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40화 (730/1,404)
  • #740화 성장형 네임드 (12)

    네임드 혼자서 싸우기에는 항상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히드라가 다수의 석상 네임드를 만들어내서 자신을 보호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마력을 보조해 주고.

    챠밍이 일으켜 세운 수많은 네임드들.

    그들이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 석상 네임드들과 진검 승부를 벌이는 모습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전사 형도 옆에서 감탄을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호오, 저게 정말 되긴 되는구나?”

    “네. 사실 여기까진 생각 안 했었는데, 챠밍이 알려 줬어요.”

    “쟤도 참. 사람 놀래키는 재주가 있다니까. 시간을 벌어 달랬더니 완전 대군세를 이끌고 왔잖아.”

    쿠웅!!

    콰아앙!!

    쿠우웅!!

    지금 격돌하고 있는 네임드들 하나하나가 다 중형급은 그냥 넘어가는 몬스터들이었다.

    전부 덩치도 큰 데다가 개개별로 쓰는 스킬 역시 강력해 일반 몬스터들은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런 덩치들이 서로 부딪히는 순간마다 커다란 파공음과 격돌음이 터져 나왔고, 스킬이 한 번 시전 될 때마다 어디선가 폭발이 터진 것 같은 소리들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저건 완전 전쟁터네. 나는 못 들어가겠는데?”

    전사 형도 이 장면 속으로는 절대 끼어들지 않겠다는 듯 우리와 함께 멀리서 저 모습을 구경만 했다.

    사실 저기 끼어들었다가는 아무리 전사 형의 방어가 좋다고 해도 순식간에 구겨져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도 없이 서로 부대껴서 싸우는 판인데, 그 난장판 속을 상대적으로 방어나 체력이 약한 유저가 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전사 형의 엄살 가득한 말에 옆에서 부활시킨 네임드들을 조작하고 있는 챠밍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봐요. 너무 오래가진 않을 겁니다.”

    시체 네임드들을 일일이 조작하느라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의 챠밍.

    시체 네임드들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저 숫자를 모두 컨트롤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신력을 많이 쏟아부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챠밍이 시체 네임드들의 조작을 잘못하거나 하는 일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전체적인 오더 작업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네임드들의 인공 지능으로 알아서 싸울 테니.

    지금도 개개별로 컨트롤하기보다는 필요한 때, 필요한 스킬을 몰아주는 형태로 시체 네임드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한참을 조작하다가 챠밍이 내게 말했다.

    “오빠, 이제 얼마 못 버텨요.”

    “역시 그렇지?”

    일단은 소환 시간.

    이미 멀리서 녀석들을 소환해서 데리고 온다고 꽤 많은 시간을 소모해 버렸다.

    애초에 고려를 해야 했지만 거기까지 전부 맞추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으니까.

    억지로 마력을 구해서 이 정도로 소환을 시킨 것만 해도 이미 우리가 할 만한 작업은 다 한 셈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히드라가 소환한 석상 네임드들은 소환되는 시간이 얼마나 길지는 아무도 몰랐다.

    “전사 형, 혹시 저 녀석들 한 번 소환이 해제됐었어요?”

    “아니, 전혀.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저대로였다.

    “그럼 소환 시간제한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런 제한이 없겠지.”

    전사 형 역시 내 의견에 동의했다.

    우리가 시체 네임드들을 구해 오려고 나갔다 온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껏 한 번도 소환해제가 되지 않았다면 뒤는 뻔하다.

    히드라를 죽이기 전까지는 저 석상 네임드들도 사라지지는 않겠지.

    곧장 챠밍을 보고 말했다.

    “챠밍, 시체 네임드들. 한곳으로 몰아서 돌파할 수 있겠어?”

    지금은 뒤죽박죽 섞여서 싸운다고 엉망이 되어 있는 상태.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어 봐야 그저 서로의 시간을 갉아먹는 수준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네, 해볼게요.”

    그러자 챠밍이 잠시 시체 네임드들을 뒤로 물리고는 바로 고르곤을 앞장세웠다.

    쿠오오오!

    그리고 동시에 기가 라이트닝을 뿌리면서 전방을 향해 일제히 달려 나갔다.

    파지지직!

    콰아아앙!

    쿠우웅!!

    몸으로 밀어붙여 진격하는 것과 동시에 전력을 쏟아붓는 방법이라면 나쁘지 않아.

    하지만 히드라가 그걸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듀라한들을 급히 한자리에 모으더니 모두 다 자세를 낮추게 하면서 듀라한 쉴드를 들어 올려 하나의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 냈다.

    그 방패를 앞세워서 고르곤들의 진격을 바로 저지해 냈다.

    기가 라이트닝 역시 이런 겹겹이 싸인 방패를 뚫지 못하고 중간에서 모든 기운을 다 날려 버렸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더니 바로 혀를 찼다.

    “저놈, 전략까지 구사하잖아?”

    보통 몬스터는 이렇게 일점 돌파를 하면 지능이 낮다면 바로 뚫려 버릴 것이다.

    하지만 히드라는 이미 이런 식의 공격이 오면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고 있는지 확실한 대응책으로 내어놓았다.

    마치 유저가 하듯이 그대로.

    “한 번 더 가요!”

    이어 듀라한들 역시 데스 버스트를 쓰면서 오러로 한 곳을 돌파했는데 이번엔 안쪽에 숨어 있던 흑장로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뭔가의 스킬을 시전했다.

    얼핏 봐도 수십, 수백 겹으로 겹쳐지는 그런 방어막을.

    그걸 본 챠밍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트리플 배리어?”

    흑장로의 방어 스킬.

    그것도 한 놈이 아니라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중첩시켜 쓰니 정면이 아예 배리어로 가득 차 반대편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콰아아아앙!!

    데스 버스트가 그 방어막을 터트리면서 찢고 들어가긴 했는데 모조리 부숴 버리지 못하고 중간에 그 힘이 다해 하나둘씩 사라져 버렸다.

    다들 그 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챠밍은 더 그랬고.

    “이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현재 낼 수 있는 최대의 위력을 모아서 때렸는데도 뚫리지 않았으니 당연히 실망도 컸다.

    전사 형도 어이가 없는지 허탈하게 말했다.

    “저거 정말 뚫을 수 있는 것 맞냐?”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쯤 되면 석상 네임드들이 방어만 해서 다행일 지경.

    만약 저들이 튀어나오기라도 했다면 이미 레이드는 포기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 챠밍에게서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오빠, 소환시간 다 됐어요.”

    잠시 후, 챠밍이 불러낸 시체 네임드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쓰러져 다시 시체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당연히 비등한 상태로 싸우던 기세도 단번에 히드라에게로 넘어갔다.

    남은 시체들을 오히려 공격하면서 바로 쓰러뜨리고는 의기양양하게 고함을 질렀다.

    캬아아악!

    마치 이미 자기가 이긴 것처럼.

    “저 소리를 들으니 더 뚫어 버리고 싶네요.”

    그렇다고 포기는 하지 않았다.

    옆에서 재중이 형도 같이 웃음 지었다.

    “역시 그렇지?”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쓸 수 있는 패가 뭐가 있지?

    그때 재중이 형이 챠밍을 보고는 물었다.

    “챠밍, 너 그거 더 할 수 있어?”

    “소환요?”

    “어, 소환.”

    “음, 할 수는 있는데. 마력이 많이 부족해요. 그리고 시체도…….”

    그렇게 대답한 챠밍이 순간 흠칫하면서 놀란 눈빛으로 나와 재중이 형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 여기……!”

    “어, 그래. 여기. 시체 많잖아.”

    그 말에 나도 역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히드라가 날뛰면서 죽인 네임드는 여기가 더 많았다.

    재중이 형이 히드라를 다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녀석은 자기 비늘로 석상을 만든 거지, 시체를 부활시킨 게 아니잖아.”

    나와 챠밍은 그 말을 듣고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는 시체로 불러냈다고 여겨서 여기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히 시체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지. 챠밍 어때? 불러낼 수 있는 숫자는?”

    챠밍이 스킬을 시전하면서 뭔가를 확인한 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훨씬 많아요!”

    “오케이. 그럼 이제 필요한 건?”

    “마력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이 전사 형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르아 카르테 좀 쓰자.”

    전사 형이 곧장 르아 카르테를 넘겨주자, 재중이 형은 한 손에 쥐고는 나와 앞에 섰다.

    “너랑 나랑 둘이서 빨아대면 금방 모으겠지?”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형은 마력 전이가 없잖아요.”

    “꼭 전이할 필요가 있나. 쟤가 흡수 못 하는 것도 아니고.”

    【 마족화! 】

    원천마력을 쓰면 마력이 좀 더 빨리 회복된다.

    거기다 재중이 형이 그대로 달려 나가더니 고르곤과 듀라한을 상대로 마력을 쭉쭉 뽑아냈다.

    단순히 마력만 뽑아내는 일이라면.

    무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 재중이 형의 컨트롤이라면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마력만 뽑아내는 것도 충분하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뽑아온 뒤 돌아와서는 챠밍에게 말했다.

    “나 공격해서 마력 가져가.”

    “아! 네!”

    “그리고 막내별은 바로 회복시켜 주고!”

    “알았어요!”

    삼위일체.

    한쪽에서는 마력을 가져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회복시켜 주는.

    저러면 무한대로 마력을 쓸어갈 수 있었다.

    이것도 석상 네임드들이 일정 이상은 나오지 않기에 가능한 일.

    만약 어글이 끌려서 우르르 따라 나왔다면 절대 불가능했다.

    이런 특수 상황을 정말 잘 써먹는단 말이야.

    나야 뭐.

    그냥 흡수하는 족족 마력 전이로 챠밍에게 넘겨주면 그만이니 큰 문제도 없고.

    【 마력 전이! 】

    【 마력 전이! 】

    【 마력 전이! 】

    .

    .

    계속해서 마력을 넘겨주면.

    【 시체 부활! 】

    【 시체 부활! 】

    【 시체 부활! 】

    .

    .

    우오오오!

    쿠오오!

    캬아악!

    곳곳에서 이전에 히드라가 죽였던 고르곤, 듀라한, 흑장로 등이 동시에 일으켜 세워졌다.

    거기다 재중이 형 역시 계속 마력을 동시에 가져다주니까.

    혼자 작업을 한 때보다 월등히 많은 마력을 가져가면서 엄청난 속도로 네임드들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전에 마력을 채우고 네임드들을 찾아다니며 부활시켰을 때와는 달리.

    이 근처에 네임드들이 거의 다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시간을 절약하면서.

    무한에 가깝게 네임드들을 일으켜 세웠다.

    쿠오오오!

    으어어!

    카아악!

    벌써 일으켜 세운 네임드 숫자만 해도 대략 20기가 넘어가자 히드라의 신났던 외침은 그대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아직도 챠밍은 계속 네임드들을 부활시키는 중이었고.

    챠밍이 내게 외쳤다.

    “오빠, 조금만 더 하면 이쪽이 숫자가 더 많아져요!”

    “좋아!”

    히드라가 오버가 되면서 죽인 네임드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우리가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숫자도 그만큼 많았다.

    그리고 그 숫자를 전부 일으켜 세우면!

    한참을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굉장히 묘한 그림이 만들어져 버렸다.

    히드라와 석상 네임드들이 시체 네임드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해 갇혀 있는.

    딱 그런 그림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2:1로 싸울 정도로는 충분한 숫자 비율이 만들어졌다.

    전사 형이 그 모습을 보고는 감탄하면서 말했다.

    “와, 이건 발로 싸워도 이기겠다.”

    “그렇죠?”

    곧장 웃으면서 챠밍을 향해 말했다.

    “챠밍, 전부 녹여 버려!”

    “네!!”

    챠밍이 시체 네임드들을 죄다 진격시키자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투는 너무 싱거울 정도로 끝이 나 버렸다.

    숫자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던가.

    그 말이 이번에는 확실한 정답이었다.

    모든 석상 네임드들이 박살 나면서 바닥에 뒹굴자 비늘이 모조리 사라진 히드라의 처절한 비명만이 우리를 반겼다.

    “그럼, 정말 끝을 내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