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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70화 (958/1,404)

#970화 대천사의 가호 (5)

이 녀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마계를 침략한 천사라고?

그리고 마왕 스티어가 말하기 무섭게 바로 퀘스트 메시지가 떴다.

《 서브 퀘스트 : 마왕 스티어의 천사 수색 의뢰. 》

- 마계에 침략한 천사의 흔적 조사.

- 마계에 침략한 천사를 포획.

- 퀘스트 보상.

마왕 스티어와의 우호도 상승.

실패 시 우호도 하락.

설마 퀘스트까지 뜬다고?

일단 단순한 수색 의뢰이기는 한데.

퀘스트 내용을 살펴보다가 조금 인상을 썼다.

이건 애초에 성공할 수가 없는데?

마왕 스티어가 데려오길 원하는 천사(?)는 지금 여기 있으니까.

내가 천사라고 나서지 않는 이상에야.

어이가 없어서 재중이 형을 바라보았다.

<주호> 형, 이놈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요?

녀석의 착각을 바로 잡아주려면 지금이라도 가능은 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내가 대천사의 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이건 절대 무리지.

직접 사용해 보고 느끼는 거지만.

이 대천사의 검이라는 건 마왕이란 존재에게 그대로 카운터로 적용될 수준이었다.

그런 물건을 내가 들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 자체가 마왕 스티어의 의심과 견제를 불러온다.

아직은 마왕 스티어를 써먹어야 하니 이건 불가.

퀘스트 실패로 우호도가 좀 깎이는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불멸> 흠, 아무래도 일이 좀 꼬인 것 같다.

잠시 생각을 하던 재중이 형이 다시 말을 이었다.

<불멸> 그리고 문제는 당장 이 녀석의 착각이 아니야.

그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역시 형도 같은 생각인가.

<주호> 다른 마왕들 말이죠?

<불멸> 어, 이 녀석이야 그냥 좀 착각하고 넘어간다고 쳐도 다른 녀석들은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지금까지는 마계 외곽이라 그런지 딱히 마왕 스티어를 신경 쓰는 마왕들은 없어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말이지.

그런데 이런 상황에 천사가 갑자기 나타난다?

이건 다른 마왕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시아트 마왕성과는 관련은 없다고는 해도.

이 부근을 다른 마왕들이 신경을 쓴다는 것 차제가 문제다.

마왕 스티어를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천사를 왜 찾으려고 하는 거지?”

“왜라니? 마왕이 마계를 침략한 천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나?”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녀석을 보고는 다시 물었다.

“정말 단순히 천사를 찾기 위함인가?”

조금씩 스며드는 위화감.

생각을 조금만 해봐도 이 의뢰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니.

애초에 왜 우리에게 이런 의뢰를 하는 거지?

NPC가 유저에게 퀘스트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굳이 왜?

시아트 마왕성의 지분을 좀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우리가 마왕의 병력인 것은 아니었다.

찾으려고 했다면 오히려 마왕성의 병력을 풀어서 조사를 해야 정상인 것 아닌가?

원래부터 정해져 있던 뭔가의 퀘스트 라인이라면 이해가 갈 법도 했지만.

아직 천계가 제대로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천사가 마계에 들어와 있는 것도 너무 뜬금없는데.

그걸 느낀 마왕이라는 작자는 우리에게 그 천사를 찾아달라고 한다라…….

누가 봐도 지금의 제의는 너무 이상하잖아?

그때 옆에 있던 재중이 형이 뭔가를 눈치챈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왕 스티어에게 떠보듯이 물었다.

“혹시 천사와 따로 자리를 만들고 싶은 거냐?”

움찔.

재중이 형의 찔러보는 저 말에 순간 마왕 스티어의 후드 속 어둠이 흔들리듯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저건 당혹감인가?

방금 재중이 형이 한 말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 될 수도 있었다.

마왕이 천사를 찾는 이유가.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속셈이 있다는 걸.

여긴 마왕 스티어의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녀석들이 들을 일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서 있는 우리가 듣는 셈이니.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군.”

또 다른 일렁이는 어둠의 흔적.

아마 저 녀석이 리퍼 계열의 어둠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면 주먹을 불끈 쥐면서 시선을 돌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그런가?”

그 반응이 답이 되었는지 재중이 형은 더 이상 물어보는 것을 멈추었다.

마왕 스티어도 대답만 하지 않았을 뿐.

어떻게 보면 확답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슬쩍 재중이 형이 날 보더니 입가를 올리며 말했다.

<불멸> 저 녀석.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놈이었네.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재중이 형을 보니 저 녀석이 조금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평범한 녀석에게는 아예 흥미를 가지지 않으니까.

다시 마왕 스티어를 보고 물었다.

“일단 천사만 데리고 오면 되는 건가?”

재중이 형의 물음에 마왕 스티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뭐 그렇다고 해두지.”

잠시간의 침묵.

이건 아마도 서로의 이해를 따지지 위한 시간이려나.

재중이 형의 말에 따르면 마왕 스티어는 온전한 상태의 천사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해가 되었다.

왜 우리에게 천사를 찾으라고 했는지를.

자신의 세력으로 천사를 찾으면 무력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그동안은 붙을 일이 없어서 그렇지.

마왕과 천사 사이에는 아마득하게 깊은 골이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두 세력이 만나면?

답은 이미 뻔하게 나와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 마왕 스티어에게는 또 다른 패가 있었다.

바로 우리라는 존재.

기본적으로 인간은 마계나 천계에 속하지 않는 중립에 걸쳐져 있었다.

그 중간을 메워 주기에 우리는 꽤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었다.

다른 마왕들은 가지지 못하는 이점.

그걸 마왕 스티어는 적극 활용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정말 천사와 자리를 만들 생각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 천사의 존재가 그랜드 크로스를 쓴 나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곤란하긴 한데.

딱히 나쁜 상황은 또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으려나?

보통의 마왕들이 가지기 힘든 생각을 가진 마왕.

꽤 큰 변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굉장한 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멸> 일단 허락해.

<주호> 네.

마왕 스티어를 보고는 답을 주었다.

“알았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천사의 행방은 우리가 찾겠다.”

“좋군.”

그리고 한 마디 말을 더 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몸 성하게 데리고 오도록 하지.”

녀석은 대화를 하려는 거지.

두들겨 패오라는 말은 아닐 테니까.

녀석도 흡족한지 다시 어둠이 일렁였다.

이번에는 잔잔하게 흔들리는 걸 봐서는 아마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아, 그런데 다른 마왕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지금 가장 걸리는 것.

그랜드 크로스를 써서 이끌린 다른 마왕들의 행동이 문제다.

내 말에 잠시 멈칫했던 마왕 스티어가 말을 꺼냈다.

“내 쪽에서 어떻게든 막아 보도록 하겠다.”

“막아 본다고?”

전혀 뜻밖의 이야기.

정말 그게 가능한 건가?

만약 녀석이 다른 마왕을 제대로 막아 주기만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완전 땡큐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은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불멸> 아무래도 이 녀석. 자기 영역이라고 우길 생각 같은데?

<주호> 그래요?

<불멸> 마왕들에게 마왕성과 그 일대는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잖아. 그래서 전에 마왕 벨라와 마왕 아르곤이 영역을 놓고 그렇게 부딪혔고. 다른 마왕이 자신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오는 걸 방관할 녀석은 없을 거다.

<주호> 하지만 이 녀석은 세력이 너무 약한데…….

<불멸> 그렇다고 당장 적대적인 마왕이 있는 것도 아니지.

겉으로 보기에는 마왕 스티어는 아직 적대 세력은 없었다.

물론 어딘가 속해 있는 진형도 없는 게 문제긴 해도.

어떻게 보면 마계 내에서 중립에 가까운 포지션이라고 해야 하나?

곧 다른 마왕들이 손을 내밀긴 할 테지만.

<불멸> 오히려 그런 포지션이 이 녀석에게는 더 도움이 될 거다. 새 마왕을 끌어들이려는 세력 쪽에서는 대놓고 적대를 하진 못 할 테니까.

<주호> 시간이 꽤 있다는 말이네요.

<불멸> 만약 이 녀석이 한 진영을 택해 버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재중이 형의 말에 마왕 스티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은…….

아마 어느 한 곳도 택하지 않을 것이다.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불멸> 꽤 야망이 큰 녀석이니까.

확인차 마왕 스티어를 보면서 물었다.

“어떻게 막을 생각이지?”

아니나 다를까.

“마왕은 고유 영역이 있다. 대놓고 들어오진 못해.”

“그렇다고 해도 오랫동안 막을 순 없을 텐데?”

“그러니까 빨리 일을 해야겠지.”

우리를 노려보듯이 눈빛을 보내는 녀석.

이건 압박인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표시를 녀석 나름대로 한 셈이다.

흠.

우리도 보험은 들어야겠어.

“만약 우리가 찾기 전에 천사가 다른 마왕의 영역으로 가버린다면?”

잠시 고민을 하던 녀석이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죽여라.”

《 보조 퀘스트의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

죽이라는 말과 함께 보조 퀘스트의 조건이 좀 수정이 되었다.

쓸 수 없는 패는 아예 없애버리라는 건가.

충분히 이 녀석이 생각할 법한 이야기이긴 했다.

위험 부담을 그만큼 안고 가는 중이니까.

이쪽은 생각을 좀 해봐야겠지.

이즘에서 이야기를 돌렸다.

“요즘 마왕성에 사람들이 꽤 들어왔던데?”

“지분을 가진 녀석들의 세력 말인가.”

단순히 지분을 가진 유저뿐만 아니라 길드나 연합까지 모두 마왕 스티어의 허가 안에 마왕성에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마왕들이 봤으면 기겁할만한 장면이기도 했고.

“흠, 덕분에 마왕성에 돈이 돌고 있다.”

돈이 몰리는 곳에 자연스럽게 물자도 따라 돌기 시작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고.

유저들이 풀어 대는 막대한 자금으로 지금 마왕성은 그 어떤 때보다도 활기가 차 있었다.

아마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다른 마왕성에 버금가는 자금력을 갖추게 될 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도는 자금의 상당수는 마왕이 세금으로 먹으니까.

“안 그래도 몇몇 녀석들이 알현을 요청하더군.”

“너와 직접 이야기 하겠다고?”

혹시 전신인가?

아니면 다른 녀석들?

마왕성에 발을 담군 녀석들 중 대부분은 마왕과 인연을 맺길 원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마왕과 대화할 수 없으니까.

이건 전에 베르테니아 마왕성에서도 있었던 일이었다.

그때야 내가 중간에서 다 커트해 버렸지만.

그 정도의 권한은 집사에게 충분히 존재했다.

마왕 벨라가 내게 전부 위임한 것도 있었고.

흠.

녀석들의 돈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마왕 스티어가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때 마왕 스티어가 마치 웃음기가 가득하게 일렁이면서 내게 말했다.

“그래서 자리를 마련했지.”

“뭐?”

그러자 연회장의 문이 열리면서 익히 아는 녀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뭔가를 눈치 챈 재중이 형이 쓰게 미소를 지었다.

<불멸> 호오, 스티어. 이 녀석 봐라? 일단 보험은 들어두겠다는 거지?

우리 외에 다른 녀석들을 끌어들인 건 안 봐도 뻔했다.

재중이 형 말대로 마왕 스티어는 우리와 꽤 다른 생각을 가진 듯했다.

마왕 스티어.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생각이 없는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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