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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85화 (675/1,404)

#685화 베히모스 (8)

이미 헤븐즈 스트라이크에 정신없이 두들겨 맞아서인지 베히모스 곳곳에 타오르는 듯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거기에 오러 블레이드가 실린 르아 카르테의 검날이 베히모스의 이마에 박히자 베히모스에게서 커다란 비명이 울려 퍼졌다.

쿠어어어!

곧장 베히모스는 거칠게 머리를 흔들어 대면서 나를 떨쳐 내기 위해 발악을 했다.

큭.

이 정도까지 딜을 했는데도 버틴다고?

헤븐즈 스트라이크 자체가 영웅의 검에서 나오는 특수 스킬이라 공격력이 다른 여타 스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챠밍이 광역기를 연속으로 날리는 것과 맞먹을 만큼이나.

그런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한 발도 아닌 수십 발이 넘게 베히모스의 몸 안에서 터졌음에도 여전히 베히모스는 살아 있었다.

이 녀석의 체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

베히모스의 방어력을 생각해 보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 녀석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대체 이 괴물을 어떻게 잡으라고 이렇게까지 강한 거지?

조금 더 공중에서 르아 카르테로 폭격을 했어야 했나?

너무 성급하게 달라붙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선을 넘어 버렸다.

여기서 내가 떨어지든.

아니면 이 녀석이 죽든.

둘 중에 하나.

올라탄 이상은 이 자리에서 끝장을 봐야 했다.

그렇다면 전력으로 간다.

발루딘을 꺼내려고 복사된 르아 카르테를 집어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녀석이 머리를 크게 위로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땅에 머리를 들이박으려는 시도를 했다.

칫.

계속 머리에 붙어 있게 놔두진 않겠다는 거냐?

어쩔 수 없이 바로 녀석의 머리를 발로 박차고 떨어져 나왔다.

그대로 붙어 있다가는 녀석의 이마와 함께 땅에 처박혀 옴짝달싹하지 못할 테니까.

이 녀석을 상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그냥 죽여 달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내가 녀석의 머리에서 떨어지자 베히모스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한 번 흔들더니 녀석의 몸 주변으로 갑자기 방어를 위한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곧장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려 했다.

하.

이건 뭐 완전 접근 불가라는 건데…….

멀리 있으면 멀리 있는 대로 상대하기 힘들고, 가까이 붙으면 이런 식으로 아예 떨쳐내 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주변을 밀어내는 풍계 마법으로 자신을 보호한 뒤 나오는 패턴이라면 지금까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브레스.

이 자식.

근처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생각인가?

마법이 시전되는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공중에서 크게 외쳤다.

“브레스다! 빠져나와!”

“알고 있어요!”

굳이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얼마 있지 않아 광풍에 몸이 밀려날 터.

그때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드래곤도 그렇고.

브레스를 쓸 때 어떻게 되더라?

보통은…….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빠르게 인벤부터 살폈다.

그리고 이전에 몇 개 준비해 놓았던 르아 카르테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막내별을 주기 위해 여분으로 남겨 두었던…….

그 F버전의 르아 카르테를 꺼내들고는 곧장 외쳤다.

【 블링크! 】

순간 내 몸이 이동되면서 그 전까지 압박하던 광풍의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되는구나!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블링크로 아예 녀석 주변을 몰아치는 폭풍 속 안으로 몸을 완전히 들이밀었더니, 여기는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평온했다.

처음부터 마법이 시전되지도 않은 것처럼.

그리고 시야에 베히모스의 거대한 입이 바로 들어왔다.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베히모스가 깜작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황스럽겠지.

설마하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펼쳐졌던 광풍 속으로 내가 들어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테니.

그리고 그대로 녀석의 브레스를 깨기 위해 르아 카르테를 휘두르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분명히 이대로 무방비 상태의 베히모스를 공격해 브레스를 깨 버리면 녀석에게도 큰 타격이 오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면?

이 녀석의 체력이 아직도 철철 넘쳐흐른다면 이 상태로 몇 번의 시도를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분명히 아직은 여력이 있긴 하지만…….

얼마나 오래 녀석과 싸워야 할지는 미지수.

신성 제국이 박살 나는 일이야 어차피 나와는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이대로 피해만 입은 채로 베히모스를 잡지 못하게 되는 일은 최악이었다.

발 디딜 곳도 없는데다가 베히모스라는 미친놈을 옆에 두고는 아무 곳에서도 정착을 못 할 테니까.

최소한 이 녀석을 여기서 잡지 못하면 앞으로 모든 일정이 박살나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을 품자마자 곧장 녀석의 거대한 입이 시선에 들어왔다.

되려나?

분명히 녀석의 덩치는 드래곤보다도 크다.

그것도 월등히.

그렇다면 반드시 될 것이다.

판단을 내린 뒤 곧장 몸을 날렸다.

베히모스가 브레스를 쓰기 위해 크게 벌리고 있는 입속을 향해서.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워낙 크다 보니 안에 사람 하나 정도는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냐.

물컹거리는 녀석의 혓바닥 위에 올라서서는 더 깊은 곳으로 시야를 돌렸다.

이대로 있어 봐야 녀석이 날뛰기 시작하면 또다시 멀리 튕겨져 나갈 터.

곧장 몸을 날려 아예 목구멍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크어억?!

설마 내가 자신의 입 안에 들어가 버릴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는 듯한 베히모스의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목을 통해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만행을 저질를 지는 더 몰랐을 테고.

곧장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불멸> 그게 들어가지냐?

<주호> 네, 생각보다 안에 널널한데요?

<불멸> 아놔, 미친놈.

<주호> 그거 칭찬이죠?

<불멸> 그래, 안에서 버틸 수 있겠어?

<주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설마 안에까지 마법을 쏘진 않겠죠?

<불멸> 그게 가능하면 저놈이 신이지.

재중이 형도 녀석이 자신 안에까지 마법을 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 마찬가지로.

목구멍을 억지로 통과해서 들어온 베히모스의 안은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심하게 흔들거린다는 것만 빼면.

최곤데?

어떠한 위협도 없는 상황.

심지어 체력이 깍인다거나 디버프가 걸린다거나 하는 일도 일체 없었다.

<주호> 생각보다 쾌적하네요.

<불멸> 체력 안 깎여?

<주호> 네. 피해가 전혀 없어요. 그냥 아예 안 만들어 둔 것 같아요.

<불멸> 크큭, 어떤 미친놈이 거기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겠냐. 나 같아도 안 만들어 둔다.

일단은 시스템이란 것 자체가 개발자가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 염두에 두고서 미리 만들어 두어야 적용이 된다.

그런데 이건 아무도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 같았다.

베히모스의 안에 파고 들어오는.

엽기적인 행동을.

이런 일은 NPC가 돌발 행동을 해서 여러 가지 분기점으로 생기는 문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렇다 이거지.

위벽으로 보이는 곳에 손을 내밀어 대어 보니 바깥과 다르게 어떠한 방어적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암흑의 마력으로 몸을 보호한다던가 하는 일도 없었고.

완전한 무방비 상태.

물론 기본적인 방어력은 적용이 될 테지만.

그렇다고 그걸 못 뚫을 정도로 내 검이 무디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 유저들을 통틀어 최강의 위력을 가진 검이지.

곧장 르아 카르테를 꺼내어 하나씩 작업을 시작했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좀 흔들리긴 해도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온전한 공간.

그 안에서 아주 여유롭게 르아 카르테를 복사해 가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룰루랄라.”

바깥의 상황은 여기와 달리 꽤 긴박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불멸> 방금 브레스를 쐈다.

<주호> 네, 저도 느꼈어요.

순간 안에 바람이 훅 하고 빨려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것을 보면 이게 브레스를 쏘는 작용인 것 같기도 하고.

<불멸> 신성 제국이 또 반으로 갈라졌어.

<주호> 설마 우리에게 물어내라고 하진 않겠죠?

<불멸> 농담할 여유가 있는 걸 보면 할만한가 봐?

<주호> 뭐, 나쁘지 않네요.

복사를 하다가 마력이 부족하면 곧장 르아 카르테를 휘둘러 녀석의 내벽을 계속 긁어나 찍어 냈다.

그러자 순간 안이 크게 요동치면서 휘청거렸다.

<불멸> 큭, 녀석이 완전 발광을 하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베히모스가 난리를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점프를 하는지 몸이 붕 뜨기도 했고, 아예 뒹구는지 위아래가 뒤집히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이 정도에 흔들릴 내가 아니었다.

몸이 움직임에 따라 바로 자세를 바꿔 가면서 완벽할 정도로 몸을 지탱해 내었다.

아니,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르아 카르테를 벽에 박아 놓고 버티면 되는 일이라…….

“그만 좀 날뛰어.”

그리고는 바닥에 넘쳐나는 복사본 르아 카르테를 녀석의 벽에 하나둘 순서대로 녀석의 내벽에 박아 넣었다.

순간 그중 하나가 크게 터지면서 녀석의 안에 큰 뇌전 폭발이 몰아쳤다.

큭.

이건 안 좋네.

이런 한정된 장소에서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지자 사방으로 뇌전이 정신없이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건 내게도 피해를 동시에 주었고.

칫.

이런 식이냐.

물론 직접 타격을 입은 베히모스만큼 피해를 받진 않았지만 계속 누적되면 이쪽도 피곤해진다.

으음.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야지.

상체 방향 쪽에서 르아 카르테를 마구 박아 넣다가…….

콰아아앙!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지면 곧장 몸을 날려 하체 방향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러자 겨우 후폭풍을 피해 몸을 빼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반대로 달리면서 르아 카르테를 마구잡이로 박아넣었고.

콰아아앙!

한번 터질 때마다 베히모스가 고통에 차 몸을 크게 나뒹굴었다.

좋아.

한 번 더!

콰아아앙!

르아 카르테를 복사해 내는 마력은 굳이 원천마력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했다.

그냥 르아 카르테를 녀석의 몸에 쑤셔 넣기만 하면 되니까.

곳곳에서 치명타가 터지는데 힘들게 휘두를 필요도 없었다.

<불멸> 큭, 안에서 잔치 중이구나?

<주호> 그렇게 보여요?

<불멸> 어, 베히모스가 계속 다운되네. 지금 사람들이 놀라서 눈이 다 동그랗게 변했어.

<주호> 이거 너무 밑천 드러냈나 보네요.

<불멸> 뭐, 어떠냐. 밖에서도 화력 지원해줄 테니 최대한 찍어 눌러라.

<주호> 네. 그럼 다들 조금만 힘내 주세요.

내가 안에서 녀석을 다운시키면 그만큼 밖에서도 공격을 하기가 쉬워진다.

베히모스가 어느 급의 네임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다운 상태에서 대놓고 프리딜을 넣으면…….

그것도 원정대 전체와 신성 제국의 NPC들은 물론이고 성벽의 포까지 동시에 녀석을 공격하면 체력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쁜소녀나 챠밍이 프리 상태에서 풀로 딜을 했을 때는 그 화력이 다른 유저 수십이 합친 것보다 강할 테니까.

그 증거로 내가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터트린 것도 아닌데 바깥에서 똑같이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안으로 전해져왔다.

이건 이쁜소녀겠네.

공속이 느리다고는 해도 프리딜 상태로 무한정 휘두르는 토르는 네임드들에게는 사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껍질이 단단한 녀석들은 특히나 더 그렇고.

챠밍의 광역기야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

두 개의 15강에서 터지는 최종 마법에 치명타와 치명타 대미지 증폭 등을 고려해 보면 압도적인 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성문도 날려 버릴 정도인데.

말을 해서 뭐 할까.

그런 둘의 위력 시위와 안쪽에서 나의 폭발적인 딜이 합쳐지자 베히모스는 계속해서 다운이 되어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만한 네임드를 이렇게 자주 다운시키는 일 자체가 불가능이지.

그렇게 한참을 폭격을 하다가 갑자기 주변이 하얗게 변하면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 월드 네임드, 미지의 고대 마수 베히모스가 죽었습니다! 》

됐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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