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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56화 (846/1,404)

#856화 불신의 연합 (8)

“으어어어어!!”

마지막 페이즈에 돌입해서 공격력과 스킬이 한껏 강화된 리빙아머 킹의 신들린 공격들에 패황 길드와 연합의 유저들이 거세게 대항했다.

“버텨!”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힐러들 남은 마력 전부 짜내!”

“궁수, 마법사들은 마지막 풀 차징 들어가고! 한 방에 마무리 한다!”

“네!!”

“준비하고 있슴다!!”

“끝내죠!!”

최전방에서 패황이 리빙아머의 네임드 방어구로 강력한 스킬들을 겨우 버텨 주는 사이, 패황 연합의 모든 유저들이 마지막 한 방을 날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보통은 이쯤 되면 탱커의 방어력이 버티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응을 하다가 결국 사방팔방 어그로가 튀면서 정신없는 레이드가 펼쳐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꽤나 안정적이었다.

이것도 다 저 녀석이 리빙아머의 공격력에 밀리지 않아서 여유가 되는 거겠지.

그리고 저 패황이라는 녀석, 정말 돈만 많은 녀석으로만 생각하기에는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네임드 보스의 패턴을 읽은 능력과 그에 상응하는 대처와 회피, 방어 능력.

전반적인 기술들이 상당히 숙련된 유저들의 그것과 비슷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최소한 돈만 믿고 뛰어든 건 아니라는 거네.

돈으로 리빙아머 킹의 방어구를 사서 탱커 행세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지금 플레이하는 실력은 그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예전에 해원이라는 녀석이 가진 돈에 비해 실력이 형편없던 것에 비하면 거의 하늘과 땅의 차이랄까.

자본의 힘.

개인의 컨트롤 능력.

이것들이 제대로 시너지를 내서 지금은 누가 봐도 최상위급 탱킹 능력을 보여 주었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뭐.

아무리 컨트롤 능력이 좋아도 장비가 안 좋으면 피 보는 건 마찬가지라.

반대 경우도 똑같고.

장비가 엄청나게 좋으면 기본은 하겠지만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고.

그건 쓸데없는 자원 낭비일 뿐이다.

해원이 그건 제일 잘 보여 줬으니.

그렇게 패황이 힐러들의 지원을 받아 버티는 와중에 마지막 공격들이 준비되어 신호가 나왔다.

“준비됐습니다!”

“끝낼까요?”

“뭘 물어? 바로 쏴!”

“예예! 갑니다! 전원 공격!!”

“광역기 전부 때려 넣어!”

“오오!! 끝내자!!”

다들 긴 레이드를 한다고 지친 와중에도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달콤하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준비한 스킬과 마법들이 전부 풀 차징이 되어 일제히 리빙아머 킹의 몸체에 조준되었다.

이제 더 구경하고 있으면 안 되겠네.

【 은신! 】

곧장 은신을 걸어서 리빙아머 킹의 후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테르타로스의 공격력으로 녀석에게 유효한 공격을 넣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쭉 살펴봤지만 리빙아머 킹의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겨울 정도로 레이드 시간이 길게 걸린 것도 저 무시무시한 방어력 때문이었고.

물리 공격은 물론이거니와 마법 공격 역시 대부분 리빙아머 킹의 방어구에 막혀서 대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외부에서도 그걸 제일 잘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저 녀석.

이제껏 한 번도 다운이 되지 않았어.

그 긴 시간동안 레이드를 하면서 실질적으로 녀석이 무너질 만큼 강한 타격을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었다.

저렇게나 스킬과 마법을 쏟아부음에도 불구하고.

보통 다른 네임드들은 레이드 도중 최소 못해도 몇 번은 경직이나 다운이 되어 유저들에게 프리딜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준다.

하지만 이 녀석은 정말 방어력만큼은 최강이었다.

지금까지 리빙아머 킹에게 이만큼이나 대미지를 준 것도.

패황 연합 녀석들의 장비가 전반적으로 좋아서였겠지.

그리고 다소 다른 네임드에 비하면 리빙아머 킹의 패턴이 단조로운 면도 존재했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녀석들이 몰살했겠지.

저런 방어력을 가지고 기민한 움직임까지 보여 줬다면.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흡사 장비만 된다면.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다면.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

그런 형태의 네임드랄까?

그리고 그런 네임드다 보니 초기에 잡혀서 더 이상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고.

혹여나 녀석이 더 레벨업을 했다면?

여기서 더 강해지고 빨라졌다면?

아마 이런 유적지쯤은 순식간에 박살 나지 않았을까.

그만큼 녀석의 방어력은 위협적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며 인벤 속에 있는 아이템 중 하나를 떠올렸다.

내게는 당장 대미지를 크게 증폭시킬 만한 아이템이 하나 존재하니까.

역시…….

르아 카르테를 꺼내야 하나?

테르타로스만으로 대미지가 모자라 시간이 끌릴 경우.

수많은 광역기의 폭발 속에서 나도 같이 죽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반대로 르아 카르테를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력, 민천, 체력, 지력, 마력이 쭉 올라갈 뿐 아니라.

치명타와 관통 확률 역시도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대미지가 훨씬 좋아지겠지.

리빙아머 킹을 한 번에 마무리할 수 있을 만큼.

하지만 이 쉬운 길을 두고도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순간 고개가 사방에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에게 돌아갔다.

쳇.

주변에 촬영하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

이러면 르아 카르테를 꺼내고 싶어도 꺼낼 수가 없었다.

당장 패황 연합 유저들의 눈을 속이더라고 해도 저들 중 누군가가 내 모습을 찍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면 르아 카르테 역시도 흔적이 남게 될 것이다.

이건 최악이지.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여기서 리빙아머 킹을 못 잡더라도.

르아 카르테가 드러나는 일은 절대 안 된다.

<노아01> 르아 카르테는 안 되겠어요.

<노아02> 어쩔 수 없지. 괜히 썼다가 뒤를 밟히는 것보단.

재중이 형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그렇다면 역시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휴.

일단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해야겠지.

그렇게 테르타로스를 꺼내 리빙아머 킹의 후방으로 달려들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제 곧 사방으로 광역기들의 대폭발이 일어난다.

내가 가진 시간은 몇 초도 되지 않아.

그 안에 리빙아머 킹의 목숨을 끊고 나와야 해.

일단 테르타로스의 스킬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 유령보! 】

그리고는 유령보를 써서 내 달려가는 기척을 최대한으로 줄여냈다.

샤샤샤.

아주 약간의 바람 스치는 정도의 소리만으로 소음이 줄어들면서 바로 옆을 내가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패황 연합 유저들 중 그 누구도 내가 지나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은신을 한 상태로 유령보까지 써 버리면 이렇게 효과가 좋다니까.

단순한 시야와 청각으로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갔으니.

어지간히 감이 좋지 않고서야 잡아내긴 힘들었다.

일단은…….

팬텀 익스플로전은 안 되려나.

이 스킬은 단순 폭발형 광역기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대상을 도망가지 못하게 발목을 끄는 능력도 좋았고.

하지만 이 정도 폭발력으로는 리빙 아머의 방어구를 뚫고 유효한 대미지를 주기란 지난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트리플 템페스트는 통하느냐 하면.

이것도 아니지.

광범위한 속성 광역기로는 최상이겠지만.

대미지 밀집력은 오히려 팬텀 익스플로전보다는 떨어졌다.

오히려 팬텀 익스플로전보다 대미지를 주지 못할 수도 있어.

당연히 둘 다 제외를 하고 보니 이제 남는 스킬은 단 하나뿐이었다.

역시 이것밖에 없나.

내가 가진 최강의 패.

그리고 아직까지 네임드에게는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스킬이기도 했고.

과연 통할지가 문제인데.

그래서 보험 삼아 허공 질주는 쓰지 않은 채로 그대로 남겨 두었다.

믿는 구석이 있어야 모험을 해보지.

외곽에서 차징 중이던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스쳐 지나가 계속 빠르게 달려 어느새 근접 유저들과 같은 라인쯤에 도착했을 때쯤.

“광역기 떨어진다! 모두 물러서!”

“근딜들 모두 빠져! 휘말리면 전부 죽는다!”

“탱커들 빼고는 후퇴해!”

리빙아머 킹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나와 달리 근딜들은 반대로 전부 바깥으로 빠져나갔고 보조 탱들은 이를 악물면서 버틸 준비를 했다.

그때 패황이 모두에게 외쳤다.

“아냐, 보조 탱도 모두 나가라! 여긴 혼자 버틴다!”

“하지만…….”

“너희가 있어 봐야 대미지 분산도 안 돼. 혼자 버티는 게 더 낫다. 혹시라도 녀석이 도망갈까봐 버틸 필요는 없어. 여기서 녀석을 끝낸다!”

“아! 알겠습니다!”

“너희는 외곽에서 잘 지켜! 이번에도 놓치면 다 죽는다.”

아무래도 리빙아머 킹의 사방으로 보조 탱들을 대기시켜 놓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었나 본데.

저건 아무래도 이전의 혹한의 얼음 여왕 레이드의 일 때문인 듯 했다.

다 잡아놓은 얼음 여왕이 증발했으니.

그런 전철을 다시 밟고 싶지 않겠지.

덕분에 아무런 방해 없이 수월하게 리방아머의 후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유적지 하늘을 가득 찰 정도로 광역기 스킬들이 쏟아져 내렸다.

콰아아아!!

파아아아!!

쿠르르릉!!

쐐애애액!!

후.

그럼 광역기들이 전부 덮치기 전에 끝을 내볼까.

리빙 아머를 혼자 힘으로 붙들고 있는 패황을 잠시 바라보고는 곧장 모든 오러를 끌어올려 테르타로스에게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패황은 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 했고.

이렇게 가까움에도 모르는 것은.

녀석의 온 신경이 저 리빙아머 킹에게 있기 때문일지도.

자.

기회는 딱 한 번이다.

가자.

아끼고 아낀 마지막 스킬.

팬텀 나이트의 근접 최종기.

스킬을 시전함과 동시에 테르타로스에 일곱 개의 각기 다른 빛을 모아지며 검신이 무려 일곱 개로 분화가 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색의 검신들의 형태.

각기 하나의 검신이 하나의 오러를 보다 강렬하게 증폭되어 내뿜는 독특한 형식의 스킬이라 그런지 기억에 잘 남아 있었다.

팬텀 나이트가 쓰는 걸 계속 봤기에 이걸 어떻게 쓰는지는 잘 안다.

그리고 이걸 이대로 쭉 내지르면.

찰나에 서로 다른 방위로 분사되는 일곱 개의 강력한 찌르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피할 수도 없는 속도로.

하지만 역시 문제는.

과연 이 스킬로도 녀석의 갑옷을 뚫을 수 있을까?

아냐.

그냥 이 일곱 개로는 안 돼.

서로 간격을 벌리며 떨어져 날아가는 이 찌르기들을……!

하나로 모은다!!

순간 감각을 전부 집중해 이 일곱 개의 찌르기가 전부 완벽한 하나의 궤적을 그리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스킬을 시전했다.

【 칠성격! 】

그리고 그런 이미지 메이킹을 따라 억지로 일곱 개의 찌르기들이 하나의 선으로 완전하게 겹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신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키이이이잉!!

위이이이잉!!

평소에는 전혀 들을 수 없는 공명음이 귓가를 울리면서 사방에 진동을 일으켰다.

이건 뭐지?

그렇게 처음 들어보는 기묘한 검신의 울림과 함께 마치 레이저로 갑옷을 뚫어 버리듯 리빙아머 킹의 두터운 갑옷이 그대로 관통되어 찢겨져 버렸다.

카아아악!!

“그래, 형 왔다! 죽어!”

여기서 한 방 더!

간다!!

【 팬텀 익스플로전!! 】

안에서 터져라!!

팬텀 익스플로전의 폭발과 함께 죽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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