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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65화 (953/1,404)

#965화 다시 찾은 마계 경매장 (7)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전혀 몰랐을 옅은 빛이 반짝이자 바로 손을 들어올렸다.

사회자가 곧 새로운 가격을 공시했다.

「 16000코인 나왔습니다! 」

솔직히 난 저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이 확실한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테르타로스가 반응을 했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베팅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화련이 의아한 듯 물었다.

“사려고?”

“네.”

“저게 꽝이면 돈 날리는 거야.”

우려 섞인 화련의 목소리.

화련이 돈이 많다고 해도 허튼 곳에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화련이 보기에 내 지금의 행동들은 충분히 이상해 보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베팅할 예정이 없었다.

갑작스런 내 모습에 재중이 형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

“뭔가 있어?”

확신을 가질 만한 무언가.

인벤에서 테르타로스를 반쯤 꺼내 보였다.

곧 VIP 전체에 영롱한 붉은 색채가 차기 시작했다.

마치 깜빡거리는 신호등처럼 뭔가를 알려오는 딱 그런 불빛의 점멸.

“호오, 이거냐?”

“네. 해볼 만하겠죠?”

테르타로스가 이제껏 어떤 아이템에도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저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에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그와 관련된 것이라면…….

“마신의 파편 쪽이겠네.”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같은 경우는 이미 르아 카르테를 봐서 잘 알고 있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반응해서 의사를 알리는.

고유 무기들의 특성.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테르타로스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괜히 엿 먹이는 건 아니겠지?”

“그럼 대장간에 녹여버려야죠.”

내 말의 뜻을 아는 건지 몰라도 순간 테르타로스가 부르르 떨었다.

한편, 테르타로스를 꺼내자 화련이 뭔가를 떠올리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

“그 검. 처음 보는데 되게 익숙하다?”

화련의 말에 순간 뜨끔했다.

분명히 내 위장 캐릭인 윈을 살폈다고 했었지.

언젠가 한 번은 테르타로스를 봤을 수도 있으려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꺼내서 쓰진 않았으니 화련이 알 수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했다.

“잠수 타고 몇 달 만에 꺼내는 건데 처음 보는 게 맞아요.”

“흐응…… 내가 잘못 봤나?”

화련이 뭔가 떠올리기 전에 재빨리 테르타로스를 인벤에 집어넣었다.

무서운 사람은 바로 옆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게 마신의 파편이라는 거야?”

“네, 보통은 이런 형태는 아니고요. 그냥 정말 파편처럼 생겼죠.”

“검은 아니고?”

“음, 굳이 말하자면 제련을 해야 한달까.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요. 저 같으면 검이겠죠.”

“헤에, 그거 좋네. 마신의 파편, 나도 좀 구해주면 안 될까?”

무기 수집가.

정확하게는 검 수집가인 화련이 방금의 테르타로스를 보고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밤하늘을 닮은.

보고 있으면 넋을 놓게 되는 무기라 더 그렇고.

수집 욕구가 철철 넘치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이런 점은 정말 순수한 느낌이었다.

“직접 구해드리진 못해도…… 혹시 마왕성을 차지하게 되면 또 모르죠.”

“뭐야 그게…… 결국 마왕을 잡아야 한다는 거잖아.”

과연 화련이 마왕을 잡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럼 넌 어떻게 얻었는데? 마왕을 잡은 것도 아니면서.”

실제 지금까지 마왕이 잡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음…… 받았다고 해두죠.”

정확히는 몰래 빼돌린 거지만.

화련이 그것까지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망하기도 했고.

“칫, 좋은 건 혼자 다 가지네. 됐어. 나도 마왕 죽이고 얻을 거야.”

그 당찬 모습에 재중이 형이 웃음 지었다.

“자. 가격 또 올라간다.”

내가 16000을 부르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 이상의 가격은 힘든지 다들 멈칫거리면서 경매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그러다 누군가가 다시 가격을 올렸다.

“16500코인!”

500씩 올리는 것을 봐서는 딱히 더 이상의 여력이 없어 보였다.

“17000코인!”

잠시 기다렸다가 가격을 올리자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마왕들도 침묵해버렸다.

아무리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이 가격은 정말 도가 지나친 가격이었다.

마왕성을 통째로 팔아먹지 않는 이상에야.

만약 마왕 스티어가 이 광경을 봤으면 기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장 돈이 없어 허덕이는 마왕이 보기에 지금의 돈 지랄은 다른 세상 같아 보일 테니.

여기 있는 마왕들과 마왕 스티어의 격차랄까.

정면에서 치고받으면 마왕성이 날아가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워낙 외지라 다른 마왕들이 눈독을 안 들여서 그나마 다행이지.

「 17000 코인! 더 없으십니까? 이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은 아무 때나 나오는 물건이 아닙죠. 다시는 구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만이 이 물건을 살 최고의 기회입니다. 」

마치 홈쇼핑의 매진 전에 외쳐대는 호스트들의 간드러진 목소리처럼.

계속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있었으나 이 경매에서 더 이상 뽑아낼 코인은 없어 보였다.

좀 더 대박이 터지기 원했던 경매자는 이내 시들해진 표정으로 경매의 마침표를 찍었다.

솔직히 피닉스의 알처럼 공인된 아이템이 아닌 물건을 이 정도까지 비싼 값에 팔았으면 경매장에서는 흔히 말하는 잭팟을 터트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저렇게 실망한 투라니.

대체 얼마나 욕심이 넘치는지 모르겠네.

「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은 17000 코인에 158번 손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

슬쩍 고개를 돌리자 우리를 안내했던 안내인의 입가에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런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생각지도 못했던 잭팟을 내가 두 번이나 터트려줬거든.

이전에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도 그렇고 이번의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도.

경매장 최대가를 갱신하는 가격들.

안내인에게 인센티브가 떨어지는 걸 생각해 보면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안내인의 태도가 아주 극진하게 변했다.

“아이고, 손님. 이렇게 거물이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더 필요하신 것은 없습니까?”

이젠 뭐든 요청만 하면 다 가져다주겠다는 의사를 역력히 피력하자 잠시 뭔가를 떠올렸다.

“플레이트 계열 방어구와 라지 쉴드, 해머나 배틀 액스, 스태프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거기다 악세서리 목록도요.”

이건 경매에 나올 아이템 카탈로그를 다 내놓으라는 말이었다.

“하하…… 당연히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이전 같으면 한 번쯤은 튕겼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일절 거절이 없었다.

“아, 그리고 혹시 아다만티움도 있나요?”

아다만티움이라는 말에 안내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혹시 어디에 쓰시려는 건지…….”

“용도까지 말해야 하나요?”

내 서늘한 말투에 안내인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다만 마계 경매장에서도 정말 특별히 관리하는 품목이라…….”

“그래서 못 판다?”

<주호> 있긴 있나 보네요.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안내인의 반응을 봐서는 확실하게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불멸> 여기서 사게?

<주호> 네, 퀘스트를 통해서 구하기에는 너무 힘들잖아요.

<불멸> 돈으로 구할 수 있으면 최상이긴 하지.

“아다만티움은…… 현재 재고가 없습니다. 아마 다음 경매에도 올라오지 않을 겁니다. 요즘 마계 지저에서 변고가 생겨 채굴량이 너무 줄어들어서…….”

“그래요?”

으음.

어쩐다.

아다만티움이 없으면 당장 마신의 파편을 구하더라도 그 이상은 진행할 수가 없게 된다.

“이전에 나온 물량은 다른 분이 싹 쓸어 가셔서…….”

“하아. 어쩔 수 없네요.”

후다닥 사라지는 안내인을 보며 재중이 형이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아다만티움은 구하기 힘든데 말이야.”

“네, 뭐 그렇죠.”

“그럼 특수템들은 포기?”

“음, 정말 좋은 게 나오면 또 모르겠는데…… 이젠 여력이 없어요.”

안내인에게는 꽤 아쉬운 말이겠지만.

지금 같은 잭팟을 다시 올리긴 힘들었다.

이젠 다른 마왕들이 쓸어 가는 걸 두고 볼 수밖에.

그보다는 우리 팀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는 쪽에 더 신경 쓰기로 했다.

아다만티움은 그나마 정보를 얻었으니 다행인가.

분명 안내인이 마계 지저에서 채굴을 한다고 했으니 그쪽으로 알아보면 어떻게든 몇 개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묘한 표정을 한 화련이 날 보면서 물었다.

“아다만티움이 필요해?”

응?

화련이 이걸 왜 물어보는 거지?

“네. 필요하기는 한데…….”

“흐응. 내가 몇 개 가지고 있는데 말이야.”

“그래요?”

“전에 경매장에서 나온 거 몇 개 주워 놨어. 생각보다 구하기 힘들더라고.”

그냥 주워놨다니…….

한 개도 비싸서 함부로 사기 힘들 텐데.

음.

화련은 딱히 상관없으려나?

남는 게 돈인 사람이라.

“내가 줄까?”

“네?”

“아다만티움. 그거 내가 줄까 물어보잖아.”

그 여유로운 모습에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공짜는 아니겠죠?”

“응, 공짜는 아니지.”

“그럼 얼마에…….”

“내가 돈이 필요해 보여?”

아니다.

화련은 딱히 그런 돈을 받지 않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럼…….

당연히 다른 쪽이겠지.

그것도 아마 쉬운 미션은 아닐 것이다.

“뭘 원하는데요?”

내가 물어오자 화련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저 웃음이 제일 무서워.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화련이 미소 지으면서 요구사항을 말했다.

“마신의 파편. 나도 구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하는데?”

“마신의 파편인가요…….”

“응, 네 말대로 마왕을 죽여서 얻을 수 있으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말이 쉽지.

마왕성을 차지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강력한 연합을 가진 전신조차도 바로 앞의 마왕성을 어떻게 하지 못 해서 멈춰 있는데.

“알다시피 당장은 힘들어요.”

“응, 나도 알고 있어.”

아다만티움은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예 거래조차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걸 구하려면 마계 경매장.

혹은 난이도 높은 퀘스트 정도가 전부였다.

잠시 재중이 형을 바라보니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마신의 파편은 어떻게든 구할 수 있어.

<주호> 뭐 그렇죠.

남들이 알지 못하는 방법이 있으니.

굳이 마왕을 죽이지 않더라도.

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잠시 머릿속에서 주사위를 굴리다가 화련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조건 받기로 하죠.”

“정말? 약속했다?”

“하아, 정말 못 이기겠네요.”

조만간 마신의 파편을 털러 가야겠네.

돌아온 안내인이 준 정보를 토대로 몇 개의 아이템을 더 구매하고는 마계 경매장을 나왔다.

안내인의 극진한 배웅을 받으며.

“꼭 다시 오십시오! 저를 찾아주시면 됩니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웃었다.

“쟤 허리 90도 꺾인 거 봐라.”

“하하…….”

비공정에 올라타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하나씩 아이템들을 나누어 주었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 하게 변해서 내가 준 아이템들을 살펴보았다.

“공짜 아닌 거 알죠?”

그러자 다들 웃어 보였다.

“자, 그럼 돌아가죠.”

마왕성을 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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