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34화 (527/1,404)

#534화 지금 필요한 것은 스피드 (3)

《 암흑 지대의 패자, 고르곤이 사망했습니다. 》

《 가르시아 제국 내의 모든 NPC가 이 소식을 듣습니다. 》

《 세 요새의 NPC들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

NPC들은 고르곤이 죽은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건가?

어쨌든 이건 나쁘지 않지.

다른 유저들보다 이득을 더 볼 테니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서 레벨업의 빛이 터져 나왔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 141.

고르곤을 잡고 나자 상승 최대치인 다섯 개의 레벨이 올랐다.

이건 드래곤이나 레비아탄에 버금갈 정도의 경험치.

총 경험치 양을 보니 고르곤이 역시 쉽게 잡힐 몬스터가 아니었다.

레벨 상승 이펙트가 끝날 무렵, 전사 형은 나에게 날카롭게 날이 선 흑색 검신을 가진 무기 한 자루를 건네주었다.

하이딩 블레이드.

『 +0 하이딩 블레이드 / 출혈 28 타격 20

- 밤 동안 은신 시전 가능.

- 은신 유지 시 추가 마력 소모.

- 공격이나 피격 시 은신 해제.

- 크리티컬 시 은신 쿨타임 초기화.

- 악마형 피해 200% 』

그동안 본 아이템들에 비하면 추가 옵션은 정말 초라한 정도였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옵션 때문에 전사 형이 바로 내게 이 아이템을 넘겼다.

옵션을 보자마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서 아이템을 본 막내별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세상에! 은신이네요?!”

그동안 은신과 비슷한 아이템이 없진 않았다.

예전에 안개 지역에서 미스트 윙을 잡고 얻은 미스트 망토 같은 경우 안개화를 시전해 몸을 거의 투명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몇 번 써본 결과 이 안개화라는 스킬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많은 스킬.

안개화는 어두운 동굴 같은 곳이나 아예 멀리서 사용해 움직여야 괜찮은 스킬이었다.

움직이는 동안, 흐물거리는 잔상이 남아 너무 밝은 곳이나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본다면 단번에 눈치챌 염려가 있었다.

주력으로 쓰고 싶어도 도저히 쓸 수 없는 스킬이었다.

가끔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모를까.

“안개화와 많이 다를까요?”

고개를 돌려 물어보니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물어 뭐해? 일단 써봐.”

“하긴. 그렇죠.”

그대로 하이딩 블레이드를 한 손에 쥐고 스킬을 시전했다.

【 은신! 】

그러자 바로 하이딩 블레이드를 들고 있는 내 팔과 신체가 동시에 흐려지면서 곧장 반투명한 상태로 모습이 변했다.

으음.

이것만으로는 알 수 없겠는데…….

이런 류의 스킬은 내가 보는 내 모습과 남이 보는 내 모습이 다르니까.

“어때?”

이쁜소녀와 챠밍을 보면서 물어보자 둘 다 바로 감탄을 했다.

“와, 전혀 안 보여요!”

“안개화하고는 완전히 달라요. 모습 자체가 없어졌어요!”

“그래?”

일단 둘 다 그렇게 보인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 눈에도 마찬가지라는 소리.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슬쩍 뒤로 빠져서 옆으로 돌아가는데도 전사 형, 막내별 누구 하나 나를 인식하지 못했다.

여전히 아까 사라졌던 장소를 그대로 보고 있을 뿐.

그런데 재중이 형은 신기할 정도로 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보여요?”

내가 멀리 떨어져서 말하자 전사 형과 챠밍, 이쁜소녀 모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재중이 형은 그저 재밌다는 표정으로 웃기만 했다.

“나름. 그냥 흐물거리는 느낌 정도겠는데?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고.”

흐음.

확실히 눈으로 보인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것도 완벽한 스킬은 아닌 것 같네요.”

누구 하나 눈치챌 수 있다면 반쪽짜리 스킬이나 다름없다.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이렇게 조용한 곳이 아니면 놓칠 거야. 어지간해서는 절대 발견 못 해.”

“그럼, 나쁘지 않네요.”

이 정도면 성능 파악은 확실하게 된 건가?

적어도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들킬 확률이 없다는 소리.

은신이 되어 있는 동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은신도 마냥 오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지하기 위한 소모 마력도 필요하고 거기다 공격을 하거나 받으면 바로 은신이 풀려 버리는 일까지.

그럼 다시 은신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쿨타임이 걸린다.

그런데 이런 단점을 커버하는 사기적인 옵션이 존재했다.

바로 크리티컬 시 은신 쿨타임을 초기화하는 옵션.

다른 유저라면 이 옵션을 살리기 위해 크리티컬 확률을 높이는 아이템을 무조건 구해야겠지만 내 쪽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리고 크리티컬만 넣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은신을 시도 할 수 있다.

은신을 다시 사용하는데 필요한 마력은 르아 카르테가 있으니 큰 부담도 없고.

마치 내게 맞춰진 것 같은 최적의 조합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건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때, 전사 형이 내게 말했다.

“나르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거야. 빨리 움직이자.”

“네, 바로 연락해 주세요.”

<방패전사> 살아 있어?

<나르샤> 지금 정신없어! 잡았어?

<방패전사> 아, 미안. 고르곤이 언제 죽을지 몰라서. 부를 수가 없었다.

<나르샤> 괜찮아. 근데 나 너무 많이 끌고 다녀서 그냥 죽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거 절대 못 잡아. 중간에 달리면서 몹이 더 붙어버렸어.

<방패전사> 이런. 알았어. 조금만 더 버텨봐. 바로 전달할게.

“들었다시피 지금 상황이 이렇습니다.”

전사 형이 재중이 형에게 말하자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몬스터가 더 몰렸다라…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 해봐. 그 정도 수를 한 번에 상대하기엔 우리도 힘드니까.”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당장 이런 사방에 뚫린 장소에서 붙기에는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챠밍이 손뼉을 쳤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챠밍에게 돌아갔다.

“오빠, 그거 쓰면 되잖아요.”

“응?”

“전이문요.”

그 말에 바로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전이문을 추가로 여는 방법.

시간의 서는 나 외에도 챠밍이나 막내별까지 모두 가능하다.

“전사 형, 누나 바로 달려오라고 해주세요.”

“알았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전사 형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바로 나르샤 누나에게 연락을 넣었다.

<방패전사> 지금 오면 돼!

<나르샤> 벌써?

<방패전사> 전이문으로 튈 거다.

<나르샤> 아! 오케이, 지금 갈게. 머리 잘 썼네.

그리고 얼마 뒤, 나르샤 누나가 뒤로 어마어마한 수의 악마형 몬스터들을 달고 우리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르샤 누나가 우리에게 오지 않고 버틴 이유.

대체 언제 저렇게 몰린 거지?

저런 수라면 확실히 우리가 한 번에 잡기는 무리였다.

그걸 본 챠밍이 내게 외쳤다.

“오빠, 빨리!”

바로 챠밍에게 미치광이 리치를 넘겨주자 챠밍이 시간의 서를 시전했다.

어차피 누가 쓰든 상관이 없으니까.

【 시간의 서! 】

그리고 전이문을 초기화시킨 뒤 다시 한 번 전이문을 열었다.

【 전이문 오픈! 】

그렇게 전이문이 열리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들 뛰어들었다.

곧장 주변을 둘러보면서 맵을 확인하자 다행히 바이탄 요새에게 그렇게 멀지 않는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일단 튀어!”

나르샤 누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다 깔릴 수 있기에 재중이 형이 먼저 막내별을 잡고 달리자 나도 역시 챠밍을 잡고 빠르게 발을 박찼다.

전사 형은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요새로 달렸고.

이쁜소녀도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전이문으로 나르샤 누나가 뛰쳐나와 우리 뒤를 따라왔다.

“왜 이렇게 반갑니.”

“누나 정말 고생했어요.”

“아직 끝난 게 아냐.”

그 말대로 전이문 너머로 어마어마한 수의 악마형 몬스터들이 줄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무조건 성벽까지 튀어!”

재중이 형의 외침에 다들 정신없이 몬스터들을 달고 뛰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바이탄 요새의 성벽이 나오자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다.

문제는 바이탄 요새도 현재 방어전이 한참이라는 점.

우리가 개떼처럼 악마형 몬스터들을 끌고 가자 성벽 위가 난리가 났다.

“어? 뭐야?”

“젠장! 여기서 더 온다고?!”

“남쪽 성벽 쪽 몬스터 대량 추가! 빨리 지원 바람!”

“대체 왜 뒤쪽에서 몬스터가 오냐고!”

“안 그래도 듀라한 때문에 죽겠는데!”

“지금 그걸 따질 때야? 한쪽 무너지면 어차피 망해!”

웅성웅성 거리면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바이탄 요새가 버텨주고 있는 것 같았다.

바이탄 요새 내부로 블링크가 가능한 고르곤과 달리 듀라한은 그렇게는 못 하는 모양이었고.

그리고 세 개 분량의 요새 방어 NPC가 몰려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어? 저거 주호 아냐?!”

“쟤들이 왜 저기서 달려와?!”

“나야 모르지. 저걸 어떻게 해?”

우리가 계속 달려오자 성벽 위에서도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전에 고르곤을 유일하게 상대했던 전력을 보면 무조건 안으로 들이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복잡했으니까.

자칫 잘못하다 요새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물론, 그걸 결정하는 것은 유저들이 아니었다.

내가 달려가는 것을 본 병사 NPC들이 전달을 잘했는지 남쪽의 성벽으로 누군가가 급히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전투를 하다 달려왔는지 갑옷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 후엘 백작.

그 후엘 백작이 바로 명령을 했다.

『 빨리 공작을 모셔라! 고르곤을 퇴치하신 영웅이다! 』

역시 NPC라 그런지 우리가 고르곤을 죽인 것이 모두 인식이 되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남쪽 성벽 위로 수없이 많은 NPC가 몰리더니 우리 뒤를 따라오는 몬스터들에게 화살을 쏟아부었다.

거기다 마법 포격으로 뒤를 커버해 주었고.

그 덕분에 빠르게 바이탄 요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남쪽 성문을 닫아라! 』

우리가 지나오자마자 바로 요새가 닫히면서 다들 한숨을 돌렸다.

재중이 형이 닫힌 성문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이거 참. 후엘 백작 판단 좋은데?”

“후엘 백작도 요새를 지키려면 우리가 꼭 있어야 할 테니까요.”

우리가 요새 안으로 들어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쏠렸지만 이내 요새를 방어하기 위해 다들 고개를 돌려 버렸다.

확실히 눈을 떼기도 힘든 상황이니까.

“일단 전사. 아이템 빨리 풀어. 쓸 수 있는 건 다 가져다 써야 해. 듀라한을 상대하려면.”

그러자 전사 형이 고르곤을 잡고 나온 아이템들을 모두 꺼내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 고르곤의 눈물 조각 (x1) 』

『 진실의 눈 (x3) 』

『 블링크 』

『 인비저블 볼 』

『 기가 라이트닝 』

『 라이트닝 퓨리 』

『 트리플 캐스팅 』

『 시간의 서 』

『 고르곤의 피 (x100) 』

『 정제 무기 강화석 (x10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200) 』

『 일반 강화석 (x100) 』

『 고대의 봉인 지도 B 』

『 지도 퍼즐 조각3 』

『 지도 퍼즐 조각1 』

이쁜소녀가 그걸 보고는 깜짝 놀라 외쳤다.

“어? 고르곤도 테이밍이 돼요.”

“정말 그렇네.”

고르곤 역시 테이밍은 가능했다.

과연 고르곤 뒤에 타서 테이밍이 가능할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그리고 진실의 눈이 고르곤을 잡고 나왔다.

그걸 본 전사 형이 혀를 찼다.

“하, 네임드를 잡으니 네임드를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을 주네.”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아요.”

블링크야 자주 나와서 크게 신경 쓰진 않았고.

물론, 고르곤이 쓰면 재앙이겠지만.

인비저블 볼은 우리가 자주 언급했던 예의 검은 구, 암흑 구였다.

그리고 기가 라이트닝은 아마도 고르곤의 뿔에서 모인 전격을 쏘는 브레스 형식이지 않을까?

라이트닝 퓨리 역시 고르곤이 쓰는 광역기 중 하나였다.

그 밖에 특이한 것은 고르곤의 피였는데 이건 쓰는 용도가 따로 있었다.

전사 형이 설명을 보고는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이걸 쓰면 암흑 지대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나 봅니다. 체력 소모도 안 되고.”

“괜찮네. 아, 없어도 고르곤을 잡을 수는 있으니까 필수는 아니려나. 예전 같으면 무조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고대의 봉인 지도 중 그동안 없던 B가 나왔다.

이것도 역시 지도 곳곳이 비어 있었고.

전사 형이 아이템을 모두 보고 난 뒤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무기하고 방어구 같은 것은 하나도 없나 봅니다.”

완제로 떨어지는 아이템이 하나인 경우는 오랜만이라.

물론, 그 아이템이 거의 사기에 가까운 템이라 딱히 할 말은 없었고.

그때 인벤에 넣어둔 고르곤의 뿔이 생각났다.

“아마 이걸로 제작할 것 같아요.”

내 말에 전사 형이 뭔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드워프들에게 말이지?”

“네, 아마도 그렇겠죠.”

“생각보다 아이템 만들기가 빡세겠어.”

전사 형 말대로 고르곤의 뿔을 부위 파괴해서 아이템을 얻는 거라면 난이도가 상당했다.

어지간해서는 구하기 힘들겠지.

나머지 아이템은 다 아는 거라 전사 형이 다시 인벤에 넣는 동안 마법은 챠밍과 막내별이 나눠 가졌다.

재중이 형이 중간에 아쉬운 표정을 지은 것은 아이템 중에 당장 쓸 만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곧장 날 보더니 말을 꺼냈다.

“결국, 그걸로 어떻게든 버텨야겠어.”

“네, 해봐야죠.”

그때 갑자기 북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듀라한이 넘어왔다! 다시 피해!”

“누가 좀 막어!”

쳇, 벌써 넘어온 건가?

“먼저 갑니다!”

그대로 달려 나가 북쪽에 도착하자 성벽을 넘어온 듀라한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 너도 되는지 한번 보자고.

【 은신! 】

곧장 은신을 한 뒤 듀라한을 몸 뒤로 돌아 들어갔다.

그런데 듀라한이 내 쪽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그럼 듀라한.

넌 여기서 좀 죽어줘야겠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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