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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08화 (501/1,404)

#508화 드래곤의 유물 (1)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욕심은 평범하고 멀쩡한 사람도 돌변하게 만든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유저들도 마찬가지.

“랭커라고 해봐야 혼자야.”

“어차피 우리가 더 많아.”

“솔까, 주호만 잡으면 대박아님?”

“보복하면?”

“먹고 짼 다음에 아이디 바꾸면 귀신도 못 찾음.”

아예 작정을 했네.

지금 필드에 흩뿌려진 아이템들의 값어친 생각 이상으로 크다.

특히, 비공정은 워낙 비싼 품목이기에 개인이 자력으로 소유하기 힘든 아이템이기도 하고.

하나만 잘 건져도 일반인의 경우 대박인데 그런 아이템 다수가 필드에 널려 있었다.

그런데 몇몇 길드의 소속 유저들은 이 상황에 끼지 않고 가만히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마치, 방관하듯.

슬쩍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니 그들 중 제일 앞쪽에 서 있던 거대한 덩치의 유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우린 무시해. 낄 생각 전혀 없으니까. 그저 우린 드래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온 거니까. 저 새끼들처럼 먹고 쨀 레벨도 아니고 말이야. 아이템에 눈멀어서 척 지는 짓은 절대 안 하지.”

그런가?

마냥 아이템을 먹겠다고 설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저쪽이 정상에 가깝지.

이곳에서 사냥할 정도라면 이미 랭커거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이니까.

길드 역시 마찬가지고.

우리와 대놓고 척을 지긴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했다.

앞으로 계속 길드를 유지할 거라면.

그런 식으로 보면 지금 눈앞에 아이템을 먹겠다고 설치는 유저들은 대부분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이었다.

길드 마크도 제각각.

족보를 찾아보기 힘든 그런 유저들이 하이에나처럼 우르르 접근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숫자가 제법 많은데?

처음 작당을 한 유저들을 보고 계속 가세하는 모습이 보였다.

참여할 생각이 없는 길드나 유저들은 다들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고.

휘말리지 않게 거리를 두는 모습.

그러자 확실하게 적이 구분되었다.

적어도 헷갈리지는 않겠는데.

그럼, 일단 기선 제압부터.

혹시나 싶어서 여분으로 만들어둔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레비아탄 재료로 만든 레비아탄 블레이드.

광역 스킬이 부족한 내겐 스킬이 달린 여분의 무기는 항상 필요했다.

“저건 뭐임?”

“처음 보는 무기인데 아는 사람?”

“저것도 유일 템?”

“무슨 유일 아이템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그럴 리 없음.”

르아 카르테는 그나마 다른 서버에서 공개가 되어 사람들에게 유명했다.

반면 드래곤 슬레이어는 제국에서의 레이드 때 나온 영상으로 이름과 외형만 알려지고 스펙은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그런 면에선 르아 카르테의 스펙이 더 문제가 되려나?

이쪽은 완전 괴물에 가까우니…….

그리고 또 다른 무기.

레비아탄 블레이드 역시 유저들이 모르기는 매한가지였다.

내가 전 서버 최초로 꺼내 들었으니까.

두 개의 출중한 유일 아이템이 있는데 굳이 꺼내 쓸 필요가 없어서 놔뒀는데 지금은 딱 필요했다.

광역기가 필요한 지금.

드래곤 블레이드를 레비아탄 블레이드로 교체한 뒤 바로 사선으로 내리그으며 외쳤다.

【 수룡탄! 】

레비아탄의 브레스보다 약하지만 수룡탄도 상상 이상의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정확한 배율은 무기에 포함되어 있어 확인할 수 없지만 반월참의 두 배는 가볍게 뛰어넘지 않을까?

거기다 가장 믿는 옵션은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

무려 대인 피해가 70%나 상승하는 옵션이 존재했다.

거기다 유저들 상대로 관통 확률이 35%나 적용되었고.

르아 카르테를 든 상태로 수룡탄을 일반 유저가 정통으로 맞으면 어떻게 될까?

수룡탄을 쓰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적어도 수룡탄은 드래곤의 브레스와 동급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쪽에서 먼저 공격할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면서도 쟁 경험은 있는지 오더가 나왔다.

“탱, 나와서 막아!”

“여러 명이서 블록하면 막을 수 있어!”

“궁수, 옆으로 빠져서 저격! 마법사, 범위로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딜러는 상황보다 바로 반격!”

어중이떠중이를 모아둔 것은 아닌 모양인데…….

문제는 수룡탄을 가볍게 막을 것이라 생각하는 점이었다.

방어가 최상급인 전사 형조차 피하는 스킬을.

자신들의 쪽수가 워낙 많다 보니 그냥 막으면 된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판단은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브레스 급이 막는다고 막히던가?

“크악!”

“뭐, 뭐야?!”

“앞에 있던 탱이 걍 녹았잖아!!”

“그러니까 막지 말고 피하라고!”

강하게 압축된 물의 마법인 수룡탄이 방패를 든 유저고 뭐고 할 것 없이 닿는 족족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음의 빛을 만들어내면서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일자로 쭉 밀고 나가면서 모여 있던 유저들을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놓아 버렸다.

그 광경에 떠들썩했던 전장이 적막으로 변했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생기는 일.

실상 드래곤이 아니고서야 유저들을 이렇게 한 번에 녹이는 일은 불가능했으니까.

“미친……!”

“무슨 스킬이?!”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수룡탄에 완전히 쏠린 사이 재빠르게 유저들에게 뛰어들었다.

【 대쉬! 】

민첩과 스킬의 가속.

그리고 화룡화로 녀석들과의 거리를 한순간에 줄였다.

더 혼란해지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끝낸다.

달려가는 도중 웨폰 스킬들을 불러냈다.

【 트리플 캐스팅! 】

【 라이트 웨폰! 】

【 라이트닝 웨폰! 】

【 아쿠아 웨폰! 】

그렇게 가장 먼저 선두에 있던 브랜디슈 배틀 액스를 든 유저 한 명과 마주했다.

확실히 브랜디슈 무기가 많이 풀리긴 풀린 모양이네.

유저들이 매일 같이 사냥을 하면서 상당수의 물량이 풀려 있는 것 같았다.

다만 대인전만 보면 좋지 않은 무기.

아니, 드래곤 지역에 한해서 몬스터 사냥에는 최고의 무기겠지만 대인에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그 어떤 옵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른 말로 하면 완전 깡통이라는 소리고.

오히려 제국에서 살 수 있는 검투사 무기를 강화하면 대인전에서 괜찮을 것이다.

물론, 고강을 하면 기본 공격력이 워낙 높은 브랜디슈 무기가 더 우수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고강을 할 만큼 브랜디슈 무기가 많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많이 해봐야 5강? 6강?

10강 강화석이 없는 이상 일반 유저가 들고 있을 한계선은 명확하다.

그 말은 드래곤 슬레이어나 르아 카르테와 부딪치는 순간.

상대 쪽 무기가 박살이 난다는 뜻과 동일했다.

거기다 이쪽은 대인 피해, 치명타 대미지, 관통, 마력 흡수, 체력 흡수 같은 유저를 잡는 옵션이 모두 적용된다.

깡통 옵션이라 아무것도 적용받지 못하는 적들과는 이미 스펙 면에서 아득할 정도의 큰 격차가 있었다.

내가 접근함에 깜짝 놀라 브랜디슈 배틀 액스를 크게 휘둘렀는데 굳이 불필요하게 피할 필요 없이 그대로 달려들어 드래곤 슬레이어로 브랜디슈 배틀 액스를 직각으로 쳐버렸다.

카강!

“크윽!”

그 순간 브랜디슈 배틀 액스의 날에 드리운 웨폰 기술이 내 삼색 웨폰 스킬에 그대로 찢겨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배틀 액스에 금이 가더니 크게 튕겨져 나갔고.

거기다 오히려 남성 유저가 무기끼리 부딪친 충격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무기를 놓치더니 두 손을 벌벌 떨었다.

관통이 바로 들어갔나?

그에 반해 내 쪽은 아주 약간의 체력 감소만 존재했다.

이미 무기 자체에서 모든 충격을 가감해 내 쪽에 들어오는 대미지가 거의 없었다.

이 정도면 대놓고 무기끼리 치고받아도 상대방을 그냥 눕힐 수 있다는 말이고.

무기를 놓치고 당황한 듯 나를 보는 남성 유저의 옆을 지나가며 르아 카르테로 목을 그어버리자 믿지 못할 일이 또 일어났다.

르아 카르테의 평타 단 한 방에 경직도 아닌 그대로 남성 유저를 죽음의 빛으로 만들어 버렸다.

솔직히 이번에는 나도 좀 놀랐다.

우리 팀하고만 상대를 해봐서 이렇게 한 번에 죽어버리는 경우는 처음 봤으니까.

아마 관통에 치명타 대미지가 동시에 터진 것 같은데…….

거기다 대인 피해까지.

이렇게 터지면 유저 하나의 피통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니.

매번 드래곤이나 레비아탄 같은 아무리 처도 죽지 않는 녀석들만 상대하다 보니 지금 스펙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혔는데 유저들을 상대하니까 확실하게 감이 왔다.

딱 사기 소리를 들을 수준.

새삼 르아 카르테의 위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

“저게 대체 뭐야…….”

“방금 한 방에 죽었어?!”

“마법사도 아닌데?”

“말도 안 돼…….”

“완전 도랐……!”

웅성웅성.

고렙 유저가 저렙 유저를 상대로 한 큐가 나오는 경우는 있긴 해도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그래도 용의 대지에서 사냥을 한다는 나름 레벨이 있는 유저를 상대로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났다.

그 모습에 전투에 끼어들지 않고 지켜보던 유저들도 역시 눈빛이 굳어버렸다.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시선과 상관없이 그대로 달려 들어가 또 다른 유저와 검이 부딪쳤는데 이번에도 역시 검이 튕겨 나가면서 완전히 몸이 열려 버렸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목을 한 번 그어주니 역시 죽어버렸고.

동시에 내 체력과 마력이 끝없이 채워졌다.

그렇게 마치 양 사이에 뛰어든 늑대처럼 보이는 족족, 지나가는 족족 유저들을 녹여 버렸다.

아마 방송에도 나갈 것 같기는 한데…….

조금 곤란하기야 하겠지만.

나중 일은 나중에.

지금은 다 녹이는 데 집중한다.

그 순간 내게 연속으로 화살이 날아왔다.

조금 간격을 벌리고 있던 궁수들이 사방으로 간격을 벌리고는 내게 화살들을 쏘아대는데 이는 같은 편들에게도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야이! 미친놈들아! 우리도 맞잖아!”

“닥치고 버텨! 일단 저놈부터 죽여야 할 거 아냐!”

“아, 젠장!”

딱히 전우애는 없어 보이고.

급조해서 꾸민 팀(?)이라 그런지 아군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죄다 쳐내면서 주변에 있는 유저들에게 날리자 사방에서 곡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괴물이냐…! 화살을 다 쳐내…….”

“화살로는 안 돼!”

“달려들어도 안 되고, 화살도 안 되면 무슨 수로 잡아!”

“마법 날려! 발을 묶으란 말야!”

“안 돼! 너무 빨리 움직여서 못 맞춰!”

“그럼 광역기라도 깔아!”

“진짜 미쳤냐? 다 같이 죽자고?!”

“아, 정말 어쩌라는 거야!”

화룡화를 쓴 상태라 속도가 일반 유저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아니면 정말 느린 속도를 커버할 정도로 실력이 좋아야 반격이라도 해볼 텐데 달려들어 검을 휘두르고 한참 뒤에야 반응이 나오는 수준이라.

안으로는 걸리는 족족 죽어 나가고 밖으로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니 결국 누군가가 외쳤다.

“주호 상대하지 말고! 아이템 쓸어 담아!”

“비공정만 먹으면 죽어도 돼!”

“그래, 저 괴물, 상대 안 해도 되잖아!”

단 한 명을 상대로 수십 명이 넘어가는 유저가 쫄아서 전투를 포기해 버렸다.

칫, 시간을 끄는 방법은 틀렸나?

적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면 솔직히 혼자서 다 잡기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또 다른 무기를 하나 더 꺼내 들었다.

브랜디슈 블레이드.

이전에 주력으로 사용했는데 드래곤을 상대할 때는 마력이 모자라 미처 꺼내지 못한 녀석이었다.

마력 봉인 자체가 마력을 워낙 많이 잡아먹어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쓸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굳이 유저들 상대로 마력 봉인을 쓸 이유도 없었고.

애초에 마력 봉인 전에 목을 따 버리면 되는 일이니.

마력이 닿는 족족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끝없이 불러냈다.

【 비검! 】

【 비검! 】

【 비검! 】

:

내 머리 위로 둥둥 뜬 수없이 많은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본 유저들의 표정에 경악이 떠올랐다.

그리고 사방으로 뛰어가는 발 빠른 유저들을 가리키면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일제히 풀어놓았다.

이 많은 블레이드를 동시에 조작해보기는 처음이지만…….

순간 지금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빠르게 해방했다.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모든 시야에서 걸리는 유저들의 행동이 내 감각에 전부 걸려들었다.

마치 거미줄에 올라온 먹이처럼.

움직임, 속도, 이동 경로.

그 모든 것이 찰나에 파악되어 하나의 정보로 이어졌다.

“가라!”

그때 내 머리 위에 있던 브랜디슈 블레이드들이 모두 제각각의 다른 경로를 그리면서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날아갔다.

그런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날들이 정확하게 달려가던 유저들의 등에 꽂혀 들었다.

브랜디슈 하나, 하나가 눈이라도 달려 있는 것처럼.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그리고 그 충격에 아이템을 잡으러 달리던 모든 유저가 일제히 바닥을 나뒹구는 모습에 지켜보던 이들이 경악했다.

“저게 대체……!”

“우리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저런 짓이 가능해?”

“인간이 아니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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