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화 드래곤의 유물 (3)
깜짝 놀라 드래곤 하트를 빼내려 했으나 이미 너무 늦었다.
곧 드래곤 하트가 붉은 오라와 같은 것으로 분해되어 봉인된 크리스탈 상자를 맴돌더니 그대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리곤 붉은색 크리스탈 상자에서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큭-
최소한 주인에게 확인해 보고 흡수하란 말이야!
일종의 상자다 보니 다른 보물 상자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했던 게 큰 실수였다.
적어도 적용을 할지 말지 시스템 메시지라도 울릴 줄 알았는데…….
의사를 묻지도 않고 곧장 흡수해 버렸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붉은색 크리스탈 상자만 남자 챠밍도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오빠, 드래곤 하트가 사라졌어요…….”
“아, 내가 실수했어.”
다른 하트도 아닌 무려 드래곤 하트다.
지금은 패치로 위치가 많이 내려왔지만, 당시 오우거 하트 하나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던가.
드래곤 하트가 있다면 훨씬 많은 일을 했을 텐데…….
진한 아쉬움에 손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한다….
이미 흡수되어서 꺼낼 방법도 없고.
다시 드래곤 하트를 얻으려면 또 드래곤을 오버 시켜야 할 텐데 이번처럼 수월하게는 못하겠지.
해원 같은 놈들이 바글거린다면 또 모르겠는데.
당분간 생각하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나.
크리스탈 상자가 드래곤 하트를 삼켜 버렸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알 것 같은데.
전사 형도 아쉬운지 눈만 껌뻑거렸다.
“허, 이거 정말 사라졌네.”
“뭐 어쩔 수 없죠.”
이미 사라진 드래곤 하트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럼, 저 붉은색 크리스탈 상자가 드래곤 하트 이상의 뭔가를 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고 더욱 빨갛게 변한 크리스탈 상자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전의 물음표 표시밖에 없던 아이템에 변화가 있었다.
『 드래곤의 유물 상자 』
혹시 흡수하는 하트에 따라서 뭔가가 나오는 건가?
아니면 고정?
실험을 해보고 싶지만, 상자는 하나뿐이라 어차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결국, 이 상자를 여는 방법만 남았나.
전사 형과 챠밍을 바라보고는 말을 꺼냈다.
“열어볼게요.”
“그래, 나도 궁금하다.”
“저도요.”
그리곤 곧장 붉은색 크리스탈 상자에 손을 뻗었다.
《 드래곤의 유물 상자를 오픈하시겠습니까? 》
《 상자 오픈 시 랜덤으로 특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이럴 때는 또 물어보는군.
좀 전에 물어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주 제멋대로였다.
Yes를 선택하자 다시 환한 빛이 퍼져나가며 붉은색 크리스탈이 녹기 시작했다.
순간 랜덤이라는 단어에 눈이 갔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꽝 같은 것은 없겠지?
이렇게 개고생을 해서 얻은 유물 상자가 꽝이라면 진짜 본사를 찾아가서 한 번 뒤집어야…….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빛이 사라지더니 하나의 아이템이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적어도 꽝은 아니네.
내심 드래곤 슬레이어 급의 유일 무기나 악세, 방어구 등을 기대했는데 의외의 아이템이 나왔다.
붉은 비늘이 잔뜩 겉을 덮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
이건…….
“알?”
“알이에요?”
“알이잖아?”
『 화염 드래곤의 알. 』
나와 챠밍, 전사 형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장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챠밍과 전사 형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이거, 혹시 그 드래곤의 알은 아니겠죠?”
그러자 전사 형이 놀란 표정이 가득한 채 대답했다.
“맞는 것 같은데?”
챠밍도 깜짝 놀라 외쳤다.
“아무래도… 저희 대박 난 것 같아요!”
드래곤의 알이라면…….
최소 드래곤.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시 전사 형을 보면서 물었다.
“이거 테이밍하고 같은 개념인가요?”
드래곤을 테이밍하는 일은 아마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번에 해본 결과 테이밍은 확실히 할 자신이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탈것으로 쓸 드래곤은 앞으로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는 말이고.
만약, 이게 테이밍한 탈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면.
고생만 잔뜩 하고 얻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오버된 드래곤을 잡으면서 장비나 마법서가 다 떨어져 아주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제일 핵심이었다.
그 사이 주변을 마무리 지은 재중이 형과 나르샤 누나, 이쁜소녀, 막내별이 우리 곁으로 달려왔다.
“끝났어요?”
“어, 그리고 여기서 뭐가 번쩍번쩍 하던데?”
재중이 형이 오자마자 그 번쩍거리던 물건부터 바라봤다.
“저게 오버된 드래곤 잡고 나온 거냐?”
“아, 설명하자면 좀 그런데…….”
모두에게 드래곤 하트를 먹어치우고 난 다음 랜덤으로 나온 아이템이라는 설명을 했더니 전부 입을 벌리며 놀랐다.
안다.
나도 눈에 드래곤 하트가 아른거리거든.
“그래서 이 녀석이 마지막에 남은 녀석이지?”
재중이 형이 지금은 변해 버린 드래곤의 알로 다가가더니 한 손에 덥석 쥐었다.
그런데 그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화르륵!
“크윽! 뭐야!”
재중이 형이 화염 드래곤의 알을 건들자마자 드래곤의 알을 덮고 있는 비늘 전체에서 강력한 불꽃이 퍼져 나와 재중이 형의 팔을 태워갔다.
마치, 날 건들지 말라는 것처럼.
다행히 재중이 형의 체력이 좀 내려갔을 뿐.
다급히 손을 떼니 화염도 바로 가라앉았다.
“하아, 이것 봐라?!”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화염 드래곤의 알을 쳐다봤다.
그 광경을 본 모두가 놀란 듯 눈을 깜빡거렸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아졌고.
나르샤 누나가 거의 확신하듯 말을 했다.
“이거 아마 손을 타는 모양이네.”
“손요?”
“그래, 손.”
그러면서 나르샤 누나가 내 손을 잡더니 화염 드래곤의 알 위에 올려놓았다.
“어?!”
“봐, 이럴 줄 알았어.”
드래곤의 알이 재중이 형과는 달리 내 손에는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통해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기만 했다.
거기다 두근거리는 맥이 잡히는 것 같았고.
혹시나 해, 전사 형도 손을 올려봤는데 곧 팔 전체가 불에 타오르면서 급하게 손을 떼어내야 했다.
“하, 저도 안 됩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드래곤의 알은 주호 당첨.”
이건 아마 아까 드래곤 하트를 흡수시키면서 뭔가의 작용을 한 것 같은데…….
혹은 드래곤을 잡을 때 기여도일 수도 있지만 이쪽은 지금 확인하기 힘들었다.
뭐, 원인은 중요치 않다.
“일단, 이걸 어떻게든 해봐야겠죠?”
당장 써먹을 방법이 없었다.
손을 대는 것만으로 깨어나진 않는 모양이고.
“아, 그건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정리 끝났다는군.”
잔존해 있던 적 세력들을 정리하고 아이템 수거가 다 끝난 것 같았다.
“거점 다시 세울까요?”
“어, 이제 드래곤은 없으니까.”
몇 가지 의논을 한 뒤 곧장 이 자리에 거점을 세웠다.
어떻게 보면 지금 장소가 더 좋을지도.
용의 던전에 가까워 활동하기는 이쪽이 훨씬 좋았다.
《 용의 대지에 가르시아 제국 공작 주호 님의 새 거점이 설치됩니다. 》
《 거점 명은 길드 명으로 대체 됩니다. 》
《 거점 : 『 신화 』가 설치되었습니다. 》
이번에도 역시 빠른 속도로 거점이 활성화되었다.
풀어낼 방법을 모르는 용의 알은 인벤 속에 고이 집어넣고.
“그럼 들어가죠.”
* * * * *
전에는 만들자마자 박살이 났기에 들어가 볼 수 없었던 공작 저에 연합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스칼렛과 이슬두잔을 포함해서.
이번에 얻은 이득이 상당하기에 모두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일단, 드래곤이 해원의 거대 연합을 쓸어 담으면서 떨어뜨린 아이템이 엄청나게 많았다.
모두에게 아낌없이 분배를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리고 드래곤을 잡고 나온 아이템들.
이쪽은 경매를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팀만 단독으로 잡았으면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전 연합이 모여서 힘을 합쳤기에 잡을 수 있었으니까.
물론, 내 기여도가 압도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미친 아이템이 없으면 드래곤 레이드가 성립조차 안 된다.
스칼렛과 이슬두잔도 이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내 편의를 최대한 봐주는 쪽으로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거기다 아이템을 노리고 덤벼든 유저들을 잡아 나온 아이템도 적지 않았고.
사장님이 공작저의 긴 회의실 테이블에 산처럼 쌓여 있는 번쩍거리는 아이템을 보고는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부여잡으셨다.
“아, 오늘 잠은 다 잤구나.”
재중이 형이 옆에서 그걸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사장님, 몫으로 많이 떼 가셔도 됩니다. 남는 게 아이템이니까요.”
“안 그래도 좀 챙길 생각이었다. 이거 다 하려면 몇 날 밤을 새워도 모자랄 거야. 그리고 해원은 속이 좀 쓰리겠군.”
“좀이 아닐 겁니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이 정도의 아이템을 한 번에 보상해주긴 무리죠.”
“역시 그렇지? 그런데 해원이 그냥 넘어갈까?”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 막 따지고 하진 못할 겁니다. 우리가 죽인 것도 아니고 드래곤에게 몰살당해서 그런 건데… 돌려달라고 떼쓰는 건 우습죠. 그리고 그냥 안 넘어가면 한 번 더 털면 됩니다. 이미 세력이 다 깨진 상황이라.”
“그래도 남은 저력은 무시 못 하지. 이제 슬슬 드래곤이 잡혔다는 것도 알 테고.”
“일단 상황을 보죠.”
우리를 지켜보던 유저들이 드래곤이 잡혔다는 사실을 영상에 담아 전부 내보낸 상황.
밖에서 접속을 하지 않고 있던 해원 쪽 연합 사람들도 지금쯤이면 다시 접속을 했을 것이다.
거기다 우리가 드래곤을 잡은 덕분에 점검도 하지 않는 것 같았고.
아마 당분간 이 상태가 지속하려나?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경매와 아이템 분배 문제로 한창 바쁜데 의외로 우리는 할 일이 없었다.
드래곤 레이드에 이어 전투를 연달아 했기에 지친 기분에 몸이 축 늘어졌다.
전사 형과 재중이 형, 나르샤 누나는 아이템 분배를 도와주러 가고 나와 챠밍, 이쁜소녀, 막내별만이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마 뒤, 이쁜소녀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테이블에 축 늘어졌고 챠밍도 별반 다르지 않아 내 옆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막내별은 아직 힘이 남는지 내가 꺼내놓은 드래곤의 알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중이고.
그러다가 뭔가 생각나는지 내게 물었다.
“이거 부화는 어떻게 해요?”
“으음, 아직 모르겠어요. 시간이 좀 지나야 풀릴지…….”
“닭처럼 품어보면 되지 않으려나?”
“아까 해봤어요.”
혹시나 해 옆구리에 끼고 다녔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막내별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이건 좀 구식이긴 한데…….”
“구식요?”
“네, 예전에 영화에서 드래곤의 봉인을 푸는데 피를 떨어뜨리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어때요? 고?”
피, 라는 말에 챠밍과 이쁜소녀의 귀가 쫑긋하게 섰다.
그리고 둘 다 관심을 가지고 내게 시선을 돌렸다.
졸지에 셋 다 나만 바라보는 상황이네.
아니 정확히는 드래곤의 알을.
“뭐, 한 번 해보죠.”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
약간의 수고로 드래곤을 깨울 수 있다면.
바로 손을 드래곤 슬레이어로 그어서 드래곤의 알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내 손을 타고 떨어진 피들이 드래곤의 알의 비늘들을 타고 흐르더니 갑자기 드래곤의 알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챠밍, 이쁜소녀, 막내별 모두 깜짝 놀란 외쳤다.
“어머?!”
“우와! 된다아!”
“정말 되네요?”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에게 몰렸고.
그렇게 내 피를 흠뻑 먹은 드래곤의 알이 어느 순간 완전히 벌어지더니 그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화염 드래곤 아퀼라스를 완전히 빼닮은 아주 작은 드래곤이.
“끼우?!”
그리고 우리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는데 챠밍, 이쁜소녀, 막내별 모두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건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귀여운 쪽에 속하는데?
워낙 작다 보니 앙증맞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 흡사 강아지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네임은 기본적으로 아퀼라스 주니어라고 떠 있었다.
저건 나중에 바꿀 수 있으려나?
그렇게 잠시 우리를 바라보던 아퀼라스 주니어가 고개를 돌리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짧은 다리를 다다다 거리면서 뛰어갔다.
뭐지?
뭔가 생각했던 반응 하고는 다른데?
그리고 달려간 방향에는 그것들이 있었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아이템들.
대체 저길 왜?
그때, 모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일어나 버렸다.
아퀼라스 주니어의 입에서 나온 작은 화염 혹은 미니 브레스에 녹은 아이템을 집어 삼켜 버렸다.
아주 찰나에 일어난 일.
모두가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 옆에 있던 아이템까지 불로 녹여 입에 집어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 그건 먹는 거 아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