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2화 불신의 연합 (4)
팬텀 나이트의 스킬을 가져왔을 때와 같이 이번 혹한의 얼음 여왕도 마찬가지였다.
랭크 1짜리 네임드 최종 스킬.
- 스킬 : 트리플 템페스트 LV.1
쐐애애액!!
콰아아아!!
사방으로 끝없이 몰아치는 폭설과 얼음 폭풍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혹여나 지력이 낮아 스킬이 써지지 않는 건가 했지만.
그건 내 우려에 불과했다.
생각 이상으로 잘 나가네.
마력 역시 마찬가지.
트리플 템페스트를 시전하는데 마력이 부족하나 했는데 생각 외로 스킬이 시전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마 이전이라면 조금 빠듯했을 것 같기도 한데.
이건 일단 테르타로스로 얼음 여왕의 스탯을 가져온 것이 가장 컸다.
테르타로스로 흡수한 얼음 여왕의 근력, 민첩, 체력 수치는 생각 이상으로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지력과 마력이 미쳤지.
도저히 레벨 1 상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나 역시도 처음 보는 지력과 마력 수치에 정말 이게 맞나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팬텀 나이트가 근력과 민첩에 강점이 있었다면.
이 혹한의 얼음 여왕은 지력과 마력이 정말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력.
하도 어이가 없어서 테르타로스의 스펙을 다시 살펴보았다.
『 +10 테르타로스 (전설) <정령의 가호>
/ 출혈 90(80+10) 타격 55(45+10)
- 근력 +51
- 민첩 +92
- 체력 +44
- 지력 +93 ◀ NEW
- 마력 +68 ◀ NEW
- 관통 확률 43%
- 스킬 : 허공 질주 LV.1
- 스킬 : 유령보 MASTER
- 스킬 : 팬텀 익스플로전 LV.1
- 스킬 : 칠성격 LV.3
- 스킬 : 트리플 템페스트 LV.1 ◀ NEW
큭.
지력이 93이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혹한의 얼음 여왕에게서 흡수한 스탯 중에 근력, 민첩, 체력은 어차피 낮았으니 교체를 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력과 마력은 이전의 팬텀 나이트보다 월등히 높았기에 바로 교체를 했다.
막상 이렇게 바꾸고 나니 테르타로스에 붙는 옵션 스탯이 완전 괴물이 되어 버렸다.
민첩이 이렇게나 높은데 지력까지 마법사의 그것에 육박할 정도의 수치라니.
누가 테르타로스의 옵션을 보면 정말 미쳤다고 할 거야.
그리고 상대적으로 팬텀 나이트보다 레벨이 더 높은 혹한의 얼음 여왕을 흡수했더니 출혈과 타격치의 기본 수치가 조금 더 상승해 버렸다.
이건 앞으로 더 높은 레벨 대의 네임드를 잡으면 테르타로스의 공격력이 더 성장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고.
물론.
이렇게 테르타로스가 더 강력하게 변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스태프에 달린 마법 증폭이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었다.
마법을 정말 강하게 만드는 건 역시 마법 증폭 수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력 수치가 높다 보니 일정 수준 이상의 대미지는 충분히 끌어낼 수 있었다.
마치 내가 마법사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옵션에서는 이전의 치명타 확률을 빼고 트리플 템페스트를 새로 넣었는데 이쪽은 그다지 아쉽진 않았다.
어차피 스킬에서 조금 손해를 볼 뿐.
반드시 있어야 할 스킬은 아니었기에.
그리고 허공 질주나 유령보 같은 경우에는 이미 써봤지만 내가 잠행을 하기에는 무조건 필요한 스킬이었다.
칠성격은 고민을 하다가 일단 그대로 두었고.
이전에 팬텀 나이트가 싸우는 걸 봤을 때 광역기가 아닌 단일 타격 스킬 중에 이보다 강한 스킬은 보지도 못했으니까.
범위를 좁혀서 쓰면.
칠성격이 팬텀 익스플로전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다.
이건 나중에.
꼭 필요할 때가 올 거야.
트리플 템페스트를 녀석들의 뒤에 따라 붙어서 쓰는 순간.
바로 은신으로 몸을 숨겼다.
【 은신! 】
그렇게 내 모습은 녀석들이 뒤를 바라보기 전에 이미 사라져버렸다.
이러면 내가 누군지 절대 확인 못 하지.
당연히 녀석들에게서 악에 받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크악!! 마법사도 있었나?!”
“젠장! 이건 보고랑 다르잖아……!”
“둘뿐이라며!”
“일단 여길 벗어나!”
“이잇!! 안 돼! 나갈 수가 없어!”
“트리플 템페스트……! 한 번 걸리면 못 나가!”
“미친 새끼들! 트리플 템페스트면 그년이잖아!”
“빨리 어떻게 해봐! 이대로 있으면 다 죽어!”
그년?
누구를 말하는 거지?
어느새 옆에 다가온 재중이 형에게 시선을 돌려 물어보았다.
<노아01> 누구를 말하는 거죠?
<노아02> 너도 전에 봤을 건데?
으음.
누구지?
<노아02> 전에 한 번 붙어 봤을 건데?
<노아01> 네?
<노아02> 예전에 경기장에서. 1:1로 붙지 않았던가?
<노아01> 아……!
워낙 오래 되어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붙어 본 기억이 있었다.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였던.
아마 주황빛의 머리색을 하고 있었던가?
얼굴은…….
잘 모르겠네.
그때 너무 스쳐가듯 봐서 그런지 흐릿한 잔상 정도로만 기억되었다.
<노아01> 아이디가 낙화였죠?
<노아02> 어, 너 꼬시려고 하던 그 애.
<노아01> 네? 그건 아닌…….
<노아02> 크큭, 그래. 아무튼 걔가 지금 마법사들의 정점이야. 전신이 아주 네임드 스킬을 몰아줘서.
<노아01> 으음, 이전에도 꽤 하던데. 지금은 정말 강하겠네요.
확실히 마법사의 힘은 가지고 있는 스킬들에게서 나왔다.
얼마나 네임드 스킬을 모았는가가 그 마법사의 강함을 책정한다고 할까.
물론 그런 스킬들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하지만 낙화라는 여자는 딱히 그런 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기존의 기본 스킬만으로도 꽤 운용을 잘했던 기억이 있으니.
그리고 마법사의 기본인 지력과 마력 스탯, 스태프에 붙은 마력 증폭 수치 역시 네임드 아이템을 몰아주었으면…….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스펙이 높을 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마법사가 되어 있겠지.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면 최악인.
고개를 돌려 트리플 템페스트가 몰아치는 구역을 바라보았다.
<노아01> 그래서 지금 저들이 그 여자로 절 착각하는 거네요.
<노아02> 어, 현재 트리플 템페스트를 쓰는 몇 안 되는 마법사라서. 꽁꽁 싸매고 내어주질 않거든.
착각을 하는 것도 이해는 되네.
안 그래도 초월 길드라고 심증이 굳어져 있는데 거기다 트리플 템페스트를 쓰는 마법사라.
물론 난 마법사가 아니긴 하지만.
솔직히 누가 봐도 마법사라고 생각될 것이다.
지력 수치가 이렇게 나오지 않으면 트리플 템페스트가 제대로 나가지도 않으니까.
<노아01> 그래도 좀 약하긴 하네요.
하지만 역시 혹한의 얼음 여왕이 쓰던 것보다 약해보이긴 했다.
위력이나 규모 면에서 모두.
스킬 랭크가 낮은 것도 낮은 건데.
역시 스태프가 아니면 좀 아쉽지.
아마 상대도 당황하지 않았다면 이 트리플 템페스트가 생각 이상으로 약하다는 걸 알 텐데.
지금은 몰아치는 얼음 폭풍 속에서 모두 정신이 없는지 그럴 판단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바로 코앞에서 은신을 해와 트리플 템페스트를 썼으니 당황할 수밖에.
<노아02> 어쩔 수 없지. 위력이 약한 건.
<노아01> 저 스킬만으로 마무리가 될까요?
<노아02> 아니. 좀 부족할 거다. 다른 녀석들은 죽어도 탱커는.
흐음.
그럼 역시 다른 스킬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네.
곧장 다시 테르타로스를 들어올렸다.
<노아02> 마무리하게?
<노아01> 네. 다행히 좋은 스킬이 있으니까요.
얼음 여왕 때와 마찬가지로 트리플 템페스트를 깨려면 스킬로 깨거나 위력으로 누른 다음 벗어나야 한다.
혹은 빠져나올 스킬이 있어도 가능하고.
저들에게는 그게 없으니 문제였고.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다시 접근해서 테르타로스를 조준했다.
완전히 범위 안에 녀석들이 들어가도록.
【 팬텀 익스플로전! 】
끼아아아!!
끼아아아!!
후.
이건 정말 자주 쓰는 것 같네.
확실히 팬텀 나이트를 먼저 흡수한 건 신의 한수였다.
그렇게 트리플 템페스트의 얼음 폭풍 속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유령들이 날아가 얼음 장벽을 뚫고 스며들어가 사라졌다.
호오.
딱히 영향을 안 주는 거려나.
이 콤보는 생각보다 괜찮겠어.
그리고 평온한 바깥과 달리 얼음 폭풍 안쪽은 난리가 났다.
콰아아앙!!
쿠우우웅!!
퍼어어엉!!
“으아아악!!”
“뭐야! 이건 또!”
“젠장! 도망쳐!”
“힐! 빨리!!”
안 그래도 얼음 폭풍만으로도 한계인데 거기에 팬텀 익스플로전이 가서 터지니까 적들이 정말 혼비백산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하나둘씩 체력이 다해 그 자리에서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갔다.
심지어 중갑을 입고 있던 검방 유저들까지도 순식간에 체력이 다해서 사라지는 걸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꽤 쓸 만하네.
두 네임드의 스킬 공격력이라면.
현재 상위권에 있는 어지간한 유저들을 녹여버릴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그리고 그건 테르타로스의 말도 안 되게 높은 스탯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 테르타로스만 들면.
근접 유저이면서도.
마법사의 스탯을 같이 가지고 있는 상태가 되니까.
이게 바로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네임드 스킬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음 힘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여기에 만약 르아 카르테까지 더해진다면?
테르타로스의 스펙을 전부 복사해서 가져갈 수 있는 르아 카르테를 같이 든다면?
과연 어떤 위력이 나올지 상상도 되지 않는데?
지금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르아 카르테를 들지 않았지만.
나중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은신 상태에서 잘 운용만 한다면 르아 카르테를 들고서도 충분히 정체를 숨길 수도 있을 터.
옆에서 재중이 형도 신난 표정으로 내 테르타로스를 바라보았다.
<노아02> 호오, 역시 둘 다 쓸 수 있네.
<노아01> 네, 지금 스탯이 완전 넘쳐나요.
<노아02> 캬, 탐나잖아? 내가 쓸까?
<노아01> 주고 싶어도 아마 못 쓸 걸요.
테르타로스는 일단 주인을 가린다.
이건 금속의 정령이 확인을 해 주었으니.
재중이 형이 못 쓸 확률이 아주 높지.
하지만 르아 카르테라면 또 다르지.
이전에는 분명히 르아 카르테로 복사를 해서 우리 팀에게 넘겨준 적이 있었다.
덕분에 팀의 스펙이 한번에 확 올라가기도 했고.
<노아02> 혹시 르아 카르테로 복사해서 줄 생각이면 접어도 돼.
<노아01> 네?
<노아02> 너 없는 동안 그거 패치됐거든.
<노아01> 아놔……. 정말요?
이런.
생각지도 못한 변수인데…….
<노아02> 아쉽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자. 그럼 저 한놈 남은 녀석을 마무리 하자고.
재중이 형 말대로 두 개의 네임드 스킬을 동시에 썼음에도 아직도 버티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물론 생명이 간당간당해보여서 건들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데.
그 순간 재중이 형과 눈을 맞췄다.
<노아01> 형, 여기서 대본 좀 써먹죠?
<노아02> 나쁘지 않지.
그렇게 주저앉아 죽어가는 탱커의 근처로 가서 말했다.
마치 귀찮음이 가득한 것 같은 태도로.
정말, 정말 하기 귀찮은데 겨우 하는 딱 그런 표정과 말투랄까.
“아, 진짜 길마는 왜 이딴 녀석들을 잡으려고 날 보낸 거야? 한 방 감도 안 되는 녀석들을 상대하려고 귀찮게.”
내 말에 그 탱커의 표정이 완전히 구겨졌다.
“뭐? 방금 너 뭐라고 했어?!”
“큭, 못 들었냐? 고작 이 따위 쓰레기들을 치우라고 날 보낸 게 짜증나서 말이야.”
그렇게 그대로 녀석의 목을 날려서 죽여 버렸다.
완전히 녀석이 사라지는 것을 본 뒤 재중이 형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연기 괜찮았어요?”
이제 녀석들이 어떻게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