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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41화 (731/1,404)

#741화 성장형 네임드 (13)

석상 네임드들이 모두 박살 나면서 자연스럽게 히드라의 모습이 우리에게 온전히 드러났다.

캬아아악!!

그사이 재중이 형에게 당한 두 개의 머리는 이미 복구가 되어 있었다.

“형, 저놈 생각보다 빨리 복구하네요.”

“빠른 건 아니지. 이놈의 석상들 부순다고 얼마나 오래 걸렸는데.”

“아, 그랬죠.”

나와 챠밍은 멀리 나가서 돌아다니다 보니 히드라가 한참 걸려서 복구한 것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 뚫지 못했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을 거야.”

“그럼 안 되죠.”

그런 말을 하면서 석상 네임드들과의 전투 후 몇 남지 않은 시체 네임드들을 바라보았다.

처절한 전투 끝에 남은 시체 네임드들이 히드라 주변을 포위하면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재중이 형과 함께 마력을 챠밍에게 몰아줘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결코 저만한 숫자의 시체 네임드를 불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지금 웃고 있는 건 히드라였을 테고.

“마무리 가죠.”

석상을 불러내기 위해 자신의 비늘을 쓴 히드라에게는 이제 남은 방어 수단이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히드라를 보면서 재중이 형이 약간의 걱정을 섞어 말했다.

“만약 저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한다면…….”

“음, 그런 말은 하지 말죠.”

말이 씨가 된다고.

혹시라도 히드라가 숨겨 둔 패가 더 있으면 망하는 건 우리가 될 테니까.

정면에서 지켜보던 전사 형은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한 표정을 한 채 듀라한 쉴드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 뒤로 이쁜소녀가 언제든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챠밍 역시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나르샤 누나, 막내별도 긴장된 표정을 짓는 건 마찬가지.

지금까지 히드라가 해온 걸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네.

나 역시 저 녀석이 뭔가를 또 할까 봐 이렇게 준비 중이니까.

하지만 얼마 뒤.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곧 알 수 있었다.

캬아아악!

남은 시체 네임드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히드라를 두들겼지만 히드라에게선 또 다른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제껏 하던 것처럼 여섯 개의 머리가 브레스를 뿜어내면서 방어를 할 뿐.

“아무래도 너무 걱정한 모양인데.”

“네, 그럼 진짜 잡죠.”

이미 시체 네임드들이 달려들어서 몸으로 때워 줬기에 더 이상은 꺼릴 것도 없었다.

곧장 전사 형이 달려들어 히드라의 공격을 받으며 어글을 끌어내려는데 전사 형의 공격에 의외로 히드라가 엄청나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흠?

오러를 피해?

전사 형 역시 다시 받은 르아 카르테로 오러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걸 맞지 않으려는 듯 계속 히드라의 몸이 뒤로 빠졌다.

“형, 저거…….”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

오러를 쓰든 말든 그냥 몸으로 막던 전의 히드라와 지금의 히드라는 완전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저 정도도 맞으면 죽겠다 싶은 거겠지.”

재중이 형이 바로 이쁜소녀를 불렀다.

“소녀! 히드라 완전 눌러 버려!”

“네! 가요!”

손발이 근질근질한지 이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으로 달려 나간 이쁜소녀가 토르를 휘두르는 순간.

【 광화! 】

【 헤븐즈 스트라이크! 】

파지직!

콰아아앙!

키에에엑!

단 한 방의 헤븐즈 스트라이크에 히드라의 온몸이 뇌전에 지져지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우와! 잘 통해요!”

확실히 그렇게 보이네.

【 헤븐즈 스트라이크! 】

또다시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지자 이번엔 히드라의 머리 중 하나가 그대로 다운되어 버렸다.

“잘하면 혼자서 잡겠는데?”

“혹시 모르니 전부 가담하죠.”

“그래, 가자. 마무리가 된다면 확실하게 끝내야 해.”

【 고대 마수의 심장 (가르가)! 】

【 블레이즈 슬래셔! 】

화르르륵!

콰아앙!

재중이 형은 바로 가르가의 심장을 쓰고 베사노스로 화염을 모아서 히드라의 몸을 사정없이 불태워 올렸다.

키에에엑!

이쁜소녀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양옆에서 헤븐즈 스트라이크와 블레이즈 슬래셔를 난사하자 히드라의 몸이 화염과 뇌전에 휩싸여 완전히 터져나갔다.

방어력이 약해진 히드라에게는 재앙 같은 공격들이었고.

한참을 둘이 주거니 받거니 히드라를 공격하자 곧 히드라의 모든 머리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 순간 챠밍도 쓸 수 있는 스킬을 모두 터트렸다.

“전부 나와요!”

【 트리플 캐스팅! 】

【 엘레멘탈 브레스! 】

【 데몬 익스플로전!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정면에서는 삼색의 엘레멘탈 브레스와 흑색의 데몬 익스플로전이.

하늘에서는 메테오가 동시에 떨어져 내리자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급격히 뒤로 빠져나왔다.

“우리도 죽겠다. 얼른 빠져.”

“네! 오빠!”

파지지직!

쐐애애액!

화르륵!

콰드득!

콰아아앙!!

키에에엑!

엄청나네.

세 개의 광역기가 함께 터지며 사방이 폭발의 영향으로 몸이 순간 떠오를 정도였다.

확실히 챠밍이 작정하고 쓴 마법이라 그런지 압도적인 폭발력과 함께 히드라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다운이 되었다.

그리고 저렇게 다운이 된다면.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과의 조합이 단연 최고지.

【 헤이스트! 】

【 용병왕의 분노! 】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시간의 서!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풍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독속성! 】

쓸 수 있는 모든 오러를 불러낸 다음.

히드라의 몸에 바싹 붙어서 거침없이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휘둘렀다.

콰앙!

쾅쾅!

콰직!

한 발, 한 발이 타수를 올릴수록 용병왕의 분노로 대미지가 순식간에 올라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진동이 밀려왔다.

그것도 모든 공격들이 단 두 개의 혈흔만을 내면서 계속 터져나갔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라인만을 남기며.

그러자 단순한 일반 공격이 죄다 크리티컬이 터지면서 더욱더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발루딘에 있는 크리티컬 성공 시 추가 대미지, 출혈 부위 공격 시 대미지 추가로.

좀 더!

조금 더 빠르게!

더!

한참을 어떻게 휘두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감각에 모든 것을 맡기고는 손이 가는대로 계속 휘두르다 보니 어느 순간 손에 감각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

그리고 그 순간.

“그만 해. 이미 잡았다!”

재중이 형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 정신이 돌아왔다.

“음? 정말…… 잡았네요.”

내 손에 아무런 감각이 없는 건 히드라가 죽음의 빛으로 변해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날 보면서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어버렸다.

“휘유, 대체 어떻게 패야 히드라의 몸이 둘로 갈라지냐.”

“네?”

“너, 방금 히드라 몸을 갈라 버렸잖아. 몰라?”

“……아뇨.”

뭐지?

마력이 떨어지지 않아 계속 휘두른 것까지는 알겠는데…….

네임드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고?

그럼 대체 내 대미지가 얼마나 올라간 거지?

“너 나중에 영상이나 돌려봐라. 중간부터는 오러들이 잔뜩 달아올라서 무슨 절단기 같더라.”

그리고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월드 네임드, 미지의 고대 마수 히드라가 사망했습니다! 》

“시스템은 별 다를게 없네요.”

“어, 뭐 그렇지.”

동시에 이 시스템 메시지는 거점 내부의 모든 유저들에게도 알려졌다.

- 우와! 히드라 잡았어?

- 이야, 결국 잡긴 잡네.

- 진짜 못 잡을 줄 알았는데.

- 오버된 히드라 맞지?

- ㅇㅇ. 히드라가 네임드 엄청 잡아먹었음.

- 그럼 또 주호가 잡은 거야?

- 아님 누가 잡아.

- 그러게, 아까부터 작업하더라.

- 하, 누가 괴물인지 모르겠네.

일반 히드라를 잡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건 오버된 히드라.

난이도만 보면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유저들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물론 일반 히드라가 잡기 쉽다는 건 아니었고.

유저들에게는 이런 히드라조차 감당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때 각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카이저> 드디어 잡았구나!

<주호> 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잡게 됐어요.

<카이저> 허, 이번엔 힘들 줄 알았는데.

<주호> 그쪽은 좀 어떤가요?

<카이저> 고르곤은 잡는 방법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어렵지 않더구나. 몇 마리 잡았다.

고르곤을 잡는 건 예전에 엔느가 방법을 만들어 두기도 했고.

그 외에도 투명한 상태를 볼 수 있는 아이템도 있으니까.

기가 라이트닝 같은 강한 스킬 몇 발만 조심하면 어떻게든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듀라한이 오히려 더 힘드려나.

듀라한은 직접 몸으로 때워야 하는 네임드니까.

<카이저> 듀라한도 몇 마리 잡혔어. 우리 쪽도 그렇고 다른 길드들도 힘을 합쳐서 잡은 모양이다.

흐음.

생각 이상이네.

거의 못 잡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수준을 이미 넘어서 있었다.

<카이저> 오러가 가능한 유저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더구나.

<주호> 음, 확실히 그런 면이 있죠.

그리고 흑장로는…… 아마 지금 길드 수준으로는 발견만 하면 잡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약했다.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임자지.

지금 여기에 와 있는 유저들의 능력이 결코 낮지 않다는 걸 이번에 잘 알 수 있었다.

<주호> 이번에 네임드 물량이 꽤 많이 풀리겠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조만간 풀릴 물건들이니까.

근처에 사냥하기에 충분한 숫자의 네임드가 있으니 앞으로도 네임드 템의 수급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카이저> 사들일까?

<주호> 아뇨, 꼭 그렇게 필요하진 않아요. 최강 길드원들에게 필요한 건 구매하셔도 좋아요.

우리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아이템들이라.

그리고 정말 의미가 있는 템들은 지금 눈앞에 떨어져 있었다.

오버된 히드라의 드랍템.

사장님과의 연락이 끊기자 곧장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양이 엄청나네요.”

일단 드랍된 아이템의 숫자부터가 지금과는 달리 완전 넘사벽이었다.

전사 형도 옆에 와서는 아이템들의 숫자를 세어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우, 뭐가 이렇게 많냐.”

일반적으로 전에 얻을 수 있었던 히드라의 아이템들은 모두 다 나와 있었다.

그것도 몇 배는 숫자가 뻥튀기 되어서.

이 정도라면 원하는 만큼 아이템을 만들거나 나눠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봉인된 장소에서 나오는 로케가 없다는 것 정도인가.

“조금 기대는 했는데 없네요.”

마족의 무기인 로케가 오버된 상태에서 혹시 하나 더 나올까 싶었는데, 아마도 마족의 무기 역시 단 한 개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연이 가지고 있는 이상은.

더 이상은 드랍될 일이 없다는 것.

언제 연 쪽과 한 번 치고받아야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눈에 띄는 아이템을 하나 발견하였다.

이건…….

마치 산에서 산삼이라도 캔 기분으로 하나의 아이템을 손에 들고는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운석의 파편!!”

그 구하기 힘들다는 운석의 파편, 아다만티움을 다름 아닌 오버된 네임드인 히드라가 뱉어 낼 줄이야.

내 외침에 다들 놀란 듯 내가 들고 있는 운석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재중이 형 역시 놀란 눈빛을 보냈다.

이미 하나를 가지고 있기는 한데.

여분으로 하나만 있는 것과 한 개가 더 있는 것은 느낌부터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하, 그거 있으면 그냥 영웅의 무기나 마찬가지잖아.”

“네, 마찬가지죠.”

다들 사람들은 아니지만.

오직 나만 가능한 일.

파편을 내가 가지게 되면 말 그대로 영웅의 무기나 마검을 그대로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온전한 내구도를 가진 녀석으로.

혹은 복사본 르아 카르테를 한 자루 더 뽑아낼 수도 있고.

현재 우리에게 이보다 유용한 아이템은 없었다.

재중이 형도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하나만 먹어도 본전은 뽑은 것 같은데?”

“네, 이것만 해도 이미 이득이에요.”

오버된 몬스터를 잡는데 얼마의 손해를 보더라도.

이거 하나면 무조건 오케이다.

“그리고 오버된 녀석은 이놈 하나만 있는 게 아니죠.”

“큭, 이게 참 이렇게 돌아가네.”

베히모스가 방해만 안 하면 잠시 놔둬도 되는 네임드에서 순식간에 반드시 잡아야 하는 녀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잡긴 해야겠지만.

그리고 아이템들을 살피던 전사 형이 하나의 아이템을 내게 보여 주었다.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거 아냐?”

“음……!”

회색빛의 비늘로 감싸져 있는 둥근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도 봤던 것과 아주 유사한.

그걸 본 모두가 동시에 외쳤다.

“히드라의 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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