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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44화 (634/1,404)

#644화 숨겨진 힘 (5)

《 론도 후작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론도 후작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론도 후작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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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 후작을 죽을 위기에서 살려 주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건가?

웃긴 것은 저렇게 죽을 때까지 몰아붙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

이건 뭐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지금 같은 특수한 상황이 있으니까 론도 후작의 마음이 돌아선 거지, 아니었다면 적대적인 상황이 계속 이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NPC들에게 써먹기는 좀 애매한 방법이겠지.

아마 론도 후작이 이대로 돌아가게 되면 황제인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문책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레릭 왕국 안으로 귀족이란 귀족은 죄다 끌고 들어갔는데, 그들이 전부 죽어 버렸으니.

황실파와 중립파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해도, 그들도 다 죽고 사라져서, 결국 남은 것은 살아남은 론도 후작뿐이었다.

물론 마리아 가르시아가 패배의 모든 책임을 떠넘길 정도로 막 나가진 않겠지만.

문제는 바로 저 마검.

내가 론도 후작이 마족이었다고 한마디만 떠들어 주면 론도 후작은 다시는 제국 내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패배의 원인부터 싹 다시 찾게 될 테니까.

같은 마족인 고대 드워프 왕과 짜고 귀족들과 제국의 병력을 함정에 끌어들였다는 의심.

이것만으로도 론도 후작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보다 마족이라는 것 자체가 더 문제겠지.

과연 마족의 신분으로 제국 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까?

이건 절대 불가능하다.

패배의 원인을 따지기 전에 이것부터가 걸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론도 후작에게 손을 내밀었다.

앞뒤가 꽉꽉 막힌 상황에서.

지금 내가 내밀어 주는 이 손은 녀석의 구명줄이나 진배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길 잠시.

론도 후작은 곧장 무릎을 꿇으면서 내게 충성을 약속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딱 하나의 살길이니까.

내가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입을 다물어 주는 조건.

거기에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 것이었다.

잠시 마족이 되었다는 사실은 저 마검을 내가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그리고 마검을 들고 날뛰던 기사단의 기사는 내 손으로 직접 처리했다.

아니, 처음부터 마검을 회수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기사단의 기사가 날뛰도록 그냥 두었다고 해야 하려나?

어차피 시체 폭발 한 방이면 무너질 테니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시체 부활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 알아서 무너졌을 테고.

다만 이쪽은 완전히 확신할 수 없어, 시체 폭발로 마검을 들고 있던 녀석의 몸을 그대로 날려 버렸다.

아무래도 이 방법이 깔끔하지.

그렇게 잠시 기사단의 기사를 살려둠으로써 궁금했던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저 마검을 들면 NPC는 마검의 지배를 받는다.

이건 꽤 중요한 포인트였다.

론도 후작뿐만 아니라 다른 NPC에게 마검을 쥐어 주었을 경우.

지금과 완전 똑같은 상황이 나오게 될 것이다.

반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 하나는.

유저가 들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느냐였다.

이건 확인해 볼 방법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으려나?

직접 실험해 보기에는 좀 껄끄럽기도 하고.

멀리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마검을 보고는 론도 후작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저걸 쓰고 싶어?”

『 아닙니다. 다시 지배를 받는다면 아예 없는 편이 낫겠죠. 』

론도 후작은 이미 저 마검에게서 미련을 버린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몸이 움직이는데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아무리 큰 힘이 있다고 해도 그건 자신의 힘이 아니다.

그런 론도 후작과 마검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돌발 퀘스트를 확인해 보니 아직 퀘스트 자체는 완료가 되지 않고 있었다.

흐음.

역시 론도 후작을 죽이거나 저 마검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건가.

론도 후작은 일단 살리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남은 하나는 마검을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보상이 적으면 또 모르겠지만.

이번에 걸려있는 보상이 상당했다.

마검 주위로 걸어가자 땅에 떨어진 마검 주위에 서 있던 기사단의 기사들이 옆으로 길을 터주었다.

그런 녀석들을 보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만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녀석들이란 말이야.

다소 오러가 약하다 해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당장 유저들과 1:1로 붙여 놔도 충분히 잘 싸울 텐데…….

그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일단 마검을 회수하려고 손을 뻗었다가 바로 멈칫했다.

잡아도 되는 건가?

아니, 잡기만 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호> 형, 또 문제가 생겼어요.

<불멸> 왜? 밀렸어?

<주호> 아뇨, 론도 후작과 마검을 일단 정리하기는 했는데, 이 마검을 주울 수가 없어요.

<불멸> 설마 그거 손대면 바로 변하는 거냐?

<주호> 아마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불멸> 흠, 그거 참. 난감한데?

<주호> 실험해 보고 싶어도 전 무리예요.

<불멸> 알아, 넌 절대로 줍지 마. 그랬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뭔가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물어봤는데 재중이 형도 딱히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인벤으로 회수하려면 무조건 나를 거쳐야 하는데 이걸 안 거치고 회수할 만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누군가 주워 주면 가능하려나?

고개를 돌려 기사단의 기사들을 봤는데 이놈들은 무리다.

애초에 인벤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그렇다고 이걸 들고 다니라고 하긴 더 힘들었다.

다시 변해서 날뛰면 곤란하니까 절대 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론도 후작도 마찬가지였고.

론도 후작이 다시 마족이 되었다가는 답도 안 나와.

그렇게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을 흐르고 있었다.

이제 결정을 해야 해.

마검을 처리하든지.

아니면 그냥 론도 후작을 죽여 버리든지.

그때 재중이 형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불멸> 잠시 기다려봐. 내가 간다.

<주호> 네? 형이 직접요?

<불멸> 나도 잠시는 버틸 수 있어.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도 있잖아, 그리고 화룡화를 쓰는 동안은 충분히 버티겠지.

<주호> 은신은요?

<불멸> 내가 거기서 돌아다닐 필요가 있나. 그냥 나가 버리면 돼.

맞다.

재중이 형이 나처럼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주울 필요는 없었다.

그럼 당연히 은신도 필요 없었고.

<주호> 그런데 어떻게 들어 올려고요? 밖에 유저들이 진을 치고 있지 않아요?

<불멸> 공중에서 뛰어내리면 돼. 나 잘 받아 줘야 한다?

<주호> 네, 그럼 일단 오시죠.

그렇게 재중이 형과 이야기를 마치려는 찰나 주변에 서 있는 기사단의 기사들과 시체들에게 눈이 갔다.

흐음.

확실히 너무 아깝단 말이지.

어차피 밖에서 써먹지는 못하겠지만…….

여기서만이라면 어떻게 쓸 수 없나?

그 순간 머릿속을 뭔가가 바로 스쳐 지나갔다.

넓은 레릭 왕국.

아직도 줍지 못한 수많은 아이템들.

한정된 인벤.

그리고 그만큼 많은 시체들.

이 모든 것들이 섞이자 하나의 그림이 나왔다.

이게 되려나?

뭐 안 되도 상관없고.

이건 보너스와 같은 일이다.

성공하면 당연히 좋고, 실패해도 리스크가 없는.

거기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획기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허공에서부터 재중이 형이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진짜 바로 뛰어내리잖아?

설마 이렇게까지 빠르게 올지는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화염의 연기 속을 돌파해 떨어져 내린 재중이 형이 바닥에 아슬아슬하게 착지했다.

쿠웅!!

마치 포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화염에 불타오른 상태로.

다행히 플레이트와 화룡화 덕분인지 공중에서부터 가득한 화염의 폭풍을 뚫고 내려왔음에도 큰 영향이 없는 듯했다.

“으아, 이거 생각보다 체력 많이 깎이네. 널 보지도 못하고 죽을 뻔했어.”

떨어지면서 깜짝 놀랐다는 듯 농담을 하는 재중이 형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혼자서 낑낑대다가 재중이 형을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

물론 티는 내지 않았고.

“하늘에 계속 있었어요?”

“어, 꼭 이렇게 올 것 같았다니까?”

감이 좋은 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시간을 엄청 아꼈어요.”

재중이 형이 여기로 오는 시간까지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필요 없어졌다.

바로 할 수 있겠어.

“오케이, 시간 끌지 말자고. 그 마검 어디에 있어?”

내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 마검이 그대로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호오, 저놈인가.”

재중이 형이 빠르게 달려가더니 마검의 손잡이에 그대로 손을 댔다.

“혹시 내가 변하거든, 바로 목을 쳐. 주저 말고.”

“그건 자신 있죠.”

“이런, 이런. 형의 목을 치는데 그런 자신감이라니.”

농담은 잠시.

재중이 형이 바로 마검을 쥐자 아니나 다를까.

마검의 검신 한가운데서 눈이 번쩍 떠지며 붉은 기운이 흐물흐물 새어 나왔다.

“오, 눈도 달렸어? 마검처럼 생기긴 했네.”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곧장 마검을 인벤에 넣어 버렸다.

그렇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진 마검에 왠지 모를 허탈함까지 느꼈다.

“너무 쉽네요.”

“크큭, 내가 왔으니 쉽지.”

그리고 그 순간.

《 돌발 퀘스트 : 마족의 검에 먹힌 론도 후작 퇴치 (완료) 》

- 마족의 검을 제거하거나 론도 후작 제거.

- 퇴치 기여도에 따라 보상 변경.

- 돌발 퀘스트 기여도가 1위입니다.

- 모든 보상이 최고로 지급됩니다.

- 퀘스트 보상

『 원정대 포인트 200000 P. 』

『 마족의 심장.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 10강 일반 강화석. 』

『 +1 확정 강화석 』

재중이 형이 인벤에 마검을 넣자마자 바로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제거라는 게 이런 식으로도 되는 거였나?

슬쩍 론도 후작을 보고는 웃어 버렸다.

여차하면 저 녀석을 죽여야 했는데.

잘 넘어갔네.

거기다 재중이 형도 깜짝 놀라 말했다.

“하, 너 퀘스트 중이였냐? 난 2등 했다.”

“2등요?”

“어, 기여도 2등이라네?”

“정말 숟가락만 얹혔네요.”

“크큭, 이럴 줄 알았으면 다 부를 걸 그랬네.”

“아마 다 받지는 못했을 거예요.”

“뭐 그렇지. 이제 끝났으면 빠지자. 시간이 얼마 없어.”

재중이 형이 빠지자는 소리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진짜 돈이 되는 건 지금부터예요.”

“흐음? 뭐 하려고?”

“아이템. 싹 쓸어가야죠.”

“너하고 나 둘이서?”

당연히 둘이서는 무리다.

재중이 형의 물음에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잔뜩 서 있는 시체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 녀석들이 있잖아요.”

“하, 그게 돼?”

“네, 아까 해 봤는데 바로 줍던데요?”

내 말을 들자 재중이 형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보이는 듯 신나 하는 표정으로 웃어 버렸다.

“크큭, 진짜 미치겠다. 지금 밖에서 불 꺼지기만 기다리는 놈들이 바글바글한데 말이야.”

“그 전에 싹 쓸어 가야죠.”

아까 같았으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서 줍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자, 그럼!”

바로 주변에 있는 모든 시체들에게 명령했다.

“아이템 보이는 대로 다 주워 와!”

아주 무거운 것도 괜찮다.

일단 여기까지 주워 오기만 하면 된다.

명령을 내리자마자 그간 서 있기만 하던 시체들이 일사불란하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근처에 있는 모든 시체들을 일으켜 세우고는 다시 명령을 내렸다.

“가서 싹 쓸어 와!”

그렇게 마력이 채워지고 다시 쓰길 몇 번이나 반복하는 사이, 1차로 나갔던 시체들이 먼저 달려와 아이템을 수북하게 떨어뜨리고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수고했다.”

너희들의 역할은 여기까지.

시체들이 아이템을 가져오자마자 바로 황실 비공정을 소환했다.

“형! 같이 던져요!”

“오케이!”

그리고 재중이 형과 함께 황실 비공정 갑판으로 수북이 쌓인 아이템을 계속 던져 올렸다.

2차, 3차로 오는 녀석들은 아예 비공정으로 집어던지라는 명령을 하니 그대로 갑판 위로 아이템을 던지고는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마 레릭 왕국의 드랍된 아이템이란 아이템은 죄다 여기로 몰려들고 있을 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갑판 위가 아이템에 치여 발 디딜 곳이 없어지자,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완전 혜자네.”

“그렇죠?”

“이게 다 얼마나 나올지 상상도 안 가고.”

황실 비공정에 실린 아이템들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아서 어떻게 세어 볼 수조차 없었다.

하나하나의 값어치를 생각해 보면…….

상상하기도 힘드네.

그렇게 시간을 알차게 쓰면서 아이템을 긁어 모았고 결국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화염이 걷힌다. 이제 그만! 우리도 빠져나가야 해.”

“네, 우리도 튀죠.”

혹시나 몰라 모든 시체들을 폭발시켰다.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증거가 남으면 안 되니까.

모든 증거를 그렇게 없애 버리고는 론도 후작을 불렀다.

“올라타!”

그러자 론도 후작이 빠르게 달려와 황실 비공정에 올라탔다.

얼굴엔 질린 표정이 가득한 채.

『 주호 공작.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

“아아, 나중에. 지금은 바쁘거든.”

그리고 곧장 황실 비공정에 스킬을 걸었다.

【 워프! 】

동시에 황실 비공정과 우리, 그리고 아이템 전부가 흐려지기 시작하자 화염이 걷혀 가는 레릭 왕국을 둘러보며 외쳤다.

“정말 즐거웠다! 레릭 왕국!”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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