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03화 (693/1,404)

#703화 두 개의 나라 (4)

히드라는 일종의 지상 포탑 같은 형태를 지녔다.

굳건한 네 다리로 거의 날아다니듯이 뛰어다니는 베히모스와 달리 히드라는 기동력이 다른 네임드에 비해 다소 많이 부족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일단 자리만 잡으면 그 어떤 네임드보다 월등한 외부 공격력으로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무려 여섯 개의 머리에서 나오는 강렬한 브레스가 이걸 가능하게 해 주었고.

네임드가 쏘는 한 방의 브레스만 해도 충분히 강한데 여기에 석화로 굳히고 산성 속성을 써 가면서 녹여 버리는 능력까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포탑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심지어 접근도 하지 못하게 자기 주변으로 광역 석화가 되는 스킬을 써 버리니 지상으로는 녀석에게 접근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아무리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가까이 접근을 해야 쓸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원거리로 공격하자니 역시나 브레스를 난사해서 사방을 커버하니, 자리만 잡으면 난공불락에 가까운 네임드였다.

카르바할이 새 아이템을 준비하는 동안 녀석을 공략하기 위해 계속 지켜보다가 한 가지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유일하게 녀석이 커버하지 않는 곳.

그건 바로 하늘 위였다.

자신의 머리 위에 날아다니는 적들이 없다 보니 히드라의 머리들이 전부 사방의 방위만 노려보면서 공격을 했다.

사실 날아다닌다고 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 했을 것이다.

히드라가 쏘는 석화 브레스에 스치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추락해 버렸을 테니까.

어지간한 기동력이 아니고서야 견제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석화를 풀 방법이 없다면…….

그 어떤 견제도 무리.

해서 아예 생각을 바꾸었다.

녀석이 인식하지 못하는 저 높은 공중으로 올라가기로.

이런 높이라면 공격을 하기 전에는 히드라가 절대로 인식하지 못 할 터.

물론 이런 방식은 히드라 같은 형식의 네임드라 가능한 일이었다.

베히모스라면 절대로 통하지 않을.

기동력이 상상 이상인 베히모스는 절대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지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항상 사방팔방 뛰어다니는데 공중에서 뛰어내려서 녀석을 맞춘다?

이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지.

뛰어내려서 하강하는 동안 이미 녀석은 완전히 다른 장소로 이동해 있을 테니까.

반대로 히드라는 그 자리에 박힌 것처럼 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지금 내 하강 공격에 완전히 주저앉게 되었다.

무려 5개의 오러를 중첩한 르아 카르테에.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두 개의 르아 카르테가 동시에 녀석의 등을 찍어 내렸기에 공격력도 두 배로 들어갔다.

히드라도 베히모스와 같이 외부 방어막이 있었지만, 신성력과 암흑력이 동시에 적용해 방어막을 아예 무력화시켜 버렸다.

거기다 녀석의 단단한 외장 비늘은 관통 확률 120%로 무시.

그 상태로 치명타가 터져 1500%의 대미지 추가까지 넣으니 오러 수십 방이 넘는 위력을 한 곳에 집중해서 찍어 누른 것과 마찬가지의 위력을 내었다.

히드라가 아무리 월드 네임드라고는 하지만 이건 버틸 수 없겠지.

그리고 생각했던 대로 히드라의 모든 광역 마법들이 캔슬되면서 녀석의 머리가 전부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전원 모든 공격 퍼부어요!!!!”

바로 히드라에게서 르아 카르테를 뽑아내면서 뒤로 빠졌다.

이제 이 자리에는 셀 수도 없는 광역 공격들이 쏟아질 예정이니.

이대로 같이 폭격을 맞으면 나 역시 살아남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녀석에게 떨어지자마자 거점의 성벽 위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화살들이 쏟아져서 날아왔다.

쐐애애액!

쐐애애액!

쐐애애액!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형형색색의 화살들이 먼저 날아와 히드라의 몸체에 부딪쳤는데 이때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퍼어억!

퍼퍼퍽!

푸아악!

응?

화살이 제대로 박힌다고?

현재 밸런스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궁수 계열들의 스킬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물론 원거리에서의 몬스터 사냥 자체가 너무 좋아서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반향은 없는 편이었지만 이런 네임드를 상대로는 타격을 줄 만한 스킬이 부족했다.

특히 베히모스나 히드라 같은 월드 네임드가 가진 외부 방어막을 깨려면 신성력이나 암흑력 같은 스탯이 필요했다. 없으면 거의 공격이 박히지도 않으니.

이건 내가 직접 해봤기에 가장 잘 아는 일이었다.

일단 신성력이나 암흑력을 써 비슷한 수준으로 중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스탯이 없음에도 화살이 완전히 녀석에게 박혀 들어갔다.

설마 방어막이 완전히 사라진 건가?

그렇게 화살의 비가 떨어지는 히드라에게 멀리 떨어져서 녀석을 보니 확실히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막이 보이지가 않았다.

<주호> 형, 방어막이 없어졌어요.

<불멸> 그래, 나도 봤다. 다운되면 완전히 방어막이 없어지는 모양이다.

베히모스를 상대로 이런 식으로 완전히 눌러 버린 적이 없어서 이제야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금의 르아 카르테들의 공격이 강했다는 뜻인가.

온갖 좋은 조합을 다 붙여놓은 15강 영웅의 무기.

거기에 5중첩의 오러는 내게 굉장한 확신을 주게 되었다.

이거면…….

월드 네임드의 방어도 씹어 먹을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번에는 성벽에서 차징이 끝난 각종 광역 마법들이 쏟아져 내렸다.

다른 마법들도 화려했지만.

그중 특히 챠밍의 마법.

마족화를 쓴 상태로 넘쳐흐르는 마력을 이용해 날린 궁극 마법들은 그야말로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 트리플 캐스팅! 】

【 엘레멘탈 브레스! 】

【 데몬 익스플로전!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한 가지도 아닌 무려 세 가지를 동시에.

베히모스를 잡은 삼중의 뇌전, 화염, 폭풍의 브레스.

그리고 흑장로의 폭발적인 암흑 마법.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드래곤의 메테오 스트라이크까지.

콰지지직!

화르르륵!

파아악!

콰드드득!

쿠아아앙!

물론 그것만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주변의 신성 제국의 마법사 NPC들에게 마력을 전달 받고는 곧장 다시 강력한 마법을 쏟아내었다.

그전에는 받지 못한, 하지만 지금은 성녀이기에 가능한 지원들.

모든 NPC들이 챠밍에게 몰아주듯이 마력을 지원해 주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완전히 마력을 다시 채운 챠밍이 또 다시 강렬한 마법들을 모두 꺼내들 수 있었다.

【 시간의 서! 】

【 트리플 캐스팅! 】

【 파이어 브레스! 】

【 아쿠아 브레스! 】

【 기가 라이트닝! 】

시간의 서를 써서 트리플 캐스팅의 쿨을 돌려낸 뒤.

드래곤의 파이어 브레스.

레비아탄의 아쿠아 브레스.

고르곤의 기가 라이트닝까지.

화르르륵!

싸아아악!

콰지지직!

각 네임드의 최종기를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히드라에게 날리자 히드라의 몸체 전부를 태워 버리고 얼린 상태에서 뇌전의 다발들이 그 위를 강하게 지져 내었다.

너무 많은 효과들이 겹쳐서 위력이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상승효과를 주면서 더욱 위력을 더해 갔다.

한 방의 위력만은 현 서버 최강.

무려 여섯 가지 궁극 마법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중첩되어 폭발하는 화려한 마법 시위는 챠밍의 현 마법사 랭킹 1위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줬다.

그리고 이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마법의 화력쇼에 다른 유저들의 시선이 전부 챠밍에게 집중되었다.

“와, 저게 대체 뭐야?!”

“미쳤네.”

“한 발도 아니고…….”

“저런 마법들을 한 번에 쏜다고?!”

“정말 같은 마법사 맞아?”

“말도 안 나온다.”

그동안 챠밍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히드라가 걸어 다니는 포탑이라면 이쪽은 걸어 다니는 대마법사지.

그런 챠밍과 함께 모든 광역 마법들이 지금 소진이 되었고 바로 근접 유저들이 달려들어서 히드라의 몸체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쪽 역시 프리 딜 쪽에서 이쁜소녀가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었다.

완전히 스탠딩 상태에서의 진(眞)토르로 내려치는 모든 공격들이 뇌전을 이끌어내며 히드라의 몸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지며 다시 한 번 히드라의 몸통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단순히 말뚝 딜이라면 재중이 형의 베사노스보다 이쪽이 훨신 위력적이랄까.

저 커다란 네임드를 들썩이게 만드는 작은 체구의 소녀.

그만큼 이쁜소녀도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신화 애들은 괴물만 있나…….”

“챠밍도 그렇고, 이쁜소녀도 그렇고 하나같이 무섭네.”

“저 봐라. 또 터진다!”

콰아아앙!

말이 나오기 무섭게 다시 한 번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지면서 히드라가 튕겨 올라갔다.

내가 봐도 좀 대단하긴 하네.

거기다 이쁜소녀의 그런 위력은 히드라의 회복되던 방어막을 다시 한 번 깎아내리는 역할을 했다.

그때 베사노스로 역시 딜을 하고 있던 재중이 형이 전체에 오더를 내렸다.

“슬슬 일어난다! 전부 빠져!”

보호막이 다시 생긴다는 건.

녀석이 일어날 준비가 되었다는 뜻.

그리고 이 상황에서 다시 주변에 석화 광역 마법이라도 깔아 버리면 지금 모여 있는 이 수많은 인원들이 꼼짝하지 못하고 모조리 굳어 버릴 수도 있었다.

원정대 유저들도 그걸 잘 아는지 재중이 형의 오더에 따라 일제히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남아 있는 것은 나와 재중이 형뿐.

이쁜소녀도 기동력이 그렇게 좋지 않기에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여 바깥으로 빠졌다.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를 앞으로 겨누고 내게 말했다.

“한 방 갈까?”

“네, 가죠.”

이미 베사노스는 더없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동안 봤던 그 어떤 상태보다 지금이 훨씬 화력이 압축되어 닿기만 해도 타오를 것 같은 딱 그런 상태.

아마 지금의 저 모습이 베사노스가 버텨 낼 수 있는 최대의 화력을 끌어 모은 형태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재중이 형과 함께 나 역시 내가 낼 수 있는 스킬 중에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동안은 마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쓸 수 없었던.

근접 유저가 낼 수 있는 최강의 스킬.

바로 두 개의 르아 카르테에 스킬을 걸어 풀 차징을 시작했다.

“머리를 노려요?”

“아니, 아까 네가 뚫었던 그곳.”

재중이 형이 말하는 곳은 이전에 내가 낙하하면서 찍어 누른 바로 그곳이었다.

히드라의 비늘이 죄다 깨져 있는 등판.

그사이 히드라가 일어서는 듯 몸을 움찔거리자 곧장 재중이 형과 함께 히드라의 몸을 타고 올라 녀석의 등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둘 다 완전히 자리를 잡자 녀석이 무거운 몸을 들어 올리면서 여섯 개의 머리를 동시에 하늘로 치켜세웠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를 빠르게 내려치면서 먼저 스킬을 시전했다.

【 블레이즈 슬래셔! 】

화르르르륵!

쿠아아아앙!

정말 새빨갛게 달아오른 베사노스에서 쏟아져 나온 한 방이 그대로 히드라의 깨진 등판을 다시 한 번 불사르면서 완전히 녹여 버렸다.

동시에 엄청난 폭발력에 의해 부서진 비늘들이 모조리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고.

키에에엑!!!

일어나자마자 마검의 궁극 스킬에 등이 불태워진 히드라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거기다 방어막 역시 재중이 형의 이 블레이즈 슬래셔 한 방으로 완전히 찢겨져 나갔다.

“지금!”

“네, 갑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최강의 기술.

풀 차징된 검고 검은 암흑의 기운이 다섯 개의 오러와 합쳐지면서 더 없이 진한 압력을 만들어냈다.

르아 카르테가 부르르 떨릴 정도의 위력.

곧장 스킬에 달아오른 르아 카르테들을 녀석의 깨져 있는 등판으로 동시에 찍어 넣었다.

르아 카르테의 검신의 뿌리까지 완전히 박혀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 데스 버스트! 】

보유한 암흑 기술 중 가장 강력한 듀라한의 궁극기.

그런 데스 버스트가 두 개의 르아 카르테에서 함께 터지면서 히드라의 등짝을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파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심지어 오러로도 관통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히드라의 몸통을 계속 찢어발기더니 녀석의 몸을 완전히 관통해서 반대편까지 뚫어냈다.

키에에엑!!

캬아악!!

크에엑!!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여섯 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찢어지는 비명들이 들려왔다.

그 순간.

녀석의 몸체가 갑자기 하얗게 변하면서 마치 갈라진 논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부서지듯 몸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 월드 네임드, 미지의 고대 마수 히드라가 죽었습니다! 》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