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2화 다시 찾은 마계 경매장 (4)
휘황찬란한 경매장의 단상에서 경매인이 호언장담하며 방금 올라온 물건을 자랑하고 있었다.
「 이 물건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한 달에 딱 한 번만 열리는 정령계에서 마계 탐사대를 갈아 넣어 겨우 구해온 정말 귀중한 물건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고대의 정령들의 눈물을 모아 만들었다는 정령계 최고의 보석 중에 하나이죠. 그 값어치는 모두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정령계의 물건이기 때문에 마계나 천계 할 것 없이 모두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효능은 말 안 하셔도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격은 500코인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안내인의 설명이 나오자 금속의 정령이 바쁘게 내 눈앞을 날아다니며 내게 재촉했다.
“저거~! 저거!”
금속의 정령이 가리키는 물건의 이름은.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
경매장에 올라온 물건은 마치 눈물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형태를 가진 기묘한 빛을 발하는 보석이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빛이 계속 변하는.
마치 경매장의 빛을 전부 흡수해 다시 원하는 색을 발하는 듯한 보석이라 그런지 다들 관심이 많은 듯 바로 금액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500코인.”
“600코인.”
“700코인.”
.
.
시작부터 500코인.
단순히 관상용으로 사기에는 그 가격이 과한 면이 있었다.
이곳이 마계의 실세들이 모이는 마계 경매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1000코인.”
“1500코인.”
.
.
계속 가격이 올라가는 걸 보면 어지간히 가격이 올라가도 포기할 생각들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미리 정보를 입수했나 보네요.”
우리처럼 미리 아이템 정보를 산 녀석들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 가격을 올려대는 녀석들은 그들 중 하나라는 뜻이고.
“살 거야?”
화련이 물어보자 시선을 내 앞에 날아다니는 녀석에게 맞추면서 대답해주었다.
“이 녀석이 사라잖아요.”
“정령…….”
금속의 정령을 본 화련의 눈에 뭔가를 갈구하는 빛이 감돌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얘는 팔 수 없어?”
막상 물어보는 화련도 딱히 기대하고 물어보는 건 아닌 듯했다.
화련의 말에 금속의 정령이 바로 허리에 손을 올리면서 받아쳤다.
“흥! 난 모든 금속의 어머……!”
내가 바로 금속의 정령의 입을 막아 버리자 화련이 못마땅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얘는 못 팔아요. 귀속이라.”
얘를 살 때 돈을 얼마나 들였는데.
무려 15000코인.
그땐 정말 미쳤다고 질렀었지.
아니다.
화련은 그 돈을 그냥 낼지도 모르겠다.
입술을 삐쭉 내민 화련이 불만을 토했다.
“칫, 넌 왜 그렇게 귀속이 많은 거야?”
“그러게요.”
사실 팔 수 있어도 팔면 안 된다.
고대 정령의 가호를 받으려면.
그리고 금속의 정령 덕에 얻은 마신의 파편이라던가…….
지금 생각해보면 금속의 정령을 얻은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곧장 금속의 정령을 보면서 물었다.
분명 아까 안내인은 세 가지 아이템에 주목하라고 했었지.
『 벼락 맞은 찢겨진 날개. 』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
이 셋 중에 하나가 나오자마자 금속의 정령이 사라고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좋은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한 용도는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아이템인지 알아?”
금속의 정령에게 물어보니 바로 대답이 나왔다.
“진화할 수 있어!!”
“진화?”
“응, 진화! 정령들의 등급을 더 올릴 수 있어! 하급은 중급으로. 중급은 상급! 상급은 최상급!”
“그럼 최상급은?”
그 이상도 가능한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금속의 정령에게 들려온 말은 뜻밖이었다.
“정령왕!!”
그 말에 암흑상인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에……!”
이 물건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 암흑상인이 몸으로 바로 보여주었다.
흐음.
정령왕이라…….
이건 좀 끌리는데?
아무래도 금속의 정령은 정령이다 보니 저 물건의 용도를 확실히 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가격을 올리는 녀석들은 이 아이템의 효능을 알고 사려는 건가?
안내인도 정확히 모르는 걸 보면 저들도 딱히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 같은데 말이야.
저들도 정령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혹시나 해서 암흑상인에게 물어보았다.
“저들이 사려는 이유가 정령 때문이야?”
“흠, 몇몇 마왕들은 그들을 도와주는 정령과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원소 계열 정령이 제일 많겠지만 가령 흑정령이나 저주나 독에 관련된 정령도 있겠죠.”
“뭔지 알고 산다는 거네.”
그럼 경쟁이 붙을 것은 눈에 봐도 뻔했다.
쉽지 않겠는데.
바로 금속의 정령을 보고 물었다.
“너도 가능해?”
전에 금속의 정령은 딱히 등급이 없는 걸로 들었다.
그런 나의 우려는 금속의 정령의 대답으로 바로 날려 버렸다.
“응.”
“후. 그럼 무조건 질러야겠네.”
이렇게 된 이상 고민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의 가격은 점점 올라 어느덧 5000코인까지 올라갔다.
일단 총알을 많이 준비해 오기는 했는데…….
꽤 부담되는 가격이네.
이번의 목표가 봉인 해제 템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지금의 베팅은 잘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계속 가격이 오르더니 7000코인에 가서야 멈췄다.
“이 정도까지 가격을 올리는 건 최상급 정령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죠?”
재중이 형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저렇게 올릴 필요가 없겠지.”
정령왕.
그 등급의 정령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결코 아까운 돈이 아니었다.
마왕마다 격차가 있겠지만 동급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예전에 발록이 최상급 불의 정령을 가지고 있었지 아마.
그럼 발록에 준하는 전력이 하나 더 생긴다는 뜻이니.
쓰기에 따라서 정말 엄청난 위력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가격은 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최상급 정령을 가지고 있다면.
그때 옆에서 화련이 갑자기 놀랄 말을 내뱉었다.
“저거 내가 살까나?”
“네?”
“나도 정령 하나 키워 보려고. 최상급 정령 구하면 바로 정령왕이 된다는 거잖아.”
“으음, 이번에는 양보하시죠?”
화련이 끼어들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라갈 건 뻔하다.
잠시 나를 쳐다보던 화련이 봐줬다는 듯 미소 지었다.
“흥, 앞으로 잘해.”
“네네. 받들어 모셔야죠.”
휴.
최강의 경쟁자가 물러났다.
그런데 금속의 정령이 진화하면 뭘 할 수 있는 걸까.
“넌 정령왕이 되는 거야?”
말해 놓고도 이상한 감이 있었다.
금속의 정령은 하나밖에 없는데 왕이라고 하면.
“아니, 난 원래 왕이야!!”
“그럼 더 올라갈 데가 없는 거 아냐?”
내 말에 금속의 정령이 고개를 붕붕 저었다.
하긴.
된다는데 호칭이 중요할까.
“그럼 뭘 할 수 있게 돼?”
솔직히 궁금한 건 이쪽이다.
잠시 생각하던 금속의 정령이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나도 몰라.”
그걸 본 재중이 형이 말했다.
“흐음, 완전 도박이네.”
다른 정령들은 어느 정도 예상치가 나오는데 금속의 정령은 그게 아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저런 특수 아이템은 자주 나오지 않을 테니까.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금속의 정령의 등급을 올려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가격을 추가로 적어 올려놓았다.
“7500코인.”
한동안 가격이 정체되어 있었으니 아마 이 정도만 올려두면 손을 놓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올리기 무섭게 누군가가 가격을 다시 올려놓았다.
“8000코인.”
조금 의외다.
가격을 저 정도 올려놨으면 그냥 포기할 법도 한데.
적당히 줄다리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가격을 쭉 올리기로 했다.
“8500코인.”
이쪽도 포기할 수 없다니까.
그런데 반대편에서 다시 가격이 올랐다.
“9000코인.”
한 번에 또 따라온다고?
그러자 재중이 형도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이거 아무래도 마왕 쪽이나 다른 큰손이 끼어든 것 같은데?”
아직 다른 아이템들은 구경도 못 해봤는데 벌써 이 정도 돈을 쓰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물론 지분을 팔아먹으면서 공짜로 생긴 돈이라 부담이 없긴 해도…….
추가로 돈이 새는 건 불편한 일이다.
무엇보다.
난 다른 아이템들을 구해야 하는 판이라.
『 벼락 맞은 찢겨진 날개. 』라던가.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 같은 건 아직 구경도 못 해봤다.
이거 정말 질러야 하나?
잘못 하다가 다른 아이템은 손도 못 대 보겠는데.
“더 갈까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왔으면 가야지. 그리고 정말 누군가 최상급 정령을 정령왕으로 올릴 생각이라면 더욱더.”
“……다른 마왕일 수도 있다는 거네요.”
“전에 그 녀석일지도 모르지.”
마왕 서열 1위.
바이카르.
만약 지금 나와 가격 경쟁 중인 녀석이 그 녀석이라면…….
혹은 마왕 올펠이나 마왕 아르곤 같은 녀석일 경우에도 문제였다.
적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라.
최상급 정령을 거느릴 만한 존재가 솔직히 마왕 외에는 없다고 봐야 했다.
“후. 어쩔 수 없네요.”
곧장 다시 가격을 올렸다.
이번에는 따라붙지 못하게.
“10000코인.”
속이 쓰린 느낌이 들었지만.
적의 전력을 줄이고 우리 쪽의 전력을 올린다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이번 비공정으로 돈을 갈퀴로 쓸어 담지 않았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 방금 10000코인이 나왔습니다! 이전에 15000코인으로 고대 정령의 가호를 나온 지 이번이 세 번째 기록이군요. 」
두 번째는 뭔지 알겠다.
『 피닉스의 알. 』
심지어 저 피닉스의 알조차 내가 사들였었다.
한마디로 저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을 내가 사면 1위부터 3위까지 내가 기록함 셈이 된다.
이거 솔직히 내가 VIP가 되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기다렸다.
「 10000코인! 더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이 고객분에게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가 돌아갑니다. 」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반대쪽에서 반응이 없었다.
「 5. 4. 3. 2. 1. 낙찰되었습니다!! 」
카운트를 세고도 더 이상 오르지 않자 바로 내게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이 넘어왔다.
후.
진짜 이 정도까지 돈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리곤 바로 안내인을 호출했다.
“아이고. 부르셨습니까?”
오자마자 바로 읍소를 하는 걸 보면 내가 이 물건을 낙찰 받은 걸 아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기록적인 가격에 샀으니.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지금 물건 받아볼 수 있을까요?”
“바로 말입니까?”
“어차피 받을 거잖아요.”
“흠, 알겠습니다. 절차대로 하면 끝나고 드려야 하지만…… 고객님께는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안내인이 사라지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돈이 좋긴 좋네.”
난 속이 쓰렸지만.
곧 안내인이 다시 돌아와 내게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을 가져다주었다.
후.
이거 돈값 못하면 진짜 피눈물 나겠는데?
떨리는 손으로 금속의 정령에게 건네주었다.
날아갈 듯 정말 기쁜 표정을 보니 잘 산 것 같기는 하네.
“고마워!!”
《 금속의 정령이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을 흡수합니다. 》
《 금속의 정령이 상위 등급으로 진화합니다. 》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빛무리에 싸여 진화를 한 금속의 정령이 곧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자신의 모습을 둘러본 금속의 정령이 곧장 손을 내밀며 말을 꺼냈다.
“대천사의 검!”
“응?”
“그거 내가 풀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