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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15화 (1,003/1,404)

#1015화 고대 마수의 탑 (9)

재중이 형이 좋다고 할 정도면 어지간한 녀석 정도로는 안 될 건데?

지금 내 쪽에서 마신의 무기 중에 하나인 마검을 얻었다는 걸 알면서도 불렀다는 건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소리다.

혹은 그에 준하는 뭔가이던가.

마신의 무기와 비등할 정도의 무기가 과연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마신의 무기?

곧바로 감각을 집중해서 주변의 흐름을 하나씩 몸으로 끌어들였다.

그러자 곧 내 주변으로부터 점점 파장이 멀어지며 가로막고 있는 벽들과 그 사이에 있는 길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10…… 20…… 30…….

그렇게 점점 거리를 벌려가면서 우리 팀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를 몇 개 찾아냈다.

흐음.

재중이 형은 꽤 먼데?

내가 달려온 방향과 정반대의 방향.

거리도 상당히 멀다.

아마도 저기까지 가려면 시간 소모가 좀 있을 듯했다.

<주호> 가려고 했는데 형이 꽤 멀리 있어요.

<불멸> 그래?

<주호> 네, 아마 마지막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불멸>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내가 배달 갈까?

배달?

재중이 형이 자신의 무기를 찾는 것도 시간이 걸릴 텐데.

굳이 배달까지 오겠다는 건가?

역시 이러면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주호> 혹시 마신의 무기라도 찾은 거예요?

솔직히 마검은 내가 다루기에는 꽤 불편함 점들이 존재했다.

일단 이 녀석 자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내 손에 들어온 게 아니다.

지금이야 소멸되기 싫어서 내 손에 있지만.

이 마검을 들고 싸우다보면 언제라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내 체력이 상당히 빠져 있을 때.

갑자기 이 녀석이 뒤통수를 친다던가 하는.

손 쓸 틈도 없이 체력을 빨아들여서 내가 죽거나 혹은 신체의 주도권을 가져가면 최악이지.

마신의 무기이니 만큼 잘 쓰면 좋겠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무기다.

이건 그간 가진 무기들 중 가장 다루기 껄끄럽고 페널티가 많은 무기일 거다.

재중이 형은 이런 상황을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차하면 그냥 르아 카르테로 흡수하고 버리라고 했었지.

그러니까 그 위험성만큼은 재중이 형도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아이템이라…….

분명히 사용하는데 페널티가 적은 어떤 무기를 찾아냈을 지도 몰라.

<불멸> 어,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다. 이 녀석도 비밀 공간을 통해 찾아냈거든.

<주호> 여기 생각보다 비밀 장소가 많은 것 같네요.

마왕 바이카르 이 녀석.

대체 얼마나 많은 무기를 이곳에 숨겨놓은 거지?

생각해 보면 그 마왕 바이카르의 보좌관인 데보라가 마왕 녀석을 말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숨겨둔 무기가 하나같이 미친 무기들이다.

밖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단 하나만 들고 나가도 바로 서버 최강 소리를 들을만한 무기들이 즐비한데.

그걸 생판 모르는 녀석들이 찾아내서 가져간다고 하면.

아마 내가 데보라라고 하더라도 뜯어 말렸을 것이다.

아님 마왕 바이카르의 멱살이라도 잡던가.

절대 주면 안 된다고.

<불멸> 이쪽은 그냥 뒷걸음치다가 쥐잡은 셈이라. 벽을 짚었는데 그냥 쑥 들어가지더라고.

<주호> 의외로 되게 허술하네요.

나르샤 누나 때도 그렇지만.

이건 대놓고 쉽게 가져가라고 문을 활짝 열어둔 느낌이랄까.

만약 나 같았으면.

온갖 비밀 장치들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방어를 해두거나.

혹은 복잡하게 습득 경로를 꼬아두었겠지.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마왕 바이카르가 내 쪽에 편의를 주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다 넘겨줄 생각은 아니겠지만.

정말 넘겨주기 어려운 물건은 고이 모셔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녀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건.

내게 르아 카르테가 있다는 점.

거기다 금속의 정령까지 있고.

어떤 식으로 숨겨두던가 상관없이 이곳 창고를 전부 들쑤시고 다닐 수도 있었다.

뭐 시간만 넉넉하다면 말이지.

<주호> 어떤 무기인데요?

<불멸> 일단은 어둠 속성을 찢어발길 수 있는 무기랄까.

<주호> 혹시 신성 쪽 무기에요?

이상하네.

이곳 비밀 창고는 마왕 바이카르의 공간이다.

그런데 신성 계열의 무기가 있다고?

그것도 숨겨진 상태로?

뭐 누군가가 들고 가면 위협이 되니 숨겨놓았다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도 굳이 마왕 바이카르가 신성 계열 무기를 그대로 놔두었을 리가 없다.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주호> 아까 마신의 무기라고 하지 않았어요?

<불멸> 어, 그랬지.

<주호> 그럼 어둠 계열 무기 아니에요? 아무리 속성이 좋아봐야 서로 상쇄하는 수준일 건데.

같은 속성들끼리는 붙으면 어차피 서로 상쇄해 버리고 끝난다.

그중에서 좀 더 강한 무기와 약한 무기가 있을 뿐.

오히려 반대 속성의 무기가 더 치명적이지.

지금 우리가 가야 하는 고대 마수의 탑 역시 어둠 계열의 몬스터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는 어쨌든 마계니까.

거기다 마왕 바이카르 마왕성의 전용 사냥터이기도 하고

어둠 계열 무기 중에 꽤 좋은 녀석이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되긴 할 테지만.

그럼에도 효용성이 신성 계열 무기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불멸> 아, 그게. 이 녀석은 좀 특별해.

<주호> 특별하다고요?

<불멸> 어, 무려 어둠 속성을 잡아먹는 특성이거든.

<주호> 그런 것도 있어요?

<불멸> 나도 처음 알았다. 이런 물건이 있는 줄은.

들어 보니 재중이 형이 와보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둠 속성을 잡아먹는 특성이라니.

정확한 건 아직 모르지만 듣기만 하면 어둠 속성이면서도 신성 속성 같은 효과를 내는 형태의 무기일 지도.

그때 내 옆에서 나와 재중이 형의 말을 듣고 있던 금속의 정령이 끼어들었다.

“헤에, 그게 여기 있어?”

“뭐지 알아?”

“응, 알아.”

아주 대놓고 안다고 말하는 금속의 정령을 보니 꽤 유명한 물건일 거라는 예감이 팍팍 들었다.

“어떤 건데?”

“어둠을 먹는 용의 심장으로 만든 창이야.”

“용이라고?”

“응.”

그러면서 금속의 정령이 내 손에 들린 마검을 가리켰다.

“쟤가 마검이면. 걔는 마룡.”

끙.

어째 하나같이 마가 들어가네.

어쩌면 페널티가 없는 게 아니고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마신의 무기와 비교하면?”

애써 찾으러 갔는데 마검보다 좋지 않으면 그것도 낭패다.

그러자 금속의 정령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해주었다.

“으음, 마룡의 창이 저 마검의 힘을 먹어 치울 수 있는데?”

그 말에 순간 손에 들린 마검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라는 건가?

아님 맞아서 떠는 건지…….

“어둠 속성을 먹는다는 게 그런 뜻이야?”

“응. 정확하게 말하면. 어둠 속성 무력화.”

순간 머리에 뭔가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기네.”

“응. 사기 맞아.”

솔직히 난 이 마검도 사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체력을 퍼센트 단위로 깎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사기다.

그런데 어둠 속성을 무력화시킨다고?

신성 계열도 아닌 무기가?

차라리 신성 무기였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마신의 무기가 아닌데도 마신의 무기보다 무서울 수도 있겠네.”

“응. 당연해. 최상위 마룡은 이미 마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니까.”

어둠 속성을 무력화한다는 건 단순한 게 아니다.

속성을 방어하는 능력을 그대로 벗겨내 버린다는 거니까.

이건 몸에 두른 이중 방어구를 완전히 해체시켜 버리는 수준이다.

잘하면 어둠과 관련된 고위 스킬들까지 봉인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 가야 하는 곳이 고대 마수의 던전이라면.

더욱 효용성이 좋을 것이다.

말했듯이 어둠 속성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테니.

흐음.

마검과 마룡의 창이라.

하나같이 안 좋은 게 없네.

둘 중 뭘 고르더라도.

좋다.

그것도 너무.

잠시 둘 사이를 고민하다가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솔직히 검이었다면 한 번쯤은 더 고민해 봤을 법도 한데.

일단 창이라는 게 문제였다.

뭐 르아 카르테로 저 마룡의 창의 옵션을 흡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결국 옵션 중 두 개밖에 가져오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안 하니만 못하지.

그렇다면 결국 온전히 마룡의 창을 써야 할 텐데.

내가 창 역시 어느 정도 잘 쓸 수 있다고는 해도.

역시 주력은 검이었다.

게다가 검과 창을 동시에 들고 싸운다는 건 지금까지 쌓은 밸런스를 다 깨트리게 될 테니까.

하라면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이쪽은 효율성에서 그다지 좋지 못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보다 창을 더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은가.

<주호> 형. 그거 그냥 형이 쓰는 게 낫지 않겠어요?

혹시나 내 쪽이 마룡의 창을 쓰고 재중이 형이 이 마검을 쓰게 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마검 자체가 르아 카르테 때문에 겨우 제어가 되는 거니까.

재중이 형이 들었을 경우는.

절대 장담할 수 없겠지.

결국에 둘 중 하나만 들어야 한다면 마검은 내 쪽에서 들어야 한다.

그걸 잘 아는지 재중이 형도 대답했다.

<불멸> 네가 마검을 제대로 못 쓰게 되면 플랜 B로 생각해 보라는 거였지. 마검은 그냥 흡수해 버리고. 어차피 여기서 들고 나갈 수 있는 아이템은 하나뿐이니까.

<주호> 그렇긴 하죠.

딱 하나밖에 없는데 들고 나갈 거라면.

좀 더 사용하기 편한 녀석이 나을 것이다.

<주호> 그런데 역시 이 녀석은 제가 아니면 안 될 거예요.

어쨌거나 난 이 녀석을 들고 나갈 운명인 것 같았다.

마검을 내려다보면서 웃자 그걸 아는지 녀석도 부르르 떨리던 게 멈추었다.

“쫄기는. 안 버리고 간다. 그리고 피 맛 좀 보게 해준다고 했잖아.”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다시 웅웅 울리는 마검을 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최소한.

이 녀석은 확고한 목표가 있는 이상에야.

당분간은 철저하게 복종하는 척 할 것이다.

그 다음은 모르겠지만.

그때 돼서 정 안 된다 싶으면 어디 용암에라도 처박아 버리던가.

피닉스가 있다는 곳도 괜찮을 듯 하고.

금속의 정령이 내게 물었다.

“그래서 마룡의 창은 안 쓸 거야?”

“뭐 재중이 형이 쓰면 되니까. 꼭 내가 다 쓸 필요는 없잖아.”

“우웅. 아쉽다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금속의 정령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너…… 그거 마룡의 창을 못 먹어봐서 그러는 거지?”

“아니야!”

“맞네. 뭐. 나중에 재중이 형한테 말해서 복사시켜 줄게. 본품만큼은 아니겠지만. 그거라도 괜찮으면…….”

“약속했다아?!”

혼자 신나서 허공을 빙빙 도는 녀석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얘도 참 미식가라니까.

물론 나 역시 좋다.

금속의 정령이 많은 무기를 먹으면.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이번 기회에 더 없이 많은 복사 무기들로 포식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곳 비밀 창고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건 금속의 정령일지도 모르겠다.

<주호> 다른 사람들은 좀 찾았어요? 가급적이면 비밀 공간에 있는 아이템들이면 좋을 것 같은데.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의 대답이 돌아왔다.

<불멸> 음, 아직 나르샤 말고는 딱히. 아마 기존에 찾은 것들로 가야할 것 같아.

흐음.

일단.

재중이 형은 마신의 무구에 버금가는 마룡의 창.

나르샤 누나는 영웅의 무기인 무형시의 활.

다른 사람들도 그에 준하는 무기를 얻으면 좋을 것 같은데.

꼭 그게 아니더라도 악세도 괜찮다.

하지만 시간 내로 비밀 장소를 찾는 건 어려울 터.

잠시 숨을 고르고 난 뒤.

좀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감각을 계속 끌어올려 완전히 개방했다.

남은 시간.

숨겨진 녀석들을 죄다 찾아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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