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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95화 (488/1,404)
  • #495화 승자의 전리품 (2)

    《 황제 마리아 가르시아가 주호 님에게 가르시아 제국 공작 위를 제안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공작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모두의 고개가 마리아 가르시아에게로 돌아갔다.

    챠밍과 이쁜소녀도 마찬가지.

    “진짜 공작이에요?!”

    “우아와! 대박 사건!”

    가르시아 제국 공작이라…….

    아직 백작이나 후작도 없는데 한 번에 공작을 준다는 말은 꽤 놀라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이전에 1황녀가 자신의 진영으로 들어오면 내게 백작 자리를 준다고 제안했었다.

    당연히 1황녀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렇게 세력이 전무한 2황녀 진영에 합류하면서 우리가 처리할 일의 수준이 높아지고 그만큼 부담도 늘어났다.

    그래서 당연히 백작보다 더 높은 직위를 줄 것으로 생각했다.

    적어도 1황녀보다 좋은 대우를 예상했고 그게 지금의 결과물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2황녀를 황제로 올려놓았기에 얻을 수 있는 달콤한 과실.

    지금 마리아 가르시아가 한 번에 공작을 제안한 것은 내게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공작 정도의 작위를 제안하지 않았으면 이쪽이 서운했을지도?

    “일단 받을까요?”

    재중이 형에게 고개를 돌려 물어보니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말하면 입 아프지. 유일한 공작이다. 아니지. 지금 같으면 세 명인가. 일단 유저 중에서는 최초겠네. 전 서버 최초.”

    전 서버 최초 공작이라.

    어감이 나쁘지 않아.

    그동안 한 일들의 종착지로는 꽤 괜찮은 보상이었다.

    “수락할게요.”

    《 축하합니다! 주호 님이 가르시아 제국 공작에 선정됩니다! 》

    《 이 시간 이후 반역을 저지르거나 황제가 직위를 해제하지 않는 이상 가르시아 제국 공작 작위가 유지됩니다. 》

    일단, 반역만 아니면 된다는 건가?

    그리고 마리아 가르시아가 나를 내칠 이유는 딱히 없으니까 이쪽에서 칼을 거꾸로 잡지 않는 이상 공작 작위는 유효하다고 봐야 했다.

    공작 작위가 활성화되자 왼쪽 가슴에 공작을 상징하는 하얀 색 날개 휘장이 새로 생겨났다.

    신기해서 건드려봤는데 아이템과는 다르게 그냥 적용되는 모양.

    이젠 누가 봐도 공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때 추가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그것도 머리 위로 뜨는 알림이.

    설마 이런 것도 알려주는 거냐?

    《 유저 주호가 가르시아 제국 공작 작위에 위에 선정되었습니다! 》

    짧은 시스템 메시지.

    그러나 이 메시지가 주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바로 채팅창이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미친. 공작이라고?

    -이거 실화냐?

    -말도 안 돼!

    -와, 대박 났네.

    -2황녀를 밀었다고 공작 자리를 얻네?

    -아무리 그래도 한 번에 공작?

    -원래 남작이었음. 불가능하진 않을 듯?

    -그러게. 아무것도 없는 황녀를 황제로 만들었으면 저 정도는 받아야지. 내가 황제라도 주겠다.

    -와씨, 개부럽네.

    -누군 남작도 못 돼서 이 고생인데…….

    -그냥 전부 건너뛰고 공작임?

    -ㅇㅇ. 그딴 거 없음.

    -완전 출세했네.

    -이래서 줄을 잘 잡아야 함.

    -말은 바로 하자. 2황녀 해골물이라고 신경도 안 쓸 때는 언제고.

    -긁지 않은 당첨 복권인 줄 알았겠냐?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눈 딱 감고 2황녀한테 설걸.

    -ㅋㅋㅋㅋ넌 그래도 영따리임.

    -저건 기적임, 기적!

    놀랍다는 반응과 시기와 질투어린 독설이 주를 이루었다.

    “유명 인사 다 됐군.”

    재중이 형의 놀리는 말에 그저 웃음만 보였다.

    여기저기서 아는 사람들의 귓말이 빗발치긴 했는데 지금은 이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서 일단 다 묻어두었다.

    그 와중에 마리아 가르시아의 양 옆에 시립해 있던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의 표정이 꼭 불만이 서린 것 같았다.

    아마 자신들과 같은 공작이 되었다는 사실이 두 공작을 불편하게 만든 건가?

    하지만 마리아 가르시아의 명에 의해 결정된 일이라 대놓고 뒤엎거나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고.

    앞으로 같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벌써 이러면 쓰나.

    조만간 이쪽과 친밀도를 올려봐야겠는데?

    친밀도를 올릴 방법은 이미 몇 가지 구상을 해둔 상태.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여도 2위인 재중이 형의 보상도 이어졌다.

    《 유저 불멸이 가르시아 제국 백작 위에 선정되었습니다! 》

    역시 똑같이 시스템 메시지가 서버 전체에 울렸다.

    서버 최초라서 그런 건지 아님 백작 이상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같은 길드에서 공작과 백작 모두 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까?

    물론, 재중이 형은 다소 불만이 있어 보였고.

    “난 왜 백작이냐?!”

    그 말에 전사 형이 웃으면서 재중이 형을 놀렸다.

    “억울하면 기여도 1등 하셨어야죠.”

    “쳇, 내가 테인 공작을 상대하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보였다.

    다들 저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아니까 같이 웃을 수 있었고.

    아마 내가 3황자를 죽이지 못했다면 재중이 형이 공작 위에 올랐을 것이다.

    재중이 형은 1황자를 죽였으니까.

    그리고 또 한 명.

    《 유저 챠밍이 가르시아 제국 백작 위에 선정되었습니다! 》

    이번엔 챠밍이 깜짝 놀라 우리를 바라봤다.

    “제가요?”

    나와 재중이 형은 확실한 전과가 있어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챠밍까지 작위를 받을 줄은 생각을 못 했었다.

    그것도 백작 위를.

    그때,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생각해 보면 챠밍 기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다들 생각해 봐.”

    “제국 궁에 떨어졌죠.”

    “그래, 2황자, 4황자, 5황자는 일단 챠밍이 다 잡은 걸로 나올 거야. 물론 셋 다 세력이 약하니까 큰 상관이 없었겠지만, 만약 1황녀까지 챠밍이 잡은 걸로 책정됐다면?”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 있네요.”

    1황녀가 1황자나 3황자에 비해 세력이 약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베스트 3인 안에는 들어갔다.

    제국 궁이 무너졌든 직접적으로 죽였든 1황녀를 챠밍이 잡았다고 판단한다면 백작 위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기여도 1위를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

    핵심이 1황자와 3황자여서 기여도가 좀 밀렸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

    “그리고 물릴 것도 아니잖아?”

    재중이 형이 챠밍을 보면서 웃자 챠밍도 따라 웃었다.

    “네, 받을 거예요.”

    그렇게 챠밍도 수락을 하자 한 길드 안에 무려 공작과 백작을 합쳐 셋이나 나와 버렸다.

    현재 다른 길드에는 남작 한 명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엄청난 격차이기도 하고.

    아마 1황자나 3황자, 1황녀 중에 누군가가 황제가 됐다면 남작만 수십 명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길을 우리가 원천 봉쇄해 버렸다.

    “여럿이 나눠 먹기 보다는 우리가 다 먹는 편이 좋지.”

    그리고 논공행상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임시방편일 뿐.

    작위야 이 자리에서 마리아 가르시아가 준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보상은 제국으로 돌아가야 받을 수 있으니까.

    『 제국으로 돌아가겠어요. 』

    마리아 가르시아의 말에 그동안 눌러앉아 있던 용의 던전을 드디어 벗어날 수 있었다.

    * * * * *

    돌아오는 길은 너무 쉬웠다.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이 근접거리에서 호위를 했고 수없이 많은 제국 병사가 사방을 에워싸면서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접근조차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러면 유저들이 아무리 날고뛰어도 상황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개를 돌려 거점이 있는 방향을 잠시 바라보니 챠밍이 궁금한지 물어보았다.

    “그쪽은 왜요?”

    “아, 거점. 일단 소유권이 해원한테 넘어갔으니까.”

    “으음, 그럼 이제 돌려받아야겠네요?”

    챠밍이 밝게 웃으면서 말하자 나도 같이 웃어주었다.

    “그래, 조만간.”

    지금은 잠시 맡겨둔 것일 뿐.

    중간에 몇 번의 저격 시도가 있었지만 시도에 그치기만 했다.

    테인 공작이 있는 이상은 절대 무리지.

    그 뒤로 쭉 안전하게 돌아온 제국 궁과 거리는 온전히 복구가 되어 있었다.

    여길 부수고 나온 것이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뚝딱인가?

    아마 황위 쟁탈전이 끝나면서 자동으로 복구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마리아 가르시아가 거리를 지나가자 성대한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거리 곳곳마다 꽃이 날리는 광경이란.

    처음 보는 거리 풍경에 유저들도 나와서 구경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렇게 마리아 가르시아가 제국 궁에 완전히 들어가는 것으로 복귀 임무가 완료되었다.

    챠밍처럼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떨어뜨려서 제국 궁을 반파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마리아 가르시아를 노릴 수 있는 유저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드래곤이 남아 있기는 해도.

    굳이 지금의 위치를 포기하고 드래곤을 끌고 올 필요가 있을까?

    드래곤을 끌고 온다는 것 자체가 반역 행위니까.

    “다들 고생하셨어요.”

    “수고했어요.”

    “캬, 정말 해냈다.”

    챠밍, 막내별, 전사 형을 비롯해 다 같이 수고 인사를 나눈 뒤 곧장 제국 궁 안으로 들어갔다.

    전과 확실히 달라진 점은 남작 때와는 다르게 귀족 작위를 가진 NPC들 모두 빠짐없이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걸 본 막내별이 감탄했다.

    “와, 전에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던데 지금은 다 숙이잖아요?”

    “정말 그렇네.”

    아마 이 궁 안에서 내게 하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 않을까?

    황제만 제외한다면.

    그만큼 위세가 높아진 것을 느끼면서 새로운 황제를 알현했다.

    남은 보상을 마저 받기 위해서.

    그동안 못 받고 넘어간 보상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대놓고 보상을 달라고 말하기엔 황제라는 관계가 있어 잠시 기다렸다.

    이미 시스템이 엉망이 되어버려서 황제가 줘야만 받을 수 있는 묘한 상황이 되기도 했고.

    그렇게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황제의 제단 위에 앉아 있던 마리아 가르시아가 말을 꺼냈다.

    『 주호 공작. 약속했던 것을 주겠노라. 』

    처음 황제 위에 올라 다소 긴장한 표정과 예쁘장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대를 하는 모습이 미묘한 불균형을 일으켰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마리아 가르시아가 손을 펼치자 바로 옆 대신들이 보상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동시에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들.

    《 돌발 퀘스트 : 가르시아 제국 방어전(특급). 》

    《 돌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 드래곤을 퇴치하거나 제거.

    《 돌발 퀘스트 : 가르시아 제국 방어전(특급). 》

    《 돌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 가짜 황제를 퇴치하거나 제거.

    《 보조 퀘스트 : 레비아탄 제거. 》

    《 보조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 레비아탄을 퇴치하거나 제거.

    시원시원해서 좋네.

    마리아 가르시아를 택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단 보상은 전부 인벤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 외에도 우리 팀 모두 각자 자신들의 기여도에 맞는 보상을 챙겨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뒤 재중이 형이 내게 눈짓을 했다.

    미리 이야기 해두었던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맡겨둔 거점. 엎어버리러 가야지.”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허락해줄까요?”

    “너라면?”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말했다.

    “지금껏 황제님을 노린 모험자들이 지금 거점에 모여 있습니다. 처단할 수 있도록 제국의 병력을 쓸 수 있겠습니까?”

    아마 직위가 낮은 상태였다면 황제에게 말도 꺼내지 못했겠지만.

    공작이니까.

    그리고 황제의 검이었으니까 이런 발언이 가능했다.

    내 말을 들은 마리아 가르시아가 의외로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정해진 법칙을 어기고 참가한 모험자들에게 철퇴를 내릴 것을 허락한다. 원하는 만큼 병력을 이끌고 가 거점을 함락하라. 그리고 루젠 공작이 함께 가도록. 』

    역시.

    깔끔하다니까.

    아예 최강의 포인 루젠 공작을 붙여주었다.

    그렇게 거점이 일단락되려는 때 마리아 가르시아가 완전히 예상 밖의 말을 꺼내 들었다.

    『 주호 공작, 차라리 새 영지는 어떤가? 』

    영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조금 어리둥절 하는 내게 마리아 가르시아가 미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명을 내렸다.

    『 내 주호 공작에게 어울리는 새 영지를 부여하겠노라. 』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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