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6화 버려진 나라 (1)
《 신성 제국, 제넨샤 내의 모든 NPC들이 이 소식을 듣습니다. 》
《 신성 제국, 제넨샤 NPC들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
다른 네임드를 죽였던 이전과 다름없이 이번 역시 친밀도가 상승했다.
나쁘지 않네.
안 그래도 신성 제국의 NPC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아마 이걸로 꽤 상쇄를 시키지 않았을까.
그 순간, 베히모스가 죽으면서 죽음의 빛으로 돌아갔고 자연스럽게 발 디딜 자리가 사라져 아래로 떨어졌다.
주변에 생성된 많은 드랍템들과 함께.
생각보다…… 숫자가 많은데?
대충 살펴봐도 이전의 그 어떤 네임드들보다 아이템 개수가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 특히 눈에 띄는 한 가지가 있었다.
저건…….
확정 강화석이잖아?
『 +1 확정 정제 강화석 』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몇 개가 동시에 떨어진다고?
한 개만 떨어졌어도 깜짝 놀랄 일인데 그게 지금 한꺼번에 떨어져 내리자 손이 자동으로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 +1 확정 정제 강화석 』 을 손에 쥐었다.
그렇게 주운 강화석이 무려 7개.
이건 좀 너무 많은데?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이 이렇게 떨어지자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 10강 일반 강화석. 』
.
.
이 강화석들 역시 동시에 마구잡이로 떨어져 내렸다.
한 번에 다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수량들.
10강부터 해서 9강, 8강짜리들도 다수 떨어져서 나를 놀라게 했다.
흐음.
대체 이 베히모스가 얼마나 강했다는 말이지?
이 정도 보상들이면 적어도 하나의 이벤트 급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템 하나.
『 고대 마수의 심장 』
이건 마족의 심장하고는 좀 다른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이것도 손에 넣었다.
주변에 색다른 아이템들이 잔뜩 떨어졌는데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이것 정도.
나머지는 차차 알아봐야겠지.
그렇게 베히모스가 죽고 나자 주변에서 환호하는 NPC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 드디어 마수를 잡았다! 』
『 신성 제국을 지켜냈어! 』
『 살았다! 』
그렇게 좋은 건가?
환호하는 수준이 유저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주변을 쭉 둘러보고는 순간 저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 초토화가 되었잖아?
베히모스 안에 들어가 있어서 몰랐는데 바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두 번째 브레스를 맞아 다시 한 번 일자로 쭉 밀려 버린 시가지는 그 자체로 경악스러웠고, 베히모스가 발악하면서 짓밟고 간 건물들이 죄다 폐허로 변해버렸다.
심지어 베히모스가 쏘아낸 각종 광역기들이 신성 제국 곳곳에 파괴된 흔적을 남겨 놓았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려고까지 하는데?
멀쩡히 있던 신성 제국 성을 거의 반파시켜 놨으니.
만약 저들이 따지고 들면 이건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전에 재중이 형에게 말한 대로 정말 물어내라고 하면 답도 없겠는데?
이 정도로 부서졌으면 그냥 모른 척 내빼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내게 재중이 형을 비롯한 우리 팀이 달려왔다.
“수고했다.”
“아, 형들이 고생했죠.”
뒤이어 사장님과 길마들도 하나둘 자리를 옮겨 우리 옆으로 다가와 떨어진 아이템들을 구경했다.
물론 룰이 있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서 줍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렇게 대규모 레이드를 했을 때는 보통은 한 사람이 줍는 것이 룰.
그리고 모두가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아, 제가 해야 하나요.”
전체적인 딜량에서는 아마 나와 챠밍, 이쁜소녀가 압도적일 터.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토글권이 없을 것이다.
줍고 싶어도 못 줍는다는 말.
이렇게 대규모의 레이드에서는 딜량이 부족하면 토글을 하지 못했다.
먹튀를 방지하려고 만들어졌긴 했는데 귀찮긴 하네.
바로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드랍템들을 하나하나 주워갔다.
내가 다 줍고 나자 화련이 바로 물어왔다.
“어떻게 할 거야?”
“음, 글쎄요.”
고개를 돌려 사장님을 바라보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마들만 따로 모아놓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에 있는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분배 이야기겠죠?”
“뭐 그렇지. 아마 결과가 꽤 재밌게 나올 거다.”
“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재중이 형을 바라보고 다시 물었는데 재중이 형은 그냥 웃기만 했다.
결과를 다 안다는 듯.
그리고 얼마 뒤.
회의가 끝난 듯 사장님이 내게 다가왔다.
“소유권은 신화 길드에서 전부 가지는 걸로 했다. 그중 9할은 네 몫이고.”
“네?”
의외인데?
다른 길드에서는 하나도 소유권을 가져가지 않겠다는 건가?
저 많은 사람들이 전부?
“대신 경매로 드랍 물품 절반은 풀어 줄 것. 이게 길마들의 조건인데 괜찮겠냐?”
“아, 경매로요?”
이건 한마디로 돈으로 줄 테니 우리에게 팔아라 이런 뜻이려나?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니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비슷하게 나왔네. 쟤들도 아예 못 잡았을 거라는 걸 아니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가요?”
“뭐 네가 없었으면 그냥 제국하고 같이 쓸려 나갔겠지. 그걸 모를 정도면 죽어야지.”
재중이 형이 이미 협상 시작 전부터 다 생각을 해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들 드랍 아이템을 보고 판단했겠지. 저거 하나, 하나가 정말 값진 물건들이니까. 여기에서 잡는 다른 네임드들하고는 차원이 다를 거다.”
“그래서 절반이군요.”
“돈으로 사도 엄청난 이득이거든. 지금 드랍 된 것들. 어지간해서는 돈으로도 못 구해.”
“하긴, 베히모스를 잡아야 하니까요.”
“무리지.”
다 생각이 있어서 내게 소유권을 전부 양보한 것이었다.
“절반이나 내어줘도 괜찮을까요? 솔직히 돈이 아쉽지는 않은데.”
돈이 많으면 좋긴 하다.
그렇다고 아이템을 포기할 정도는 아닌데.
“염치없이 하나밖에 없는 걸 달라고 하겠냐. 저기 수없이 떨어진 재료템들. 원하는 건 그거야. 그리고 저들도 죽자 살자 달려들어서 싸웠어. 길마들도 보상이 필요한 거야. 길드원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확실히 이번 한 번만 같이 싸울 건 아니죠.”
잠시 우리 팀을 모아 두고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딱히 불만은 없는지 그대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이 나자 사장님에게 말했다.
“네, 괜찮다고 하네요.”
“알았다. 그럼, 정리를 해 보마.”
일단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 고대 마수의 심장. 』
아직 용도는 모르지만 이건 확실히 하나뿐인 아이템이니까.
반면에 강화석 쪽은 몇 개 정도는 내어 주어도 괜찮았다.
아주 못 구할 아이템도 아니었고.
『 베히모스의 뿔 / 제작 재료. 』 (x8)
『 베히모스의 발톱 / 제작 재료. 』 (x40)
『 베히모스의 뼈 / 제작 재료. 』 (x100)
『 베히모스의 이빨 / 제작 재료. 』 (x30)
『 베히모스의 가죽 / 제작 재료. 』 (x400)
『 베히모스의 혈액 / 제작 재료. 』 (x500)
다음엔 제작 재료템.
하나도 아니고 엄청난 숫자가 떨어져 내렸다.
종류별로 많게는 몇 백 개의 재료가.
그중 뿔은 딱 8개만 떨어졌는데 아마도 베히모스의 머리에 있던 뿔이 그대로 드랍된 것 같았다.
이것도 설마 부위 파괴를 해야 했던 건가?
아마 처음이라 그냥 떨어진 것 같은데.
몇 개 없는 것을 봐서는 베히모스의 뿔이 제작 재료템 중에 가장 핵심을 차지하는 아이템 같아 보였다.
흐음.
정확히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야 아이템을 맞출 텐데…….
이건 카르바할에게 물어봐야겠어.
카르바할이라면 베히모스의 아이템을 가지고 제작 아이템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힘들게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까.
마법서들도 꽤 다수가 떨어져 내렸다.
같은 종류의 마법서도 여러 권 떨어졌고.
다만 베히모스가 워낙 많은 마법들을 쏘아 대서 기대를 했는데, 생각만큼 모든 마법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 주지는 않은 건가?
이건 좀 아쉽네.
그렇게 마법서들을 넘기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손이 바로 굳었다.
『 엘리멘탈 브레스. 』
하.
설마 그 무지막지한 브레스인 건가?
무려 세 가지 속성이 한꺼번에 조합되어 나갔던.
경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이 녀석은 절대 불가능이지.
이건 볼 것도 없이 바로 챠밍에게 던졌다.
얼떨결에 마법서를 받아든 챠밍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마법서의 이름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빠, 이건?!”
“그건 무조건 네 거.”
“아! 네! 잘 쓸게요.”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나?
엄청 좋아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는 나 역시 미소가 지어졌다.
베히모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반에 반만 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 역시 엄청난 숫자가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속성별로 오러 블레이드가 떨어져서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그중 내게 없는 속성도 있었으니까.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풍속성. 』
이거 완전 효자 네임드 아냐?
월드 네임드라더니 주는 아이템이 장난이 아니었다.
계속 이런 아이템들을 보자 다시 한 번 베히모스에 대해서 떠올리며 소름이 돋았다.
대체 이 녀석.
얼마나 강했던 네임드였던 거지?
지금까지 이렇게 세 가지 오러를 동시에 주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뇌속성과 풍속성은 제대로 된 몬스터들도 나오지도 않았는데…….
화속성도 생각해 보면 억지로 얻은 것이다 보니 이 녀석이 최초로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평범한 방법으로 잡았다면 아마 전멸했을지도…….
그때 갑자기 옆으로 예의 그 빛의 기사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 괜찮으시다면 잠시 시간 있으십니까? 』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격식을 차린 절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하는 태도 역시 확연히 바뀌었고.
“네, 말씀하시죠.”
『 신성 제국 제넨샤의 추기경 올렌드 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무례를 범했습니다. 』
추기경?
단순히 기사가 아니었던 건가?
그러고 보니 입고 있는 갑옷도 다른 기사들과 다르게 훨씬 더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었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런 빛의 기사, 올렌드가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이전에 포박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했다.
솔직히 미안한 것으로 치면 이쪽이 훨씬 미안하지.
베히모스를 신성 제국으로 끌고 온 것 때문에 제국 성이 거의 작살나 버렸다.
이 정도면 당장 끌려가도 무방한데…….
“아뇨, 이미 잊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대놓고 말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상대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불리한 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그때 올렌드가 눈빛으로 주변을 물려 달라는 눈치를 주었다.
이건 따로 이야기해야 하는 그런 건가?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 같은데?
곧장 올렌드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주변의 사람들과 멀리 떨어지자 그제야 올렌드가 말을 꺼냈다.
『 영웅의 검을 가진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혹시 이걸 알아보는 건가요?”
그때 르아 카르테가 부르르 떨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명확하게 정면을 향해 있었다.
바로 올렌드가 들고 있는 하얀색의 검을 향해.
이건 설마?
내 놀란 눈빛에 올렌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 저 역시 영웅의 검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입니다. 』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