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55화 (745/1,404)

#755화 신의 손 (4)

세계에서 제일 유명해진다라…….

얼핏 들으면 좀 터무니없는 말이기는 해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은데?

재중이 형의 말을 들은 은하는 이미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중이었다.

“어, 음, 그러니까…….”

평소의 침착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머뭇거리는 말투에서 다소 당황한 기색도 느껴졌다.

“모르겠어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은하를 향해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번에 생각을 해 봐. 너한테는 꽤 괜찮을 거야.”

“네, 저도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요.”

확실히 이런 일은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듯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은하 본인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

쉽게 결정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그것도 한참을 복귀하기 위해 준비해 왔던 걸 생각해 보면.

이번 결정은 미래가 달라지는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기다리던 재중이 형이 은하가 깜짝 놀랄만한 말을 꺼냈다.

“이번에는 네 언니도 한 발 담그고 있어.”

“언니요?”

“어, 수정이. 서프라이즈 한다고 귀띔도 안 해 줬나 보네.”

“으음…… 설마 언니가 제안한 거였어요?”

“정확히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세세한 플랜을 네 언니가 짰지. 아무래도 내가 이쪽 분야를 수정이보다 잘 알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재중이 형이 의견을 내고.

수정이 누나가 살을 붙였다는 말이었다.

어쩐지 재중이 형이 이쪽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알려 주지 않으면 모를 만한 일들도 알고 있었으니.

“수정이 걔, 생각보다 일 욕심이 많거든. 특히 네가 연관된 일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썼더라.”

“언니가…….”

당연하겠지만 우리보다야 은하가 자신의 언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수정이 누나가 나오는 순간부터 은하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리는 걸 보면.

“물론 네가 허락한다는 가정하에.”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던 은하가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만약 제가 허락한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 거죠?”

“음, 일단 소속사부터 바뀌겠지. 그리고 이번에 변경되는 로스트 스카이의 시즌 OST를 네가 부르게 될 거다.”

“네?”

“그게 무슨?”

재중이 형의 말에 은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번에는 은하만큼이나 나도 놀랐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놀랄 만한 일이니까요.”

현재 로스트 스카이에 접속할 때 나오는 로그인 OST가 있었다.

시즌마다 변하는 로그인 OST.

이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접속할 때마다 나오니까.

일단 로그인 OST로 나오기만 하면.

수백, 수천 만의 유저들이 접속하면서 무조건 듣게 된다.

노래를 홍보하는 데는 이만한 시스템도 없지.

그래서 이 로그인 OST에 자신들의 가수들의 곡을 넣기 위해 물밑 접촉이 엄청났다고 예전에 기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시스템 자체가 완벽한 홍보의 장이니.

수요가 몰리는 것도 당연한 일.

당연히 경쟁도 치열했고.

은하가 당황했는지 머뭇거리면서 재중이 형에게 물어보았다.

“국내 탑 클래스 가수들만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아아, 원래는 그렇지. 하지만 너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 바로 오케이 사인 나올 거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상징성.”

“네?”

“로스트 스키이를 직접 접속해서 몸소 즐기고 있는. 그것도 전 서버를 통틀어서 가장 레벨이 높은 마법사가 현역 아이돌 가수였다. 얼마나 그림이 좋아?”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런데 재중이 형에게서 놀랄 만한 말이 이어졌다.

“이미 로스트 스카이의 회사인 ZUN 관계자들과 이야기가 끝나 있어. 네가 원하기만 하면 바로 가능해.”

“……정말인가 보네요.”

“그쪽도 놀라긴 마찬가지더라.”

“제가 아이돌이여서요?”

“어, 국내서 내놓으라고 하는 유저들도 상위 랭킹이 힘든데 말이야. 입이 쩍 벌어져서 놀라는 모습이 참.”

이건 서로가 알게 돼서 놀라는 일이라는 건가.

“특히 안지운 팀장이 네 편이라고 하더라고.”

“네에?”

“크큭, 오디션 프로그램 할 때 너한테 투표했다던데?”

“음…… 고마워해야겠죠?”

“다음에 사인 좀 부탁한다더라.”

은하가 차마 웃진 못하고 몹시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안지운 팀장이 은하의 팬이라니.

“당연히 이걸로 끝나지 않을 거야.”

“더 놀랄 일이 있어요?”

“음, 일단 네가 로스트 스카이 메인 홍보 모델로 들어갈 거고. 다른 광고도 꽤 많이 들어오겠지. 당연히 방송 출연 제의도 이어질 거다.”

재중이 형의 계속되는 말에 은하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상으로 활동을 전부 쉬어 버린 아이돌에게는 꽤 과분한 일이 되겠어요.”

옆에서 듣기로 은하 입장에서는 전혀 나쁜 제안이 아니었다.

다만 걸리는 것들이 좀 있지 않나?

재중이 형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형, 소속사를 옮기면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요?”

“음? 그건 우리 쪽에서 해결 가능해.”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이거면 되거든.”

“돈으로 해결하겠다고요?”

“어, 어차피 지금 은하의 소속사에서는 은하를 그냥저냥 괜찮은 아이돌 정도로만 대우할 거니까. 활동을 일 년 반이나 쉬어버린 것도 있고.”

그 말에 은하가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거죠?”

“으음, 그렇게 직접 말 안 해도 되는데 말이야. 내가 너무 미묘한 말을 꺼냈나?”

“아뇨,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어요.”

은하의 표정이 굳어 버리자 재중이 형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이 기회라고. 우리 입장에서는 말이야.”

현재 가치가 낮아진 은하를 데려오려고 해도 적지 않는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중이 형은 그렇게 하길 원했다.

그리고 아마 이건 수정이 누나의 의중도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자신의 동생이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테니.

“잘 생각해 봐. 선택권은 네게 있으니까.”

“네, 언니와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요.”

“크큭, 그래. 그럼 일 얘기는 그만하고 한잔 쭉 들이켜자고.”

끙.

이 형.

원래는 술 마시려고 온 거였지.

결국 거실이 북적거리게 술판을 벌이고 한밤이 되어 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자리가 끝났다.

“저 이만 일어날게요. 많이 늦은 것 같아요.”

은하가 일어서자 나와 재중이 형도 덩달아 일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내 허리를 툭툭 쳤다.

“시간이 늦었는데 공주님 잘 바래다 드리고 와라.”

“안 그래도 갈려고 했어요.”

미리 불러 둔 콜 택시가 와서 앞에 서자 은하가 먼저 타고 나 역시 옆에 올라탔다.

은하가 깜짝 놀라서 그런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

“오늘 너무 늦었잖아. 갔다가 오면 돼.”

이게 좀 오버인 것 같긴 해도.

은하의 표정을 보니 당황하면서도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재중이 형이야 알아서 잘 갈 거고.

한참을 달려 은하의 집 앞에 도착해서 내리자 주변에는 사람 하나 없이 꽤 고요한 풍경이었다.

“오빠, 너무 힘들겠어요.”

“괜찮아. 그리고 이래야 내가 안심이 돼서.”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던 은하가 내게 말을 꺼냈다.

“저 그때,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가 정말 행운이었나 봐요.”

“응? 아…… 오히려 내가 행운이지.”

그때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은하가 날 기다리지 않고 다른 길을 택했다면.

혹은 내가 접속을 안 했다던가.

조금만 틀어졌어도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뭔가를 떠올렸는지 환하게 미소를 지은 은하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은하를 품에 끌어안았다.

“아…….”

서로의 온기가 느껴지는.

숨결이 닿을 것 같은 거리.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리는 느낌을 느끼며.

그리고 은하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가만히 내게 기대어 속삭였다.

“오빠, 고마워요.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 줘서.”

* * * * *

“으…… 머리 아프네.”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는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재중이 형이 어제 너무 달렸어.

그리고 은하를 데려다주러 갔다 온 것을 떠올리자 밤에 끌어안고 있던 일들도 새록새록 기억에 떠올랐다.

“와, 술김에 나도 미쳤구만.”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그냥 그 때의 그 본능이 몸에 시킨 것만 같았다.

따라가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보나…….

그렇게 혼자 괜한 걱정을 하면서 뒤척이다가 로스트 스카이의 공지를 열어보았다.

지금쯤 아마도 점검이 끝나 있을 테니.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서버가 오픈한 지 꽤 시간이 흘러 있었다.

아, 이 형.

좀 작작 마시지.

살짝 머리가 띵한 것을 깨우면서 공지만 확인하고는 스마트폰을 바로 뒤집어 놓았다.

아무래도 접속은 무린가.

이런 컨디션이라면 그냥 접속을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괜히 접속을 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가만히 누워 TV를 틀자 로스트 스카이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바뀐 내용들에 대해서도.

역시 직접 눈으로 보는 편이 낫다니까.

- 암흑 지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보이십니까? 현재 신성 제국 제넨샤로 이어지는 암흑 지대가 사라짐으로 완전히 길이 열렸습니다.

- 새 업데이트로 인한 것이겠죠?

- 네, 신성 제국 제넨샤가 다시 활성화 됨으로써 유저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짐을 싸고 신성 제국으로 넘어가는 유저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 아, 그리고 새 지역도 오픈되었다면서요.

- 그렇죠, 특히 악마의 탑, 마룡의 둥지 같은 던전들도 속속들이 NPC들을 통해서 알려지고 있습니다.

- 거기다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업데이트되었죠?

- 네, 기존의 네임드 템을 능가하는 템들도 신성 제국 제넨샤에서 제작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안 그래도 중간급 유저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었는데 이번에 꽤 장비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야기를 좀 돌려서 교황이 된 주호 유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 음, 모르겠군요. 아직 접속 전이라고 하던데. 취재를 위해 가도 매번 퇴짜라 하하…….

- 그만큼 만나기 힘들죠. 교황이라면 좀 더 많은 시스템을 알게 될 텐데 아쉽네요.

- 네, 특히 이번에 교황 전용 아이템이 있다는 시스템을 확인하고는 어떻게든 인터뷰를 해 보려고 했으나 최강 길드 유저들도 행방을 모른다니 할 수 없죠.

- 과연 얼마나 좋은 템이기에 전용 템이 나온 걸까요. 기대가 되는 군요.

- 아마 영웅의 무기에 버금가는 아이템이 아니겠습니까?

- 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 1서버에 있는 영웅의 무기를 주호 유저와 신화 길드가 거의 다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 음, 그건 좀 이야기가 달라지는군요. 사실 연 유저가 소유하고 있는 것도 꽤 됩니다. 거기다 다른 영웅의 무기를 찾기 위해 뿔뿔히 흩어진 상위 길드도 상당하답니다.

- 조만간 다른 무기들도 정체가 드러나겠군요.

- 네,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서버들이 1서버를 바라보는 형국이라. 이곳에서 제일 먼저 아이템이 풀리니까요.

- 그럼 새 지역에서도 주호 유저의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마룡도 기대되고요.

TV에서는 연신 새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중에서도 교황 전용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도 제법 나왔다.

흐음.

교황 전용이면 나밖에 쓸 수 없다는 말인데.

지금 예상하기로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 조슈아 성녀가 말한 신의 손이려나?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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