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50화 (543/1,404)

#550화 증표 싹쓸이 (1)

레티어스 요새는 잿빛의 듀라한에게.

쿠론 요새는 고르곤과 흑장로에게.

NPC에서 유저로, 그리고 다시 주인 없는 요새로.

그에 반해, 바이탄 요새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상태.

유저들 대다수가 희망이 없다고 가지 않았던.

그 바이탄 요새가 지금은 유일하게 주인이 있는 요새였다.

도박이라 생각했고, 불멸과 주호가 있기에 바이탄 요새에 자리 잡았던 유저들 대부분 많은 포인트를 올리면서 타 요새 유저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하, 야발. 처음부터 바이탄으로 갈걸.

-내 말이.

-거기 가면 끝이라고 선동하던 놈들 어디감?

-누가 결과가 이렇게 될지 알았냐?

-포인트도 망이고, 경험치도 망이고, 아이템도 망이고. 후….

-포인트도 포인트지만, 지금 이벤트가 날아가게 생겼다고!!

-누가 오버 네임드 좀 잡아주세요. 젭라!

-잡는 다고 팟 짜는 것도 문제임, 팟 짜면 뭐함? 가서 개 털리고 네임드 레벨 오르는데…….

-각 요새 지하에 있다는 포인트 상점도 이용 못하고 진짜 후회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닥 바이탄으로 가는 건데…….

-그런 것도 있었어?

-ㅇㅇ. 고르곤 볼 수 있는 템 팔고 있음.

-쿠론 지하엔 감염 면역 물약도 판단다.

-팔긴 하지만, 그거 사는 순간 포인트 텅텅텅.

-그것도 좋은데, 요새 장비 그중에서도 무기라도 살걸.

-장비들은 넘사벽임. 포기하셈. 진짜 사려고 봤는데 미쳤더라… 가격이.

-아, 어떻게 요새 다시 못 찾아오나.

-이벤트 너무 하지 않냐? 이건 개 어렵잖아. 요새라도 남겨주면 얼마나 좋아. 이대로는 이벤트 그냥 날아감.

-커뮤 꿀 팁 좀 봐라 좀. 거기에 제국 소속으로 변경하면 이벤트 참여 된다고 나옴. ㅅㄱ.

-레알?

-제국으로 가서 이벤트 받으니까 다시 참가 됨. 요새 없어도 이벤트 인정된다.

그런 게시글을 보다가 화면을 넘겼다.

제국까지 이벤트를 확장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나?

아마 요새를 유지 못 한 유저들에게 기회를 주거나 후발로 참여한 유저들을 위해 업데이트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유저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어주고 있었다.

막상 그렇게 되자 한쪽에서는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증표 삽니다. 귓 주세요.

-포인트 무제한으로 삽니다.

-포인트 삽니다. 시세보다 더 드립니다.

일명 증표 거래.

조금씩 거래되던 증표가 어느 순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벤트를 시작할 때부터 정해져 있던 일이기도 했고.

그리고 제국의 존재로 인해 요새 수성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자 유저들 사이에서 증표 거래가 일상처럼 변해 버렸다.

아예 제국 광장에선 증표만 팔거나, 증표를 구입하는 사람으로 붐빌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그것을 보며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그리고 관망하는 사람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쌀먹’이라며 비아냥대는 것도 일상이 되었고.

“이건 반칙 아닌가요?”

“반칙은 아닌데… 이럴 줄은 몰랐네.”

재중이 형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그만 손을 들어버렸고.

그리고 그런 우리를 옆에서 지켜보던 나르샤 누나가 빠르게 뭔가를 찾아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포인트 역전됐어.”

그 말에 우리 팀 모두 깜짝 놀라 나르샤 누나를 바라보자 포인트 랭킹 부분을 바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 요새 이벤트 개인 랭킹

《 1위 전신 - 55978점. 초월 길드. 》

《 2위 해원 - 54314점. 천상 길드. 》

《 3위 화련 - 54105점. 헤라 길드. 》

《 4위 태양 - 53259점. 불새 길드. 》

《 5위 황룡 - 49831점. 미르 길드. 》

《 6위 연 - 45789점. 영혼 길드. 》

《 7위 전설 - 44932점. 전설 길드. 》

《 8위 리더 - 43126점. 퍼스트클래스 길드. 》

:

《 15위 주호 - 35320점. 신화 길드. 》

:

《 31위 챠밍 18789점. 신화 길드. 》

원래 더 많은 포인트가 있었지만, 우리 쪽 연합의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 각 1만 점씩 넘겨주었다.

네임드의 템을 우리가 모두 갖는 조건과 중간에 고르곤을 묶어두는 역할을 하면서 포인트를 못 먹은 보상을 위해서.

나 다음으로 포인트가 많았던 챠밍을 포함해 우리 팀 역시 대부분 포인트를 빼서 넘겨주었다.

그렇게 해도 충분했던 건 이미 내 포인트가 다른 유저들에 비해 압도적인 위치에 있었기에.

하지만 제국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글 이후로 증표 포인트를 싹쓸이하면서 꽤 많은 유저가 위로 치고 올라와 버렸다.

전사 형이 그걸 보더니 입을 쩍 벌리면서 놀라워했다.

“대체 이 인간들 돈을 얼마나 쓰는 거야? 지금 증표 값 장난 아닐 건데?”

놀랄 수밖에 없는 게 이전에는 포인트 순위에 보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거기다 혹여 뒤처질세라 포인트가 계속 오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사재기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고.

그중 눈에 익은 아이디도 꽤 많이 보였다.

미르 길드하고 불새 길드는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이미 몇 번 봐서 눈에 익었다.

기존의 전설 길드도 랭킹에 들어왔다.

정말 저력이 있다니까 이 사람도.

리더 역시 이번에 끼어든 모양.

거기다 연합을 해체하고 사라졌던 해원까지 어느새 나타나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인간은 돈이라면 어디 가서 밀리진 않으니 이런 기회를 놓치긴 싫었으려나?

그런 해원의 뒤를 화련이 바싹 뒤쫓는 중이었고.

그리고 전신과 연을 포함해 몇몇 유저를 보곤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형, 이 사람들. 프로팀이라던 그 사람들 맞죠?”

“맞아. 이거 참. 겁나 밀어주나 본데?”

“전에 말한 후원하는 기업들 말이죠?”

“그래, 아무래도 유일 아이템을 선물로 주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홍보도 되고.”

“꽤 곤란하네요.”

전에 들었던 프로팀과 물주가 있는 곳에서 돈을 왕창 쓰는 모양이었다.

“유일 아이템 하나가 얼마나 대세를 바꿀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내가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유일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플레이가 수월해진다.

아니, 이미 그 정도면 선을 넘었지.

당장 못 잡을 몬스터도 잡게 해줄 만큼의 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일 아이템이 또 들어가는 걸 원치 않겠지. 지금도 이 정도로 격차가 나는데. 그러니까 저렇게 공격적으로 증표를 사들이는 거다. 무리를 해서라도.”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 아이템이 추가로 내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

대화를 나누던 재중이 형을 본 전사 형이 한 가지 말을 꺼냈다.

“우리도 증표를 사죠. 이대로라면 꽤 힘들 것 같은데요. 아니면 길드원들에게 증표를 모아 달라고 할까요?”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저쪽은 정말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포인트를 올리고 있으니까. 사장님께 연락해서 쓸 수 있는 자금 얼마나 있나 확인해 보고, 길드원들한테 포인트 팔지 말고 최대한 모아두라고 해. 필요하면 포인트 싹 몰아서 주호한테 넘겨준다.”

“알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

그 와중에 재중이 형이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네임드는 무조건 다 잡자.”

“물론이죠.”

“아마 그렇게 해도 포인트가 모자랄 거야. 지금 상승하는 포인트 속도를 보면. 거기다 어느 정도 이하의 유저들은 차라리 포인트를 팔아 돈을 얻는 쪽을 택할 테니까. 당분간 포인트가 마르지 않겠지. 가장 값이 오르는 마지막 순간에 폭발적으로 증표가 쏟아질 거다.”

“후, 유일 아이템 하나 얻기 쉽지 않네요.”

네임드를 다 잡아도 모자란 다라.

그럼 결국,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때 뭔가를 생각하던 챠밍이 내게 말했다.

“오빠, 네임드들 그냥 제국에 던져놓는 건 어때요?”

“어?”

“우리 가능하잖아요. 막히겠지만 잠깐이라도 포인트를 사고팔지 못하게 할 수 있구요.”

그런 챠밍을 보던 재중이 형이 배를 잡고는 웃어버렸다.

“크큭, 얘도 너랑 다니면서 완전히 물들었어.”

재중이 형의 말에 챠밍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면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흐음, 나쁘진 않은데. 문제가 하나 있어. 잘못하다가는 일이 더 커져 버릴 수 있어.”

“아, 그러면 안 되겠어요.”

정말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굳이 기반이 있는 제국을 망쳐놓을 필요는 없었다.

적대적인 상태라면 또 모를까.

그리고 네임드 세 마리를 다 옮겨놓으려면 그것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제국에는 두 공작이 있으니까.

정말 제대로 붙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제국에 가 있는 유저들과 공작들이 힘을 모으면…….

재중이 형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 말을 꺼냈다.

“괜히 죽 쒀서 개 줄 필요는 없지. 오버시키려고 일부러 기다렸는데 말이야.”

그런 재중이 형 말에 모두 동감하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네임드는 우리 손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기서 더 안정적으로 가려면 거의 요새 두 개 분의 몬스터들을 싹쓸이하지 않……?!

그때 뭔가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챠밍을 바라보았다.

이게 되려나?

아니, 안 된다고 하면 그때 가서는 정말 증표를 사들이는 수밖에.

“형, 잠시만 챠밍 좀 빌려 갈게요.”

“응? 지금?”

“네, 꼭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어서요.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흐음? 그래? 너무 오래 비우지는 말고. 준비 끝나면 바로 출발할 거야.”

“네, 그 전에 올게요.”

바로 챠밍을 데리고 바이탄 요새 바깥으로 나왔다.

“오빠, 갑자기 왜요?”

“음, 이건 정말 미친 짓인데… 나한테 감염 한 번 써볼래?”

“네?”

“그러니까… 아, 저기 몬스터들 보인다.”

페가수스를 타고 요새에서 멀리 날아오자 아직 처리를 못 한 몬스터들이 보였다.

“내가 떨어져 내리면 감염을 나한테 사용해.”

“으음, 위험하면 바로 풀어줄게요.”

챠밍과 말을 맞춘 다음 곧장 몬스터들이 있는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바로 달려 나가 몬스터들 사이로 뛰어들자 곧 페가수스에 탄 챠밍이 내게 감염 스킬을 걸었고.

【 인펙션! 】

챠밍이 내게 감염을 걸자 당연하게도 내 체력이 깎여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여기까진 오케이.

파티를 하고 있어도 감염은 걸린다.

첫 번째 단추는 확실히 채워졌고.

그럼 두 번째.

고개를 돌려서 내 주변에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는데 가까이 오자마자 주변 몬스터들이 죄다 감염에 걸리는 모습이 보였다.

좋아.

이것까지 된다.

그럼, 마지막.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피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만 했다.

체력은 빠지는 만큼 물약을 막 들이켰고.

그러다 너무 체력이 빠지는 순간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를 꺼내 한 마리를 집중적으로 공격을 해 모자란 체력을 흡수했다.

감염이 중첩되더라도 체력은 이걸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

그렇게 계속 버티자 곧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하나둘 픽픽 쓰러져 죽음의 빛으로 사라졌다.

그걸 보자마자 내 시선은 시스템 창에 집중되었다.

순간 내 눈이 크게 떠졌다.

또한 챠밍도 뭔가를 보고 놀랐는지 내게 큰소리로 외쳤다.

“오빠! 증표가 들어와요!”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24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19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27개 획득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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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듀라한에게 감염을 걸어 몬스터를 죽일 때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증표 포인트가 지금은 미친 듯 들어오면서 시스템 알람을 계속 울려댔다.

돈으로 유일 아이템을 사겠다고?

절대 그렇게는 안 돼.

유일 아이템은!

내가 가져간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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