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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04화 (694/1,404)

#704 두 개의 나라 (5)

《 신성 제국, 『 신화 』 내의 모든 NPC들이 이 소식을 듣습니다. 》

《 신성 제국, 『 신화 』 NPC들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

그렇게 재중이 형의 블레이즈 슬레셔와 내 데스 버스트를 연속으로 맞고는 그 자리에서 히드라가 잡혀 버린 모습을 보고는 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이렇게 죽을 녀석이었던가?

“이놈 너무 빨리 죽는 것 아니에요?”

죽여서 좋기는 한데…….

베히모스에 비해서 너무 터무니없을 정도로 쉽게 죽였달까.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가담하기 전에도 이 녀석과 꽤 오래 싸웠으니까.”

그러면서 거의 파김치가 되어 있는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 쪽을 가리켰다.

정말 고생을 해서 그런지 다들 그 자리에서 누워 버린 상황.

발키리 아주머니, 사탕 커플, 현역 여대생, 슬이아빠, 체리, 천둥, 아이꿍도 고생한 모습.

그리고 아로하도 지쳤는지 흐트러진 은색의 헤어를 길게 늘어뜨린 채 나무에 기대서 앉아 있었다.

히드라와 싸웠던 모든 사람들의 방어구가 엉망이 되어 부서진 모습을 보고는 나 역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최종병기 형이 힘 빠진 목소리로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어이, 우리 꽤 고생했다고?”

“아, 수고하셨어요.”

저들이 이미 한참 전부터 히드라와 싸웠기에 꽤 많은 체력을 깎아 놓았겠지.

이후에 가담한 원정대 유저들을 포함해 성벽의 방어 시설과 NPC들 역시도 한몫 거들었기에 올렌드 추기경의 병력이 있을 때만큼의 지원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 마지막 방점을 찍은 셈이고.

아마 확실한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 하강 공격으로 인한 히드라의 다운이 마지막 폭격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았다.

최종병기 형이 어느새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히드라의 거대한 덩치가 할퀴고 간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건 거의 초토화가 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내 내게 시선을 돌리고는 감탄하듯이 말했다.

“히야, 이 녀석을 정말 다운시켜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버텨 내던데. 절대 안 쓰러지더라니까.”

“음, 뭐 운이 좋았어요.”

“겸손은. 운으로만 될 것 같았으면 우리가 이 고생을 안 했지.”

“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최종병기 형이 내가 들고 있는 두 자루의 르아 카르테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 한쪽은 못 쓰는 것 아니었냐?”

“알고 있었어요?”

최종병기 형이 물어보자 솔직히 화들짝 놀랐는데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런 날 보고는 최종병기 형이 주변에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우리야 대충 보면 그 녀석이 어떤 구조인지 아니까. 처음에 봤을 때와 그 뒤에 스펙이 계속 달라지는 걸 보면 아마 성장형이겠지.”

그리고 다른 하나의 르아 카르테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저건 아마 복사 형태일 거고.”

그 말에 그냥 대답 없이 가만히 최종병기 형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 반응은 최종병기 형의 말이 맞다는 뜻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듯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자 최종병기 형이 그냥 웃어보였다.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르아 카르테들이 떨어져 내리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 처음에야 그냥 스킬이겠거니 했지만 떨어지고도 형체가 남아있는 걸 봐서는 뭐 복사밖에 없지. 폭발에 깨지는 걸 봐서는 내구도는 형편없어 보였지만.”

최종병기 형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이것도 못 쓸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요?”

“대략? 같은 구조면 깨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더라고? 유일 아이템이 두 개일 리는 없고. 설마 내구도를 올릴 방법을 찾은 거야?”

아, 이 형. 역시 프로네.

좀 전까지 카르바할과 있었던 일까지 거의 대부분을 알아채버렸다.

“밑천이 다 털리는 기분이네요. 혹시 다른 사람들도 아는 건가요?”

“뭐 우리 쪽 애들은 한 번 보면 대충 알게 될 걸? 눈썰미 좀 있는 애들도 알 테고.”

“그럼, 적들도?”

올렌드 추기경, 아니 지금은 교황과 손을 잡은 연 쪽의 사람들도 이걸 알면 꽤 피곤해지는데.

내 물음에 최종병기 형이 어이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이거 참, 걔들이 널 얼마나 연구하는지 알면 그런 말은 절대 못 할 거다.”

“다 안다는 뜻이네요.”

“방금 그건 못 봤으니까 모른다고 해도. 걔들은 네 약점 하나라도 찾아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니까?”

약점이라.

“과한 관심은 사양인데…….”

“그만큼 주목하고 있다고. 지금이야 스펙이 너무 차이나니 못 덤비지만 조금만 갖춰졌다고 생각하면 바로 칠 거다.”

“이번 일도 그럼 그런 일들의 일환이겠네요.”

“평범하게 해서는 널 못 이기니까 말이지. 실력은 둘째 치더라도 스펙을 따라잡으려면 좀 앞서나가야 하는데……. 걔들은 억울하겠지만. 이번에 또 격차를 벌려 놨네. 오러를 5중첩이나 하는 놈을 무슨 수로 싸워 이겨?”

자신이 말하고도 질린다는 듯 최종병기 형은 날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5중첩의 오러를 마나 소모 없이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득이었다.

르아 카르테가 두 자루 동시에 적용이 되니까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

이건 안다고 하더라도 따라하는 게 불가능한 거의 미친 기술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금은 양쪽의 내구도가 다 받쳐 주기에 동시에 휘두를 수도 있었고.

아다만티움의 존재와 카르바할의 도움으로 반쪽짜리 기술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다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내 쪽의 스펙이 올라간 만큼이나 부담스러운 사실들.

“하지만 이젠 저쪽에서 마검을 두 개나 가져갔어요.”

“아, 덕분에 우리도 물 먹었지.”

상대는 마검을 빼내고 히드라의 봉인을 풀어서 최종병기 형을 비롯해 우리 쪽 원정대 사람들을 전멸시키려고 했었다.

그걸 잘 기억하는 최종병기 형의 눈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당장 건들면 폭발하겠는데?

“일단 수거부터 할게요.”

그리고는 드랍템 옆에 서 있던 재중이 형에게 다가가 아이템들을 하나씩 인벤으로 집어넣었다.

“이번에도 역시 비슷하네요.”

『 +1 확정 정제 강화석 』

전과 달리 6개가 나와서 좀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월드 네임드를 잡으면 확정 강화석이 나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보이는 족족 잡아야겠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보였다.

“월드 네임드를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형도 뭐 그다지 어렵게 생각 안 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를 흔들어 보이자 나도 역시 미소 지었다.

르아 카르테만큼이나 베사노스 역시 강하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봤으니.

거기다 거점이 생긴 덕분에 카르바할이 제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다음에는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 10강 일반 강화석. 』

이것 역시도 이번에 꽤 많은 숫자가 나왔다.

만족스러울 만큼.

저번에 베히모스를 잡고 얻은 것과 합치면 이쪽 역시 스펙을 올리기에 충분할 터.

『 고대 마수의 심장 』

그리고 또 다른 고대 마수의 심장.

이게 히드라를 잡고 나온 그 어떤 아이템보다도 중요했다.

전에 베히모스의 심장으로 위기를 모면했으니.

“이건 어쩌죠?”

“히드라의 심장인가……. 이건 고민을 좀 해 보자고.”

“형이 쓰는 건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쪽에 눈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음.

이번에는 우리만 잡은 것이 아니라서 아이템 주인을 우리가 결정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건 좀 생각을 해 봐야겠네.

정 안 되면 돈을 발라서라도 가져와야 할지도.

그리고 베히모스만큼 히드라 역시 제작 아이템들이 많이 나왔다.

『 히드라의 뿔 / 제작 재료. 』 (x8)

『 히드라의 발톱 / 제작 재료. 』 (x40)

『 히드라의 뼈 / 제작 재료. 』 (x100)

『 히드라의 이빨 / 제작 재료. 』 (x30)

『 히드라의 가죽 / 제작 재료. 』 (x400)

『 히드라의 혈액 / 제작 재료. 』 (x500)

이건 조만간 쓸 수 있겠네.

그리고 우리를 가장 애먹게 만든 브레스들.

『 스톤 브레스 』

『 애시드 브레스 』

저 중 애시드 브레스보다는 스톤 브레스에 더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형, 이거 그거죠?”

“어, 그렇지. 돌로 만들던 그 브레스.”

이 스킬의 값어치?

솔직히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닐까?

스쳐도 굳어 버리는 브레스라면.

물론 유저가 사용하면 히드라만큼 위력적이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이상만 굳게 만들기만 해도 지금 있는 스킬들 중 가장 위협적인 스킬이 될 것이다.

싸우다 말고 굳어 버리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으니까.

잠깐이라도 경직을 시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생각해 보면 이 스킬은 사기에 가까운 스킬이었다.

“이건 정말 돈 좀 들여야겠는데?”

재중이 형 역시 마찬가지.

이 스킬의 값어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반대되는 스킬 역시 존재했다.

『 스톤 큐어 』

석화를 풀 수 있는 스킬.

이것 역시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스킬이었다.

히드라를 이번 한 번만 잡고 말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또 하나.

『 오러 블레이드 - 독속성 』

다른 스킬들만큼이나 이건 내게 필요했다.

그밖에 광역 석화 스킬.

광역 독 스킬 등.

“하, 포기할 수 있는 스킬이 없네요.”

솔직히 베히모스보다 이 히드라의 값어치가 몇 배는 높지 않을까?

둘 중 하나를 잡으라고 하면 무조건 히드라일 정도로.

몇 가지 더 있는 아이템들을 모두 수거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자 다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매로 어떻게든 되려나.

그런데 그때 뭔가가 떠올랐다.

“형, 왜 저쪽에서 방해가 안 들어왔죠?”

분명히 카르바할이 복사본 르아 카르테를 고쳐 주는 데 2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었다.

그 시간은 원래의 신성 제국에서 우리 쪽으로 쳐들어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우리를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고 아직도 싸움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장님이 다가와서 말해 주었다.

“저쪽 역시 피해를 많이 본 모양이다.”

“그래요?”

“아마 우리에게 병력을 뺄 만큼 지금 사정이 좋진 않겠지. 당장 신성 제국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거다.”

“정리가 되면 언제라도 싸움을 걸어온다는 말이죠?”

그런 내 말에 사장님이 조금 애매한 표정을 지으셨다.

“흐음, 이쪽에서 히드라를 잡았다는 게 알려졌을 테니 섣불리 싸움을 걸진 못 하겠지. 반대로 그쪽은 아직 베히모스를 잡지 못 했으니까.”

“베히모스인가요…….”

히드라와 달리 베히모스는 엄청나게 성장을 한 상태.

저쪽에서도 신성 제국을 비워 놓고 나오기에는 부담스러운 건가.

“이쪽을 치려면 저쪽도 사활을 걸어야 할 테니. 그때까진 이대로 흘러가겠지.”

“으음, 정비가 끝나면 우리가 어려울 수 있겠네요.”

사장님의 말을 듣고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평균적인 유저들의 전투 능력은 일단 저쪽이 위.

그리고 저쪽이 정석적인 신성 제국이다 보니 우리보다 NPC들의 능력이 더 좋았다.

당장은 승산이 반반.

아니, 그보다 적을지도.

나나 재중이 형이 참가한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전체적인 전쟁에서 져 버리면 답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거점을 바라보았다.

반쪽짜리 신성 제국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재중이 형에게 말을 꺼냈다.

“우리, 이쪽을 진짜 신성 제국으로 만들죠?”

그러자 재중이 형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거점이 반쪽짜리라면.

그걸 진짜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다.

곧장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가 먼저. 유저들을 받아들이죠. 저들보다 한 발 앞서서!”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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