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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30화 (620/1,404)

#630화 강 건너 불구경 (6)

귀족파가 움직인다는 소식은 곧 전 서버로 흘러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탐사대에 소속된 유저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알려지는 일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 귀족파 움직였다는데?

- 에? 벌써?

- 한참 뒤에 출발하는 것 아니었나?

- 아는 귀족한테 물어보니까 출발하려면 한참 걸린다던데.

- 모르지. 위에서 다른 명령이 내려왔을지.

- 어쩐지 유저들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더라.

- ㅇㅇ. 신청하면 막 받아 주던데? 원래 후작, 백작 쪽은 커트라인이 높은데.

- 아, 나도 신청할걸. 아깝다.

채팅창에서 보이듯 아무나 귀족들의 탐사대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일단 귀족들마다 정해진 인원제한이 있으니까.

공작은 3000.

백작은 2000.

아마 후작은 2500쯤 되겠지.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가 더 줄어들 것이다.

실상 자작이나 남작 수준에서는 받을 수 있는 인원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로스트 스카이를 즐기는 인원이 몇 만은 그냥 넘어가는 걸 고려해 보면 당연히 자리가 부족했다.

심지어 상위 귀족은 제대로 인원을 받지도 않았으니까.

아마 나중에 부족한 부분을 메꿀 뭔가가 생기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귀족파가 나서서 대단위로 인원을 받아 버리니 관심을 받을 수밖에.

덕분에 탐사대의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유저들의 대부분이 귀족파에 속하게 되었다.

우리가 모아 두었던 상위 길드의 유저들을 포함해서.

그렇게 장비가 좋고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귀족파에 대거 포진하게 되었다.

유저들의 수준만 놓고 보면 현재 귀족파가 가장 좋다고 보면 된다.

<주호> 챠밍, 그쪽은 어때?

<챠밍> 오빠가 말한 대로 황제파가 출발했다고 흘렸어요.

<주호> 반응은?

<챠밍> 황제파가 움직인다고 하니까 그 이유를 굉장히 궁금해하는 것 같았어요.

<주호> 정보를 주지 못하게 막아 놨으니까 궁금할 거야.

중립파의 수장은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

마리아 가르시아를 보필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같은 편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아군이라고 보기에는 또 어려운 면도 있었다.

그 둘은 속을 알 수가 없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들이기도 했고.

현재 레벨에 올라가고 장비 또한 좋아졌지만, 테인 공작은 1:1로 확실히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루젠 공작은 붙어 보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그런 둘이 중립파의 머리였기에 그쪽은 우리가 직접 손대기는 어려웠다.

중립파는 서서히.

앞으로 기회가 있을 거야.

<주호> 그쪽은 움직이는 대로 연락해줘.

<챠밍> 오빠는 역시 계획대로 하는 거죠?

<주호> 응, 이번에는 따로 움직여야 해.

<챠밍> 네, 조심해요. 들키지 않게요.

<주호> 고마워.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

아쉽게도 이번 작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었다.

지금 하려는 일은 유저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대기하고 있을 나르샤 누나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누나, 상황은요?

<나르샤> 생각보다 전진은 느리네. 론도 후작이 생긴 것과 달리 성격이 급한 편은 아닌가 봐.

<주호> 네, 생각 이상으로 신중해요. 초반에 저를 제압해서 지휘권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요.

<나르샤> 아님 같이 있던 메트 후작이 조언했을 수도 있지.

<주호> 네,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메트 후작은 론도 후작과는 완전히 달랐다.

분명히 마법사라고 듣긴 했는데 얼핏 보면 그냥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보여 주었다.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후작인지도 몰랐을 뻔했고.

하지만 메트 후작 역시도 굉장히 강력한 마법사였다.

귀족파에서는 가장 강한.

거기다 꽤 신중한 성격이라고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들었지.

어쩌면 귀족파의 진짜 머리는 이 메트 후작이 아닐까?

<주호> 계속 하늘에서 확인해 줘요.

<나르샤> 응, 알았어. 조심하고.

나르샤 누나와의 연락이 끊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귀족파의 후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따라잡은 건가.

늦게 출발했는데도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나르샤 누나 말대로 전진이 꽤 느린 모양.

도합 몇 만의 NPC들과 유저들.

얼핏 보기에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전면전으로 가면 드워프 족이 이길 수 있으려나?

단순히 NPC들끼리의 싸움에서는 드워프 족이 이길 순 있겠지만, 유저들까지 포함이 되어 있으니 조금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전에 수를 충분히 줄여 줘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남은 마력을 바라봤는데 역시 예상대로 마력이 거의 깎이지도 않았다.

은신을 한 상태로 계속 움직였음에도.

원천마력.

이거 진짜 사기 아냐?

효율이 원래 쓰던 마력보다 이쪽이 월등했다.

마력이 부족해지면 원천마력이 줄어들면서 마력을 채워 주었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원천마력이 차올랐다.

일종의 보조 배터리 같은 개념이려나.

거기다 마력을 크게 소모하는 큰 기술을 쓸 때는 마력과 원천마력이 동시에 소모가 되었다.

직접 소모가 될 때는 그만큼 스킬 위력도 올라갔고.

이런 원천마력을 잔뜩 가지고 있는 아스티아를 생각해 보면…….

마족이 왜 그렇게 강한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리고 이런 원천마력 덕분에 거의 무한에 가까운 은신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소모성 스킬들 대부분이 이런 식일 터.

원래는 유저를 잡아서라도 마력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도 없어졌고.

그럼 한번 살펴볼까?

은신을 한 상태로 귀족파의 후위를 잡자 뒤따라가던 유저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진짜. 너무 안 가는 거 아냐?”

“그러네. 바로 레릭 왕국 치러 가는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면 일주일은 넘게 걸리겠다.”

“그리고 산으로는 왜 올라가는 거야?”

“아무리 봐도 이건 레릭 왕국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닌 것 같다.”

“대체 귀족 새끼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흠, 역시 유저들도 이상한 것을 느낀 건가.

지나치게 느린 전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하는데 지금은 칼집에 다시 집어넣으려는 느낌이라.

워낙 많은 숫자의 NPC들과 유저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어서 느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지어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기 좋은 평야가 아니라 아예 숲이 있는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산에 뭔가가 있다면 또 모르지만…….

그냥 우린 안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과 다름없었다.

의도적으로 전진을 늦추고 있어.

아마 황제파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눈치를 챈 건지도 모르겠고.

조금 더 들어가 봐야 알려나?

그렇게 유저들 사이를 지나 산을 타고 있는 병사 NPC들의 옆에 쭉 지나쳤다.

<주호> 누나, 론도 후작과 메트 후작. 찾을 수 있겠어요?

<나르샤> 응, 잠시만. 전사! 좀 가까이 붙여 봐!

<방패전사> 아, 더 내려가면 들킨다니까?

<주호> 아, 형이 운전 중이세요?

<방패전사> 어, 그렇지. 제대로 살펴보려면 더 접근해야 할 것 같은데?

<주호> 음, 그냥 알 수 있는 최대만 봐주세요.

<방패전사> 좀만 기다려봐. 나르샤가 최대한 찾아보고 있다.

<나르샤> 산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찾기가 힘들어.

나르샤 누나는 제3의 눈이 있어서 아주 높은 고도에서도 아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숲이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릴 뿐.

잠시 기다리자 나르샤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르샤> 겨우 찾았어, 론도 후작.

그렇게 나르샤 누나에게 위치를 받아 군영의 안쪽으로 은신을 한 상태로 접근했다.

계속 숲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귀족들이 모인 군영이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까?

대부분의 귀족들이 모여 있었고 그 가운데 론도 후작이 앉아서 명령을 내렸다.

『 여기에 탐사대 진영을 구축한다. 』

정말 이 산에 진영을 만들 생각인가?

주변의 귀족들도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론도 후작을 쳐다보자, 그 옆에 있던 메트 후작이 말을 꺼냈다.

『 굳이 먼저 우리 전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겠지. 황제파가 먼저 레릭 왕국과 싸우고 난 뒤, 전진한다. 』

호오.

그렇단 말이지?

예상 이상으로 전진이 느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레릭 왕국과 먼저 싸우고 싶지 않다는.

그리고 황제파를 밀어 넣고 난 뒤에야 움직일 생각.

뭐 조금 의도에는 벗어나긴 했지만.

그렇게 주변을 쭉 둘러보고는 미소 지었다.

울창한 숲과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나무들이라…….

나쁘지 않아.

메트 후작은 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으려고 이 숲을 택한 것이겠지만.

론도 후작이 바로 귀족들을 훑어보더니 조금 어려 보이는 전사 차림을 한 남작에게 명령을 내렸다.

『 레닌 남작. 』

『 네, 하명하십시오. 』

『 그대에게 주변 정찰을 맡기고 싶네. 』

『 알겠습니다. 모험가를 이끌고 다녀오겠습니다. 』

명령을 받은 레닌 남작이 곧장 외곽으로 나와 정찰조를 꾸리기 시작했다.

『 모험가들을 불러와라.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닌 남작의 탐사대에 소속된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 너희들에게 병사들과 함께 정찰 임무를 맡긴다. 』

그러자 유저들이 바로 불만을 표시했다.

무려 1000이 넘는 유저들이.

길드로 치면 12~3개쯤 되겠네.

“정찰?”

“지금 장난하는 거야?”

“이 근처가 레릭 왕국에서 얼마나 먼데…….”

“아무것도 없다고, 여긴.”

“…발. 시간 낭비 아냐?”

“사냥이나 갈 걸 실수했네.”

하지만 레닌 남작에게 욕을 할 만큼 간 큰 유저들은 없었다.

옆에서 은신 상태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웃기만 했다.

유저들을 움직이려면 퀘스트 정도는 줘야 군말 없이 따르지.

때마침 레닌 남작이 주는 퀘스트가 떴지만 유저들이 그걸 보고는 실망한 투로 말했다.

“아놔, 누굴 거지로 아나. 퀘스트 꼬라지 보소.”

아마 남작이 줄 수 있는 퀘스트로는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듯 보였고.

『 10개 조로 나눠서 숲 멀리 정찰을 간다! 』

유저들의 빡침이 여기까지 들려왔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유저들이 욕을 입에 달고 움직였다.

그렇게 시작된 아무 의욕도 없는 정찰.

사실 유저들은 레릭 왕국을 오가면서 이 근처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레닌 남작을 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저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담소나 나누려고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니었고.

탐사대가 이 꼬라지라는 것을 알았으면…….

오지도 않았으려나?

덕분에 이쪽도 이야기가 편해졌다.

유저들과 병사들이 산을 내려와 정말 의욕 없이 움직이는데 진영과 꽤 먼 거리를 떨어져 나왔을 때부터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뭔가가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땅에서 작은 진동을 일어났다.

“어? 저게 뭐지?”

“뭐야? 누가 멀리 잘 볼 수 없어?”

“이 근처에 뭔가 있었나?”

그렇게 유저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멀리 있는 뭔가의 물체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제일 먼저 발견한 유저가 깜짝 놀라 외쳤다.

“드워프?!”

“한둘이 아닌데?”

“대체 뭘 끌고 오는 거야?”

드워프들이 뭔가 거대한 물건을 끌고 오는데 내 기억에도 없는 물건이었다.

수십은 되나?

외관만 얼핏 보면 연상되는 것이 있긴 한데…….

유저들도 그런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는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런 유저들의 마음과 달리 순식간에 드워프들의 거대한 물건들이 불을 뿜었다.

쿠앙!

쾅!

쿠아앙!

흔히 말하는 대포.

그것도 거대한 불이 붙은 검은 포탄을 쏘아 대는 대포였다.

살면서 대포알을 맞아볼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갑옷의 방어력이라는 것이 있지만 대포 자체가 주는 공포감은 무시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쏟아졌으니까.

“드워프다!”

“미친, 무슨 대포가 나와?!”

“탱커들 막아!”

“힐러들 바로 힐!”

“막고 바로 반격!”

다들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급습에도 불구하고 바로 진영을 짜서 대처를 했다.

하지만 그건 드워프들의 장비를 너무 무시한 처사였다.

퍼엉!

콰앙!

콰아앙!

검은 포탄이 유저나 땅에 닿자마자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면서 유저들을 말 그대로 휩쓸어 버렸다.

“크악!”

“젠장! 체력 회복이 안 돼!”

“힐!!”

“어떻게 해! 힐이 안 써져요!”

“스킬이 안 나가!”

“뭐라고?! 컥!”

수십 개의 포탄이 터져나가면서 폭발과 함께 검은 기운을 뿌려 댔는데 그 기운이 유저들에 닿자마자 모든 스킬들을 봉쇄해 버렸다.

와, 미친 포탄 보소.

드워프들이 저런 무기를 숨기고 있었단 말이야?

첫 포화의 위력에 이백여의 유저와 병사 NPC들 중 절반이 녹아 버렸고 남은 유저들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도망가려고 하는데 또 다른 드워프의 무기가 나타났다.

저건…….

예전에 지하 무덤 함정에서 봤던 그 연사 무기?

오러 생성기가 달려 있던 기계 기관.

그게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었다.

미친…….

한두 대도 아니고 수십 대가?

『 쏴! 』

한 드워프의 신호와 함께 기계 기관에서 수도 셀 수 없이 많은 단창이 쏟아져 나와 남아 있던 유저들을 전부 꼬챙이 신세로 만들어 버렸다.

“크억! 안 돼!”

“저게 대체 뭐냐고!”

“살려줘!”

단 1분도 되지 않는 순간.

이백이 넘는 유저와 병사 NPC가 모조리 녹아 버렸다.

와, 진짜 압도적이네.

드워프가 질 것 같다는 말은 취소.

이러면 오히려 그 반대가 되겠는데?

『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

유저와 병사 NPC들이 모두 죽자, 드워프들은 기계 장비를 챙겨서 후다닥 이동해 버렸다.

바닥에 수많은 아이템들이 드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다른 정찰대를 잡기 위해 움직인 모양.

흐음.

다 사라졌나?

그렇게 드워프들이 모두 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좀 전의 전투 장소로 움직였다.

눈앞에서 반짝거리는 수많은 아이템들을 줍기 위해.

그 전에 멀리 떠난 드워프들에게 두 손 모아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드워프 님들!

복 받으실 겁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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