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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99화 (492/1,404)

#499 제물 준비 (1)

언젠간 드래곤을 테이밍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 시간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을 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때, 전사 형이 궁금한 듯 물었다.

“거점은? 그냥 두려고?”

전사 형의 물음에 전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요.”

어떤 식으로든 해원이 불법(?)으로 차지하고 있는 거점은 박살을 낼 것이다.

물론, 순서가 좀 바뀌게 되겠지만.

사실 당장에라도 거점을 박살 낼 수는 있다.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병력을 내달라고 부탁만 하면 끝나는 문제니까.

아무리 거점에 유저가 많다고 하지만 제국의 병력과 정면으로 부딪치면 게임이 되지 않는다.

현재 유저들은 제국이라는 존재를 감당하기 힘들다.

다만 생각이 바뀐 건, 생각 이상으로 제국 내부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생각 이상으로 귀족 힘이 강한 것 같지 않아요?”

솔직히 마리아 가르시아가 황제만 되면 제국을 떡 주무르듯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 대전에서 봤듯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언제든 반기를 들 수 있는 세력들이 존재했다.

수면 위의 세력들을 쳐냈다지만,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세력이 존재할지도 모르고.

아니.

이건 감이 아니라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중이 형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건수만 있으면 물고 늘어질 거라 이거지?”

역시.

하나만 이야기해도 척하고 다 알아듣는다.

“네, 귀족들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일단 보내주긴 했다만… 언제든 틈만 나면 마리아 가르시아를 물어뜯으려고 할걸?”

하만 후작조차 그 자리에서 정리했다.

그럼 귀족들은 확실히 알 것이다.

언제라도 정리당할 수 있다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었다.

“만약 다른 황자나 황녀가 황위에 올랐다면 이런 식으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거다. 다른 녀석들이 황위에 올랐다면 반대파를 죄다 쓸어버리고 시작했을 텐데.”

“솔직히 다 안고 가는 건 무리죠.”

“그래, 우리 황녀님 생각보다 여리다니까.”

각 황자나 황녀마다 가지는 성향의 차이.

마리아 가르시아는 덮어놓고 막 죽이는 스타일은 확실히 아니다.

반대편에 서 있었다고 할지언정 일단 포용하고 넘어가는 쪽을 택했다.

“마리아 가르시아의 세력이 굳건하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지금 같으면 이도 저도 안 된다는 거죠.”

“아아, 뭐 그렇지. 정치가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니까. 필요하면 처낼 수도 있어야 하는데.”

대전에서도 하만 후작을 쳐낸 것은 나였다.

마리아 가르시아의 명령이 아니라.

그대로 두었다면 하만 후작에게 그대로 쭉 끌려갔을 테지만 아직 마리아 가르시아는 이런 면에선 약했다.

다른 황자나 황녀가 아닌 마리아 가르시아의 시나리오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해져 버렸다.

우린 그걸 풀어내야 했고.

“여차하면 다 쓸어버려야 할지도 몰라. 제대로 굴러가려면.”

재중이 형의 진지한 말에 방 안의 모두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또다시 내전에 가까운 시나리오가 흘러갈지도 모르니.

잠시 생각을 하던 재중이 형이 나를 보면서 말을 꺼냈다.

“혹은 정말 강력한 힘으로 찍어 누르던가. 아예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게.”

재중이 형의 그 한마디 말에 우리 팀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모아졌다.

그리고 챠밍이 놀라더니 내게 물었다.

“오빠, 드래곤을 잡으러 가자고 했던 이유가 이걸 전부 생각해서였어요?”

“응, 누가 봐도 압도적이잖아. 드래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게임하는 거예요?”

마리아 가르시아와 면담을 하고 나오면서부터 생각은 있었다.

이대로는 상황이 힘들다고.

그리고 재중이 형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했었다.

압도적인 무언가.

제국 내에서 테인 공작이나 루젠 공작을 포섭하는 일도 생각해봤지만 그쪽은 시간이 너무 걸렸다.

만약, 포섭을 했다 치더라도 이해관계를 가진 귀족이라는 한계가 있는 이상 이쪽도 그렇게 좋은 패는 아니었다.

레비아탄은 내륙으로 끌고 들어올 수 없고 어떻게 잡아 와야 하는지도 모른다.

악마형 케르베로스는 아마 테인 공작선에서 정리가 될 듯하고.

고르곤은 아예 나오질 않으니.

그럼 이 주변에서 남는 것은 드래곤뿐.

물론, 드래곤을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잡아본 경험이 있으니까.

어렵긴 해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재중이 형이 그런 날 보더니 씨익, 웃었다.

“너, 노리는 게 그거뿐인 건 아니겠지? 이를테면 공적이라던가?”

“하아, 형은 진짜 모르는 게 없네요.”

단순히 드래곤을 포획하는 것만으로 끝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공작이라는 이름값에 확실한 무게를 만들 생각이니까.

“그리고 우릴 건드린 놈들을 그냥 놔둘 생각도 없고요.”

그 와중에 해원을 물 먹이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아니.

정확하게는 제물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를 위한.

* * * * *

-아, 불안하네. 대체 언제 쳐들어오는 거야?

-안 오는 거 아닐까?

-설마, 그 주호가? 중간에 X될 뻔했는데?

-하긴, 안 올 리가 없지.

-제국 병력 움직이는지 잘 봐.

-오면 막을 수 있음?

-어떻게든 막아봐야지.

-그 괴물 공작 오면 막을 순 있고?

-못 막지… 상대도 안 되던데? 다 썰어버리면 무슨 수로 막아.

-진짜 제국하고 적대 관계 어떻게 푸냐...

-연합하고 길드 탈퇴하면 됨. ㅅㄱ.

채팅창에 간간히 보이는 글들.

제국을 피해 거점으로 피난을 간 유저들이 저렇게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곤 했다.

전사 형이 채팅과 영상들을 보면서 내게 말했다.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겠지.”

결정이 나자 우리 팀을 이끌고 바로 드워프 지하 왕국으로 내려왔다.

준비한 것을 받아가기 위해.

드래곤에게서 나온 제작 템으로 만든 아이템.

『 드래곤 발리스타 』

- 1회용

단단하고 긴 쐐기로 되어 있는 발리스타를 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바닥에 설치하고 난 뒤 정확하게 조준을 해야 하는 형식이었다.

물론, 그냥 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그렇기에 더 믿음이 갔다.

묵직한 만큼 드래곤을 확실히 저지해주겠지.

딱 10회분.

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드래곤을 저지할 기회의 수.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드래곤 발리스타가 없을 때도 드래곤을 잡기는 했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창고가 있어 드래곤 발리스타를 집어넣은 뒤 다음 작전을 위해 움직였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용의 던전.

전과 다르게 꽤 많은 유저가 용의 던전 앞에 모여들어 있었다.

-용의 던전 들어갑니다. 팟 신청 주세요!

-브랜디슈 무기 9강, 드레이크 방어구 8강 이상. 한 자리 있음!

-레벨 120 이상만 구합니다!

-2층 들어가실 실력 좋은 탱 구합니다.

-2층 6젠 자리 전문 힐러 급구! 레벨 110 이상 몸만 오시면 됩니다!

-3층 3젠 극딜 한 분 모셔요!

용의 던전의 위치가 알려지자마자 꽤 많은 유저가 던전 앞에 진을 치고 파티를 모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여기서 나오는 템이 필드보다 좋을뿐더러 몬스터의 레벨 역시 상당히 높았다.

리젠 또한 빠르기에 버틸 수만 있다면 여기보다 레벨을 올리기 좋은 곳은 없기도 하고.

좀 잘 나간다 싶은 길드나 유저는 죄다 용의 던전에 들어가 있거나 파티를 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물약을 싸들고 찾아온 상인도 많았고.

애초에 거점이 상당히 멀다 보니까 오가는 시간이 아까운 유저를 위해 제법 비싼 값에 물약이 거래되었다.

거기다 아이템이라도 떨어지면 빨리 사들이기 위해 서로 전쟁을 불사했고.

“휘유, 여기도 맛집 다 됐네.”

전사 형의 감탄.

“나오는 템들이 좋잖아요. 렙도 높고.”

그렇게 용의 던전으로 걸어가자 순간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호다!”

“불멸도 있어!”

“신화 길드!”

“정말 공작이 된 거야?”

“공작이라니… 포스 쩌네.”

“백작도 둘이나 있잖아.”

“아, 진짜 부럽다.”

“오빠들! 여기 한 번 봐줘요!”

“챠밍 이쁘다!”

“이쁜소녀 님 사랑해요!!”

예상치 못한 환호에 다들 급하게 인파를 제치고 용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 인파가 적어지자 이쁜소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면서 겨우 말했다.

“후아, 완전 부끄러워요.”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게 나 역시 그랬으니까.

반면에 재중이 형이나 챠밍, 막내별은 그렇게까지 표정 변화가 없어 보였다.

“뭐 이쪽은 단련이 되어 있어서.”

“이런 게 단련이 된다니. 부럽네요.”

전사 형은 나름 그 시선을 즐기는 것 같았고, 나르샤 누나는 그 와중에도 주변을 살피는 중이었다.

“적 연합은 안 보여.”

역시.

안 보이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여기로 오기 전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조그마한 부탁을 해놓았기 때문에.

“병력을 보내는 척만 해달라고 했는데 잘 해줬나 봐요.”

전사 형이 상상이 되는지 크게 웃어 보였다.

“흐흐, 아마 거점에 우르르 몰려가 있겠지.”

지금 제국의 병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제국에서 병력이 움직이려고 하자 바로 거점을 수비하기 위해 돌아간 듯했다.

마리아 가르시아의 액션이 잘 통했다는 말이고.

덕분에 용의 던전에서 별다른 태클 없이 최하층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에 2% 부족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일부러 용의 던전까지 온 거니까.

『 +10 드래곤 슬레이어 (유일)

/ 출혈 45 (35+10) 타격 37 (27+10)

- 드래곤형 피해 500%

- 크리티컬 시 확률로 드래곤형 체력 3/100 감소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50%

- 용격 / 브레스 흡수 후 방출

- 마력 봉인 』

이젠 더 이상 추가 봉인이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드래곤형 체력을 3/100으로 깎아내린다는 것.

이 수치가 오른 것만 해도 여기까지 온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붙은 옵션.

마력 봉인?

옵션만 봐서는 드래곤의 마력을 봉인한다는 말인데…….

마지막으로 나온 것을 봐서는 아마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몇 번 용아병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전사 형은 딱 한 마디 말만 했다.

“개사기.”

* * * * *

목적을 달성하자 곧장 용의 던전에서 빠져나왔다.

바로 최하층에서 드래곤 레어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따로 목적이 있었기에 뒤도 보지 않고 바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

<화련> 주호 공작 축하해? 기어코 마리아 가르시아를 황제로 만들었어.

<주호> 하하, 감사합니다.

<화련> 엎드려서 절 받는 건 됐고. 우리 아직 정산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은 걸로 아는데?

<주호> 기억력이 너무 좋으신데요.

<화련> 내가 뭘 잘 까먹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특히. 이런 쪽은 더.

<주호> 흐음, 그게 좀…….

<화련> 약속하고 틀리면 주겨~ 버린다?

<주호> 살려주시죠. 아직 죽기엔 좀 이른 나이라.

<화련> 공작씩이나 됐는데 설마 빈손으로 온 건 아니겠지? 그럼 나 정말 실망할지도 몰라.

<주호> 그럴 리가요. 문제가 조금 있기는 한데.

<화련> 문제?

<주호> 남작 자리입니다만. 소속이 제 쪽으로 넘어오거든요. 공작에게 따라오는 임명권이라서요.

<화련> 뭐 문제도 아니네. 일단 임명권부터 넘겨.

의외로 쿨한데?

남의 밑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화련> 착각하지 말고. 내가 귀족이 된다고 해서 네 명령을 따르고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알지?

<주호> 네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하나를 안 지고 넘어가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바로 시스템을 건드려 화련을 가르시아 남작으로 만들어줬다.

<화련> 됐네. 고생했어.

<주호> 혹시 백작 자리는 가지고 싶지 않으신가요? 황제에게 잘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말이죠. 완전히 독립된 작위요.

<화련> 그래? 그럼 뭘 해주면 되는데? 공짜는 아닐 거 아냐.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본론부터 물어봤다.

역시 말이 잘 통하잖아.

이러면 이야기가 쉬워진다.

<주호> 거점을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해원의 옆 마당에요.

<화련> 너, 지금 나보고 미끼가 되라는 말이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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