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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76화 (866/1,404)
  • #875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다 못 먹어 (3)

    보통은 네임드가 이런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적을 앞에 두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딱 하나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퀘스트겠지.

    하지만 퀘스트 창을 바라보아도 별다른 퀘스트가 갱신되지는 않고 있었다.

    흐음.

    퀘스트가 아닌 건가.

    그러면 발록의 저 반응은 뭘까.

    그냥 지능이 높아 유저를 떠 보는 것?

    혹은 뭔가의 연관성?

    일반 네임드와 레벨이 오른 네임드와의 차이점이 뭐지?

    마신의 파편을 알고 있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야 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 퀘스트가 발동되어야 하는 뭔가의 조각이 더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는 사이 재중이 형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저 녀석, 네 테르타로스만 계속 바라보는데?”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

    재중이 형 역시도 지금의 대치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네, 아무래도 마신의 파편을 알아보는 것 같아요.”

    “흠, 전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 건 마신의 파편이 없어서였나?”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은 이미 몇 번이나 발록을 상대했다고 들었다.

    그때는 이런 반응이 아니었겠지.

    “어때요? 이대로 기다려요?”

    “일단 녀석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하자. 당장 붙으면 답이 없어.”

    “너무 강하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인정하기 싫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제대로 붙어 봐야 알겠지만. 방금의 일격을 보면 한 번 부딪힐 때마다 물약이 반토막 날 거야.”

    재중이 형이 전사 형을 보면서 말하자 전사 형이 맞다는 듯 손가락으로 반토막 났다는 표시를 해주었다.

    물약이 정말 반이 날아간 건가?

    좀 전에 전사 형의 라지 쉴드를 친 일격은 방패를 그렇게 구겨놓고도 모자라 전사 형에게 피해를 엄청나게 입힌 모양이었다.

    전사 형이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약을 최대한 아낀다고 해도 아마 몇 분 싸우지 못하고 물약이 다 거덜날 겁니다.”

    “못 버틴다는 거죠.”

    “어, 네가 도망갈 시간 정도야 벌 수 있겠지만. 당장 힐러가 없으면 힘들어.”

    애초에 물약만으로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사 형조차 몇 분 못 버틴다는 걸 듣고는 저 녀석의 레벨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났다.

    나 역시 방금 복사본 테르타로스를 그냥 놓아 버리지 않았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몰라.

    그렇게 우리가 간단히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 가만히 서 있던 발록의 한 발이 앞으로 불쑥 나왔다.

    “온다!”

    전사 형이 먼저 내 앞을 막아서면서 반쯤 구겨진 라지 쉴드를 앞으로 밀었다.

    오래 버틸 수 없지만 여기서는 확실히 막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때 다시 발록이 모습을 감추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마왕의 그것들과 동일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뒤로 돌아서면서 테르타로스를 빠르게 휘둘렀다.

    캬가각!!

    티잉!!

    그러자 허공 속에서 발록이 신형이 드러나며 테르타로스와 녀석의 단단한 팔이 갈려 나가듯 튕겨졌다.

    동시에 내 몸 역시도 뒤로 크게 밀려나갔고.

    크윽.

    반탄력이 장난 아닌데?

    순간 테르타로스를 놓칠 정도로 손을 타고 들어오는 힘이 상상 이상의 수준이었다.

    까딱 잘못했으면 테르타로스가 완전히 튕겨나가 그대로 목을 내어 줬을지도 몰라.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반대편 팔이 쭉 뻗어지면서 내 목을 향해 빠르게 침투해 들어왔다.

    나와 정반대로 녀석의 자세는 무너지지조차 않았으니 바로 두 번째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을 터. 내게는 꽤 부담스러운 일격이었다.

    칫.

    그대로 빠르게 몸을 회전시켜 튕겨나갔던 테르타로스를 다시 몸으로 끌어들였고 곧장 몸 전체로 감은 뒤 최대한의 회전력을 이용해 테르타로스를 뻗어내 녀석의 거센 공격을 쳐냈다.

    카가강!!

    키기긱!!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모든 힘을 끌어내서 쳤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의 팔은 여전히 조금 밀려난 정도에 불과했다.

    젠장.

    이쪽의 스탯이 너무 밀려.

    복사본 테르타로스가 없는 상황에서는 밀려도 너무 심하게 밀렸다.

    다시 한 번 녀석의 쇄도하면서 공격을 이어가자 전사 형이 중간에 끼어들어서 녀석의 공격을 막아 주었다.

    “하앗!!”

    쿠웅!!

    카가강!!

    라지 쉴드로 어떻게 막긴 막았는데 그와 함께 전사 형의 두 발이 허공으로 붕 뜨면서 한편으로 쭉 밀려나 버렸다.

    먼저 자세를 잡고 막았는데도 저렇게 몸이 뜨다니.

    전사 형도 몸이 날아가자 어이가 없다는 듯 외쳤다.

    “큭! 이 새끼 완전 괴물이잖아!”

    어떻게 다시 몸을 낮춰 바닥에 착지를 했지만 이미 멀리 튕겨 나간 상황.

    전사 형의 장비가 무게가 적은 것도 아닐 텐데.

    특히 라지 쉴드 같은 중장비를 생각하면 저렇게 날려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사 형이 터무니없이 레벨이 낮지도 않아.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발록의 레벨이 너무 높다는 말이 되기도 했다.

    “마신의 파편……!”

    그리고 중간에 장애물이 없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녀석의 모습이 사라지며 공격해 들어왔다.

    순간 가속도가 미친 수준이네.

    제로 상태에서 일정한 고속까지 이르는 그 순간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그러니까 저렇게 모습이 사리지는 것처럼 보이지.

    곧장 이를 꽉 깨물며 녀석의 공격에 대비했다.

    잠시만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볼 텐데…….

    그때 좌측에서 강력한 파공음이 들리며 나와 발록 사이에 뭔가가 확 끼어들었다.

    캬가가각!!

    키이이잉!!

    쇠가 갈리는 소리와 더불어 완전히 튕겨 내기까지.

    공격 자체가 무산되면서 발록의 신형이 멈춘 것마냥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네 마음대로는 안 돼.”

    마치 기다렸다는 듯 완벽한 일격으로 발록의 전진을 막아 낸 사람은 재중이 형이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들고 있는 것은 위장을 위해 들고 있는 일반 스피어가 아닌 창끝부터 창대까지 불길하게 타오르는 하나의 일체형 스피어였다.

    어?

    저건…… 형체가 없는 건가?

    분명히 창이라면 있어야 하는 창대 부분이 일반적인 무기들하고는 전혀 달랐다.

    그야말로 불타오르는 창.

    쥐고 있는 사람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활활 타오르는 저 창은 존재만으로도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 주었다.

    거기다 내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서로의 일격이 부딪히는 순간에 창대가 갑자기 단단해지면서 갑옷같이 뭔가가 생성되었다.

    흡사 발록의 그것 같기도 하고…….

    그러자 저 물건이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형, 그거?”

    “어, 저놈이 결국 이걸 꺼내게 만드네.”

    굳이 안 들어도 알겠다.

    저건 발록 풀 플레이트와 한 세트인 녀석이다.

    바로 이전에 최초로 발록을 잡고 나온.

    고유 네임드 무기.

    단순히 위장이 아닌 정말 제대로 된 최강의 무기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그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불멸> 너무 오래 버틸 순 없어. 아직 이거 제대로 못 쓴다고.

    <주호> 미완성인 거예요?“

    <불멸> 아니, 이걸 쓰기에는 내 레벨과 스탯이 낮아서. 억지로 쥐고 쓰고 있는 거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저 무기 자체가 하나의 조건 같은 것들이 걸려 있는 모양이었다.

    그걸 아직 재중이 형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았고.

    당장은 저걸 써서 막을 수 있는데 오래는 힘들다는 거겠지.

    <주호> 네, 잠시만 시간을 벌어줘요.

    <불멸> 뭘 하든 빨리 해봐. 잠시 동안은 막아줄 테니.

    <주호> 네, 부탁해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바로 내 앞을 막아서면서 발록에게 달려들었다.

    카가강!

    카가가강!!

    콰앙!!

    쾅!!

    그리고는 연속으로 발록과 일격을 치고받으며 재중이 형이 발록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재중이 형의 전신이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불길이 피어올랐고.

    뭔진 확실히 모르겠지만 저 모습이 최대치의 상태인 모양.

    저 레벨이 높아진 발록을 상대로 단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만 봐도 재중이 형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 수 있었다.

    다소 모자란 스펙은 본인의 컨트롤로 해결하는 듯했고.

    전사 형도 바로 몸을 추스르고 달려와 재중이 형에게 가담했다.

    “나도 시간을 벌어준다!”

    그렇게 전사 형까지 붙자 재중이 형도 조금은 여유가 있어진 듯 반격보다는 바로 일격으로 넣는 식으로 태세가 변경되었다.

    방어는 전사 형이.

    공격은 재중이 형이 나눠서 하자 발록 역시 뒤로 점점 밀려나갔고.

    후.

    역시 둘 다 최고야.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도 준비를 시작했다.

    어차피 복사본 테르타로스로는 내구성이 밀려서 녀석과 싸우기에는 무리였다.

    한 번만 격돌해도 깨져 버리는데 단 한 순간의 실수만 해도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여유를 부리는 일은 말도 안 된다.

    결국 이러면 르아 카르테를 쓸 수밖에 없었다.

    【 웨폰 카피! 】

    일단 테르타로스를 복사한 뒤.

    그걸 다시 르아 카르테로 먹어치웠다.

    『 +15 르아 카르테 (유일) <정령의 가호>

    / 출혈 95(85+10) 타격 60(50+10)

    - 근력 +75 ◀ NEW

    - 민첩 +92 ◀ NEW

    - 체력 +79 ◀ NEW

    - 마력 흡수 15%

    - 체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스킬 : 트리플 템페스트 LV.1

    - 스킬 : 앱소브 아머 LV.1

    -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50% 감소. 』

    전에 마법을 쓰기 위해 지력과 마력 위주로 세팅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근력과 민첩, 체력으로 세팅을 바꾸었다.

    그렇게 한쪽에는 테르타로스.

    반대쪽에는 르아 카르테를 들고 서자 다시 스탯이 두 배로 올라가면서 온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이 상태면…….

    해볼만 해.

    내구 걱정 없이 맞붙을 수도 있을 테고.

    【 마족화! 】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시간의 서!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풍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수속성! 】

    일단 가지고 있는 오러를 전부 불러내었다.

    르아 카르테에 걸린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절반인 옵션을 사용하면 잠시지만 이 여섯 개의 오러를 전부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 테르타로스의 옵션 중에 마력을 81이나 올려주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오래 사용 가능했고.

    그리고 마족의 심장을 이용해 마족화도 걸어서 기존보다 조금 더 스펙을 끌어올렸고.

    짧은 시간이지만.

    이 정도라면 녀석에게 비벼 볼 수도 있을 거야.

    거기다 움직임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스킬도 추가했다.

    【 유령보! 】

    【 헤이스트! 】

    “형들! 잠시 나와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이 바로 발록에게 강력한 한 방을 넣은 뒤 곧장 빠져나왔다.

    후.

    일단 쓸 수 있는 건 전부 동원하자고.

    【 커스 스파이더 필드! 】

    녀석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등급의 네임드 스킬들이라면 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아아앗!!

    그렇게 발록 주변으로 스파이더 필드가 깔리면서 순간 녀석의 몸짓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아직 멀었어.

    “스킬만으로 조지는 건 그렇게 선호하진 않지만.”

    【 팬텀 익스플로전! 】

    끼아아악!!!

    거미줄에 느려진 발록의 몸체에 바로 유령들이 날아가 발록 녀석에게 추가로 경직을 걸기 시작하자 더욱 발록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좋아.

    아주 미세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느려지는 걸 보고는 미소 지었다.

    후.

    이제야 겨우 해볼 만하겠네.

    어디 한 번 떠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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