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화 성장형 네임드 (10)
현재 히드라가 만들어 낸 석상은 그저 그런 석상은 절대 아니었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오버된 히드라가 살기 위해 내보이는 스킬이니까.
그리고 석상들을 소환할 때 쓴 재료도 문제였다.
히드라 본신에 있는 비늘들을 써서 만든 녀석들.
이게 왜 문제냐면…….
방어력을 담당하던 비늘들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 히드라의 본체가 너무 약해지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비늘까지 쓰면서 만들어 냈다?
이건 본신의 방어력을 포기하고 만들 만큼 저 석상들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석상들을 뚫을 수 있다는 챠밍의 말에 우리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할 수 있어?”
“으음? 아마도요?”
확신은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해요.”
“시간이야 당연히…….”
이건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저런 방어벽을 정말 뚫을 수 있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들 무슨 상관일까.
그리고 챠밍이 나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오빠 도움도!”
“나?”
“저 혼자서는 못해요.”
“으음. 알았어.”
좀 얼떨떨하기는 한데 내가 도와주기만 해서 가능하다면 무조건 도와줘야 했다.
곧장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잠시 전 빠져 있어야겠네요.”
“뭐 우리도 방법이 없으니까.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고. 저 녀석.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원래대로 회복해 버릴 거야.”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석상으로 둘러싸인 오버된 히드라를 가리켰다.
아마 일반 네임드보다 회복력은 분명히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를 받지 않는 동안 고스란히 회복해 버리면 이제껏 쌓아 놓은 대미지는 의미가 없게 된다.
“일단 우린 녀석이 회복 못 하도록 최대한 방해하도록 하지. 가자, 전사. 소녀.”
재중이 형이 전사 형과 이쁜소녀를 부르자 둘 다 표정을 굳히고는 앞으로 나섰다.
“좀 많긴 하지만. 한번 시선을 끌어 보겠습니다.”
“저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게요.”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네임드로 만들어진 석상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았다.
아무리 전사 형이라고 해도 저런 숫자를 상대로 한 번에 어글을 끌었다가는 그 자리에서 죽어 버릴 수도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려나.
“정면은 전사. 그리고 좌측은 소녀가 맡아서 거리를 벌려 봐. 우측은 내가 간다. 안에 파고들 생각은 하지 말고. 잘못하다가 그냥 죽는다.”
“옙!”
“네!”
“균열만 만들어. 잠시 파고들 수 있을 정도만.”
바로 전사 형이 정면으로 달려 나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히드라를 빽빽하게 호위하고 있는 네임드들의 어글을 끌어냈다.
【 데스나이트 피어! 】
딱 몇 마리만 끌어올 정도의 거리에 멈춰서 전사 형이 어글 스킬을 썼는데…….
놀랍게도 한 마리도 전사 형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어?”
당연히 따라 나올 거라 생각했던 녀석들이 한 마리도 움직이지 않자 전사 형도 당황했는지 순간 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누가 보면 전사 형이 석상이 될 줄 알겠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도 우측을 파고들려다가 그대로 멈췄다.
전사 형이 몇 마리를 빼내 줘야 그 사이로 파고들 텐데 지금은 파고드는 게 아예 불가능했다.
이쁜소녀 역시 마찬가지.
달려 나가던 몸을 급하게 멈추면서 당황한 눈빛으로 재중이 형을 바라보았다.
“오빠, 하나도 안 움직여요!”
“어, 둘 다 잠시 대기.”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석상들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네임드 석상들은 움직이지 않고 자리만 고수하고 있었다.
“이것들 봐라? 방어만 하겠다는 거냐. 어디 이것도 막나 보자.”
곧장 재중이 형이 가르가의 심장에서 나오는 화염을 머금은 베사노스를 들어서 크게 내려쳤다.
【 블레이즈 슬래셔! 】
화르르륵!
콰아앙!
블레이즈 슬래셔가 쏘아져 나가 정면에 지키고 있던 석상 중 하나를 강하게 치며 폭발했다.
통하려나?
단순 위력만으로 보면 지금 재중이 형이 쓸 수 있는 최강의 패였다.
그런데 폭발 후 화염이 흩어지면서 보이는 장면은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고르곤의 형태를 한 석상의 일부분이 터져 박살이 나긴 한데 유효한 타격을 입혔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블레이즈 슬래셔를 정면에서 맞고도 저 정도라고?
재중이 형도 그걸 보고는 혀를 찼다.
“하, 이것들 화염 속성에도 엄청나게 강한 모양이다.”
재중이 형 말대로 단순히 폭발을 견디는 정도의 방어력뿐만 아니라 화염 저항력 역시도 높은 건가?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석상이 괜히 석상이 아니네. 화염 속성은 거의 안 먹힐 거야.”
다른 말로 하면 지금 가장 파괴력 있는 재중이 형의 가르가의 화염 속성과 베사노스 조합이 안 통한다는 말이 된다.
손발 다 묶인 상태에서 싸우면 답도 없는데.
“제가 해볼게요!”
이번엔 이쁜소녀가 달려 나가 녀석들 중 듀라한의 형태를 한 녀석에게 들어 올렸던 토르를 강하게 내려쳤다.
【 격뇌! 】
뇌전계 광역 스턴.
토르 자체도 기본적으로 뇌전을 두르고 있으니까.
둘의 효과가 중첩이 되어 토르가 하얗게 보일 정도의 뇌전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격뇌를 쓰는 것을 본 듀라한 석상 역시 대검을 휘둘러 그대로 이쁜소녀의 공격과 맞부딪혔다.
파지지직!
콰아앙!
저건 통하려나?
만약 광역 스턴이 통하면 재중이 형이 파고들어서 바로 회복을 하고 있는 히드라를 치면 된다.
현재 히드라는 비늘이 사라져 방어력이 현저하게 약해진 상태니.
파고들기만 하면…….
그런데 뇌전이 폭발하고 난 뒤의 모습은 또 한 번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 버렸다.
“히잉! 안 돼요!”
이쁜소녀가 몇 번 더 토르를 휘둘러 듀라한을 공격했지만 듀라한 역시 그 움직임에 반응해 그대로 토르를 쳐내 버렸다.
스턴이 아예 안 걸린다고?
원래 네임드라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지금 듀라한의 반응은 그냥 뇌전 자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 같이 움직임이 너무 자유로웠다.
심지어 반격까지 하는 모습에 나 역시 표정을 굳혔다.
“설마…… 뇌전도 저항력이 높은 거야?”
내 중얼거림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양이에요.”
화염, 뇌전 속성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
이건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가진 대부분의 공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아예 피해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피해는 입혔어.
하지만 평소보다는 월등히 피해가 적은 느낌이었다.
단 한 마리를 파고들지 못해 이런 식이라면…….
히드라 주변을 지키고 있는 저 많은 녀석들을 돌파하는 건 거의 무리다.
나르샤 누나도 화살을 날려 꾸준히 히드라를 노려 보았지만 매번 히드라에게 가기도 전에 듀라한들의 쉴드에 막혔다.
“이쪽도 안 되겠어.”
역시 그런가.
석상들의 역할은 딱 하나.
히드라가 회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시간 버는 용도였다.
지금도 히드라는 입은 피해를 서서히 복구하는 듯 피부와 벌어졌던 상처 부위들이 재생되어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죠?”
“응, 그렇네.”
“그럼!”
혹시 돌파가 되면 바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석상들의 방어가 너무 단단해 힘들었다.
이러면 챠밍이 생각한 수가 통하길 빌어야지.
“잠시 저랑 어디 좀 가요.”
그러더니 챠밍이 급하게 내 손을 잡고는 히드라가 있는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날 이끌었다.
이거 음.
워낙 급해서 그런지 신경을 안 쓰는…… 건 아니네.
살짝 볼이 빨개져 있는 챠밍을 발견했지만 그냥 모른 척 넘어갔다.
흠흠.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렇게 챠밍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이미 한 번 와 봤던 곳이었다.
서쪽의 성벽.
“여기는 왜?”
“아, 이제부터 하려고요. 사실, 어렵진 않아요. 대신 마력이 많이 부족할 거예요.”
그리고는 한 곳을 향해 마법사용 르아 카르테 복사본 두 개를 동시에 내밀고는 뭔가의 스킬을 시전했다.
그런데 평소처럼 한 번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한참의 시전 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어디서 봤더라.
그리고 순간 머릿속에 지나가는 마법진이 있었다.
“하, 설마……?”
아니나 다를까.
【 마족화! 】
【 시체 부활! 】
챠밍이 시전한 스킬은 다름 아닌 시체 부활.
그것도 일반 몬스터가 아닌.
무려 네임드를 그 자리에서 부활시켰다.
크어어어!!
이전에 쓰러뜨렸던.
바로 그 듀라한.
형체가 좀 엉망이긴 했지만 어쨌든 듀라한이 맞았다.
《 【 시체 부활 Lv.4 】이 【 시체 부활 Lv.5 】 로 상승합니다. 》
《 부활하는 시체의 지속 시간이 20% 증가합니다. 》
《 부활하는 시체의 근력이 20% 증가합니다. 》
《 부활하는 시체의 체력이 20% 증가합니다. 》
.
.
《 시체 부활에 들어가는 마력이 20% 감소합니다. 》
“마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거였어?”
설마하니 네임드를 부활시킬 줄이야.
아니, 그보단 네임드를 부활시키는 게 가능한 거였나?
눈앞에서 직접 보고도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와! 되네요?”
챠밍 역시 자기가 해놓고는 놀랐는지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솔직히 될지는 몰랐거든요.”
“하, 정말 못 말리겠다. 깜짝 놀랐어.”
내 감탄에 챠밍이 미소 지으면서 잠시 마력 잔량을 확인하더니 곧 아쉽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르아 카르테를 들어서 겨우 지력과 마력, 암흑력 최대치는 맞추긴 했는데…… 한 마리가 고작이에요.”
확실히 챠밍에게 맞춰 준 마법사용 르아 카르테를 들면 하나당 지력 40, 마력 40이 추가된다.
그러니 지금처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으면 지력 80, 마력 80.
일반적인 마법사들과 비교하면 아득히 넘어가는 스탯을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네임드를 부활시킨다고?
“아! 암흑력이 필요조건이거든요. 전에 암흑력이 없을 때는 시도조차 안 되더라고요.”
“음, 암흑력이 이런 데 적용되나 보네.”
일반 몬스터들은 필요가 없을지 몰라도.
이 정도 급의 네임드는 암흑력이 필수인 모양이었다.
지금 챠밍의 암흑력은 르아 카르테만으로만 120이 넘어가니까.
올 스탯 악세들까지 합치면 그보다 높을 터.
그런데도 딱 맞출 수 있다면 필요 수치가 엄청나게 높다는 말이었다.
지금 시점에서는 다른 유저가 네임드를 부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고.
높은 지력과 암흑력, 그리고 살려내는데 충분한 마력량이 있어야 시도해볼 만했다.
“아, 오빠 이거 하나만 더 복사해 주세요.”
그러더니 마누스 스태프를 내게 꺼내 주었다.
음, 회복 옵션 때문이려나?
마누스에는 높은 마력 회복 옵션이 붙어 있으니까.
단순히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웨폰 카피! 】
그렇게 두 개의 마누스를 들고 챠밍이 마력을 채우는 걸 기다리는 동안 부활된 듀라한을 바라보았다.
“저걸로 상대가 될까?”
“음, 같은 네임드니까 되지 않을까요?”
“하긴 그런가.”
스펙상 좀 밀릴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네임드다.
허무하게 밀려 버리지는 않을 터.
부활 시간 동안에는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놈 하나로 돌파가 될지 모르겠네.”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젓고는 즐거운 상상이라도 하는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제가 한 마리만 살려 내겠어요?”
“응?”
“여기 많이 있잖아요. 죽은 네임드들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