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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63화 (553/1,404)

#563화 고대 왕의 흔적 (2)

자격이 없어?

드워프 덕분에 쉽게 풀어갈 줄 알았는데, 돌아온 반응은 생각 외였다.

많이 봐줘도 저것은 우리를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었으니까.

실전을 많이 겪은 온전한 전사의 기백.

딱 그것이 저 드워프에게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돌발 퀘스트가 떠올랐다.

《 돌발 퀘스트 : 고대 드워프 왕의 흔적. 》

- 드워프 대전사와 전투 후 승리 혹은 안내자를 설득.

- 퀘스트 보상.

고대 드워프 왕의 흔적 정보 습득.

돌발 퀘스트가 뜰 정도라면 올바르게 온 게 맞다.

게다가 알림으로 뜬 퀘스트는 이전보다 조금 더 많은 내용을 보여주었다.

고대 드워프 왕?

내가 아는 그 드워프 왕과는 다른 건가?

아니, 동일한 드워프라면 ‘고대’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았겠지.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일단,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주호> 조건이 전투 후 승리네요.

<불멸> 하나 더 있어. 저놈을 설득하는 일.

<주호> 가능할까요?

<불멸> 해봐야지. 뭐 전투를 한다고 딱히 못 이길 것 같지는…….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온몸에서 예의 그 오러를 피어 올리는 드워프 대전사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다.

<불멸> 저거 오러 아냐?

<주호> 맞는 것 같아요.

<불멸> 그럼 적어도 공작과 비슷한 등급이라는 소린데… 이런 곳에 저런 괴물이 숨어 있… 아! 퀘스트니까 괜찮은가?

무려 오러를 사용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역시 쉽게 해결할 수 없다 이건가?

더 이상 접근을 허용치 않는 드워프의 모습에 전사 형 역시 오러를 피워 올리면서 앞으로 나섰다.

<방패전사> 이거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주호> 그렇죠?

<방패전사> 여차하면 싸워야 하려나?

스펙 상승으로 인해 전사 형도 오러를 상당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전사 형의 그 모습은 여차하면 싸울 태세처럼 보였다.

그런 전사 형의 태세가 드워프 전사의 시선을 끌었는지 곧장 우리를 보면서 소리를 내질렀다.

『 당장 테이든 영지에서 나가라! 』

그 말에는 우리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공작인데?

지금 이 땅 주인은 나라고?

아니나 다를까.

우리를 안내했고, 지켜보던 집사는 와들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고.

『 칼룬님, 이 영지의 새 영주이십니다. 』

!!!

집사의 말에 ‘칼룬’이라고 불린 드워프의 근육질 몸이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챠밍> 당황한 것 맞죠?

<이쁜소녀> 방금 움찔했어요!

<주호> 나도 봤어!

이거 이야기가 제법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저 칼룬이라는 드워프 전사와 집사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이곳의 영주다.

그렇다는 것은 오히려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고.

이걸 그냥 넘길 수는 없지.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자 바로 드워프 전사를 압박했다.

“이래 보여도 내가 이곳 영주인데?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 가르시아 제국의 공작이라고?!”

“크흠!”

내 갑옷에 달린 휘장을 꺼내 보여주면서 공작임을 밝히고 동시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영지를 수여 하면서 내려준 영주의 표식까지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렇게 이곳의 영주라는 사실까지 확인시켜주자 칼룬의 눈빛이 더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바로 우리에게서 시선을 살짝 돌려 버렸고.

저거…….

분명 할 말이 없어진 거야.

<주호> 상황이 재밌네요.

<불멸> 크큭, 땅 주인이 왔는데 그 땅 주인보고 나가라고 하기에는 지도 양심이 찔리는 거겠지.

정말 특수하다면 특수한 상황.

정상적인 방법은 누군가 고대의 지도를 완성해 테이든 남작 영지로 찾아왔을 것이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그렇게 도착한 뒤, ‘칼룬’이라는 드워프 대전사와 실랑이(?)를 벌일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결국, 도착했더라도 오러를 쓰지 못하면 백이면 백 쫓겨나겠지.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일반 유저는 오러를 쓰는 NPC를 상대로 절대 이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첫 수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저 칼룬이 오러를 쓰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상황이 틀어져 버렸다.

고대의 지도를 제작한 사람들도 예상치 못하는 그런 상황이 지금 나왔으니까.

일단 이곳의 영주를 내가 차지했다는 사실.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반하는 몇몇 귀족을 쓸어버렸는데 그때 나온 영지가 이곳이었다.

그걸 우리가 꿀꺽했고.

거기다 내가 공작 작위를 가지고 있는 것까지.

가르시아 제국 땅에서 공작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종족이 달라 통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바로 칼룬에게 안내할 정도라면 이 영지에 머무는 중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은 어떻게든 이곳 영지에 신세를 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공작 작위.

영지의 주인.

고대의 지도.

이렇게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당연히 일어나야 하는 칼룬 관련 이벤트가 지금은 완전히 꼬여 버렸다.

그렇게 칼룬을 바라보자 칼룬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기 있게 꺼내든 배틀 액스가 허망할 정도로 힘을 잃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재중이 형도 그걸 느꼈는지 바로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불멸> 이거 잘하면 공짜로 먹겠는데?

<주호> 네, 일단 고비는 넘긴 것 같아요.

만약, 정말 저 칼룬이라는 드워프 전사가 테인 공작과 동급이나 혹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면 여기서 우리도 사생결단을 내야 한다.

결코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고.

잠시 우리를 보고 머뭇거리던 칼룬은 결국 판단을 내렸는지 전의를 거두었다.

그리고 배틀 액스를 힘없게 내려 땅에 박더니 우리를 보면서 경고했다.

『 젠장, 그래도 그곳은 안 된다. 』

처음의 완강한 대치 상황에서 이 정도면 선방인가?

칼룬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지면서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던 집사가 겨우 숨을 쉬었다.

『 자자,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드시지요. 』

《 드워프 대전사 칼룬과의 대전이 취소됩니다. 》

이 시스템 메시지는 우리 팀 모두에게 떴는지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불멸> 역시 시험이었나?

<주호> 네, 그런 것 같아요.

<방패전사> 휴, 정말 까딱하다가 저놈하고 맞붙을 뻔했습니다.

전사 형 역시 듀라한 쉴드를 내려놓았다.

뭐, 싸우면 진다는 생각은 하진 않았지만….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상대와 싸워봐야 좋은 건 없다.

물론, 이것으로 돌발 퀘스트가 취소되거나 하진 않았다.

분명히 퀘스트 조건엔 전투 후 승리 혹은 안내자를 설득하는 조건이 달려 있었으니까.

그렇다는 말은…….

<주호> 이제 저 칼룬을 어떻게든 구워삶아야겠어요.

<불멸> 그렇지. 당장 때려눕힐 생각이 아니라면.

흐음.

설득을 하려면 뭔가 방법이…….

일단 집사에게 힌트를 얻어야 하는 건가?

<주호> 쩝, 판이 벌어졌으니 들어가 보죠.

내 말에 모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도록 하지.”

집사에게 말을 건네자 집사가 겨우 안도하면서 나와 우리 팀을 안내했다.

당연히 옆에서 멀뚱히 서 있던 칼룬 역시 포함시켰고.

『 자네도 들어가세나. 』

그러자 칼룬이 못마땅한 눈빛을 보이면서도 내가 들고 있는 고대의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결국 우리를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들어간 남작 저택은 정말 허름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회의장 상석에 내가 앉고 서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칼룬은 여전히 멀리서 서 있기만 했다.

일단 대화의 장은 열어둔 상태지만 저 녀석을 어떻게 끌어 들인다?

보아하니 집사에게 더 이상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결국, 우리가 가진 패 안에서 해결해야 해.

저 드워프가 혹할 물건이 있으려나?

인벤토리를 열어서 몇 가지 확인해 봤는데 시선을 끌 만한 물건이 몇 개 있었다.

가령 예를 들면.

레비아탄의 비늘이나 드래곤의 비늘 같은 제작 재료.

그리고 이전의 드워프들에게서는 제작을 하지 못한 듀라한의 갑옷 조각.

이건 아마도 경계 너머의 드워프들에게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늘들과 듀라한의 갑옷 조각을 꺼내 들자 바로 칼룬이 관심을 보였다.

『 그것은 용족의 비늘과 고대 괴물의 조각이 아니던가! 』

역시 드워프는 드워프.

대전사, 라 해도 기본 성향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관심 있으신가요?”

『 으… 관심 없다! 』

순간 혹한 눈빛을 보였다가 우리가 빤히 쳐다보자 칼룬이 바로 정색하면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러면서도 눈은 계속 듀라한의 갑옷 조각에 가 있었고.

이건 잘하면 통하겠는데?

어차피 제작을 하지도 못하는데 여기서 한 번 선심을 써볼까?

“원하신다면 몇 개 내어드릴 수도 있는데…….”

『 크흠. 됐다. 난 관심 없……. 』

내가 손에 비늘과 조각을 들고 좌우로 흔들어 보이자 칼룬의 고개를 좌우로 역시 똑같이 움직였다.

<주호> 이거 낚시가 너무 잘 통하는데요?

<불멸> 크큭, 어지간히 가지고 싶은 모양이군.

좋아.

확인한 이상 확실하게 간다.

바로 회의실 테이블 위에 비늘과 조각들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칼룬을 빤히 바라봤다.

“우리는 제작할 수 없어서. 이걸 누가 좀 해결해줬으면 합니다만.”

잠시간의 정적과 침묵이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칼룬이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뻗어 비늘과 조각을 품에 쓸어 넣었다.

『 흠흠, 내가 이런 것에 혹할……! 』

《 드워프 대전사 칼룬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시스템 메시지는 아니라는데요?

당연히 칼룬에게는 안 뜨지만 우리는 전부 확인할 수 있었다.

칼룬이 지금 이쪽으로 발을 많이 집어넣은 상태라는 것을.

<불멸> 더 써봐. 어차피 백 개나 있으니.

<주호> 뭐, 그러죠.

나중에 필요하면 듀라한이야 또 때려잡으면 그만.

당장 듀라한의 갑옷 조각을 가지고 있어 봐야 쓸데도 없었다.

《 드워프 대전사 칼룬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그렇게 몇 개의 비늘과 조각을 가져간 칼룬에게서 다시 한 번 우호적인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갔다.

잘하면 바로 설득도 되겠는데?

“어떻게 만족하셨습니까?”

『 크흠, 최상의 재료구나…! 한 번 다뤄보고 싶을 만큼. 다만 난 이걸 다루진 못한다. 』

아마도 저건 전사형의 드워프가 다룰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는 모양.

“그렇다면?”

『 이걸 다루려면 경계 너머의 장로님에게 가야 한다. 』

경계 너머라는 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 호감도.

경계 너머라는 단서가 바로 튀어나왔다.

이건 경계 너머에 드워프들의 은신처가 있다는 말이었다.

<주호> 고대 지도는 이 칼룬을 만나기 위한 단서였어요. 이 영지 자체가 아니라.

<불멸> 확실히. 이런 작은 영지에 유물 아이템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어.

<주호> 결국 경계 너머로 가야겠네요.

<불멸> 오히려 잘 됐어.

문제는 저 칼룬이 드워프들의 은신처에 우리를 데려다줄 수 있느냐.

호감은 샀지만 그렇다고 친해진 것은 아니다.

이대로 가진 비늘과 조각을 전부 준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그건 그만큼의 손해니까.

여기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그때 인벤을 보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 메인 퀘스트 - 경계로 드워프 제작 물품 전달. 》

- 가르시아 제국 경계 너머의 드워프들에게 카르바할의 물품을 전달하라.

아주 예전에 받았던 그 퀘스트.

그리고 인벤 안에 카르바할의 물품을 가지고 있었다.

『 카르바할의 전달 물품 』

혹시나 싶어 퀘스트 아이템을 꺼내 칼룬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칼룬이 무릎을 꿇더니 바로 고개를 조아렸다.

『 대전사 칼룬이 드워프 왕의 숨결을 그대로 받듭니다. 』

《 드워프 대전사 칼룬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드워프 대전사 칼룬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드워프 대전사 칼룬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이건…….

이야기가 쉽게 풀리겠는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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