스킬 : 광화 LV.5

- 스킬 : 대천사의 가호 LV.2

- 스킬 : 그랜드 크로스 LV.2 』

내가 레벨이 낮을 뿐이지.

그렇다고 무기가 안 좋은 건 아니거든.

아퀼라스 주니어를 서서히 녀석의 뒤쪽에서 접근시켰는데 녀석은 아직 날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아니.

발견했더라도 모른 척해야 할 걸?

더미 스킬을 유지하려면.

뭐 눈치 채더라도 상관없다.

난 이미 움직였으니까.

【 이중 가속! 】

빠르게 아퀼라스 주니어를 날려 녀석의 뒤쪽으로 쏘아 들어간 뒤 아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것도 녀석의 머리 바로 옆으로.

【 대천사의 가호! 】

광휘의 번쩍이는 날개가 내 뒤에서 뻗어 나오고.

동시에 내 두 손에 들린 레플리카 르아 카르테가 녀석의 눈 바로 옆을 지나갈 때.

사정없이 두 검을 녀석의 눈에 박아 넣었다.

푸욱!!

푸욱!!

“뒤져!”

【 그랜드 크로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