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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11화 (999/1,404)

#1011화 고대 마수의 탑 (5)

내게 금속의 정령이 있다는 걸 깜빡했다.

정령왕 이프리트의 혼과 정령왕 나이어드 반지를 금속의 정령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정말 소환시킬 수 있어?”

내 물음에 잠시 금속의 정령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응.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말은 완전히 반대의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안 돼.”

“여기서는?”

“응. 이곳에서는 정령을 불러 올 수 없어.”

문득 이상한 점이 생각나서 물었다.

“넌 지금 나왔잖아.”

그러자 금속의 정령이 내가 들고 있던 르아 카르테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여기에 있으니까.”

아.

그런 거였나?

금속의 정령은 르아 카르테를 본진으로 삼고 있기에 이런 특수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나올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곳 마왕 바이카르의 특수한 창고에서는 당장 저 정령왕들의 아이템들을 쓸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럼 여기서 나가면?”

내 말에 금속의 정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쓸 수 있어.”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시선을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도 난감한 듯 웃어 보였다.

“결국 그것들을 들고 나가야 쓸 수 있다는 거잖아.”

“네, 누군가는 한 개씩 들고 나가야 한다는 거죠.”

안 그래도 아이템 한 개의 제한밖에 없는데.

이 아이템들에 한 개씩 소모하기에는 아까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정령왕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 일반적인 아이템들과는 효용도가 다르기는 할 테다.

고민되네.

무기 아이템들을 포기하고 정령왕의 아이템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가.

뭐가 되었든 결국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정말 마왕 바이카르에게 가서 절이라도 할까요? 아이템 더 달라고?”

이건 진심이다.

이런 아이템들을 전부 놓고 가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될 것 같았으면 진작 줬겠지.”

“역시 그렇죠?”

역시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만.

일단 정령왕의 아이템들은 후보군에 넣어두기로 했다.

디아블로 심장과 정령왕의 아이템.

어느 쪽이나 포기하긴 힘드니.

후.

일단 다른 것을 마저 살펴봐야겠지.

시간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니까.

야누비스 스태프는 대흑마녀 스태프와 달리 결계와 관련된 능력을 가진 스태프였다.

기존의 스태프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스킬과 옵션들을 가진 스태프.

막내별도 아마 이런 능력들을 보고 들고 온 것 같았다.

“꽤 특이하네요.”

일정 결계 안에서 아군의 공격력을 높인다던가.

혹은 방어력, 회피력, 크리티컬, 명중률 등 다른 능력에 대한 버프를 줘서 올릴 수 있는.

거기에 적의 능력을 깎는 능력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특수한 보조 계열의 아이템이랄까.

일단 여기까지는 그저 보조 정도의 성향이 강했는데.

가장 큰 장점은.

이걸 중첩해서 올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옵션 하나하나마다 별개로.

각각의 스탯을 따로 쌓을 수 있으니까.

그냥 결계 안에서 싸우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강해져 있고.

적은 약해진다.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빛을 발하는 아이템이려나.

“사냥보다는 레이드에서 좋겠네요.”

보통 레이드를 뛰면.

적게는 몇 십 분.

길게는 한 시간이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이 야누비스 스태프를 한 명만 들고 있으면…….

레이드의 난이도가 대폭 내려가게 될 것이다.

공수 모두.

막내별도 진가를 알아봐서 기쁜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죠?”

“네, 이 정도면 보조 계열에서는 끝판왕 같아요.”

재중이 형도 야누비스 스태프를 보더니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확실히 도움 되겠네.”

“뭐 문제는…… 다음 것도 좋다는 거죠.”

그리고는 파우스트 완드를 봤다.

이건 솔직히 막내별의 성향에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무려 몬스터의 체력을 갉아먹으면서 흡수한 체력을 다시 아군에게 나눠주는.

그야말로 미친 아이템.

심지어 마력까지 흡수해서 가지고 와서 역시 마찬가지로 파티원들에게 분배해 줄 수 있었다.

거기다 그렇게 가져온 체력과 마력으로.

배리어까지 만드는 건 보너스고.

앞에 야누비스 스태프가 보조 계열 끝판왕이라면.

이건 그냥.

사기다.

재중이 형도 아 파우스트 완드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건 사기네.”

“네, 사기죠.”

근접전에서 체력과 마력을 뺏는 것도 아니고.

원거리에서 뺏어서 나눠줄 수 있다니.

누가 이런 사기 아이템을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지만.

미친 것도 이정도면…….

욕 먹을 정도다.

막내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두 개 고민한다고 가져온 거죠?”

“네, 어때요?”

“솔직히…… 둘 다 좋네요. 어떤 걸 선택하든 상관없이.”

둘 중 뭘 선택하든 파티에 도움되는 건 똑같아.

어느 쪽이 효율이 더 좋냐고 물어 본다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할까?

레이드를 중시한다면.

야누비스 스태프일 테고.

모든 상황에 대처하려면 파우스트 완드 쪽이 좋을 수 있었다.

물론 파우스트 완드도 마력을 흡수해서 나눠줄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보면 레이드에도 좋을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야누비스 스태프는 결계 안에서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점 정도?

반대로 파우스트 완드는 체력과 마력 흡수에 있어 분명히 한계점이 존재했다.

쓸 수 있는 한도가 있다는 거지.

결국.

상황에 따라 봐가면서 스위칭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형, 차라리 파티원을 꾹꾹 눌러 담아서 올 걸 그랬어요.”

정말 아쉽다는 내 표정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버렸다.

“나도 이럴 줄 알았나.”

만약 진작 이런 걸 알았다면.

억지로라도 숫자를 불려서 왔을 거다.

한 사람당 하나의 아이템을 들고 나갈 수 있으니.

지금 들고 온 아이템들만 해도 이런데.

다른 아이템들까지 다 하면…….

이미 이쁜소녀와 전사 형은 아이템들을 찾아 창고를 완전히 뒤집고 있었다.

나와 재중이 형은 아직 시작도 못 했는데 말이지.

이런 식이라면.

계속해서 좋은 아이템들이 나올 터.

막내별을 보면서 말했다.

“뭐가 더 마음에 들어요?”

“모르겠어요.”

이쪽도 복잡하구만.

솔직히 야누비스 스태프와 파우스트 완드를 챠밍이 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대흑마녀 스태프를 포기하더라도.

그만큼 아이템들이 좋다.

재중이 형이 그런 아이템들을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직 우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나와 재중이 형은 그냥 산책하듯이 아이템들을 둘러보기만 할 뿐.

아직 한 가지 아이템을 정하지는 않았다.

다 좋으니 뭐…….

“상위 네임드 템으로 가면 확실히 다르네요.”

“어, 얘들 풀리면 진짜 난리날 거다. 그간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이 전부 폐기 처분될걸?”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르아 카르테, 테르타로스, 라페르나 같은 아이템 정도가 아니면.

그리고 영웅의 아이템 정도?

이 아이템이 풀리면 딱 그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다.

전신이 가진 그 빛으로 된 대검.

함께 다니는 지아라는 여성이 가진 라지 쉴드.

이쁜소녀의 진(眞) 토르.

몇 개가 더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까지가 한계다.

결국 챠밍과 막내별은 좀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뭔가의 아이템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르샤 누나는 단 하나의 아이템만을 가지고 왔다.

“골랐어요?”

“응. 난 너무 쉽네?”

“그래요?”

이 많은 아이템들 중에 고르기 쉽다는 말은.

그만큼 다른 아이템들보다 저 아이템이 압도적으로 좋다는 뜻일 거다.

그게 아니라면 무기의 위력이나 능력치를 무시할 정도로 효용도가 좋다던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선택지가 없어 이번에는 마음 편하게 나르샤 누나가 가져온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재중이 형은 나르샤 누나가 가져온 아이템을 살펴보자마자 바로 휘파람을 불었다.

대체 옵션이 어떻길래 저러지?

“휘유…… 이거 어디서 가져왔어?”

“저기 안쪽에 비밀 문 있던데?”

비밀 문?

다들 비밀 문은 생각도 못 했는지 나르샤 누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난 뭐…… 잠시 등을 기댔다가 열려서 알아냈지만. 그냥 찾으려면 힘들걸?”

“하긴 이런 비밀 창고에 특수 장소가 없는 게 더 이상하지.”

“근데 안에 이거 하나밖에 없었어.”

“아마도 각각 따로 있는 모양이군.”

저건 비밀 장소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뜻일 거다.

문제는 남은 시간 안에 그걸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인가.

비밀 장소라는 말에 챠밍과 막내별도 흥미를 보였다.

둘 다 찾으러 갈 생각인 듯했다.

지금 아이템들도 충분히 좋은데 말이지.

그때 재중이 형이 내 쪽을 보면서 말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나르샤가 가져온 활. 이거 유일 등급이다.”

“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그 활을 확인해 봤다.

그리곤 깜짝 놀라 말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이걸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설마 영웅의 무구?”

“어. 미쳤네.”

지금까지 유일 등급이 붙은 아이템은 죄다 영웅의 무구 혹은 이벤트 성 아이템들이었다.

내가 가진 아이템들 중 드래곤 슬레이어 정도가 예외랄까.

발루딘 같은 이벤트 템은 아예 유일-이벤트가 붙어 있고.

그리고 지금 이 아이템은 이벤트성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럼 예외인 무기거나 영웅의 무구인데.

설명을 보면…….

그냥 영웅의 무구였다.

이거, 그냥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나.

“너무 입수 난이도가 낮은 것 아니에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너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

그런 재중이 형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 여기 마왕성이었죠.”

그것도 마계 서열 1위의 마왕성.

심지어 비밀 창고 안.

입수 난이도로 치면.

그간 얻은 아이템들은 오히려 쉬운 셈이려나?

르아 카르테 같은 경우도 초기에 얻었고.

물론 성장시키는 난이도가 개판이긴 하지만.

단순히 입수 난이도로 치면 이 녀석이 최고긴 했다.

그리고 어떻게 이게 영웅의 무기냐를 알아보았냐면…….

특성이 비슷한 무기를 이전에 한 번 봤었기 때문이었다.

“전신이 가진 무기하고 비슷하네요.”

“어, 그 녀석 거랑 흡사하지.”

비슷하긴 한데.

다른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건 바로.

“화살이 형태가 없다니. 이런 건 처음 봐요.”

그 말에 나르샤 누나가 환하게 웃어보였다.

“신기하지?”

“네, 이거 모르고 있으면 그냥 눈앞에서도 맞아죽겠는데요.”

무형시.

그게 이 활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여기 있는 것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아이템뿐이겠지만.

이 영웅의 무기는 그 결을 완전히 달리했다.

“무슨 마왕성 안에 영웅의 무기가 있어요.”

“그러니까.”

나르샤 누나와 서로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마왕이 이런 무기를 보관해 뒀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자기 목을 죄는 무기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마왕의 수집욕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르샤 누나가 최강의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휴, 좋은 무기가 너무 많네요.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하나뿐인데.”

그리곤 옆에 잔뜩 쌓인 아이템들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때.

뭔가 생각났는지 나르샤 누나가 의외의 말을 했다.

“어? 넌 아니잖아?”

“네? 그게 무슨?”

그러더니 의미심장하게 나르샤 누나가 웃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뭘 고민하고 있어? 그냥 다 복사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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