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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49화 (739/1,404)

#749화 알 모으기 (8)

키에에엑!!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가르가의 포효.

그리고 완전히 오버가 된 뒤로는 그다지 유저들을 사냥하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지 억지로 쫓아가서 죽이거나 하는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아직 죽지 않고 버티고 있던 유저들도 겨우 세력을 추슬러서 위험 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들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짓고서.

필드를 꽉꽉 메울 정도로 많던 유저들이 전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십 분도 채 되지 않았다.

원래라면 이 정도까지 유저가 압살당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특별했다.

가르가가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물론 여기서는 두 가지로 상황이 갈리게 된다.

그 네임드를 유저가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만약 네임드가 레벨업을 하더라도.

충분히 공략할 만한 능력이 있다면.

잡는 데 조금 성가실 뿐이지 아예 못 잡는 경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어차피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면 레벨업을 하든 안 하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건 그냥 욕심이지.

그런데 애초에 이곳에 모인 유저들은 레벨업이 가능한 가르가를 상정하고 모인 것도 아니었다.

체력이 유한한 오버된 베히모스를 노리고 모여든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으로는 감당이 안 되더라도 이 숫자가 모이면 어떻게든 체력을 깎아서 잡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능력이 안 되는데 쪽수만 믿고 모여 있다가 레벨업이 되어 체력이 무한에 가까운 가르가를 만나 완전히 박살나 버린 것이다.

거기다 레벨업이 되면서 스킬 쿨타임도 완전히 돌아오게 되어 가르가가 매번 스킬을 난사했던 것도 한몫했다.

이건 유저들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마찬가지.

죽이는 건 고사하고.

도망도 못 가고 대부분 싸늘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사 형이 오버가 된 가르가를 보면서 말을 꺼냈다.

“가르가를 데리고 온 건 신의 한 수였네.”

“네, 완벽하죠.”

그리고 둘 다 챠밍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자 챠밍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은근히 이런 걸 부끄러워한다니까.

챠밍 덕분에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거의 다 완성되었다.

일단 오버된 베히모스를 치기 위해 모여 있던 유저들 대부분이 가르가에게 학살되어 사라졌다.

지금처럼 완전히 진형이 붕괴되면 다시 이 정도의 규모를 갖추기 위해선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 번 쓸려 나간 기억은 이들을 주저하게 만들겠지.

그리고 이제 가르가가 오버가 되었다는 점.

가르가의 레벨업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는데, 그것도 손도 풀지 않고 쉽게 처리해 버렸다.

“이왕이면 셋 다 얻는 게 좋잖아요.”

“흐흐, 욕심 많은 녀석 같으니.”

오버가 된 가르가는 따로 위치는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그것도 고개의 방향이 정확히 신성 제국을 향해 있었다.

그동안 지켜보고만 있던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저 녀석. 아무래도 베히모스를 의식하는 것 같지?”

“네,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흐음, 둘이 치고받아 주는 게 최선이긴 하지. 우리 입장에서는.”

한쪽을 공략하고 있을 때 다른 한 녀석이 끼어들거나 하면 레이드가 망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전에 히드라 하나만 해도 그 고생을 했는데.

만약 따로 잡게 되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터.

“어떻게든 둘이 싸우게끔 만들어야겠네요.”

방법이…….

그때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쁜소녀가 놀란 듯 외쳤다.

“오빠, 가르가가 베히모스 쪽으로 움직여요!”

“어, 나도 봤어.”

가르가가 유저들을 학살할 때에도 유일하게 가지 않은 방향이었다.

그걸 보고 눈치 빠른 몇몇 유저들이 일부러 베히모스 쪽으로 도망을 가자 가르가도 쫓다가 포기를 해 버렸다.

마치 베히모스 쪽으로는 가지도 않겠다는 듯.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이제 둘 다 동급인 상태니.

아예 안 싸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가르가는 그건 배제했다는 듯 베히모스 쪽으로 접근하더니 곧장 하울링을 터트렸다.

키에에엑!

멀리 있는 이곳까지 진동이 올 정도로 강한 외침.

그러자 베히모스 역시도 엎어져 있던 덩치를 들어 올리며 가르가를 향해 거대한 입을 벌렸다.

크허허헝!!

두 괴수가 동시에 질러대는 하울링이 중간에서 부딪히자 더욱 강한 파장이 밀려나오며 우리의 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재중이 형이 가르가의 움직임을 보고는 분석하듯 말했다.

“흐음, 한 지역에 두 마리의 패자는 필요 없다는 건가?”

“아무리 봐도 서로 사이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르가가 냉기와 화염을 동시에 뿜어내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당연하겠지만 가르가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할 생각으로 보였다.

반면에 베히모스는 비행을 하지 못한다.

저렇게 되면 십중팔구 베히모스가 가르가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데…….

“잘하면 가르가가 그냥 이길 수도 있겠어요.”

내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곧장 대답했다.

“그건 좋지 않지.”

“네, 한쪽이 너무 이기는 건 좀 그렇죠.”

“그래, 둘이 제대로 치고받아야 우리가 끼어들 틈이 생겨.”

한쪽이 너무 압도적으로 이기면.

곤란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은 시간.

유저들이 다시 거점의 부활지에서 날아오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오는 순간부터는 다 방해꾼이라고 보는 게 좋았다.

얌전히 우리가 이 녀석들을 차지하게 둘 것 같진 않으니까.

“유저들이 오기 전까지는 끝내야 해요.”

“아무래도 귀찮아 지겠지.”

그때 챠밍이 내게 물었다.

“저 둘을 다른 장소로 데리고 가면요?”

그 물음에는 전사 형이 답했다.

“가르가는 몰라도 베히모스는 안 움직일 것 같은데?”

“그런가요?”

“움직이려고 했으면 예전에 움직였겠지.”

확실히 전사 형 말대로 베히모스는 신성 제국에 자리를 잡고부터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바로 떠오르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혹시, 지하에 있는 그 신의 손이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그 추측에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호오, 일리가 있는데?”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어. 굳이 가르가가 베히모스에게 도전을 한 것도 좀 이상하긴 했는데 그게 매개체라면 말이 되겠지.”

두 형이 모두 맞다고 생각한다면.

꽤 높은 확률로 정답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가르가는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냉기 브레스를 연달아 뿜어내었다.

키이이잉!

저 냉기 브레스는 철저히 베히모스의 발을 묶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베히모스가 쉽게 가르가의 공격을 맞아 주지는 않았다.

엄청난 이동속도와 회피력으로 지형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베히모스에게 브레스를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

오버가 되어 속도가 더 빨라진 베히모스는 더했고.

아주 우스울 정도로 큰 간격의 미스가 나며 냉기 브레스가 땅에 처박혔다.

베히모스는 이미 한참을 벗어난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베히모스 역시 엘레멘탈 브레스를 하늘로 쏘아올렸다.

아마 저걸 맞으면 가르가는 그대로 추락할 것이다.

엘레멘탈 브레스에 뇌전 속성 포함되어 있으니까.

날개에 경직이 조금이라도 걸리면 하늘에서 추락하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서로 어떻게든 한 방만 맞추면 굉장히 유리한 고지에서 싸움을 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가르가 역시도 공중에서의 기동력을 써 크게 반전하며 엘레멘탈 브레스를 유유히 피해 냈다.

전사 형이 그 모습을 보고는 재중이 형에게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거 싸움이 되기는 하는 겁니까?”

“저대로는 역시 안 되겠지?”

“하루 종일 서로 브레스만 쏘다가 끝날 지도 모릅니다.”

“그럼 곤란하지.”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서로 아무런 피해를 주고 있지 못 했다.

일단 뭐 한 대라도 맞아야 시작이라도 하지.

둘 다 마력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려?

이건 당연히 안 된다.

우리도 시간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

그리고 그런 베히모스와 가르가를 바라보면서 재중이 형이 말했다.

“둘을 좀 붙여 놓으려면…… 가르가를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나?”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적으로 베히모스는 날지 못하니까.

결국 치고받게 만들려면 가르가를 추락시키는 방법뿐이었다.

그 일을 제일 잘 할 만한 사람은…….

순간 모두의 고개가 동시에 내게 돌려졌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저군요?”

“어, 나하고 같이 가자.”

“둘이 동시에 가르가에 올라타자는 건가요?”

“그래, 날개를 꺾어 두면 충분히 할 만할 거야.”

재중이 형은 베사노스로.

그리고 난 로케를 복사해서 날개를 찍어 버려도 된다.

딱 하나 걸리는 점은…….

“갑옷이 버틸 수 있을까요?”

꽤 긴 시간을 가르가에 올라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오버가 된 상태라 대미지가 얼마나 많이 들어올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우리가 가르가의 오러에 얼어 버리면 그것도 곤란했다.

“음, 오버된 녀석이라 이거지.”

방어구가 다 드래곤 플레이트급이라 버티기는 할 테지만.

확신이 없다는 게 문제.

어떻게 접근을 하지 않고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전사 형에게 고개가 돌아갔다.

흠.

전사 형이 가진 히드라 주니어라면.

가능하지 않으려나?

그런 생각에 전사 형에게 말했다.

“전사 형, 히드라 주니어 좀 꺼내 주세요.”

“어? 얘? 설마 석화 브레스를 맞출 생각이냐? 어차피 안 맞을 거야. 여기서 브레스를 아무리 쏘아 대도 다 피해 버릴걸.”

이미 지상에서 쏘는 베히모스의 엘레멘탈 브레스를 공중에서는 너무 쉽게 피해 다녔다.

이건 히드라 주니어도 마찬가지일 테고.

하지만 방법을 달리하면?

머리를 팽팽히 굴리다 보니 한 가지 묘안이 생각났다.

가능하려나?

내 쪽에서 바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냈다.

【 아퀼라스 주니어 소환! 】

그렇게 소환된 아퀼라스 주니어의 등을 툭툭 치면서 전사 형에게 웃어 보였다.

“태워요!”

“뭐?”

“히드라 주니어를 여기 등에 태우자고요.”

그 말에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펫에 펫을 태운다?

우리 중 누구도 이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유저들을 포함해서.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피식 미소 지었다.

“하, 아예 완전히 접근해서 쏘시겠다?”

“네, 어차피 땅에서 쏴 봐야 다 피할 텐데요. 그럴 거면 그냥 코앞에서 쏘면 되죠.”

“하여간. 머리 하나는 잘 돌아간다니까.”

전사 형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단은 히드라를 불러냈다.

【 히드라 주니어 소환! 】

“이게 맞는 건가 모르겠네.”

“안 되면 튀면 돼요.”

“흐흐, 그렇지.”

그리고는 곧장 히드라 주니어를 아퀼라스 주니어의 등에 태워 올렸다.

둘 다 덩치가 꽤 커서 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드래곤인데 설마 못 날아오를까.

“날아!”

그리고 그 순간 아퀼라스 주니어의 날개가 강하게 펼쳐지면서 날갯짓을 하자 곧 몸체가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챠밍과 이쁜소녀가 그 모습이 놀라운지 외쳤다.

“정말 날아지네요?!”

“우와, 된다아!”

휴.

안 되면 어쩌나 했다.

히드라 주니어를 등에 태운 아퀼라스 주니어에 곧장 올라타면서 전사 형을 불렀다.

“전사 형도 타요!”

“나도?”

“브레스 쏴야죠.”

“아, 그렇지.”

그렇게 전사 형을 뒤에 태우기까지 했는데도 아퀼라스 주니어는 여전히 잘 날 수 있었다.

확실히 키운 보람이 있네.

전처럼 1단계였으면 무거워서 내려앉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준비를 끝내고 곧장 날아올라 가르가가 날고 있는 장소까지 비행했다.

“전사 형, 제가 신호하면 바로 쏴 주세요.”

“오케이! 맡겨 둬라.”

조금 더 날아가 가르가와 거리가 꽤 좁혀졌을 때.

“꽉 잡아요!”

【 이중 가속! 】

순간 부스터를 쓴 것 같이 몸이 확 밀리며 아퀼라스 주니어에 엄청난 가속이 붙었다.

이건 스킬로 쓰는 거라.

바로 최대치의 속도까지 가속이 붙어 버렸다.

“으악! 이거 너무 빨……!”

전사 형은 처음 느껴보는 일이라 꽤 놀란 모습이었고.

그렇게 속도를 올려 순식간에 가르가의 코앞까지 날아들었다.

여기 일단 한 방.

【 드래곤 피어! 】

아퀼라스 주니어가 드래곤 피어를 쓰자 아주 잠시.

가르가의 몸이 움찔하면서 그대로 움직임이 멈춰들었다.

어차피 이건 금방 풀린다.

그 전에!

곧장 전사 형에게 외쳤다.

“전사 형! 쏴요!”

“오케이! 간다!”

그러자 히드라 주니어의 여섯 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마력이 모이더니 가르가를 향해 동시에 스톤 브레스들이 쏘아졌다.

콰드드득!

그리고 그런 브레스들은 가르가의 날개와 몸에 정확하게 맞으면서 녀석의 몸이 그대로 석화되어 굳어 버렸다.

당연하게도.

돌은 날지 못하지.

키에에엑!

그렇게 당황한 것 같은 가르가가 비명을 지르면서 추락하더니 지상에 떨어져 굉음을 터트렸다.

콰아아앙!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베히모스가 폭발 속으로 뛰어 들어가 추락한 가르가의 몸을 사정없이 깔아뭉갰다.

크허어엉!

이거…….

너무 잘 되는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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