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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00화 (493/1,404)

#500화 제물 준비 (2)

연락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련과 만날 수 있었다.

용의 던전과 꽤 가까운 곳에서.

물론, 유저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장소를 택해서 만났고.

괜히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이번에 하는 일은 해원 쪽에서 눈치를 채면 망하는 일이라.

그런 화련은 칼과 아로하가 대동한 채 따라왔다.

“오셨어요?”

“하아, 매번 이런 식으로 나올래?”

“이쪽도 사정이 있어서요.”

솔직히 거점을 만들려면 나나 재중이 형, 아니면 챠밍이 해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따로 준비할 것들이 있어서 화련을 선택했다.

우리를 제외하고 이 서버에 존재하는 유일한 귀족이기도 하고.

현재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화련이 최고의 적임자다.

“이 수고는 비싸게 받아낼 거야.”

화련의 으름장에 그저 웃어 보였다.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정말 어렵지는 않았다.

그냥 거점만 만들어주면 되는 일이니까.

물론, 중간에 좀 죽어 나가기는 할 테지만…….

“그럼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화련이 도착하자 우리 팀 모두 자리를 벗어났다.

우리가 남아 있어 봐야 할 일이 없기도 하고.

챠밍이 화련과 거리를 벌리면서 내게 물었다.

“잘 될까요?”

“응, 아마도. 그리고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

생각보다 꽤 돌아가는 방법이 되겠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든지.

그 순서가 좀 바뀔 뿐.

해원은 망하게 되어 있다.

전사 형이 내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

“흐흐, 넌 이미 죽어 있다, 인가?”

“뭐 그렇죠.”

해원이 거점에서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이 그림은 그려져 있었으니까.

“그럼 화련이 잘 해주기를 바라자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용의 대지에 새로운 거점이 하나 생성되어졌다.

《 용의 대지에 가르시아 제국 남작 화련 님의 새 거점이 설치됩니다. 》

《 거점 명은 길드 명으로 대체 됩니다. 》

《 거점 : 『 헤라 』가 설치되었습니다. 》

그렇게 새로운 거점이 생겨나자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응? 갑자기 뭐야?

-새 거점?

-주호 말고 귀족이 있었어?

-화련도 귀족이 된 거야?

-와, 화련도 대단하네. 이 혼란한 와중에 귀족이 되고. 귀족 되기 정말 어렵다던데.

-2황녀 라인 말고는 전부 망한 거 아님?

-에휴, 돈 처발랐겠지.

-충분히 그럴 만하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던데 NPC야 뭐.

-그럼 이제 거점끼리 경쟁하는 건가?

-어차피 해원 쪽 거점 날아갈 거니까. 화련 쪽으로 옮겨야겠다.

-오, 안 그래도 해원 쪽 거점 세금 때문에 짜증 났었는데 잘됐네.

-해원 이 새끼는 완전 노답임.

귀족이 하나 더 나타난 것.

용의 대지에 거점이 새로 생긴 것.

그리고 해원을 욕하는 글이 차례대로 올라오자 해원 쪽 연합에서도 바로 반응이 왔다.

-아, 진짜 상도덕도 없네. 근처에 거점을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한번 해보자는 건가?

-우리가 제국 때문에 거점에 있다고 아주 우습게 보이나 본데?

-돈 많으면 끝이냐? 거 진짜 너무 하네.

-지금은 거점에 있지만, 이 일 끝나면 보자 아주 아작을 내줄 테니까.

해원이 있기 전, 화련도 서버를 주름잡던 나름 악명(?)이 높은 유저였다.

돈이 많기로 소문난 유저이기도 하고.

대놓고 들이대기는 서로 부담스러운 상황.

거기다 제국과 척을 진 상황에서 화련을 공격하고자 병력을 쪼개는 순간 거점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해원의 연합에서 화련에게 채팅으로만 성토를 할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해원의 연합에 다른 유저들이 욕을 해댔다.

-세금을 대놓고 쳐올리니까 그러잖아!

-맞아. 정도껏 해 처먹어야지!

-솔직히 이 새끼들 맘에 안 들었어.

-거점도 공짜로 얻어놓고 아주 뽕을 뽑으려고 하네. 진짜.

-우! 해원 물러나라!

-그래, 해원보다는 차라리 화련이 좋다!

-됐다. 난 거점 옮기러 간다 ㅅㄱ.

-용의 대지도 통제하려다가 제국 때문에 멈춘 거 다 알아!

해원이 하도 장난질을 많이 쳐서 그런지 불만이 있는 유저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주요 사냥터에 일반 유저들을 몰아내면서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안이 없어서 해원의 거점을 이용했을 뿐.

새 거점이 나오면 바로 갈아탈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크게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

애초에 해원의 거점을 견제하기 위해 새 거점을 만든 것이 아니니까.

화련의 거점은 생각보다 쉽게 정착을 했다.

용의 던전 근처 필드에서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사냥을 하면서 우르르 몰려올 몬스터들의 수 자체가 적은 편이었다.

그리고 용의 던전 내부를 지키는 몬스터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패치가 되어 부담감이 적었고.

<화련> 일단,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이걸로 된 거야? 아무 반응도 없잖아.

<주호> 좀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뭐, 거기다 해원 쪽은 아예 신경 안 쓰시는가 봐요.

<화련> 관심 없어. 급이 다른데 뭐 하러 신경 써.

해원을 저렇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역시 배짱 하나는 최고네.

<화련> 그래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데?

<주호> 글쎄요. 저도 이건 처음이라…….

드워프 지하 왕국을 복구하는 시스템이면 바로 불러낼 수 있지만 거점은 달랐다.

확률은 반반.

그런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일부러 이렇게 용의 던전 코앞에다가 거점을 만들었다.

과연…….

어떻게 되려나.

그렇게 조마조마한 눈으로 용의 던전과 화련의 거점을 번갈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대지가 우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왔어요!”

“떴다!”

“나온 것 같아요!”

그런 이상 반응에 챠밍과 이쁜소녀, 막내별이 동시에 반응을 하면서 외쳤다.

그리고 나르샤 누나가 용의 던전이 있는 산맥을 제삼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정말 나왔잖아?!”

캬아아아악!!

용의 던전과 주변 필드를 모두 떨리게 만드는 강력한 포효.

그런 포효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대체 뭐야?!

-용던 전체가 떨리잖아?!

-필드도 난리 남! 지진 난 줄!

-설마 이 소리?!

-드래곤?!

-드래곤 떴다!

-미친, 지금 드래곤이 왜 떠?!

-아, 몰라. 갑자기 뜸.

-제국도 아닌데 저걸 무슨 수로 잡지?

-못 잡을 듯.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용의 던전 지근거리에 만들어둔 거점을 드래곤이 모른 척 넘어갈까?

분명히 어떤 반응이 있어도 있을 거라고 예상하면서 시도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왔다.

<화련> 너 정말 드래곤을 가지고 노네?

<주호> 이제부터 잘 부탁합니다.

<화련> 알아. 폭탄을 던져주고 오면 되는 거잖아?!

<주호> 하하, 그래 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화련> 공짜로 하는 일이 아니니까 제대로 해야지. 먹고 째면 진짜 죽는다?

화련의 그 말에는 식은땀이 절로 났다.

절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드래곤이 그 큰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라 두리번거리더니 곧장 화련의 거점을 향해 활강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렬한 화염 브레스가 화련의 거점을 정확하게 반으로 가르면서 순식간에 거점이 박살이 나버렸다.

《 크루아 대륙에서 거점 『 헤라 』 가 사라집니다. 》

《 부활 포인트가 리셋됩니다. 》

역시 한 방인가?

애초에 거점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 성벽 시설을 올릴 여유조차 없었다.

방어 병력을 쓸 방법도 없었고.

그냥 유저들 힘으로 막아야 하는데 저 브레스는 유저들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서 문제.

과연 거점이 박살 나면 드래곤이 그대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견제를 위해 떠날 것인가?

우리 팀의 모든 시선이 그것 하나에만 집중되었다.

만약 그대로 돌아갈 것 같다면…….

화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진다.

드래곤을 해원의 거점으로 끌고 가야 하니까.

그리고 여기서 다수의 희생이 생기겠지.

화련에게 작위를 준 것도 이런 피해를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

화련의 거점을 박살 낸 드래곤의 시선이 크게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해원의 거점이 있는 방향으로.

이거…….

드래곤의 인식 범위 안에 해원의 거점이 들어온 것 같은데?

이러면 이야기가 쉬워지지.

화련도 그걸 알아챈 듯 바로 연락이 왔다.

<화련> 저놈 알아서 가는데? 어떻게 해?

<주호> 일이 잘되면 약속은 지킵니다. 걱정 마시죠.

<화련> 요즘 맘에 드는 말만 한다니까?

<주호> 그렇다고 저 너무 좋아하시면 안 됩니다.

<화련> 흥! 웃기고 있어. 끊어!

그렇게 드래곤이 다시 날개를 펼치고는 이번엔 해원의 거점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해원의 거점 쪽에서는 난리가 났다.

-미친. 저게 왜 이리로 와!

-아놔, 산 넘어 산이네. 제국도 아직인데.

-막아? 피해?

-당연히 막아야지! 거점 내줄 거야?

-진짜 다들 미친 것 아냐? 저걸 뭔 수로 막아?

-다 죽고 싶어? 전에도 안 되는 거 봤잖아!

-간부들은 뭐래?

-ㅅㅂ. 죽어도 막으라는데?

-……하, 질리네. 정말.

얼마 뒤,

드래곤이 해원의 거점 위에 도달했다.

그리고 거점에서는 드래곤을 떨어뜨리기 위해 방어 시설을 집중시켜놓고 유저들도 비공정과 탈것을 타고 올라와 대기 중이었다.

그래.

돈이 쏟아지는 거점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리고 거점이 날아가게 되는 그 순간 해원의 연합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된다.

저들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막아! 오늘 드래곤을 떨어뜨리자!”

“방어 시설 전부 들어 올려!”

“사방에서 포위하라고!”

“뭉쳐 있지 마라! 브레스에 당한다!”

“내려가지 마! 드래곤을 공중으로 유인하라니까!”

“최대한 브레스를 허공으로 뽑아내!”

생각 없이 나선 것은 아닌 듯 일정한 대형을 짜고 절대 서로 뭉쳐 다니지 않았다.

각개 격파당하더라도 화염 브레스에 병력이 한 번에 녹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앞쪽에서 유인을 하고 사방에서 주포를 날리는 식으로 대응을 하자 드래곤에 몸체에 어느 정도 명중을 시키는 장면이 계속 연출되었다.

그리고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 워낙 많은 연합원이 거점을 지키고 있기에 그 화력은 배가 되었고.

초기 공격이 잘 통하자 해원 쪽 연합의 기세가 드세게 끓어올랐다.

“됐다! 우린 할 수 있어!”

“드래곤이 별거냐!”

“그래 봐야 몬스터잖아! 니가 사람보다 똑똑할 순 없지!”

“이대로만 해!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우리가 유리하다!”

“부활하면 바로 튀어 올라와!”

“몇 번 죽더라도 드래곤만 잡으면!!”

워낙 초반의 기세가 좋아서 그런지 이쁜소녀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거점이 이기면 어떻게 해요?”

이쁜소녀를 보면서 고개를 젓고는 웃으면서 단언했다.

“아, 그건 절대 불가능해.”

“절대요?”

“응. 절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드래곤의 몸에서 번쩍이는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우리가 제국에서 한 번 잡았으니까. 이제 저놈 레벨업 한다고.”

극강의 네임드가 레벨업을 하면?

그때부터는 절대 잡을 수 없는 몬스터로 돌변한다.

상대하는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더욱.

그리고 지금.

거점에는 정말 미칠 정도로 많은 유저가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일명 제물.

“어디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물을 먹고 얼마나 크나 한 번 지켜보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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