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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77화 (667/1,404)

#677화 신성 제국 (8)

“일단 마검은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이 아니니까, 잠시 넘겨 두기로 하고. 진짜 문제는 눈앞에 있는 저 베히모스인데.”

재중이 형 말대로 당장 처리해야 하는 쪽은 베히모스라는 네임드였다.

사실 그간 봐왔던 네임드들과는 크기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같은 급으로 두기도 애매했다.

그때 챠밍이 나와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오빠, 이상한 점이 하나 있는데.”

“응? 뭐가?”

“저 베히모스. 대체 어떻게 신성 제국으로 데리고 온 걸까요?”

그 말에 나와 재중이 형이 잠시 멈칫했다.

“여기 보면 아마 신성 제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이런 결계를 설치해 놓은 것 같지 않아요?”

“음, 아무래도 그렇지?”

일정 구역에서 빙빙 돌게 만들어 둔 것을 보면 확실히 신성 제국에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 둔 결계일 지도 모른다.

“네, 그러니까 저 네임드가 이런 결계를 그냥 통과했을 리는 없고…….”

“전부 박살 내고 들어왔어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을까요?”

듣고 있던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저 베히모스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건 아니라고 봐야겠지.”

지금까지는 프로 팀들이 저 베히모스를 어떻게든 끌고 와서 이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정체 모를 마검.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베히모스.

그리고 봉인이라…….

“형, 혹시 마검의 봉인이 풀리면서 저 베히모스가 깨어났다던지?”

“그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저 녀석이 저기 있다는 건 변하지 않아.”

“하긴 그렇죠.”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베히모스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제가 150레벨인데도 빨갛게 보이는 걸 보면, 쉽지 않을 거예요.”

현재 전 서버 유저들 중에 내 레벨이 가장 높았다.

그런 내 눈에 빨갛다면 다른 사람들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잡을 수 있을까요?”

“흐음, 글쎄. 여기로 넘어오고 처음 보는 녀석이 저런 네임드라…… 비교할 녀석도 없고 말이지.”

잠시 고민을 하던 재중이 형이 이내 말을 꺼냈다.

전혀 재중이 형이 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를.

“아니면 이대로 녀석을 무시하는 방법도 있고.”

“그냥 지나치자는 말인가요?”

“아아, 뭐 내 성격에는 안 맞기는 한데, 지금은 딸린 식구들이 많으니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우리와 거리를 두고 대기를 하고 있는 원정대 길드들.

아마 지금 저 베히모스와 전투를 시작하면 이 사람들 대부분이 죽지 않을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시뻘겋게 보이는 네임만 해도 최소한 드래곤보다는 강할 테니.

그리고 가장 큰 문제 하나.

“여긴 부활 지점도 없죠.”

“그래, 여기서 까딱 잘못하면 전부 돌아가야 해.”

싸우는 것까지는 좋다.

새로운 네임드와의 싸움은 항상 즐거운 일이니까.

하지만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다.

최소한 거점은 있어야…….

“그럼, 근처에 거점을 하나 열까요?”

“음, 베히모스가 오면 짓밟히는 건 똑같을걸. 거기다 주변의 다른 몬스터들까지 몰려들 거야. 먼저 온 애들이 거점을 만들지 않은 걸 보면 말이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신성 제국이 있었다면 다 해결되는 문제인데, 저 모양이라…….”

앞뒤가 꽉꽉 막혔네.

그리고 지금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역시 신성 제국이 저 모양이 된 건 사고가 아니었을까.

저들도 거점이 필요한 시점에서 굳이 신성 제국을 날릴 이유가 없을 테니.

그때 화련이 옆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결정 났어? 어떻게 할 거야?”

“음, 좀 난감하게 됐어요.”

그리고 대략적인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마검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화련이 말했다.

“결국 여기서 오도 가도 못한다는 소리잖아.”

“네, 뭐 그런 셈이죠.”

“너도 저거 못 잡아?”

이거 참.

화련은 당연하게도 내가 잡을 거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으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덤벼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기는 할 텐데.”

“굳이 싸우지는 않겠다는 거지?”

“네, 여기 형 말대로 딸린 식구들이 많아서요.”

내 말에 화련이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쟤들이 짐이라는 말을 애써 돌려 말하는구나?”

“꼭 그런 건 아니고요.”

“뭐 알았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그건 그렇다 쳐. 여기 계속 죽치고 있을 거야?”

“음, 다른 길을 찾아볼까 고민 중이에요.”

내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화련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 저기 신성 제국은 맞긴 많는 거야?”

“네?”

“아니, 그렇잖아. 오래된 신성 제국이면 좀 뭔가 그에 걸맞는 격이라는 게 있을 텐데. 베히모스 주변의 건물들을 봐봐.”

화련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 다시 베히모스를 바라봤다.

으음, 듣고 보니 이상한 것 같기도 하네.

“건물들이 좀. 이상해 보이기는 하네요.”

“그래, 적어도 이름만 신성 제국이 아니라면 좀 더 고풍스럽고 격에 맞는 건축물이 있어야 할 텐데, 지금 저건 전혀 아니잖아. 내가 보기엔 그냥 죄다 무슨 수용소 건물처럼 보이는데? 아무런 격이 느껴지지 않아. 만약 나라면 저렇게 조예가 없는 건물을 짓진 않겠어.”

그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불타고 박살이 나 엉망이 된 건물들이라 구분하기는 쉽지는 않긴 한데…….

막상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확실히 그렇게 보였다.

“본인이라면 좀 더 좋은 건물을 짓겠다는 말이죠?”

“음, 아마 좀 더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짓지 않았을까? 돈도 좀 많이 들여서 화려하게 지어도 좋겠지. 저런 칙칙한 건물들이 아니라.”

화련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자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어떻게 생각해요?”

“확실히 일리가 있네. 귀족들이라면 좀 더 웅장하거나 화려하게 지었겠지.”

화련은 그런 쪽으로 관심이 있으니 우리와는 다른 것들이 보인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너무 규모가 작지 않아? 제국이라면서.”

“듣고 보니 그렇네요.”

“가르시아 제국만 해도 그래. 적어도 여기에서 베히모스와 함께 한눈에 다 들어와서는 제국이라고 하긴 말이 안 되지.”

화련의 말대로 지금 보이는 베히모스가 정말 크기는 한데 제국이라는 말을 붙이려면 좀 더 규모가 클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 앞으로 오는 유저들을 다 수용하려면 지금 눈에 보이는 규모로는 좀 많이 부족했다.

“결론은 여기가 신성 제국이 아니다?”

“그렇지 않겠어? 만약 이 곳이 신성 제국의 전부라면 난 꽤 실망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이상한 점 하나가 있었다.

“아까 시스템 메시지로 신성 제국 제넨샤에 진입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가르시아 제국도 마찬가지잖아. 근처 영역에만 들어가도 알림이 떠.”

화련의 당연하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머리가 울렸다.

“제가 너무 베히모스에 정신이 팔렸나 보네요.”

시스템 알람이 울려서 당연히 이곳이 제국이라고 착각을 해 버린 모양이다.

“그럼 저긴 대체 뭐죠?”

“몰라, 뭐 어딘가의 유적지나 봉인지쯤 되겠지.”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는 듯 웃어 버렸다.

“이거 참, 나도 한 방 먹었는데.”

그러면서 품에서 다시 증표를 꺼내보였다.

결계를 확인하기 전까지만 해도 계속 엉뚱한 방향을 가리켜서 집어넣었던 건데, 재중이 형이 다시 꺼내들자 증표의 방향이 바로 바뀌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장소가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화련의 말이 맞네. 저긴 신성 제국이 아니야.”

그렇게 화련의 눈썰미로 신성 제국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을 했음에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문제가 존재했다.

“아무래도 우리, 저 베히모스를 지나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들고 있는 증표를 들어올렸다.

정확하게 베히모스의 꼬리 쪽 끝 부분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흐음, 어쩐다?”

지금 당면한 문제들은 일단 신성 제국으로 가기만 하면 대부분 해결이 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저 베히모스가 문제지.

“저기서 움직일 생각도 안 하네요.”

마치 꿀이라도 발라 놓은 듯.

가만히 무너진 건물 잔해를 차지하고 있는 베히모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싸워야겠네요.”

“꼭 그럴 필요는 없어, 유인을 해서 빼내도 되고.”

“유인요?”

“누군가 저 녀석을 끌고 움직여 주면 따라갈 테니까.”

누군가라는 재중이 형의 발언에 갑자기 주변 모두에게서 말소리 하나 없는 정적이 흘렀다.

다 듣고 있었나?

길마들 역시 우리를 바라보면서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아마도…….

저 베히모스를 유인하는 사람은 십에 구는 죽는다고 보면 된다.

아니, 그냥 백 프로지.

그리고 여기서 죽으면 예전 부활지인 요새에서 부활할 테니, 당분간은 보기 힘들 것이다.

그것도 한 사람으로는 택도 없었다.

적어도 열댓명 정도는 있어야 죽어 가면서도 저 녀석을 유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침묵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버렸다.

“아아, 긴장들 풀어. 너희들한테 죽으라고는 안 하니까.”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네 페가수스 좀 빌리자.”

“설마?”

“어차피 저건 쟤들이 하지도 못 해.”

“그건 안 되겠는데요.”

“페가수스에 워프 있잖아. 멀리 떼어 놓고 돌아오면 돼.”

“흐음, 차라리 제가 하죠.”

“내가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건 잘 알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탈것의 컨트롤은 확실히 재중이 형이 위였다.

경험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는.

“하, 그냥 기다려 보죠? 좀 기다리면 저 녀석이 알아서 움직일 수도 있잖아요.”

“그건 안 돼. 너도 잘 알 텐데?”

재중이 형의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네임드들이 다시 돌아오겠네요.”

“뭐, 그렇지. 여기서 네임드하고 싸우면 반드시 저 녀석이 우리를 눈치챈다. 지금은 베히모스가 우리를 발견하지 못해 가만히 있지만 그때가 되면 정말 개판이 될 거야.”

양쪽에서 베히모스와 네임드를 동시에 상대한다라…….

이건 그냥 다 같이 죽자라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우리한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이건 재중이 형이 생각이 없어서 나선 것도 아니었다.

필요하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하면서 쳐다보지 마. 정들라.”

“아, 진짜. 형이 여기서 이탈하면 곤란한 거 알죠?”

“내가 못할 것 같냐?”

“아뇨, 잘하겠죠.”

너무 잘해서 문제다.

“자, 그럼 시간을 아끼자고. 사장님, 제가 베히모스를 끌고 가면 바로 애들 다 이끌고 달리셔야 합니다.”

“허, 진짜 할 셈이냐?”

“제가 빈말 하는 거 보셨습니까?”

“아니지. 알았다. 전부 준비시키마.”

그때 황룡과 리더가 다가오더니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여기서 빚을 지는군요.”

“이건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재중이 형이 그런 그들을 보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 말 잊어 먹으면 안 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페가수스에 올라타더니 결계를 지나 베히모스에게로 빠르게 날아갔다.

역시 페가수스는 여기서도 활동이 가능하네.

크르르르!

재중이 형의 페가수스가 베히모스의 근처에 가자마자 놈의 머리에 있는 네 쌍의 뿔에서 강렬한 화염과 뇌전의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가수스를 향해 고개를 돌려 뭔가를 쏘려고 하는 순간.

재중이 형이 아슬아슬한 위치에게 급격하게 페가수스를 꺾어서 옆으로 돌아나가더니 저 멀리 점으로 사라져 갔다.

당연히 베히모스도 그 무거운 덩치를 들어 올리며 재중이 형이 날아간 방향을 향해 몸을 크게 돌렸다.

그리고는 몸을 한 번 강하게 움츠리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도약을 위한 딱 그런 자세.

아니나 다를까.

굵은 다리들로 대지를 강하게 박차자 마치 폭발이 일어나는 파공음이 들리면서 베히모스가 시야에서 확 사라져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빨라!!

저 육중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속도가 페가수스 만큼이나 빠르다고?

아니, 오히려 더 빠를 수도 있었다.

멀리 점으로 변한 재중이 형을 급격하게 따라잡고 있었으니까.

“다들 뛰어요! 생각보다 형이 시간을 못 벌어 줄 것 같아요!”

워프를 해서 돌아온다고 한들.

과연 떨쳐 낼 수 있을지…….

시간이 없자 전사 형을 필두로 해서 원정대의 모든 인원들이 이를 악물고 바로 증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달리자 곧 눈에 희미하게 높게 솟은 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설마 저게?

생각 이상으로 가까이 있었잖아?

“최대 속도로!”

사장님의 외침과 함께 전속력으로 달려가면서 계속 뒤를 바라봤다.

형은 아직인가?

그렇게 뒤를 바라보는데 저 멀리서 페가수스의 실루엣이 보였다.

큭, 정말 떨쳐 놓고 왔네.

대단한 형이야.

그런데 멀리서 재중이 형이 외치는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주 급해 보이는 말투로.

“빨리 튀어! 녀석이 온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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