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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66화 (756/1,404)

#766화 지저 세계 (2)

“마계?”

갑자기 나온 마계라는 말에 재중이 형을 포함한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네, 마계요.”

교황 전용 아이템.

갓 핸드.

이 아이템이 있으면 천계와 마계를 오갈 수 있다.

“흐음, 마계라…….”

재중이 형도 이것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바로 간다는 건 아니고요. 저도 준비가 좀 필요해서.”

잠시 침묵을 지키던 재중이 형이 다시 내게 물었다.

“그 갓 핸드라는 거. 너만 쓸 수 있는 거냐?”

“음, 아마도요. 교황 전용 아이템이거든요.”

그때 챠밍이 깜짝 놀라 내게 물었다.

“그럼 설마, 혼자 마계에 가신다는 거예요?”

챠밍이 걱정하는 부분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아이템이 교황 전용인 걸 봐서는 다른 사람은 이걸 쓸 수가 없을 터.

결국은 혼자 마계를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전사 형도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내게 말했다.

“그거 좀 위험한 거 아냐? 지금 나와 있는 필드보다 훨씬 위험할 건데. 최소 저 악마의 탑, 마룡의 둥지 같은 곳보다 더 어려울 거야.”

이번에 업데이트가 되면서 여러 던전이 동시에 열렸다.

그중 확실하게 공개가 된 건 두 곳.

악마의 탑과 마룡의 둥지.

이외에도 숨겨진 사냥터가 더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 유저들의 이목은 전부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업데이트에 나온 내용에는 악마의 탑에서는 각종 강화석과 스킬, 마법서 등이 나온다고 했고, 마룡의 둥지는 새로운 탈것과 새로운 장비 등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악마의 탑 역시도 장비를 구할 수 있겠지.

두 곳 모두 현재는 최상의 던전일 테고.

아마 모르긴 해도 곧 위치를 찾아내는 대로 유저들의 끝없는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최상위 아이템은 항상 인기가 많았으니까.

일단 던전에 한 자리 잡기만 하면 대박이 터진다고 봐야 했다.

당연히 그런 던전을 놔두고 혼자 마계로 간다고 하니 전사 형이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우리 팀 역시도 모두 날 보면서 같은 표정을 보였다.

아무래도 이야기해야겠네.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음, 사실 아스티아가 부탁한 일이에요.”

“응?”

“네?”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보자 다시 설명을 했다.

“아스티아의 전용 무기가 마계 쪽에 있나 봐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도 그걸 찾아다닌 모양이고요.”

그리고 아스티아에게 걸린 퀘스트도 하나 있었다.

《 서브 퀘스트 : 가짜 황제의 행방. 》

- 가짜 황제의 흔적을 찾아라.

- 마족의 대지로 접근하면 정보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 퀘스트 보상.

『 용마족 아스티아의 우호도 상승. 』

완료 시 용마족의 스킬 중 하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 받았던.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퀘스트.

“가짜 황제는 아마 그 마계에 있겠죠. 마족의 대지라는 것도 마계일 테고요.”

업데이트 전부터 마족의 대지가 어딘가 싶어서 계속 살펴봤지만.

애초에 나와 있지도 않는 곳을 찾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으니.

거기다 이걸 처리해야 아스티아에게서 용마족의 스킬 하나를 공짜로 배울 수 있었다.

뭐 일단 마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공짜가 아니지.

거의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 건데.

재중이 형이 살짝 고개를 젓더니 내게 말했다.

“아스티아가 꼭 가야 한다고 해?”

“꼭이라고는 안 했는데…… 아마 안 가면 꽤 곤란해지겠죠.”

아예 못 간다면 모를까.

신의 손이라는 아이템이 있는 이상에야.

내 대답에 잠시 생각하던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그 퀘스트 시간제한도 없네. 천천히 해.”

“아, 그러고 보니 시간제한이 없네요.”

재중이 형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이 시점에 교황이 돼서 신의 손을 가질지 누가 알았겠냐. 한참 뒤에나 마계에 가도록 되어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러니까 시간제한도 없었을 테고.”

“흐음. 그렇겠네요.”

시간제한이 없으니 아스티아가 강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아스티아가 이번에 절 살려 준 거나 마찬가지라서요.”

거기다 마계에 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또 있었다.

“그리고 형, 아스티아가 같이 가는데 위협이 될까요?”

내 대답에 재중이 형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바로 눈치챘구나.

“호오라. 이놈 봐라? 꽤 머리를 굴렸잖아?”

“네, 마계를 지금이 아니면 마음대로 돌아다니긴 힘들 테니까요.”

분명 마계는 최상위 사냥터일 것이다.

유저들이 당장 찾아갈 수 없다는 점만 봐도.

몬스터들 레벨 역시 상상을 초월할 터.

이런 마계에 내가 단독으로 간다?

목을 쭉 빼고 죽여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스티아가 같이 간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지.

아스티아는 마계의 녀석들과 다르게 신체를 온전히 가지고 있는 용마족이었다.

이곳저곳 환경을 따지지 않는.

최강이라는 말이기도 했고.

그리고 이번에 교황의 탈을 쓴 마왕을 두들겨 패는 것만 봐도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물론 마왕이 제대로 된 신체가 없어서 얻어맞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스티아가 강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

“버스 좀 타려고?”

“네, 늦은 만큼 만회해야죠.”

150에 정처 없이 묶여 있다가 이제 마왕 하나 잡고 5레벨이 오른 상태였다.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최대치의 레벨.

그만큼 마왕은 경험치가 된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이 마계에는 득실거릴지도 모르는 일이라.

당연히 마왕을 다 잡고 오는 건 무리겠지만.

그에 준하는 다른 녀석들을 잡기만 해도.

충분히 이득이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아스티아의 도움으로 마왕이라도 잡으면.

제대로 된 마왕의 아이템을 가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족의 무기만 해도 저렇게 좋은데.

그 이상이라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거기다 그쪽 사냥터가 압도적으로 템이 좋겠지.”

마계가 지금 공개되어 있는 악마의 탑과 마룡의 둥지보다 상위라는 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사냥만 가능하다면.

당연히 마계로 가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여기서 걸리는 것 하나.

“이 갓 핸드요. 한 번 쓰면 쿨타임이 무려 일주일이에요.”

“뭐? 그렇게 길어?”

“네, 그리고 어떤 스킬로도 쿨타임은 고정이라네요.”

쿨타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의 서라던가, 리셋 스킬 같은 건 적용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첫 번째 선택이 더욱 중요했다.

“흠, 뭐 갓 핸드 자체가 워낙 사기니까. 할 수 없나?”

“네, 그래서 천계는 아예 포기했어요.”

분명 이 갓 핸드로 마계는 물론 천계라는 곳도 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둘 중에 하나를 굳이 가야 한다면.

그건 마계지.

재중이 형도 내 말을 듣고는 같은 의견인지 말을 꺼냈다.

“그래, 아스티아가 일단은 마계 쪽 인물이니까. 둘이 천계로 갔다가는 아주 그림이 재밌어질걸?”

만약 천계로 갔는데 천계에 있는 녀석들이 아스티아와 함께 나를 공격한다던가 하는 상황이 오면 완전히 망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마계만큼이나 이쪽 천계 역시 강할 테니까.

그리고 이런 가정은 거의 들어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네, 천계가 우리에게 우호적일 거라는 생각은 안 드니까요. 괜히 잘못 갔다가 죽기라도 하면 손해죠.”

그렇다고 아스티아를 두고 움직이기에는 천계가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니까.

잠시 구경만 하고 나오는 정도면 모르겠지만.

거기서 뭔가를 얻기 위해 움직인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오케이. 그럼, 확실히 계획을 정해야겠는데.”

계획이라…….

재중이 형이 이렇게 말하는 건 다른 것 때문이 아니었다.

“광풍의 바르칼 때문이죠?”

“어, 이쪽은 확실히 위치를 아니까 할 수 있다면 차지해야겠지. 갚아 줄 것도 있고.”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은 확실히 정보가 있었다.

신성 제국에서 서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장소.

지금은 명궁의 페가수스 연합이 그쪽을 공략 중이었다.

그리고 우리와는 이미 한 번 치고받았던 전적이 있기도 하고.

굳이 나누자면 적대적인 관계였다.

“먼저 낚아챌 수 있을까요?”

“해봐야 알겠지.”

당연하게도 적대 관계니까 우리가 가서 방해를 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쪽 연합을 전부 끌고가야 하기 때문에 쉽게 내릴 만한 결정은 아니었다.

“뭐, 정 안 되면 명궁 그 녀석만 죽여 버리는 방법도 있고.”

우리가 차지하지 못 한다면 누구도 못 가지게 만든다는 생각인가.

어차피 명분은 있으니까.

그냥 가서 냅다 두들겨 패면 된다.

“다른 길드들은요? 연의 길드는…….”

“뭐 그쪽은 우리에게 이를 잔뜩 갈고 있겠지.”

“흐음, 난감하네요.”

연의 머리가 확 돌아서 신성 제국을 차지하겠다고 달려들기라도 하면 거의 빈집털이나 마찬가지다.

쉽게 되는 일이 없네.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연을 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연과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이니까.

공식적으로는 아직 우리 두 연합은 동맹에 가까웠다.

“그냥 연의 연합부터 먼저 치면 안 되나요? 아니면 아예 신성 제국에서 몰아내던지…….”

“나쁘지 않은 제안이야. 하지만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

“어차피 신성 제국 공성은 이 주일 뒤니까.”

“아, 그랬었죠.”

내가 교황을 차지했다고 해서 계속 이 자리를 유지하게 두진 않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성전을 통해 신성 제국의 주인이 바뀔 수 있게끔 해두었다.

반대로 적어도 이 주 동안에는 신성 제국이 적대 유저들에게는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일단 이쪽은 안심인가.

만약 우리가 자리를 비웠는데 초월이나 페가수스 연합들이 밀고 들어오면 굉장히 피곤해질 테니.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른 길드들에 대해서 전사 형에게 물어보았다.

“유니콘하고 천사 길드는요?”

분명히 듣기로 이들은 다른 곳으로 미리 빠졌었다.

내 물음에 전사 형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쉽다는 듯.

“아마 그쪽은 늦었을 거야. 명궁처럼 중간에 움직인 것도 아니니까. 거리가 멀기도 하고. 특히 녀석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흐음, 아깝네요.”

“그러니까 광풍의 바르칼은 확실히 우리가 가져와야지.”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초월 쪽도 전에 들어왔죠?”

“어, 그쪽은 오자마자 바로 짐 싸서 움직였어.”

“그런가요?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요?”

“여기서 사람을 붙이기는 힘들어. 아쉽게도.”

초월 쪽 연합도 문제였다.

대체 뭘 할지 모르는 녀석들이라.

그리고 아직 우리와 전면전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수틀리면 바로 반대쪽에 붙을 수도 있었다.

“계속 살펴봐 주세요.”

“그래, 그럼 마계로 넘어갈 거냐?”

전사 형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했다.

막상 마계로 넘어가려니 광풍의 바르칼이 걸리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결정을 내렸다.

마계도 좋지만…….

광풍의 바르칼이 먼저였다.

“일단 이쪽 먼저 처리하죠.”

“아스티아는?”

“잘 설득해 봐야죠. 잘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죠.”

“호오, 그건 완전 파격적인데?”

아스티아가 나서 주면 뭐.

어지간한 유저들은 그냥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잘하면 아스티아가 광풍의 바르칼을 처리해 버리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날 수도…….

그렇게 정리를 하고 일어서려는데 사장님에게 급한 연락이 들어왔다.

<카이저> 흠, 이거 곤란하게 됐어.

<주호> 네? 무슨 일 있나요?

<카이저> 방금 소식이 들어왔는데…… 초월 녀석들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중간에 사라졌다더니 설마 광풍의 바르칼을 잡으러 간 거였나.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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