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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48화 (1,036/1,404)

#1048화 아크 드래곤 몰이 (2)

우리가 애써 이전 세대의 영웅이었던 레온 브라이더에게 일부러 접근하려 했던 건.

그 방법이 에센시아 제국 내부로 들어갈 확률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영웅의 곁에서 머물며 그를 도우면 자동으로 제국에 합류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레온 브라이더와 상황과 능력이 좀 다르긴 해도.

어쨌든 지금은 통곡의 벽이라는 비에른 자작과 손을 잡은 상태다.

거기다.

지금은 그보다 더 윗줄인 에센시아 제국의 황녀와도 인연을 만들었다.

그것도 상당히 우리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에센시아 제국의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덕분에.

지금은 황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일할 수 있게 되었고.

뭐 이런 우호적인 관계도.

일단은 저 아크 드래곤이라는 녀석이 죽어줘야 하겠지만.

슬쩍 제국 중앙성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역사가 너무 많이 바뀐 것 같죠?”

아크 드래곤이 급발진한 덕분에 이전 역사의 이 시점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았던 초유의 황족 탈출 사건이 벌어졌다.

기억하기로 원래 역사는 지금쯤 영웅 후보들을 모아서 성마전쟁에 나선 병력을 지원하는 이벤트가 일어나고 있었지 아마.

그 와중에 다른 왕국에서도 강제 차출이 생기고.

제국과 왕국 간의 트러블이 일어나는 시점이었다.

거기다 오늘.

이른바 황족 살해 사건이 일어나 에센시아 제국이 발칵 뒤집히는 날이기도 했다.

원래 역사와는 완전히 달라진.

그야말로 개판이 된 상황.

재중이 형도 이마를 살짝 짚으며 웃어버렸다.

“수습이 되려나?”

그런 재중이 형을 보면서 나 역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마…… 안 되겠죠.”

이미 원 역사가 어떻게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망가졌다.

황제는 도망갔고.

왕족들 역시 같이 토끼고.

황자와 황녀들도 제국을 포기하고 다 날랐다.

거기다 고개를 돌려 어딜 봐도.

에센시아 제국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재중이 형이 손으로 이마를 쓸어올리면서 미소지었다.

“그럼 그냥 즐겨.”

“하하…….”

즐겨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판이 다 엎어졌다는 건.

그만큼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있다는 뜻이려나.

마침 궁금한 게 있어서 고개를 돌려 챠밍에게 물었다.

“혹시 황녀 중에 잠시라도 황권을 잡은 이가 있었어?”

내 물음에 옆에 차분히 자리를 지키던 챠밍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뭔가를 떠올렸는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없었어요.”

“하아. 그럼 우리가 역사를 뒤집긴 확실히 뒤집은 거네.”

아니.

정확히는.

이제부터 뒤집을 생각이다.

다시 한 번 챠밍을 보면서 물었다.

“저 황녀가 황권을 잡으면 문제가 될까?”

그 말에 챠밍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네. 그것도 아주 많이?”

“역시 그렇지?”

“1 황자 쪽에서 아주 칼을 갈 거예요. 일단은 유력한 황권 순위를 가진 황태자니까.”

“영웅이기도 하고?”

“그렇죠.”

1 황자.

이 녀석은 그야말로 영웅의 표본과도 같은 녀석이었다.

황금의 사자라고 하던가?

어렸을 때부터 영웅을 기운을 타고나서.

본인의 무력 자체도 출중한데.

심지어 정치적인 감각과 지도력 역시도 탁월했다.

이미 휘하에 주요 기사단을 끌어들여서 거대한 세력을 구축 중이기도 했고.

가장 큰 문제는 이건 본인의 힘으로만 이룩했다는 점이었다.

녀석을 밀어주는 세력은 따로 있음에도.

뭐 아예 영향이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일단 녀석을 받쳐주는 세력은 제국 제일의 무력을 가진.

건국 공신인 공작가였다.

모계 쪽의 집안이기도 하고.

당연히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힘을 빌려올 수 있었다.

지금의 시대는 성마전쟁의 시대였다.

다른 단점이나 문제가 있더라도.

강력한 무력이 모든 것을 답을 해줄 수 있는.

딱 이 녀석이 좋아할 만한.

그런 상황.

무엇보다 1 황자다.

계승권 싸움으로 가면.

이쪽에선 전혀 승산이 없는 게임일 것이다.

녀석이 구축해놓은 세력이나 계승 구도 등을 다 고려해봤을 때.

심지어 제국 시민들의 우호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

만약 지금처럼 아크 드래곤이 쳐들어와서 억지로 피난 가야 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정말 찔러볼 구석이 하나도 없는 녀석이겠지.

3 황자도 뭐.

철혈의 제왕이던가?

아직 후계 자리싸움 중인데도 무려 제왕이 붙는 녀석이었다.

채 스물이 넘기도 전에 무려 3개의 적대 왕국을 이미 자신 아래 복속시켜 버린.

그야말로 전쟁에 미친 괴물.

만약 이 3 황자가 1 황자보다 먼저 태어났다면.

제국 역사가 꽤 많이 바뀌었을지도.

아무튼 3 황자는 1 황자가 가장 신경 써서 견제하는 세력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반대편의 제국의 돈줄을 죄고 있는 공작가를 3 황자가 쥐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무력이 밀리냐고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3 황자 역시도 영웅이다.

그것도 아주, 아주 강력한.

사실 제일 무서운 게.

돈 많고 쎈 놈이지.

어떤 의미에선.

1 황자보다 이쪽이 더 문제일 지도.

2 황녀는...

마법 쪽에서 미친 재능을 타고 난 괴물이고.

원 역사에서 묘사하기로 마왕과 맞대결해도 이길지 모른다고 하는.

그야말로 위의 괴수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황녀다.

본인이 그렇게 강한데.

아래 끌고 다니는 마법사단이 또 어마어마하니까.

성격은 얼마나 또 독특한지.

황녀인데도 불구하고.

무려 마녀라는 특수한 닉네임이 붙었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하던가.

4 황자가 그나마 좀 평범한 축에 속하긴 하는데.

이쪽은 또 머리가 미친 듯이 좋다고 한다.

그것도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황자다.

이미 십 대에 제국의 재상 자리를 꿰차고 있는.

만약 지금과 같은 시대가 아니고.

제국이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었다 하면.

이 녀석이 가장 무서웠겠지.

물론 그 아래로도 수많은 황자와 황녀가 있다.

다 한 재능씩 하는.

하지만 앞의 네 명에 비하면 모두 하나둘 씩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2 황녀였으면 좋겠는데.”

“아, 그 대마법사 황녀요?”

“응. 하지만 아니겠지?”

내 말에 챠밍이 조금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2 황녀를 두고 갔을 리는 없잖아요.”

“역시 그렇지.”

무려 대마법사의 씨앗이다.

성마전쟁 중에.

황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2 황녀를 아크 드래곤의 먹이 삼게 두고 가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는 건.

결국 다른 황녀 중에 누군가라는 건데.

우리가 기억할만한 황녀 중에서는.

기억에 나는 사람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역사에 남은 이가 없다.

대부분 성마전쟁을 치르며 죽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니까.

비중을 따지자면 지나가던 7 황녀. 10 황녀. 15 황녀…….

이런 식이랄까?

잠시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멀리 있는 크레이터를 쳐다봤다.

뭐 일단은.

황녀를 키우든.

살리든.

저 아크 드래곤을 잡아놓고 볼 일이겠지.

현재 아크 드래곤은 지상에 추락한 상태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당연히 그 위로 에센시아 제국 비공정들이 계속 주포를 날리는 중이고.

옆에 선 재중이 형이 휘파람을 불었다.

“생각보다 연사력 좋은데?”

보통 저런 포를 쏘면 상당히 대기 시간이 있는데.

우리 생각보다는 훨씬 비공정의 주포 성능이 좋아 보였다.

콰과광!!

콰아앙!!

거기다 중앙성의 성벽에 달린 방어포에서도 아크 드래곤이 떨어진 크레이터를 향해 포를 돌려 연신 폭격을 퍼붓고 있었다.

이제껏 당한 것을 갚기라도 하겠다는 듯.

혹시나 지금 쏘지 않으면 아크 드래곤이 다시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겁먹은 표정의 병사들이 계속 눈에 들어 온다.

당연히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크레이터 주변의 흙먼지가 비산하여 시야를 어둡게 만들었다.

날아드는 먼지를 손으로 밀어내면서 재중이 형이 약간 찌푸린 채 말했다.

“꽤 화려하게 해주네.”

“그러게요. 전혀 앞이 안 보이게요.”

“급한 건 알겠는데 말이야. 이래서는…….”

재중이 형이 말을 살짝 말을 흘리는 건.

애초에 이 정도 수준의 폭격으로는 아크 드래곤이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전과 달리 아크 드래곤이 멈춰있기도 하고 어느 정도 폭격이 먹히고 있다고는 해도.

“네,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네요.”

제국 중앙성 포수들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시야.

비산하는 폭발의 구름 사이로 정확하게 아크 드래곤의 급소를 맞추는 건 꽤 어려워 보였다.

방어포가 강하긴 할 테지만.

그렇다고 아크 드래곤의 외골격 방어를 뚫어낼 정도는 절대 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강했다면 아크 드래곤은 벌써 추락했을 테니까.

지금도 그렇다.

간혹 가다 아크 드래곤의 동체를 맞추는 포격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근처에 떨어져 폭발의 여파만이 아크 드래곤의 신체를 두들기는 중이었다.

이건 저 하늘에 떠 있는 비공정들이 더 했다.

고정되어 있는 방어포가 이 모양인데, 공중에서 흔들리는 비공정의 정확도가 더 높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나마 연사력이 좋아서 꽤 많은 숫자의 포격을 하고 있긴 한데…….

재중이 형의 헛웃음 가득한 말투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실패의 기운이랄까.

“유효타가 거의 없어.”

틀린 말이 아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라.

현재 폭발과 먼지 때문에 시야가 상당히 가려져 크레이터 안이 보이지 않지만.

내 감각은 여전히 아크 드래곤을 쫓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각에서는 아크 드래곤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서서히 몸을 깨우고 있는 중이었다.

“슬슬 움직이네요.”

“빠르네.”

“꽤 시간이 지났잖아요.”

사실 이 정도까지 아크 드래곤이 쓰러져 있던 것도 워낙 리바운드가 커서다.

아마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고.

하지만 우리가 선뜻 달려들지는 못 했다.

저 눈먼 포격들에 우리가 죽을 수도 있는 노릇이라.

방어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저런 포격 속에서 버티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역시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는걸?”

“그렇죠?”

“어때요?”

“방어가 상상 이상이야. 정밀하게 포를 맞추지 않으면 외장갑을 뚫을 수가 없어. 빗겨 맞추는 것도 지금 확인해보니 죄다 튕겨 나가서 터지네.”

재중이 형이 가만히 구경만 하던 게 아니다.

거기다 제국의 비공정들과 성벽의 방어포를 쏘는 녀석들을 딱히 말리지 않은 것은.

아마도 아크 드래곤을 관찰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정확하게는 녀석의 방어력.

얼마나 맞아야 방어가 뚫리는가.

그건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녀석을 잡으려면.

“녀석을 무력화 시키려면 일반적인 포격으로는 대략 600여 발. 그것도 직격으로 맞췄을 때 가능할 테고. 잘 맞춰서 급소를 맞추면 확 줄어들긴 할 텐데…….”

“어렵겠죠.”

가만히 엎어져 있는 녀석도 이렇게 못 맞추는데.

직접 노리고 급소를 맞추는 건 사실 무리다.

아예 붙어서 싸우지 않는 이상에야…….

“무엇보다 이놈의 포격은 우리도 맞는다 말이지.”

“포격이 없이 잡아야 하는 건가요?”

“아니. 하지만 우리가 치고 들어갈 때랑 나올 때는 확실히 구분해야지. 이 포격의 화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으니까.”

“맞추기만 하면요.”

“그래.”

그때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나르샤 누나에게 물었다.

“나르샤. 명중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말에 나르샤 누나가 한 치의 고민 없이 대답했다.

“만약 맞출 실력이 모자란다면…… 거리?”

“정답.”

다시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내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 멍청이들이 멀리서 못 맞춘다면. 그냥 눈감고도 맞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되잖아.”

뭘 생각하는지 대충 알겠네.

아마 그건 우리 계획 중에서.

가장 어렵게 풀어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대신.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테고.

손에 힘을 꽉 쥐었다 펴면서 나 역시 웃어 보였다.

“그럼. 한 번 해보죠. 드래곤 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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