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42화 (832/1,404)

#842화 증발하는 네임드들 (5)

현재 정보 자체가 아예 없는.

완전히 다른 아이템.

테르타로스.

그도 그럴 것이 마왕성 지하에 존재하는 특수 아이템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이건 내가 접속을 하지 못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만큼 마왕성이라는 존재는 아직도 유저들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그걸 생각해 보면 내가 마계를 넘어오자마자 마왕을 만나고, 마왕성을 쥐고 폈던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새삼스럽게 알 것 같다.

“쟤들이 상위 템 정보는 꽉 쥐고 있거든. 네임드 템을 비롯해서. 지금 아마 비상 떨어졌을 거다.”

“재밌네요.”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신규 아이템.

하지만 어차피 이쪽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디는 가명.

그리고 아이템 정보는 애초에 마신급 템이라 정보조차 뜨지 않았다.

사실 정보가 뜰지 안 뜰지는 긴가민가 헷갈리긴 했지만.

르아 카르테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일정 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옵션이 다 숨겨졌으니까.

아마도 이 테르타로스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크게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

뭐 옵션을 봤다면 놀라는 사람들이 꽤 많기는 했겠네.

그야말로 미친 옵션 조합이니.

“이제 너를 찾으려고 혈안이 될 거다.”

“찾아보라고 하죠.”

찾을 수 있다면 말이지.

이제부터는 철저히 정체를 숨길 생각이라.

그리고 내 정체를 늦게 알게 되면 될수록.

저들이 피해는 눈덩이 불어나듯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자, 반응은 이 정도 구경하면 됐고. 이제 남은 한쪽을 처리해야지?”

“네. 르아 카르테도 손봐야죠.”

르아 카르테 역시 5개월 전 그대로인 상태였다.

아무리 그때 당시 좋았다고는 하나.

시간이 오래 지난만큼 구형 아이템의 티는 확실히 났다.

『 +15 르아 카르테 (유일) <정령의 가호>

/ 출혈 60(40+20) 타격 50(30+20)

- 마력 흡수 15%

- 체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신성력+60

- 암흑력+60

-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50% 감소.

- 빈 슬롯. (정령의 가호 활성화)

- 빈 슬롯. (정령의 가호 활성화)

- 빈 슬롯. (정령의 가호 활성화) 』

“지금 봐도 나쁘진 않은데. 확실히 옛날 템이네.”

“네, 어쩔 수 없죠.”

“보자. 어차피 단타 싸움이 될 거니까. 지력은 크게 의미가 없고. 마력도 굳이 많지 않아도 돼. 일단 두 개는 빼고 남은 슬롯에 근력, 민첩, 체력을 세팅 해.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넣고.”

“괜찮네요.”

재중이 형 말대로 어차피 네임드의 목을 따기 위한 마지막 한 타만 있으면 된다.

일단 테르타로스를 복사하고.

【 웨폰 카피! 】

그리고 그 복사템을 르아 카르테에 가져다 대자 르아 카르테에서 빛이 흘러나와 테르타로스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몇 번의 작업을 마치자 원하는 세팅이 나왔다.

『 +15 르아 카르테 (유일) <정령의 가호>

/ 출혈 95(75+20) 타격 60(40+20)

- 근력 +51

- 민첩 +92

- 체력 +44

- 마력 흡수 15%

- 체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신성력+60

- 암흑력+60

-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50% 감소. 』

그리고 출혈과 타격치 역시 15강의 영향을 받아 바로 최대치까지 스펙이 올라갔다.

“호오, 출혈이 거의 100에 달하잖아?”

“높은 건가요?”

“어, 이 정도면 현존하는 네임드 템 중에서도 최상이야.”

이제 최소한 무기 대미지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혹여 누군가와 맞부딪히더라도 대미지 때문에 손해보는 일은 없겠네.

그렇게 한 손에는 테르타로스.

다른 한 손에 르아 카르테를 착용하자 스탯이 한꺼번에 엄청나게 상승했다.

콰득.

손을 쥐는 힘 역시 눈에 띄게 올라갔고.

단순히 두 개의 무기만 쥐는 걸로 근력이 180대.

민첩은 무려 320 가까이 됐다.

체력 역시도 150 정도.

이전의 스탯 상태에서 최소 두 배에서 세 배 사이.

이러면 감당이 되나?

“하, 이거 뭐 괴물이 됐는데?”

“형, 지금 제 상태가 어느 정도죠?”

“당장 근력에 올인한 녀석과 제자리서 맞붙어도 힘에서 해볼만 하다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확실히 옛날과는 다른 강렬한 힘이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실험 삼아 앞쪽으로 가볍게 달려봤는데 순간 몸에 걸리는 압박이 엄청나서 숨이 멎을 뻔 했다.

크윽.

뭐야 이 압력은.

고작 발을 땠을 뿐인데?

제자리에서 멈추는 것조차 균형이 잡히지 않아 까딱 잘못했으면 바로 바닥을 구르려는 것을 겨우 멈춰 세웠다.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보자 아까 서 있던 자리에서 수십 미터를 순식간에 이동한 내 몸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스킬을 쓰지 않았음에도.

이미 주력 자체가 스킬 수준을 넘어버린 느낌이라.

몸에 걸리는 느낌 자체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건 제대로 조작도 못 하겠는데……?

다시 한 번 몸을 날려 이번엔 원래 자리로 돌아갔는데 역시나 몸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쓰러지려고 하자 재중이 형이 가볍게 손을 뻗어 내 몸을 잡아 세웠다.

“큭, 너 지금 완전 엉망이다.”

“네, 정말 그렇네요.”

“너라도 지금 상태는 컨트롤하기 힘들지?”

“생각보다 더요.”

솔직히 스탯이 좀 올라간다고 해도 내 감각이면 얼마든지 원활하게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한 번에 버거울 정도의 스펙 업이라…….

“아마 적응하는데 좀 걸릴 거다. 다른 애들이야 몇 개월간 조금씩 올리면서 천천히 끌어올린 걸 넌 바로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이대로면 적에게 죽는 게 아니라 제가 혼자 어디 처박혀서 죽을 것 같아요.”

당장 달리는 속도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니까.

단순히 달리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움직이는 보폭, 유지할 자세, 상하의 힘의 배분, 검을 휘두르는 어깨와 팔, 손목의 움직임.

하나, 하나 전부 다시 익혀야 할 판이다.

이를테면 같은 시간에 이전에는 한 번을 휘두르는 동작을 지금은 많게는 세 번까지도 휘두를 수 있는 스펙이 생겼다.

이건 그간 해왔던 감각과 반응을 전부 뜯어고쳐한다는 말이고.

마치 처음 접속하는 유저처럼 몸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춤추는 거 구경해 줄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마침 시간이 있으니까 연습 좀 해볼까?”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나를 향해 베사노스를 찔러 들어왔다.

그것도 정말 급소를 노리고.

큭.

정말 못 말린다니까.

곧장 전투 감각을 활성화시켜 스탭을 밟으면서 뒤로 몸을 빼내었다.

그런데 힘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았는지 몸이 완전히 뒤로 날아가 굴러 버렸다.

하.

그냥 피하는 것도 제대로 안 되네.

“이거 걷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너무한 거 아니에요?”

“엄살 부리지 마. 구르다 보면 다 되게 되어 있어.”

그러면서 순식간에 내게 접근해 다시 베사노스를 휘둘러댔다.

이번에는 아예 오러까지 덧씌우고.

내 스펙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오러에 직격으로 맞으면 골로 가지.

바로 힘겹게 몸을 구르며 피하면서 테르타로스와 르아 카르테를 휘둘려 베사노스를 쳐내었다.

물론 이번에도 힘이 이상하게 적용되어 서로의 검이 엇박자를 내면서 손아귀가 찌르르 울렸다.

미치겠네.

전에 네임드를 잡을 때는 그저 찌르기 한 번만 하고 빠지면 됐기에 컨트롤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세세한 검의 궤적마저 일일이 다 신경 써야 했다.

당연히 이쪽이 수십 배는 힘들다.

그런 어리버리한 상태의 내게 재중이 형의 베사노스가 무참한 폭격을 하면서 나를 끝없이 밀어붙였다.

까딱 실수하면 목이 날아갈 지도 모르겠어.

“아! 진짜! 이건 너무 스파르타잖아요!”

“크큭!! 샌드백이 되기 싫으면 빨리 적응하라고!”

역시 이 형은 이쪽으로는 자비가 없었다.

그러려면 정말 빨리 적응을 할 수 밖에.

그렇게 수백, 수천 번의 검격이 단 일 분도 되지 않아 눈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으로 오가자 겨우 몸이 밸런스를 맞춰 가는 기분이 들었다.

“호오, 이놈 봐라? 벌써 적응한다고?”

“샌드백은 되기 싫거든요.”

처음에 뒤지게 맞던 베사노스를 한두 번 쳐내는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몸의 균형을 맞춰 갔다.

역시 실전이 최고네.

어설프게 혼자 밸런스를 잡아보겠다고 설쳤다가는 정말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곧 감각 하나하나가 모두 되살려지면서 새로운 스펙에 점점 몸을 맞춰 갔다.

쾅쾅!

콰앙!

카강!

캉!

키잉!

피이잉!

그리고는 점점 귀에 들려오는 검이 맞부딪히는 특유의 타격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힘으로 무작정 방어할 때에는 포탄 터지는 소리가 나던 것이 지금은 튕겨나가는 그런 소리로 바뀌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명한 고유의 맑은 소리까지 나자 재중이 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아놔, 이 놈 진짜. 몇 개월 어치의 숙련도를 따라오려고 하네?”

“하라면서요!”

“진짜 할 줄 알았나.”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를 내리고 뒤로 빠져나갔다.

“뭐 대충 합격. 당장 어디 가서 칼 맞고 바로 뒤지진 않겠다.”

“아직 많이 모자란데요?”

재중이 형이 합격이라고는 했지만 역시 부족하긴 했다.

몇 개월의 공백을 바로 따라잡는 것은.

솔직히 재중이 형이 정말 많이 봐주면서 살살 했다는 것도 잘 알겠고.

지금 이 형과 제대로 붙으면?

백이면 백.

무조건 진다.

지금 잠깐 붙었을 뿐인데도 감각이 몸서리치도록 위험 신호를 보낸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말이지.

정말 연습만 시켜준 셈이잖아.

그런 날 보더니 재중이 형이 다시 피식 웃어 보였다.

“알아, 아직도 엉망인 거.”

“그럼?”

“시간이 다 되어서 말이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손목을 가리켰다.

“그만큼 놀았으면 이제 밥값 좀 해야지.”

“다른 녀석을 노리는 건가요?”

“어, 너도 만족 못 하잖아? 스펙을 더 올려야지?”

“하, 지금도 충분히 벅차요.”

그렇지만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네임드를 잡는 건.

내 스펙을 늘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니.

그리고 녀석들을 물 먹일 수 있는 최선이기도 했고.

“보자, 지금부터 열심히 움직이면 얼추 시간을 맞출 수 있겠네.”

재중이 형이 뭔가의 목록의 띄워서 보는데 궁금해서 물었다.

“뭐예요?”

“아, 네임드들 리젠 타임표. 이젠 네임드가 워낙 많다 보니 이런 거 없으면 시간을 못 맞춰.”

“다른 길드에서 네임드를 꽉 잡고 있다면서요? 시간을 어떻게?”

재중이 형이 말한대로라면 저 네임드 리젠 시간은 적 연합에서만 알고 외부로는 돌리지 않을 정보였다.

특히 레이드 중에는 외부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정보 길드가 따로 있어.”

“그래요?”

“못 잡아서 문제지, 시간 알아내는 정도야 뭐. 누구나 시간과 돈만 들이면 가능해.”

“편하네요.”

“그래, 깽판 치기도 편하고. 아, 방금 생각난 건데 너 르아 카르테는 당분간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아, 그렇네요.”

무슨 말인지는 바로 알겠네.

“르아 카르테를 쓰면 저인 거 바로 들통 나서 그렇죠?”

“어, 그거 하나밖에 없는데 누가 봐도 너니까. 망토가 가려 준다고는 해도 은신이 풀리면 귀찮아져.”

“그러죠 뭐.”

기껏 바꿔놓고 안 쓰기는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정체를 숨기고 다니는 게 더 중요했다.

최소한.

모든 네임드들을 집어삼키기 전까지는.

* * * * *

키이이이잉!!

콰지직!

“글래시어 퀘이크다! 전부 피해!”

“빨리 벗어나! 전부 얼어 죽는다!”

“힐러들 뭐해?! 탱커들한테 힐 집중해!”

“하고 있어! 좀!”

땅에서부터 빙하가 잔뜩 피어올라 주변 모든 땅들을 집어삼킬 듯 퍼져 나가는 모습에 순간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그리고 그런 빙하 덩어리들에 맞는 순간 유저들의 몸이 꽝꽝 얼어서 그 자리에 박제되어 버리는 장면 역시도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글래시어 퀘이크가 땅을 얼린 후 이번에는 하늘에서 또 다른 스킬이 펼쳐져 내려왔다.

쐐애애액!!

피이이잉!!

“미친! 템페스트 떴다!”

“아놔! 저게 왜 연속으로 떠?!”

“힐이고 뭐고 다 빠져!”

“전부 이탈한다!”

설산의 태풍과도 같은 템페스트가 전방위적으로 유저들을 얼려버리며 연속으로 불어 닥치자 레이드하던 유저들도 손을 놓고 바로 뒤로 빠져나갔다.

강하다.

예전에 봤던 호수의 여왕은 정말 아이로 보일 정도로 이 얼음 여왕은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정말 이걸 잡는 게 가능하다고?

“강하지?”

“강하네요.”

“어, 이건 추정 레벨 350대가 넘거든. 통칭 죽음의 여왕.”

“그 정도면 거의 마왕급 아니에요?”

“그래도 마왕보다는 약하지.”

그런 강력한 얼음 여왕과 힘겹게 레이드하는 유저들을 살펴보고는 다시 내게 웃어 보였다.

“어때? 다음 먹이로는 나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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