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7화 마왕성 구축 (2)
일단 내 복귀는 다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두 거대 연합의 힘겨루기에 모든 초점이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거기다 내가 접속했다는 것은 나와 친구 추가가 되어 있는 유저들에 한해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딱히 내가 복귀했다고 해서 떠들썩하게 유저들의 시선이 몰린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옆에서 챠밍이 물끄러미 날 보면서 다소 아쉬운 듯 말했다.
“흐음, 약간 섭섭할지도?”
그러자 나르샤 누나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그래도 한때 서버를 쥐었다 폈다 했었는데 말이야. 너무 못 알아보는 거 아냐?”
듣고 있던 전사 형은 당연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이번에 그만큼 공작을 잘했다는 거지. 아주 양쪽 다 중간에 놓고 이간질을 엄청 해댔으니까. 서로 치고받는다고 정신이 없잖아.”
전사 형의 말에 나도 동의하듯 웃음 지었다.
“그러게요. 잘 돼도 너무 잘 됐네요.”
아마 이젠 어지간한 작업을 해도 당분간은 사람들 시선에서 멀어져 있을 테지.
표가 날 정도로 화려하게 일을 키우면 그때는 잘 알겠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때 이쁜소녀가 손을 들면서 물었다.
“오빠, 이제 그럼 마왕 잡으러 가는 거예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그건 아직 무리지.”
“에? 난 우리 괴롭히던 마왕 잡으러 가는 줄 알고 기대했었는데.”
“아아, 그 녀석은 한 번 손 봐줘야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준비가 좀 부족하단 말이지.”
재중이 형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당장 두 연합 사이에서 거점을 팔아먹으면서 이득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전력이 올라간 건 아니니까.
정확히 말하면 내 수준이 너무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날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이 녀석이 마왕은커녕 마왕 쫄따구한테 털릴 판이라.”
레벨 155.
지금 다른 유저들 평균 수준으로 보면 완전 초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아! 오빠, 레벨이 너무 낮다아.”
내 레벨을 살펴본 이쁜소녀도 납득했다는 듯 수긍했다.
그런데 그때 막내별이 궁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럼 그동안 어떻게 하신 거예요? 듣기로 막 거점도 차지하고 적들도 죽이고 다녔다고 했는데…….”
우리 팀이 모두 모이자 한자리에 모아놓고 그간 있었던 일들은 간략히 추려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네임드를 뺏고 다닌 것부터 해서 위장한 아이디로 PK를 해 양쪽을 이간질 하고.
거기다 서로의 세력들이 어쩔 수 없이 치고 박게 해 수많은 손해를 입힌 것까지도.
그런데 이런 작업들은 적어도 내 레벨대가 녀석들과 비슷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했다.
“아, 그건 말이죠. 이 녀석 덕분인데…… 일단 한 번 보면 알 거예요.”
그러면서 마신의 파편인 테르타로스를 꺼내들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 +10 테르타로스 (전설) <정령의 가호>
/ 출혈 95(85+10) 타격 60(50+10)
- 근력 +75
- 민첩 +92
- 체력 +79
- 지력 +93
- 마력 +81
- 스킬 : 허공 질주 LV.1
- 스킬 : 유령보 MASTER
- 스킬 : 팬텀 익스플로전 LV.1
- 스킬 : 칠성격 LV.3
- 스킬 : 커스 스파이더 필드 LV.3
- 스킬 : 커스 웹 스콜 LV.1 』
그러자 테르타로스의 아이템 옵션을 확인한 모두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놀란 표정을 전혀 감추지 못한 채로.
“우와…….”
“세상에...”
“이게 뭐야.”
“미쳤다아.”
다들 감탄을 넘어 이게 정말 존재할 수 있는 옵션인가 다시 확인해보는 일까지 생겼다.
막내별이 날 보며 경악한 눈빛으로 물었다.
“어디 핵이라도 만들고 오신 건가요? 세상에 이런 아이템이 존재할 수가…….”
그런 막내별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일단은 마신의 파편이니까요.”
그러자 막내별도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수준의 아이템이라면 어떻게든 레벨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겠네요. 근력, 민첩, 체력, 지력, 마력이 모두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달린 무기 자체가 없죠. 여기에 네임드 스킬까지 붙어 있다니……. 거기다가 네임드 하나의 스킬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이건 너무 사기네요.”
“으음, 솔직히 이 정도 등급의 아이템들이 있어야 앞으로 해볼 만할 거예요.”
“네?”
“이제부터 우리 상대는 유저가 아니라 마왕들이니까요.”
예전에 마왕성에서 마왕 벨라의 집사로 있을 때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는 바로 옆에서 항상 봐서 잘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요근래에는 발록을 비롯해 뱀파이어 로드, 혹한의 얼음 여왕 같이 능력치가 압도적인 네임드들도 옆에서 지켜봤다.
마왕급의 강함.
능력을 감추고 싸웠음에도 거점 하나둘은 그냥 날려 버릴 정도의 수준이라.
솔직히 이 상태로 그들과 붙어 상대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았다.
당장 발록만 하더라도 지금 여기 있는 우리 팀 전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전력 차가 조금 나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아주 많이 나거든요.”
내 단도직입적인 말에 재중이 형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나나 주호 정도가 아니면 세 번의 공격도 채 막아 내지 못하고 죽을 거야. 너희도 마왕을 자주 마주쳤으니 잘 알 텐데?”
재중이 형의 말에 다들 입가를 꾹 깨물었다.
마왕이 시시껀껀 방해를 하러 다닌 건 이미 잘 알고 있는 일이라.
그럼에도 당시 방법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던 점도 없잖아 있었다.
만약 마왕을 상대할 방법이 있었다면 그렇게 밀려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최소한 개개인이 마왕과 대적했을 때 허무하게 죽지 않을 정도의 스펙 업은 필요했다.
곧 재중이 형이 모두를 보고서는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일단 무조건 이 녀석을 키워 줘야 해.”
재중이 형의 말에 챠밍이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주호 오빠가 성장 가능성이 제일 큰 거죠?”
“어, 같은 시간 투자해서 가장 빠르게 클 수 있어. 일단 레벨이 낮으니까. 조금만 시간을 들여도 스탯이 확확 늘어날 거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여기서 단순히 주호의 레벨만 올리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의 테르타로스와 르아 카르테까지 성장시킨다. 그렇게만 할 수 있으면…….”
다들 재중이 형의 말에 시선이 집중되자 마지막 말을 꺼냈다.
“네임드가 성장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
“그럼 우린 오빠를 지원하는 역할이겠네요.”
“어, 당분간만. 그리고 주호가 빠르게 성장하면…….”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날 보자 내가 말을 이어받았다.
“네, 그때부터는 조금 더 강력한 사냥터로 들어갈 거예요. 지금까지 한 번도 공략이 안 된 곳을.”
그러자 챠밍이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거기서는 오빠가 우리를 이끌어주겠네요?”
“그래. 지금 최대한 빠르게 성장할 방법은 그것뿐이야.”
재중이 형과 이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를 해 봤는데 지금의 성장 속도로는 어떻게 하든 마왕이나 다른 유저들을 압도할 만한 성장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결국 재중이 형이 내게 모든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다 같이 성장한다고 시간을 날릴 바에야.
아예 내게 올인하기로.
“당분간은 모두 도와주셨으면 해요. 솔직히 혼자서는 답이 없어서.”
그러자 전사 형이 내 등을 팡팡 치면서 크게 웃었다.
“크, 팀 좋다는 게 뭐냐. 아주 팍팍 키워 주마.”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아주 스파르타로 밀어 줄게. 쉴 시간도 없을 거야.”
챠밍과 이쁜소녀, 막내별도 각오를 다지는지 더 없이 눈빛을 반짝였다.
이거 참.
한동안은 죽어 나겠는데?
이야기가 끝나자 바로 전사 형에게 하나를 부탁했다.
“아, 전사 형. 혹시 마왕 벨라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들어보니 죽진 않았다고…….”
“어? 아. 벨라라……. 마왕들한테 습격당하고 꽤 고전을 하긴 했지만 죽지는 않았을 거야. 우리야 죽어도 살아나니까 몸으로 때워서 그때 벨라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줬거든.”
당시 우리 편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가 마왕 벨라였다.
유저와 달리 죽어 버리면 다시 생성이 안 되니까 벨라를 어떻게든 살리는 판단은 그때에는 최선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사라진 마왕 벨라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
“마왕 벨라는 꼭 찾아야 해요.”
“시간이 좀 걸릴 텐데?”
“네, 그래도요. 흔적이라도 찾으면 됩니다.”
지금 하려는 일들은 최소한 마왕 벨라가 있다는 가정하에 계획한 일이니까.
“알았다. 일단 사장님에게 말해 볼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그동안 찾으려고 해도 못 찾았거든.”
“네, 정 안 되면 직접 찾으러 가야죠. 아, 맞다. 그리고 장비들 좀 구해주실 수 있어요?”
“무슨 장비?”
“알다시피 제가 좀 장비가 허접해서요.”
재중이 형에게 급하게 받은 몇몇 희귀한 아이템들이 있기는 했는데.
나머지 대부분은 최강이라고 할 만큼의 스펙이라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중간에 네임드들이 죽인 적들이 드랍한 아이템을 몇 가지 주워서 입긴 했지만.
역시 내 입장에서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흐음, 확실히. 보급 수준에서 조금 더 뛰어난 정도네.”
“뭐 딱히 지금까지는 필요가 없어서 신경을 안 썼거든요. 대충 주워 쓰기도 했고. 그런데 이젠 필요하잖아요.”
단순히 몇몇 유저의 목을 따고 은신을 하는 수준이라면 지금의 장비로도 부족함이 없겠지만.
다들 밀어주는 지금부터는 토가 나올 정도로 사냥만을 해야 했다.
나도 나름 준비가 필요하다는 거지.
“음, 적당한 가격에 물건을 찾기가 어려울 텐데. 요즘 양쪽 연합들이 치고받는다고 아이템이 시장에 잘 안 돌아. 나오는 족족 사가는 중이라.”
“아, 전 그 정도보다 더 이상을 원해요. 적당한 아이템을 쓸 거였으면 중간에 적들이 드랍한 아이템들을 주워 썼을 거라서요. 지금도 그러고 있고요.”
“확실히…….”
“그리고 저 지금 총알 엄청나게 많거든요.”
“맞다. 너 거점 하나 팔아먹었지.”
“네, 그래서 이번에 여윳돈으로 아이템에 좀 투자할 생각이에요.”
“흐음, 돈이 넘치는데 물건이 마음에 안 든다라…….”
그러자 전사 형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뭔가를 생각하다가 곧 생각나는 게 있는지 말을 꺼냈다.
“그럼, 경매장으로 가는 거 어때?”
“경매장요? 유저들은 중요한 아이템을 내놓지 않을 텐데…….”
현재 양 연합이 격돌 중인데 주력이 될 만한 아이템들을 내어 놓을 리가 없었다.
당장 돈이 부족한 녀석들은 아니니까.
본인들이 쓰면 썼지.
이 시점에서는 좋은 스펙의 아이템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일 것이다.
거기다 네임드 사냥이 매번 엉망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아이템이 돌지도 않을 테고.
그런데 전사 형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아니, 유저들 말고. 그 전에 있잖아. 암흑상인 경매장!”
“어? 그쪽 경매장 아직도 쓸 수 있어요?”
“당연히 우리야 안 되지만. 아마 넌 될걸? 넌 따로 자격을 얻었으니.”
흐음.
그렇다 이거지?
생각해 보니 마왕 대리로 자격을 가지고 있긴 했다.
지금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번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네.
곧장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오랜만에 쇼핑 한번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