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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79화 (669/1,404)

#679화 베히모스 (2)

신성 제국의 성문을 박살 내라는 내 말에 챠밍이 놀란 듯 다시 물어왔다.

<챠밍> 정말 해도 돼요?

<주호> 어, 해도 돼.

처음 마주친 신성 제국을 공격하라는 말인데 이건 우리에게도 꽤 부담이 되는 일이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해 본다면 더 좋은 다른 방법이 나오기야 할 테지만…….

하지만 그랬다가는 당장 우리 원정대 사람들이 다 죽을 판이니까.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옆에서 재중이 형이 왠지 신나하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호오, 오늘은 꽤 과격한데?”

“어쩔 수 없잖아요. 상황이.”

“흐음, 확실히. 그렇지. 이대로 가면 전멸이겠지. 앞으로 가나, 뒤로 가나.”

재중이 형도 딱히 내 의견에 반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좀 즐기는 그런 느낌이라…….

“오케이, 재밌겠네. 하자. 어차피 저놈들이 먼저 성문을 틀어막고 들여보내 주지 않았으니까 앞으로 우리와 함께 갈 수 없어.”

“적이라고 생각하라는 거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고. 일단 당장 살아남는 데 집중하자고.”

앞뒤가 좀 엉망이 되긴 했지만 우리가 죽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때 화련에게서도 급하게 연락이 들어왔다.

<화련> 야, 저것들 문 알 열어 주는데?

<주호> 네, 이미 들었어요.

<화련>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주호> 그냥 뚫을 겁니다.

<화련> 뭐?

<주호> 저 성문 날려 버릴 거라고요.

<화련> 하, 진짜?

<주호> 네, 농담할 시간 없어요.

<화련> 너, 평소에 간이 큰 줄은 알았지만 오늘은 좀 더 맛이 가 보인다.

<주호> 칭찬 감사합니다. 해도 되겠죠?

<화련> 말린다고 안 할 놈도 아니고. 할 거면 확실히 해. 어설프게 해서 이쪽저쪽 난감하게 만들지 말고.

오케이.

화련은 그냥 하라고 하고.

다른 길마들도 속속들이 연락이 왔는데 다들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다가 곧 한숨을 쉬면서 동의를 해줬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지금 방법이 없어보였으니까.

단지 리더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리더> 그냥 한 번 죽고 돌아오면 안 되겠습니까? 이렇게 무리수를 둘 필요까지는.

리더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냥 죽으면 끝이다.

부활해서 다시 한 번 도전해도 되는 일이라.

시간이 좀 걸릴 뿐.

이쪽이 리스크가 적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여기서 죽으면 안 되는 문제라.

그런 사정 설명을 다 하기에는 이쪽이 숨기고 있는 전력이 너무 많았다.

영웅의 무기, 마검과 같은 종류의 유일템들은 죽는 순간 다 삭제된다.

우리 손에서 사라지면 어디선가 다시 나오기야 할 테지만.

다시 구하는 난이도와 지금 신성 제국과 척을 지는 난이도를 비교해 보면…….

역시 후자지.

<주호> 리더 님, 안 되겠다 생각하시면 빠지셔도 됩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리더에게 연락이 왔다.

<리더> 휴, 여기서 빠지면 죽도 밥도 안 되겠죠.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식의 극단적인 방법이라면 제 쪽도 생각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아무리 주호 님이 수완이 좋다고 해도 저도 딸린 식구들이 있으니까요.

<주호> 네, 그렇게 하시죠.

“역시 불편해하지?”

“네, 뭐. 어쩔 수 없죠.”

리더나 다른 길마들은 우리와 계속 함께해 온 상황이 아니라서 이런 방식은 문제가 될 수가 있었다.

그에 반해 스칼렛과 이슬두잔은 반대를 하는 일이 잘 없었다.

매번 결과가 좋게 나왔으니까.

같이 죽을 위기도 몇 번이나 해쳐왔고.

“황룡은?”

“그냥 엔느 님이 고 하라고 해서 한다고 하네요.”

“오케이.”

이건 일단은 믿어 보겠다는 말이었다.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면 또 달라지겠지만.

“화끈하게 털어 버리라고 해.”

“네.”

<주호> 그냥 마음대로 갈겨 버려.

내 말에 챠밍이 뭔가를 준비하는 듯 귓속말이 아예 끊겨 버렸다.

“챠밍이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테니까.”

“네, 시간을 벌어줘야죠. 녀석에게 붙어 줄 수 있어요?”

“그 정도야 껌이지. 대신 스치면 죽는다.”

“정말 난이도가 최상이네요.”

재중이 형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겠지만 정말 베히모스의 앞발에 치이기라도 하면 페가수스는 한 방일 것이다.

이건 재중이 형의 컨트롤을 믿어야지.

바로 르아 카르테를 두 자루 꺼내들었다.

이번에 꺼내든 것은 원본 하나와 똑같은 스펙의 복사본 하나.

비록 한 자루는 공격에 쓰지는 못해도.

관통과 치명타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이 두 자루가 필요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무려 세 가지의 오러 블레이드를 동시에 불러냈는데 불구하고 두 르아 카르테의 마력 소모 감소 옵션으로 마력이 전혀 달지 않았다.

“확실히 그건 사기야. 그럼, 꽉 잡아라.”

재중이 형이 부러움 한가득 담긴 말과 함께 페라수스를 베히모스의 몸 쪽으로 바싹 밀어붙였다.

그렇게 페가수스가 다가오자 베히모스가 입을 크게 벌리고 굉음을 터트렸다.

“형! 광역!”

“알아!”

크어어엉!!

다른 네임드들과 마찬가지로 베히모스 역시 하울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하울링을 한 것만으로 주변의 대기가 크게 떨리며 동시에 땅이 출렁거리기까지 했다.

그런 하울링을 하는 순간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빠르게 상승시켰다가 다시 하강해 겨우 범위를 벗어났다.

“정확하게 아시네요?”

“어, 아까 전에 한 번 당할 뻔했거든.”

정말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빠졌다가 다시 들어가는 걸 보면 혼자 끌고 다닐 때 이미 범위 파악을 다 해둔 모양이었다.

“여기서 연달아서 그게 온다. 꽉 잡아라.”

그 순간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완전히 위아래로 뒤집으면서 롤링을 시도했다.

크윽.

이렇게 급격하게 꺾는다고?

그런데 그때 방금 페가수스가 있었던 자리에 일자로 길게 뻗어진 푸른색 화염이 공간을 가르듯 화끈하게 태우고 지나갔다.

“저거, 레이저 같은 거더라고. 맞으면 바로 떨어질걸? 아, 또 온다! 잡아!”

그리고 이번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페가수수를 회전시키면서 급격히 하강시키자 그 자리에 붉은빛을 띤 뇌전 다발이 연속해서 쏘아져 날아갔다.

연사 속도가 생각 이상이잖아?

거기다 위력 역시 주변 공간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강했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냥 저 뇌전에 뚫려서 통구이가 됐을지도.

“다시 한 번!”

페가수스를 상승시키자 그리고 이번에는 횡으로 길게 대기를 가르는 반달 형식의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저건…… 풍속성인가요?”

“어, 잘 안 보여. 미리 안 피하면.”

“그냥 근처 대기가 흔들리는 느낌만 받았는데.”

솔직히 페가수스를 타고 공중에서 곡예를 해서 이 정도로 피했지.

지상에 있었다면 저 연사를 막거나 겨우 굴러서 피할 정도로 연사와 범위가 모두 좋았다.

특히 이 녀석의 풍속성 공격은 다른 스킬과 다르게 눈으로 보기가 힘들었다.

거의 투명에 가까운 느낌이라.

“잘 봐. 녀석의 뿔이 매번 색깔이 바뀐다.”

“아, 그럼. 저걸 보고 판단해야 해요?”

“어, 무슨 스킬이 터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속성 정도는 알 수 있거든. 지금처럼!”

이번에는 아예 페가수스를 베히모스의 거대한 덩치 아래로 하강해서 들어갔다.

순간 우리가 있었던 자리로 하늘에서 화끈한 뇌전 쇼가 떨어져 내렸다.

콰라라락!

쿠아앙!

거의 백여 발에 달하는 뇌전이 광범위하게 떨어지자 주변이 완전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위력이 미쳤네.

챠밍이 풀 차징하고 쏘는 광역기보다 이쪽이 훨씬 강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평타 같은 스킬일 텐데.

이 정도 위력이면 미쳤잖아?

거기다 방금 베히모스 밑으로 안 피했으면...

“죽이지? 이런 광역기가 수십 개라니까?”

이런 스킬 폭죽에 신난다는 듯 말하는 재중이 형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걸 다 피해서 도망 다닌 거지?

눈만 깜빡하면 광역기가 막 쏟아져 날아왔다.

그리고 딱 한 번.

이 패턴을 놓치는 순간 바로 아웃이었고.

그런 감탄도 잠시.

“형, 내려온 김에 붙어 줘요!”

“오케이! 가랏!”

그리고 베히모스의 뱃살 부분으로 페가수스를 바싹 붙이자 세 개의 오러가 중첩되어 있는 르아 카르테를 일자로 들어서 그대로 베히모스의 배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페가수스가 날아가는 힘에 의해 베히모스의 배를 그대로 긁으면서 쭉 지나갔다.

키리리릭!

촤아아악!!

처음에는 뭔가가 르아 카르테를 그대로 밀어내는 느낌이 들어서 바라봤더니 배 갑옷 전체를 두르고 있는 검은 형태의 방어막이 존재했다.

그런데 이 검은 방어막이 르아 카르테에게서 흘러나온 하얀 기운과 검은 기운에 중화가 되면서 뚫리더니 이내 방어벽이 녹듯이 삭제되어 버렸다.

이건 신성력과 암흑력?

120대의 수치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베히모스의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던 방어벽을 그대로 갈라 버린 모양이었다.

무려 삼중첩 오러 블레이드의 힘은 대단했다.

저 단단할 것 같던 베히모스의 배 갑옷을 그대로 가르고 지나갔으니까.

동시에 오러 블레이드로 치명타가 막 터지는지 계속 화염과 빛의 폭발, 그리고 시커멓게 상처 부위를 변형시켜갔다.

역시.

관통 120%에 치명타 확률 70%이네.

내가 굳이 노력해서 급소를 노리지 않더라도.

계속 긁고 지나가는 것만으로 베히모스에 충분한 타격을 준 모양이었다.

베히모스도 자신의 방어를 믿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안이하게 배를 내주었다가 완전히 찢어지는 굉음을 질러 댔다.

크어어억!!

그리고는 우리가 배 아래로 들어가면 언제든 찍어 누를 수 있도록 곧장 자세를 낮춰 버렸다.

“저 새끼 판단 보소.”

“이번 한 번뿐이었다는 거죠?”

“어, 다음에는 방심 안 할 것 같다.”

그럼 녀석의 주변을 날면서 찬스를 노려야 하는데 페가수스가 가는 방향으로 미친 듯이 속성 마법이 연달아 날아왔다.

피하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칫, 우리가 어글을 끌면서 같이 공격을 하긴 힘들어.”

이건 녀석의 시선을 떨쳐 낼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따로 움직일까요?”

“너 저거 피할 수 있겠냐?”

줄기차게 떨어지는 뇌전에 화염 광역기에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풍속 마법까지.

솔직히 탈것을 타고서는 좀 무리야.

차라리 지상에서 싸웠으면 좋겠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광역기가 얼마나 많이 터졌는지 땅이 완전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땅이 뒤집힌 데다가 베히모스의 내려찍는 공격도 위력이 거의 광역기 수준으로 강했다.

지상도 무리군.

이놈은 지금 잡으라고 만들어 둔 네임드가 아닌 것 같은데…….

방어구가 최소 지금의 두 배 이상은 강해야 어떻게 게임이 될 것 같았다.

아니면 진짜.

죽는 걸 각오하고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든가.

“이거 참, 최강의 창은 이미 가지고 있는데 말이지…….”

재중이 형도 내 르아 카르테를 보면서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공격은 일단 된다.

하지만 그 밖에 다른 모든 것들이 부족했다.

그때 챠밍에게서 연락이 왔다.

<챠밍> 지금 해요?

<주호> 해버려!

허락이 떨어지자 챠밍의 연속 마법들이 신성 제국의 성문으로 동시에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 데몬 플레어! 】

【 데몬 익스플로전! 】

【 라이트닝 퓨리! 】

【 파이어 브레스! 】

【 토네이도 월! 】

【 헬 라이팅! 】

.

.

쿠아아앙!!

콰아아앙!

여기서도 느껴질 정도로 화끈한 폭발력에 재중이 형이 바로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정말 혼자서 박살내겠는 걸?”

이전에 썼던 마법 세트의 재현.

그런 챠밍의 위력 시위는 충분히 강했다.

연이은 폭발에 신성 제국의 간판 같은 성문이 반파되어 있었으니까.

저걸 혼자서 뚫는 화력이라...

정말 최강의 마법사네.

그리고 그때 그 반파된 성문에 하얀 빛으로 감싸진 누군가가 달려가더니 그대로 앞에서 섰다.

“저건…… 소녀?”

이쁜소녀가 반파된 성문 앞에 서더니 곧장 진(眞) 토르를 들고 사정없이 성문을 격타했다.

콰앙!

콰앙!

콰앙!

연속된 후려치기.

그때.

콰아아아아앙!

한 발의 강력한 폭발이 터지면서 성문이 그대로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쿠우우웅!

그런 뇌전의 빛으로 무장한 이쁜소녀가 두 손으로 토르를 굳게 들고 우리에게 외쳤다.

“전원 입장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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