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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22화 (812/1,404)
  • #822화 파편의 시험 (3)

    푸아악!!

    발루딘의 날카로운 검 끝이 녀석의 심장을 파고 드는 순간.

    “크아아악!!”

    내 얼굴과 똑같이 닮은 녀석의 입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이공간 속에 가득 울려 퍼졌다.

    칫.

    이런 걸 내 얼굴로 보고 싶진 않은데.

    꼭 내가 당한 것 같은 딱 그런 느낌이라.

    잔뜩 구겨지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보는 내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는 녀석의 표정에는 경악 섞인 놀람이 섞여 있었다.

    “넌 대체……!”

    스펙이 자기보다 낮은 내가 이겼다고 놀라는 건가?

    아니면 내가 공격을 전부 파훼해서?

    뭐 어느 쪽이든 이 녀석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을 테니.

    “됐고. 좀 죽어라.”

    이미 급소를 제대로 당한 상태라.

    아무리 녀석이 네임드급의 보스라고 해도 명확한 급소를 당한 이상은 한 번쯤은 경직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 가정은 틀리지 않았다.

    곧장 발루딘을 녀석의 심장에 박아 놓은 상태로 이번엔 르아 카르테를 휘둘러 녀석의 목에 쑤셔 넣었다.

    푸우욱!

    아무래도 심장만으로는 부족해.

    인간형이긴 해도 녀석은 엄연히 네임드나 이벤트 보스급이었다.

    내 목에 칼을 박아 넣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긴 하지만.

    적어도 목 정도는 날려 줘야…….

    확실히 안심할 수 있었다.

    두 번 연속으로 완벽하게 급소에 공격이 들어가자 녀석의 신형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크르륵…… 이럴…… 리가……!”

    듣기 싫은 가래 끓는 목소리…….

    차라리 목을 쳐 버릴 걸 그랬나.

    그리고 어쩌면 인간형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괴수형이나 혹은 다른 형태였으면 확실한 급소를 찾기 위해서 시간이 한참 걸렸을 테니까.

    녀석이 인간형이기에.

    거기다 나를 얕보기라도 한 듯 갑옷조차 걸치지 않는 맨몸이었으니까 일이 쉬워졌다.

    물론 이 녀석의 신체가 검도 안 들어갈 정도로 강했다면.

    초장기전으로 갔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만.

    그럼 아마도 내 쪽이 십중팔구는 졌겠지.

    아까부터 이상할 정도로 전신의 감각이 흐트러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분명 녀석의 공격을 파훼할 때부터였나?

    처음 쓴 그 기묘한 감각은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몸의 컨디션을 계속 무너뜨리는 중이었다.

    조금 더 지나면 서 있지도 못 하겠는데…….

    그리고 이런 기분은 예전에 한 번 느껴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예전.

    RTP가 맞지 않은.

    내 RTP 수치보다 월등히 낮은 기기를 썼을 때의 리바운드.

    딱 그때의 그 느낌과 아주 유사했다.

    아마 기절을 했었던가.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다행이랄까.

    “나도 더는 못 버티겠거든. 좀 쉬자.”

    그렇게 녀석의 목과 심장에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박아넣은 상태로 스킬을 시전했다.

    내가 쓸 수 있는 근접전 최강의 스킬.

    이게 제대로 통할지는 모르겠다만.

    【 데스 버스트! 】

    콰콰쾅!!

    데스 버스트를 쓰자 검신에서 터져나간 데스 버스트가 극심한 폭발을 일으키며 온통 녀석의 신체를 그대로 헤집었다.

    “크아아악!!”

    이미 경직이 왔는지 반항을 못하는 녀석에게 정말 완벽할 정도로 데스버스트가 확실한 타격을 주었다.

    내 몸에 검을 박아놓고 터트리고 있다니 참.

    다시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니지만.

    이대로 안심할 수 없지.

    한 방으로 끝날 것 같으면.

    이 고생을 하지도 않았다.

    지금 마력을 다 털어 내는 한이 있어도.

    넌 여기서 잡아야겠어.

    【 시간의 서! 】

    【 데스 버스트! 】

    콰콰콰쾅!!

    “크아아악!!”

    다시 한 번 녀석의 몸 안 깊숙이 터지는 데스 버스트의 향연에 미소 지었다.

    거기다 발루딘으로 스킬을 썼기에.

    연속 공격, 크리티컬, 출혈 부위 공격에 대한 추가 대미지가 몽땅 들어갔을 것이다.

    관통 확률 역시도 녀석의 방어를 제대로 깼을 테지.

    거기다 르아 카르테에 달린 치명타 대미지 추가가 무려 750%다.

    크리티컬만 제대로 들어가면.

    지금 쓴 데스 버스트를 몇 배는 뻥튀기할 수 있어.

    위력을 올리기 위한 오러 블레이드야 항상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에 몇 겹으로 둘러놓은 상태고.

    녀석의 마신의 파편과 부딪히면서도 밀리지 않기 위해선 오러 블레이드는 필수였으니.

    거기에 녀석과 싸우기 전부터 이미 마족화까지 해둔 상태라 이 이상의 위력은 낼 수 없었다.

    만약 이것도 안 통한다면.

    내가 먼저 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데스 버스트가 두 방 연속으로 터지고 난 뒤.

    녀석의 몸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죽지 않고 내 눈을 노려보며 이공간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내가 일어나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죽어가기 직전의 악독하고 표독한 악당의 딱 그런 모습.

    하아.

    정말 내 얼굴로 그러지 말라니까.

    확실한 건 극심한 타격을 받아서 녀석이 아직도 못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마력은…….

    이미 다 떨어졌는데.

    데스 버스트를 연달아 두 방이나 쓴 것 자체가 이미 무리였다.

    뭐.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딱 기다려.”

    그리고는 곧장 사방에 미리 가지고 있었던 타르석을 던져 놓았다.

    “뭐 하는 짓이냐?”

    “너 죽일 짓.”

    예전이라면 몰랐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곧장 타르석을 르아 카르테로 내려치는 순간.

    마력이 쭉 올라가면서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내가 뭘 할지 눈치챘는지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그렇게 꺼내놓은 모든 타르석들에게서 마력을 흡수해 다시 원래의 마력 상태로 돌려놓았다.

    뒤에 마누스를 꺼내었고.

    【 리셋 스킬! 】

    그다음 다시 무방비한 녀석의 몸에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박아 넣었다.

    “그거 알아? 넌 여기서 못 나가.”

    원래라면 네가 내게 했어야 하는 말이었겠지만.

    지금은 나만 할 수 있는 말이지.

    “아, 안 돼!”

    급박한 녀석의 표정에서 확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씨익 웃어 보였다.

    “너 체력이 다했구나?”

    전에 내가 약하기 때문에 녀석도 약하다고 했었던가.

    차라리 내 쪽의 레벨이 낮았던 게 지금은 천만다행이라 느껴졌다.

    데스 버스트가 통할 정도의 수준.

    딱 그 정도로만 강했으니까.

    【 데스 버스트! 】

    콰콰쾅!!

    “크아아!”

    그리고 이번 데스 버스트는.

    녀석에게 확실한 결정타가 될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데스 버스트가 터지자 강한 폭발과 함께 녀석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지금껏 버티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 상태로 검은 잿빛으로 변하더니 곧 녀석의 몸이 가루가 되어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하.

    정말 이건 별로라니까.

    적이긴 하나 자신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광경은.

    썩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 메인 퀘스트 : 마신의 파편의 시험 (완료). 》

    - 마신의 파편의 시험 횟수 (1/10)

    - 마신의 파편의 잔영을 제거.

    - 퀘스트 보상.

    마신의 파편 소유권 획득.

    《 유저 『 주호 』 님이 마신의 파편의 잔영을 처치했습니다. 》

    《 마신의 파편의 잔영에게 승리해 마신의 파편에게 인정을 받습니다. 》

    《 유저 『 주호 』 님이 최초로 마신의 파편의 소유권을 획득합니다. 》

    내 모습을 꼭 닮은 녀석을 잡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메인 퀘스트가 완료됐음을 알려왔다.

    천만다행이네.

    아주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 레벨이 올라 이 녀석을 만났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이길 수 있었을까?

    잠시 생각해 보다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그때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괴물이 되어 있었을 지도 몰라.

    차라리 지금이니까 이렇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신의 파편의 잔영이 쓰러져 사라진 자리로 가니 마신의 파편만 덩그러니 홀로 바닥 위에 떨어져 있었다.

    대체 이걸 얻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한 건지.

    바로 손을 뻗어 마신의 파편을 쥐니까 순식간에 주변의 검은 풍경이 깨어지듯 부서지기 시작했다.

    역시 다른 공간이었나.

    그리고 재중이 형을 비롯한 우리 팀이 모두 뭔가를 때리려 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다들 뭐 하세요?”

    “어? 너? 괜찮냐?”

    재중이 형이 눈을 부라리면서 내가 괜찮은지 확인을 했다.

    “음, 일단은요? 좀 죽을 뻔하긴 했는데.”

    옆에서 챠밍도 뭔가의 마법을 시전했었는지 두 손에 마력을 잔뜩 모아 놓은 상태에서 날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뛰어왔다.

    “오빠!!”

    “아, 이거 치고 있었나 보네.”

    억지로 부수려고 한 건가?

    내가 갇힌 이공간.

    그게 밖에서는 일종의 결계처럼 형성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그래서 부수려고 했구나. 고마워.”

    “무사한 거 봤으면 됐어요.”

    이쁜소녀를 비롯해 모두가 걱정했는지 옆에 와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거 참.

    고맙긴 하네.

    잠시 소란이 진정된 뒤,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 주자 다들 챠밍과 이쁜소녀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빠가 보스라니…….”

    “그럼 오빠가 마신?!”

    하아.

    졸지에 최종 보스에 마신까지 되어 버린 거려나.

    “모르겠다. 왜 내 모습을 가져다 썼는지.”

    어쩌면 다른 사람이 들어가면 그 사람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나밖에 안 해봤기에 그건 모르는 일이다.

    “운영자가 나쁘네요.”

    “맞아, 맞아!”

    “그러게. 초상권 비용이라도 달라 해야 하나.”

    정말 나중에 마신이 내 모습이라면야…….

    나르샤 누나가 내 모습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곧 내가 들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이제 그거 네 거야?”

    “아, 누나. 일단은 뭐 그런 셈이죠.”

    마신의 파편의 잔영은 잡았고.

    메인 퀘스트도 완료가 된 상태였다.

    그 이후로 연계되는 퀘스트가 따로 뜨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이 퀘스트는 여기서 끝인 모양이었고.

    단순히 마신의 파편만 얻고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마도 좀 기다리며 나중에 다른 퀘스트가 나오려나?

    “마왕도 아니고 마신의 무기라니. 기대된다.”

    “하하.”

    아직 마왕의 무구도 안 풀린 마당에 그걸 건너뛰고 아예 마신의 무구니.

    정확하게는 이게 마신의 무기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마신과 연관은 있을 테니.

    마왕의 무기보다는 약하진 않겠지.

    전에 마왕 벨라가 휘두르던 그 창보다 아마 이게 더 윗줄이지 않을까.

    옆에서 마신의 파편을 훑어보던 전사 형도 부러운 듯 감탄했다.

    “호오, 마신의 무기라. 부럽다. 부러워.”

    “그래요? 그럼 이거 사실래요?”

    내 말에 전사 형이 못들을 말을 들은 것처럼 바로 정색했다.

    “미친……. 이거 백억짜리잖아. 난 손 떨려서 이런 거 못 써. 그리고 살 돈도 없고. 어느 미친놈이 백억짜리 무기를 휘두르고 다니…… 이거면 건물이…….”

    “그 미친놈 여기 있어요.”

    “아, 미안.”

    전사 형이 사과하며 머쓱한 표정으로 웃어버리자 나도 역시 웃었다.

    하긴 백억짜리 무기가 존재한다는 거 자체가 어이가 없는 일이다.

    막내별도 옆에 바싹 붙어오며 내게 말했다.

    “어때요? 좋아요? 백억!”

    “하하, 너무 좋아하시네요.”

    “아, 이런 거 방송 타면 실검 1위인데 아쉽다.”

    그때 전사 형이 고개를 저으면서 막내별에게 말했다.

    “……음, 아마 모르긴 해도 평생 쫓겨 다니지 않을까요?”

    “아, 그렇긴 하겠네요. 그럼 정정. 외부에는 알리지 않는 걸로.”

    막내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두를 향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억에 눈이 돌아가 개떼처럼 몰려오는 사람들이라니.

    생각만 해도 무섭네.

    “그런데 이거 아무나 쥘 순 없을 거예요.”

    재중이 형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주인 타는 무기지? 카르바할 말로는 네가 아니면 쥘 수도 없다던데. 엄청난 고통이라고.”

    “네, 뭐 그렇죠. 드랍되는 지도 의문이고요.”

    굳이 죽어서 실험해 볼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이건 모를 일이지.

    어쩌면 르아 카르테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건 어때? 쓸 만해?”

    “백억짜리니 당연히 쓸 만…….”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갑자기 눈이 핑 돌아가면서 어지럼증과 함께 신체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며 시야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

    몸이 말을 안 들어?

    쿵.

    그리고 필름이 끊기듯 완전히 정신이 끊어지는 중 챠밍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자꾸 눈이 감겨…….

    쓰러지면 안 되는데…….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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