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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34화 (1,022/1,404)

#1034화 에센시아 제국 (13)

거의 반신반의했는데.

아직 흔적이 남아 있었어.

혹시나 우리가 오기 전에 사라졌으면 정말 난감할 뻔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듯 했다.

아퀼라스 주니어를 물체가 불쑥 튀어나와 있는 장소로 이동시켜 해제했다.

【 아퀼라스 주니어 소환 해제! 】

그러자 허공에서 아퀼라스 주니어가 사라졌고 주변에는 거대한 크레이터와 불타오르는 대지만 남았다.

《 강력한 화염 디버프 15단계 피해가 누적됩니다. 자리를 이탈하세요. 》

지상에 발을 들이자마자 바로 뜨는 시스템 메시지.

15단계나 되는 건가?

예전에 받아본 화염 디버프 최대치도 10단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아크 드래곤이 남기고 간 불씨조차 15단계의 피해를 누적시켰다.

그것도 녀석이 싸우고 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실제로 붙었으면 정말 끔찍했겠는데?

에센시아 제국의 함대가 한 방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디버프 피해가 이 정도인데 아크 드래곤의 스킬에 직격을 맞으면 그 피해가 어느 수준일지는 눈에 훤하게 들어왔으니까.

아크 드래곤 단독으로도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어쩌면…….

정말 오늘이 에센시아 제국이 멸망하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체력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얼른 남은 잔해를 찾아보았다.

단순히 잔해만 남은 건지…….

아니라면 뭔가를 더 남겼을지.

주변을 살피는 동안 재중이 형도 가르가 주니어를 타고 날아와 내 옆에 착지했다.

“있어?”

“네, 있긴 한데…….”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자 재중이 형이 살짝 눈을 찡그렸다.

“저거뿐이야?”

“모르겠어요. 워낙 넓어서 확인이 힘들어요.”

시간이 넉넉하다면 잔해를 따라다니며 본체를 찾을 수 있을 텐데…….

거기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또 있었다.

“보다시피 주변이 불구덩이라.”

거의 용암과도 같은 크레이터가 한둘이 아니었다.

발만 들여놓아도 바로 녹아버릴 것 같은.

아마 나나 재중이 형의 체력 선에서는 들어가자마자 죽어버리지 않을까.

특수한 화염 방어 무구가 있지 않는 한…….

아.

난 안 되도 형은 되겠지.

재중이 형도 피식 웃더니 곧 프로미넌스를 들어올렸다.

“여기는 내 몫이네. 잠시 기다려. 적어도 근처에는 있겠지.”

확실히 이곳에 파편이 있다는 건.

주변에 본체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난 하지 못하지만.

재중이 형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프로미넌스와 발록 풀 플레이트가 있으니까.

저 조합이면 어지간한 화염 대미지는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준은 된다.

뭐 아크 드래곤에게 직접 스킬을 맞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녀석이 남기고 간 용암 정도는 버티겠지.

“크레이터들을 살피고 오는 동안에 너도 주변을 둘러봐.”

“네. 발견하면 연락해요.”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아예 크레이터의 용암들 사이로 몸을 날려 사라졌다.

흐음.

역시 괜찮으려나?

약간의 불안함은 있었지만.

곧 재중이 형의 체력이 전혀 깎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안심했다.

다른 것은 됐다.

딱 하나만 발견하면 돼.

어차피 타이탄과 아크 드래곤이 싸울 때 우리가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기에 녀석들에게서 나올 드랍템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

흐음.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한 대라도 쳐둘 것을 그랬나?

만약 타이탄과 아크 드래곤을 한 대씩 쳐두었으면 지금쯤 바닥에 드랍템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주인 없는.

드랍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이템이 프리로 풀리기도 하고.

우리가 완전히 죽이진 않더라도 관여만 하면 어떻게든 드랍 권한을 획득할 수 있다.

뭐 전투에서 이긴 아크 드래곤이 대부분의 습득 권한을 가지고 있긴 하겠지만.

어차피 녀석이 드랍템을 주워갈 일은 없으니까.

그럼 자연스럽게 남은 아이템은 전부 우리에게 루팅 권한이 돌아온다.

예전에도 이런 시스템 허점을 이용해서 두 네임드의 아이템을 싹 쓸어먹은 기억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만약 둘의 전투에 끼어들어 한 대라도 치려고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을지도 모르지.

근처에 접근하기도 전에 죽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관심을 끌었다가 녀석들이 죽자 살자 쫓아오기라도 했다면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아크 드래곤만 해도 잠시 멀리 스쳐 지나간 우리를 뒤쫓아 올 정도로 인지 범위와 집착이 강한 녀석인데.

드랍 템이 다소 아쉽긴 해도.

목숨과 바꿀 정도는 아니다.

특히 이 이벤트 상황 속에서는 더욱.

한 번만 죽어도 아웃인데.

고작 드랍템 좀 먹어보겠다고 목숨을 날릴 순 없지.

좀 아쉬울 뿐이다.

아주 조금…….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몇 개의 흔적을 더 발견했는데 내가 찾으려던 것은 보이지 않았다.

타이탄이 크기는 크네.

이 정도로 분해가 되었는데도 본체를 못 찾다니.

일단 찾기만 하면 되는데.

유저에게 죽은 게 아니니까 어떻게든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라지니까.

그렇기 때문에 재중이 형과 그렇게 급하게 날아온 것이었다.

타이탄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한참을 뒤지다가 멀리 있을 재중이 형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제 형에게 맡길 수밖에.

곧 바깥쪽은 없다고 형에게 연락을 하려던 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이렇게는 못 찾겠는데?

<주호> 역시 그래요?

<불멸> 어. 시야도 좋지 않고. 몇 개 파편을 찾긴 했는데. 그게 전부다.

흐음.

이젠 시간도 없는데.

<주호> 형, 안 되겠어요. 마지막 방법을 쓰죠.

<불멸> 그거 하려고?

<주호> 네, 둘이 찾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이쪽이 나을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팀을 찾아서 데리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만약 그랬다면 제 시간에 이곳까지 날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 더 남아있었다면.

강제로 발동된 방어전으로 빠져나오지도 못 했을 테지.

시작하자마자 바로 빠져나온 게 오히려 우리에겐 도움이 되었다.

연락을 끝낸 뒤 바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인벤 구석에 있는 몇 개의 아이템들을 바닥에 꺼내놓았다.

그다음에는 스킬 목록을 넘기면서 하나의 스킬을 찾아냈다.

“이걸 여기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 시체 부활 Lv.5 』

- 부활하는 시체의 지속 시간이 20% 증가

- 부활하는 시체의 근력이 20% 증가

- 부활하는 시체의 체력이 20%

.

.

- 시체 부활에 들어가는 마력이 20% 감소

분명히 전에 챠밍이 네임드를 부활시키는 걸 옆에서 봤었다.

그때는 네임드를 부활시키는 걸 보고 꽤 놀라워하며 웃어넘겼지만.

지금 같으면 절대 아니지.

챠밍이 한 번 보여 주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여기까지 날아온 거니까.

곧 시체 부활을 시전하니 주변으로 어떤 특수한 파장이 흘러나갔다.

시체 디텍딩.

스체 부활은 죽어 있는 몬스터를 찾는 기술이 먼저 선행된다.

그렇게 찾아낸 몬스터를 확인하고는 원하는 몬스터들을 부활시킬 수 있고.

분명히 아직은 뜰 거야.

일단 찾기만 하면 된다.

가까운 곳에서 발견이 되지 않아 넓은 범위로 파장을 넓혀가자 내 마력이 줄줄 세기 시작했다.

이래서 정말 안 쓰려고 했는데.

시체 부활을 하려면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일반 모스터도 아닌 네임드를 부활시키려면 기존의 마력보다 더 높은 수치가 필요하고.

챠밍도 아슬아슬하게 부활시켰는데 내게는 더 힘든 일이지.

하지만 내게는 몇 가지 꼼수가 존재했다.

바로 테르타로스와 르아 카르테.

이 두 개의 무기가 있으면.

한 번에 마력만을 엄청나게 늘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지력도 마찬가지.

보통의 유저들은 절대 불가능한 일도.

난 가능하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보니 어느 순간 하나의 점이 반짝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

오직 하나의 점.

그건 이 근처에서 죽은 몬스터는 딱 하나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주호> 형, 거기서 북서쪽으로 1분 거리요.

<불멸> 오케이. 잘 했다.

아쉽게도 용암 지대 안이라 내가 들어갈 방법이 없어 재중이 형이 먼저 달려 나갔다.

그리곤 곧 반가운 연락이 왔다.

<불멸> 용암 속에 아주 파묻혀 있잖아? 이러니까 못 찾지.

<주호> 꺼낼 수 있을까요?

<불멸> 무리. 가르가로 끌어올리려고 해도 이 덩치는 안 돼. 애초에 체급 자체가 달라서. 용암 속이기도 하고.

확실히 가르가 주니어는 일단 비행체라서 체격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날개를 펼치면 커 보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길이가 그렇다는 거고.

서로의 무게를 고려하면 절대 끌어올리지 못한다.

굳이 끌어올리려면 이쁜소녀의 베히모스 쪽이 훨씬 나을 텐데…….

정말 시간만 충분했다면 다 데리고 오는 건데.

<주호> 어떻게 하죠?

<불멸> 뭘 어떻게 해. 내 갑옷 네가 입고 들어가야지.

<주호> 아! 그 방법이 있네요.

얼마 뒤 재중이 형이 나오더니 내게 발록 풀 플레이트를 벗어 던져 주었다.

“흔적을 찾는다고 너무 지체했어.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가봐.”

“네.”

딱히 서로 말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듯 재빠르게 아이템을 바꾸고는 발록 풀 플레이트로 변경했다.

《 발록 풀 플레이트가 화염 디버프 15단계를 저항합니다. 》

《 발록 풀 플레이트가 화염 디버프 피해를 상쇄합니다. 》

하.

역시 네임드 템.

이래서 게임은 템으로 하는 거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갑옷을 바꿔 입자마자 그간 들어오던 화염 피해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기회만 있다면야.

정말 천금을 주고도 사고 싶은 템이다.

화염 피해가 사라지자 바로 용암 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연히 용암 안에서도 피해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쭉 잠수해 들어가니 멀리서 느껴지는 진득한 기운과 함께 비활성화 되어 있는 곳에서 스멀스멀 뻗어 나오는 한 줄기 검은 기운의 오오라가 보였다.

바로 오오라 앞에 가서 손을 뻗자 시스템에 녀석의 프로필이 올라왔다.

《 타이탄의 시체 흔적 》

확실하네.

그리고 바닥을 보자 거대한 동체가 반쯤 묻혀 있었다.

비록 드랍템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하나는 챙길 수 있었다.

가슴 언저리의 반짝이는 붉은 보석.

그곳을 르아 카르테와 테르타로스로 강하게 내려찍자 바로 부서지면서 하나의 아이템이 떠올랐다.

『 타이탄의 핵 』

좋아.

잔해뿐이지만 이미 약해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부위 파괴를 하는데는 내 낮은 힘으로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살아있었다면 절대 이렇게 캐지 못했을 테지.

그렇게 몇 번 더 근처의 중요해 보이는 곳을 두들기자 몇 가지 아이템이 더 부위 파괴되었다.

아마 재중이 형은 먼저 발견한 파편들을 깨부수고 있으려나?

아니나 다를까.

시간을 빠듯하게 쓰는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불멸> 이쪽은 몇 개 건졌다.

역시 재중이 형.

무려 아크 드래곤과 맞짱 뜨던 녀석인데.

재료의 등급은 아마도 최상급일 터.

타이탄의 잔해에서 부위 파괴로 재료만 좀 얻어도.

그걸로 충분히 좋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만 있다면.

기존의 것을 월등히 뛰어넘는.

그런 아이템도 무리는 아니다.

드랍템이 없는 건 아쉽지만.

이거라면 이미 우리가 여기까지 온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엎어놓은 에센시아 제국이라는 거대한 밥상을 다시 원래대로 차려놓을 수 있는.

아니.

위기상황인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터.

후.

제발 한 번에 되자.

흥분된 기색을 억지로 속으로 갈무리 하며 녀석을 향해 침착하면서도 잔잔한 목소리로 명했다.

“일어나라. 타이탄.”

【 시체 부활! 】

나와 함께 이 판을 한번 뒤집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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