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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61화 (949/1,404)

#961화 다시 찾은 마계 경매장 (3)

그런 녀석들이 있다.

마계에서도 건드릴 수 없는 재앙.

그리고 그 목록 위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 존재.

궁금한지 화련이 손을 내밀어 빙룡왕 시튜러스의 네임을 건드니 바로 경고음이 떴다.

《 현저한 레벨 차이로 인해 정보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

빙룡왕 시튜러스.

추정 레벨 900.

정보를 열람할 수 없어 새빨간 네임만 보이는.

아마 레벨이 더 오르고 언젠가는 열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한 녀석이었다.

재중이 형도 열람 불가를 확인하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현존하는 용의 끝판왕인가?”

“아마도요?”

당장 500대 네임드만 나와도 서버가 휘청거릴 판에 900대의 네임드라니.

물론 우리가 먼저 나서서 건드리지만 않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 녀석이 난동을 부릴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껏 레벨 차이가 나야지…….

이 녀석이 당장 돌아다니면 유저들의 터전은 바로 쑥대밭이 될 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려 시립해 있는 안내인에게 물었다.

“이 녀석은……?”

내 질문에 오히려 안내인이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마계의 고대 재앙 중에 하나입니다. 지저의 피닉스와 함께요.”

《 일부 고대 재앙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

《 레벨 상승에 따라 정보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한마디로 지금은 저 정보를 열어볼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뻘건 네임으로 되어 있는 정보들이 몇 개 더 존재했다.

아마도 이 녀석들은 안내인이 말했듯 전부 재앙으로 분류된 녀석인 모양이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요?”

“네,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많네요.”

다른 말로 이곳 마계에서 건들면 폭발하는 녀석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말이다.

그때 생각나는 게 있어서 하나의 정보를 짚어 안내인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이것도……?”

안내인이 내가 가리킨 정보를 보더니 이번에는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숨을 쉬더니 겨우 대답했다.

“……대천사의 무덤이군요.”

“얘도 재앙인가요?”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특급으로 분류된 지역입니다.”

그 말을 듣고는 재중이 형과 눈을 맞췄다.

재중이 형 역시도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의 재앙 중에서도 특급이라…….

우리가 보고 온 게 아주 틀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안내인이 기겁하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여긴 절대 가시면 안 됩니다.”

“왜 그렇죠? 혹시 봉인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들어가면 절대 살아서 나오지 못하는 곳이라서요.”

으음.

우린 이렇게 살아서 나왔는데 말이야.

그것도 대천사 루스에게서 검까지 빼앗아서(?) 나온 상황이었다.

『 +0 봉인된 대천사의 검 (?) (에픽)

/ 출혈 ? 타격 ?

- ?

- ?

- ?

.

.

- 조건이 맞지 않아 옵션을 볼 수가 없습니다. 』

생각난 김에 인벤을 열어서 잘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이것도 오랜만에 확인해 보네.

금속의 정령 말로는 이 녀석의 봉인을 풀려면 오버된 네임드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조건이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못 하게 만들어 놨을 정도.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놨나 싶기도 하고.

혹 아직 풀리면 안 된다던가.

사실 우리가 이 검을 얻은 것도 거의 요행에 가까웠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이 검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걸 얻어놓고도 쓰지 못하는 건 꽤 아쉬운 일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내인에게 물어보았다.

이곳은 마계 경매장.

마계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물품은 이곳을 통한다.

어쩌면…….

“혹시 마계 경매장에서 풀기 불가능한 봉인을 풀 수 있는 아이템들을 보유하고 있나요?”

“음, 봉인 해제에 관련된 아이템들 말입니까?”

“네, 뭐 일단은 그런 것들이죠.”

내 물음에 잠시 안내인이 뭔가를 떠올리는지 말을 멈추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내게 물었다.

<불멸> 봉인? 대천사의 검 때문이냐?

<주호> 네. 금속의 정령이 오버된 네임드를 잡아야 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거 무리잖아요.

당장 생각나는 건 발록과 뱀파이어 로드, 혹한의 얼음 여왕 같은 존재를 이 검으로 죽이라는 건데...

가능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녀석들이 목을 내어줄 리가 없다.

그보다 낮은 등급의 네임드를 오버 시켜서 죽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네임드를 오버시키는 것 자체가 더 어려운 일이라…….

뭔가 떠올리던 안내인이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흠, 그렇다면 마침 괜찮은 물건이 있습니다.”

“있나요?”

“정확히 찾으시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제가 불가능한 봉인을 약화시키는 물건이 이번에 입수되어 마계 경매장에 들어왔습니다.”

그 말에 나와 재중이 형이 다시 눈을 맞췄다.

<불멸> 잘 찾아온 모양인데?

<주호> 그러네요. 정말 풀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정말 대천사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재앙이라는 녀석이 걸어둔 봉인이다.

그런 봉인을 약화시킬 수 있는 물건이라…….

“어느 정도 수준의 봉인까지 쓸 수 있을까요?”

사실 종류가 맞지 않으면 아예 적용이 안 되는 게 아이템이라는 녀석이라.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물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내인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속삭였다.

“흐음, 손님들만 알고 계십쇼. 사실 이 물건은 대천사의 무덤을 일부 해제하기 위해 천계에서 가져온 물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안내인이 천계의 물건도 준비되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었는데.

“어떤 물건이죠?”

“흠흠, 경매 목록을 먼저 보여드리는 것은 절대 안 되는…….”

이건 마계에 관련된 정보를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경매 물품을 먼저 확인하려고 하는 거니까.

당연히 안내인 입장에서는 그걸 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라는 건 없지.

“100 코인.”

움찔.

내가 100코인을 언급하자마자 안내인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혹시나 누가 들었을까 싶어.

“안 되는…….”

“200 코인.”

그 순간 당황한 안내인의 표정이 바로 돌변하면서 아주 친절한 안내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흠흠, 원래는 안 되지만요. 꼭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게만 되는 건 아니겠지요.”

《 마계 경매장 안내인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마계 경매장 안내인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마계 경매장 안내인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그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정말 마계 경매장답네.

200코인이 작은 돈은 아니었지만.

경매 정보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도움이 될 것이다.

정보를 몰라 엉뚱한 아이템에 열을 올리다가 정작 원하는 아이템들을 놓칠 수도 있는 노릇이니.

“이 물건들입니다.”

그리고 안내인이 내게 두 개의 아이템을 보여주었다.

정확히는 목록만.

『 벼락 맞은 찢겨진 날개. 』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

그런데 문제는.

녀석이 보여주는 아이템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하나가 아니네요?”

“음, 마구잡이로 마계, 천계, 정령계에서 모으다 보니…….”

한마디로 이 녀석들도 뭐가 정말 봉인을 해제하는 아이템인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사기 당하기 딱 좋겠네요.”

“하하…….”

뭐 아무튼 천계에서 들어온 물건이 어떤 건지는 알게 되었다.

남들보다 한 발짝 앞에서 경매를 할 수 있다는 거지.

“좋아요. 어차피 잡템처럼 보여서 노리는 사람들도 없을 것 같은데.”

그 말에 안내인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사실…… 이 물건들이 봉인을 푸는 물건이라는 걸 아는 분들이 있습니다.”

안내인의 말은 누군가 우리처럼 뭔가의 봉인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머릿속을 거쳐 가는 것들이 있었다.

이 정도의 물건을 써서 봉인을 푼다?

그럼…….

“혹시, 마신의 파편이라던가…….”

내 말에 순간 녀석이 안내인의 몸이 움찔했다.

“하아, 혹시 그게 마왕들은 아니겠죠?”

움찔.

이건 말 안 해도 알겠네.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그럼 저걸 노리는 자들이 죄다 마왕이라는 거겠네요.”

얼핏 이름만 보면 잡템으로 보였는데.

이미 저 물건들은 예정된 핫템인 셈이다.

그것도 마왕들이 전부 노리는.

<주호> 정말 쉽게 가는 법이 없네요.

<불멸> 꽤 어려울 수도 있어. 우린 저 셋을 전부 가져와야 하니까.

당장 어떤 물건이 대천사의 검에 적용될지 모르니까.

어쩌면 셋 다 안 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결국 도박이라 이거지?

일단 안내인에게서 몇 가지 정보를 사들였다.

시아트 마왕성과 인접한 마왕성들의 정보.

주요 마왕들의 정보.

고레벨의 네임드와 사냥터 몇 곳의 정보까지.

이것만 사들이는데도 이미 상당한 돈을 썼다.

정보들을 다시 내다 팔면 상당히 돈이 되겠지만.

어차피 우리가 써야 하는 정보였다.

돈이 아깝다고는 할 수 없겠지.

화련도 필요한 몇 가지의 정보를 사들였고.

사실 우리보다 많은 정보를 샀다.

그것도 우리와 겹치지 않는 것들로.

“서로 돌려보는 건 어때요?”

“너 하는 거 보고.”

그 말에 웃음 지었다.

안 한다는 말은 안 하네.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다고 할 텐데 말이야.

“좋은 시간 되십시오.”

“그래. 나중에 다시 보자고.”

곧 안내인이 남은 목록을 가지고 나가면서 경매장을 볼 수 있는 화면이 켜졌다.

“화련은 뭐 살 생각이에요?”

“글쎄에. 무기 좋은 거 있으면 좀 지를까나?”

역시 무기광.

화련이 그 누구보다 무기를 좋아한다는 건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매번 내게 무기를 팔라고 하는 것만 봐도.

그러다 생각났다.

과연 화련에게 대천사의 검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바로 팔라고 하지 않으려나?

그런 생각들을 뒤로한 채 르아 카르테를 꺼내 금속의 정령을 불러냈다.

‘금속의 정령.’

“왜 불러? 응? 여긴 어디야?”

안에서 한숨 자기라도 한 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금속의 정령이 한참 시작된 마계 경매의 화면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뭐 사러 온 거야?”

“그래, 네가 좀 도와줬으면 해서.”

아무래도 내 안목보다는 금속의 정령이 훨씬 좋았다.

혹 우리가 모르는 옵션들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곧 경매가 시작되고 물건들이 하나둘 올라오자 가격이 쭉쭉 올라오면서 경매품이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편한 건 우리가 여기서 가격을 적기만 하면 바로 경매장에 뜬다는 점이었다.

마왕들하고 마주치면서 경매를 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아직은 마주치지 애매했으니.

거기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노리고 있고, 가지고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으니 보안도 이쪽이 훨씬 좋았다.

전에처럼 우리가 경매로 얻은 아이템을 노리고 단체로 포위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몇 개의 아이템들이 지나가고 하나의 물건이 경매장에 올라왔다.

그때 금속의 정령이 손가락으로 그 물건을 가리키면서 나를 재촉하듯 외쳤다.

“저거! 저거 꼭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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