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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46화 (936/1,404)

#946화 마왕성 구축 (1)

두 거대 연합의 전쟁은 우리가 손을 떼고 난 뒤에도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더 많다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피해를 누적시켰으니.

거기다 피해도 피해지만 이번 일로 초월에 포함된 연합들의 굳건했던 위상이 깨어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유저들 사이에서 거대 연합도 뭉치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다는 기조가 형성되어 갔다.

“분위기가 확실히 많이 변했네요.”

이전에는 초월 연합들이 누르면 누르는 대로 찍소리도 못 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전신은 머리가 꽤 아프겠는데?”

가득이나 패황과 혼령 쪽 연합들과 붙는다고 인원을 대거 동원한 탓에 다른 곳으로 핵심 인원들을 돌릴 여력이 없어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텅텅 비어 버린 주력 사냥터들도 하나둘 다른 중소 연합이나 길드들에게 넘어가는 추세가 되었다.

관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

그리고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월 쪽 연합들이 더 이상 네임드를 독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

그나마 네임드는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패황과 혼령 쪽에서 계속 유저를 보내 방해를 하는가 하면.

다른 유저들까지도 합심해서 초월 연합에서 네임드를 못 잡게끔 훼방을 놓기도 했다.

그렇게 한번 무너진 지배력을 다시 복구하기란 꽤 어려워보였다.

“흐음, 절반의 성공이려나…….”

재중이 형은 이걸 보고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했다.

나 역시 거기 동의하는 편이었고.

“이대로 무너지진 않겠죠?”

“어, 아무래도. 지금의 혼란한 분위기를 수습하면 다시 원래의 상황으로 바꾸려고 할 거다.”

“확실히 저들로는 오래 못 막겠군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패황 연합의 수준을 보고는 좀 실망한 점도 없잖아 있었다.

오합지졸.

급조한 연합이 가지는 한계랄까.

특히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에이스들의 역량에서 너무 부실한 편이었다.

정면으로 싸웠다 하면 깨져 버리니.

에이스들의 부재.

혼령이 마지막에 우리를 붙잡으려고 계속 시도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건 쪽수와 거점의 방어력이려나.

버티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버틸 수야 있겠지만.

패황을 보면 단순하게 버티고 있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딴 짓 안 하기를 바라야겠네요.”

“어, 괜히 빗장 열고 나오면 개판이 되겠지. 패황도 머리가 있으니까 당장은 그러진 않겠지.”

“시간이 지나면 또 모른다는 거네요.”

“그때가 되기 전에 얼른 우리도 준비를 해놔야 해.”

“그럼 슬슬 이 이름은 버려야겠네요.”

“어, 괜히 그걸로 더 활동하다가는 양쪽 모두에게 시선이 끌릴 거야.”

재중이 형 말대로 윈이라는 페이크 네임으로 벌여놓은 일이 워낙 많아서 더 이상은 이 네임을 쓸 수 없었다.

“네, 괜히 나서서 시선을 끌 필요는 없겠죠.”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 될 테니까.

윈이라는 네임과 원래의 주호라는 네임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 놀아야 한다.

“꽤 정들었는데 아쉬운데?”

재중이 형도 역시 변경서를 해제하고 원래의 불멸 네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 역시.

곧장 VRS 시스템인 노아를 불러내었다.

“노아, 이제부터 주호 아이디를 접속으로 설정해 줘.”

“네, 현 시간부로 위장 시스템을 해제합니다.”

그동안은 주호 아이디가 노아의 도움으로 비접속 상태로 보이게끔만 막아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완전히 해제하자 모든 연락처와 시스템이 동시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55.

> 로딩 중...

“정상 처리 됐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가 불법이었지.

레벨은 확실히 형편없는 상황.

다른 유저들이 300대에서 400대가 넘어간다는 걸 고려해 보면 이 레벨은 어디 가서 말 붙이기도 힘든 레벨대였다.

네임드는 500대도 있고...

솔직히 테르타로스의 옵션 흡수 능력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일들을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 이 처참한 레벨부터 어떻게 끌어올려야겠네요.”

“그래, 그동안 그 레벨로 돌아다닌 것도 용한 일이지.”

그간 상황이 어디 가서 마음 편하게 레벨을 올릴 여건이 아니었던지라.

그런데 그때.

곧장 메시지에 불이 들어오며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아…… 이거 참.”

옆에서 보던 재중이 형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받아 봐.”

“네, 꽤 오랜만이기는 하네요.”

<화련> 야!! 너 대체 뭐야?

<주호> 아, 오랜만이에요.

<화련> 오랜만? 죽을래?

<주호> 하하…… 죽다 살아나서 그건 좀.

<화련> 됐고. 어디야?

<주호> 어? 설마 오려고요?

<화련> 흥, 웃겨. 누가 간데?

아니.

그럼 왜 물어 본 거야?

난감하다는 듯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은 이 상황이 재밌는지 웃음만 지었다.

“너 쓰러지고 난 뒤에 연락처 좀 달라고 하던데 내가 무시했거든.”

“아, 그랬어요?”

“어, 꼭 빚 받아야 하는 사람처럼 닦달하길래.”

“하하…….”

그건 좀 무섭…….

아니지.

일단 이쪽은 궁금하긴 한데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주호> 아, 미안한데. 조금만 있다가 이야기해요. 방금 들어와서 아직 정리가 안 돼서요.

<화련> 됐어. 꼭 누가 기다린 것처럼 말하네. 짜증나.

그러더니 화련이 연락을 확 끊어버렸다.

이거 참.

난감하네.

“으음, 제가 뭔가 잘못한 걸까요.”

“큭, 저 성격에 당장 죽이러 안 오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사실 너 나가고 꽤 고생했거든.”

“휴, 갈길이 머네요.”

그리고 이어서 한 때 손을 잡았었던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연락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스칼렛> 드디어 복귀인가요?

<이슬두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엔느> 이제 접속하셨네요.

그리고 수호 형, 최종병기 형.

발키리 아주머니, 사탕 커플, 현역 여대생, 슬이아빠, 체리, 천둥, 아이꿍도 하나둘 연락이 왔다.

다들 접속은 해 있었구나.

그런데 엔느는 내가 접속한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혹시 어디서 새어 나갔나요?”

“글쎄. 추측 아니려나? 눈치가 꽤 좋으니까.”

“흐음, 뭔가 좀 찝찝하기도 하네요.”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일단은 무시하고 넘어갔다.

정말 알았다면 따로 연락을 했겠지.

조금 시간이 지나 리더나 황룡, 폭군도 연락이 왔다.

그들에게 일단 간단히 인사를 마쳤다.

“우리 애들은요?”

“다들 들어오라고 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챠밍과 이쁜소녀가 먼저 접속을 했다.

<챠밍> 바로 갈게요.

<이쁜소녀> 저도 날아가요!

그렇게 조금 더 기다리자 우리가 있는 산맥으로 둘이 빠르게 달려왔다.

아니 정확히는 챠밍은 블링크를 써서 휙휙 날아왔고.

이쁜소녀는 그야말로 돌진하듯이 산맥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내가 보이자마자 둘 다 육탄 공격을 하듯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오빠!!”

“저희 왔어요!!”

“켁!!”

레벨 155짜리에게 돌격이라니…….

그렇게 반가운 재회가 본의 아니게 접속하자마자 죽을 뻔한 일이 될 뻔 했다.

그러자 이쁜소녀가 실수했다는 듯 환하게 웃어 보였다.

“헤헤, 오랜만이에요!”

“끙, 어제도 연락했잖아.”

“아, 그렇죠?”

“너도.”

내 말에 챠밍은 옆에서 기쁜 듯 미소만 지었다.

거기다 챠밍이야 매번 보고 있으니.

“그럼, 하던 일은 다 마쳤어요?”

“응, 어떻게 잘 된 것 같아.”

챠밍과 이쁜소녀에게는 따로 이야기를 해두었다.

다른 네임으로 작업을 하고 있으니 곧 들어올 준비를 하라고.

그래서 다들 연락하자마자 바로 올 수 있었다.

“오늘 녹음은 잘 하고 왔어?”

“네, 솔로 앨범도 거의 마지막 단계에요. 그동안 진도 못 나갔던 걸 이번에 쉬는 동안 쭉 했거든요. 아마 앨범 나오기 전까지는 따로 제가 해야 할 일은 없을 거예요.”

“잘 됐네. 당분간은 정말 바쁠 거거든.”

그리고 이쁜소녀를 보면서 물었다.

“넌 일 잘 배우고 있고?”

“네, 좀 이르긴 한데.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이쁜소녀는 현재 DS사의 VRS 사업부의 일을 시간이 날 때마다 배우는 중이었다.

그 회장님이 손녀에게 넘겨줄 거라나 뭐라나.

아직은 배우는 단계지만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는 제대로 물려받겠지.

“그럼 꽤 바쁜 거 아냐?”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아직은 하고 싶은 거 하래요. 나중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흐음, 그렇다면야 뭐.”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건 이거뿐이에요.”

“하하, 그래.”

그러다가 이쁜소녀가 삐진 게 있는지 슬쩍 날 보면서 불만을 말했다.

“흥, 우리만 빼놓고 둘이서만 맨날 놀구.”

“끄응, 그게…….”

내가 난처한 듯 바라보자 이쁜소녀가 곧 배시시하고 웃음 지었다.

“농담이에요. 그래도 서운했다고요.”

그 말에 챠밍 역시 맞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오빠 없을 때 정말 재미가 없었거든요. 저도 접속이 시들하고. 얘도 마찬가지였어요.”

마왕이 날 뛴 것도 날뛴 건데.

다들 의욕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중간에 만났을 때 그런 말을 많이 듣긴 했었다.

“이거 참. 그럼 이제 재밌게 만들어줘야겠네.”

내 말에 둘 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할 거예요?”

“와, 기대.”

끙.

너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니 부담되는데?

옆에서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랑 놀 거라고 아주 벼르고 있던 애들이야.”

“하하. 네. 그럼 기대에 부응해야죠.”

그렇게 챠밍과 이뿐소녀와 대화를 잠시 나누다 보니 나르샤 누나와 방패전사 형, 그리고 막내별도 접속을 했다.

전사 형은 나르샤 누나에게 말을 미리 했었는지 내가 접속한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요 녀석. 혼자서 그간 재밌는 일 하고 다녔다지?”

“아, 정확하게는 둘이죠.”

그러면서 재중이 형에게 그 공을 떠넘겼다.

“혼자 죽긴 싫어서요.”

재중이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다들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다 보니 좀 그렇게 됐어.”

전사 형이야 이미 도움을 주고 있어서 딱히 다른 말은 없었다.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쭉 이야기해 주자 다들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 녀석들 재수 없게 놀던데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였네?”

막내별 역시도 감탄을 했다.

그리고 약간은 미안한 듯 말했다.

“도움을 전혀 못 줬네요.”

“아냐, 어차피 이건 몰래 해야 하는 일들이어서 말이지. 괜히 더 붙었다가는 곤란했을 거야.”

“그러면 뭐 저도 괜찮아요. 어차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거든요.”

다들 꽤 기다렸는데도 이해를 해줘서 다행이려나.

그리고 모두를 보면서 앞으로의 계획의 시작점을 말해주었다.

“일단…… 우린 마왕성을 가질 겁니다.”

“네?”

“네?”

“뭐?”

“예?”

그 말이 끝나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오자마자 다짜고짜 마왕성을 가진다고 하니 저런 눈빛으로 볼 수밖에.

그리고 이왕 시작한 것.

고작 마왕 한둘 잡는 걸로 끝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마계 전체를 뒤집어놓을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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