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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89화 (482/1,404)

#489화 유일한 계승자 (1)

가르시아 제국 1황자인 테른 가르시아가 사망했다는 시스템 메시지는 곧 서버 전체로 퍼졌다.

그러자 채팅창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1황자가 죽었어?

-지금 장난하는 거지?

-진짜 죽었다고?

-미친, 방금 1황자 진영 해체됐음.

-아니, 1황자가 갑자기 왜 죽은 거야?

-이게 말이 돼?

-그럼 1황자 진영은?

-끝난 듯.

-와, 아직 황위 쟁탈전 시작도 못 해봤는데.

-대체 왜 1황자가 벌써 죽어?

-우리 이제 보상 못 받는 건가?

-하아, 망했다.

당황.

어이없음.

황당함.

채팅창을 가득 채운 글은 전부가 그랬다.

2황자나 4, 5황자가 죽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

채팅창이 1황자의 죽음으로 도배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면 충분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전체 서버 유저 중 1황자 진영을 지지하는 인원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었다.

가장 유력한 황제 후보.

그렇기에 유저들은 보상이 좀 적더라도 확실한 길을 택했다.

물론 그 결과.

단체로 통수를 거하게 맞고 말았다.

우리가 1황자를 죽이는 바람에.

<주호> 결국 해냈네요.

<불멸> 아아, 고생 좀 했어. 기사단 진짜 빡세더라.

<주호> 고생하셨어요.

<불멸> 덕분에. 시간 잘 끌었다. 테인 공작이 있었으면 절대 못 잡았을 거다.

<주호> 아, 맞다. 지금 테인 공작 그리로 달려가는 중이에요. 이속이 빨라서 순식간에 도착할 건데.

<불멸> 튀란 소리지?

<주호> 네, 수룡화를 사용했는데도 겨우 버텼어요. 형 말고는 아마 상대가 안 될 거예요.

<불멸> 알았다. 에휴, 3황자하고 1황녀도 찾아야 하는데.

<주호> 아, 그쪽도 문제였죠.

<불멸> 일단 빠진다.

<주호> 네, 저도 여기서 빠질게요!

어차피 1황자가 죽은 이상 테인 공작을 계속 추격하는 일은 무의미했다.

바로 걸음을 멈추고 주변 상황을 살폈다.

돌아서 나오려면 이쪽 복도인가…….

메테오 스트라이크 두 발에 황궁이 반파되면서 복도 대부분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나마 멀쩡한 두 곳의 복도 중 하나로 테인 공작이 달려갔고.

다른 쪽은 우리 팀이 빠져나와야 했다.

마중을 나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옮기는데… 시스템 메시지가 또 울려 퍼졌다.

《 가르시아 제국 1황녀 에일린 가르시아가 사망했습니다. 》

《 황위 계승자가 사망한 1황녀 진영이 해체됩니다. 》

《 1황녀 진영에 속한 모든 유저의 소속이 변경됩니다. 》

《 1황녀 진영에 속한 모든 NPC의 소속이 변경됩니다. 》

1황녀가 죽었어?

왜?

아니지,

애초에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졌을 때부터 1황녀는 죽었어야 했다.

메시지가 늦었을 뿐.

살긴 했지만, 다른 이유에서 1황녀가 죽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건물이 무너져 화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던가.

혹은 3황자에게 죽었을 수도 있고.

이쪽은 좀 비약이 심하려나.

황제 쟁탈전이 일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했다.

서로 칼을 들고 싸우는 그림은 아니야.

그럼 역시 메테오 스트라이크이려나.

결국,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영향에 의해 죽었다고 보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1황녀가 죽자마자 역시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에일린이 정말 죽었어?

-진짜? 또 죽었다고?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러다 황족들 다 죽는 것 아닌가?

-아, 안 돼! 우리 여신님이!

-여신 같은 소리 한다. 진영 가입비는? 진영 가입비 겁나 많이 가져갔는데…….

-에? 님들도 가입비 냄?

-ㅇㅇ. 엄청나게 요구하던데? 군자금이라던가?

-기여도 올려준다고 해서 우리도 가져다 바쳤는데.

-미친… 이래서 외모만 보고 끌려가면 안 된다니까.

-개꿀ㅋㅋㅋ.

이거 반응이 좀 애매한데?

채팅창이 난리가 난 것은 맞지만 전과 다르게 쉬쉬, 했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불멸> 크크, 아 깬다. 1황녀 이거 뭐냐.

<주호> 그러게요. 대놓고 유저들에게 삥 뜯은 것 같은데.

<불멸> 기여도 올려준다는데 안 줄 수도 없고. 그 여자 대단하긴 하네.

<주호> 설마 황족이 돈 뜯어 갈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우리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솔직히 몰랐는데.

아마 우리가 드래곤이나 레비아탄을 잡았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대응했으리라 생각했다.

전력으로 치면 우리가 돈을 내가면서까지 1황녀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었기에.

<불멸> 원래 있는 것들이 더 해.

<주호> 하하, 아무튼 잘됐네요. 수고를 덜어서. 이 화염 속에 1황녀를 찾아다니려면 정말 고생했을 거예요.

<불멸> 아아, 그렇지. 안 그래도 테인 공작이 눈 시퍼렇게 뜨고 우릴 찾고 있을 텐데 말이야. 지금은 다른 복도 타고 빠져나가는 중이다.

<주호> 그럼, 제가 일단 이쪽에서 마중 나가볼게요. 중간에서 합류해요.

<불멸> 아냐, 그냥 빠져나가. 아직 3황자가 안 죽었다. 황궁에 있을 수 있어, 그러니까 나가서 보자 조심하고!

<주호> 네, 조심할게요. 좀 있다 봐요!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황궁이 전투 상황이라 판단되는 건지 몰라도 현재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억지로 접속을 끊으면 말 그대로 몸뚱이만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 된다.

그럼 죽어서 템을 떨어뜨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겠지.

그 상황은 무조건 피해야 했다.

아니, 운이 좋아 템을 안 떨어뜨리는 정도로 끝난다고 치더라도 내 쪽은 절대 죽으면 안 되지.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고 있는데 죽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였다.

그런 이유로 절대 난 죽을 수 없다.

마중 나가는 것은 취소.

곧장 다른 복도를 따라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발을 내딛는 순간 묘한 이질감이 내 감각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응?

이건?

테인 공작과 싸우면서 한층 올라와 있던 감각이 지금도 죽지 않고 주변의 보이지 않는 건너편의 변화를 내게 계속 알려주던 중이었다.

그런 감각에 걸린 무언가.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는 커다란 진동이 아닌 뭔가 자잘한 진동이 동시에 여러 개가 울렸다.

참, 전사 형이 나보고 인간 레이더라더니.

그 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네.

미니맵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보다 내 쪽이 더 상황 파악을 잘할 지도 모른다.

이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내 쪽이 훨씬 유리하지.

진동이 울리는 쪽으로 감각을 집중시키자 곧 어떤 일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 접근 중인가?

테인 공작?

아니,

이건 완전 반대편 복도라 테인 공작이 이쪽에 있을 리는 없고…….

거기다 테인 공작은 갑옷을 입고 있어서 움직일 때 나는 소리도 소리지만 무게 자체가 달랐다.

발걸음 자체가 묵직하게 바닥을 누르는 진동이 있는데 반해 지금 이 진동들은 꽤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가볍다고는 하지만 여성은 아니고…….

남성?

그리고 이건 경갑보다 가벼운데?

그런 조건들이 머릿속에 들어오자 바로 퍼즐이 맞춰졌다.

3황자!

저쪽 진영이 분명 마법사 진영이라고 했었지.

발자국이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도 로브의 무게 때문일 테고.

숫자는…….

대략 다섯.

아니 여섯인가?

3황자 한 명과 주변을 따르는 마법사 다섯이라고 봐야 했다.

혹은 다른 누군가일 수 있겠지만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파괴력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부 마법사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주호> 형, 3황자 찾은 것 같아요.

<불멸> 뭐? 거리는?

<주호> 아까 테인 공작과 싸우던 복도 옆 통로요.

<불멸> 수는?

<주호> 여섯인데 다 마법사 같아요.

<불멸> 마법사 여섯이라… 3황자 세력이 별로여도 황궁 마법사 다섯이면 부담인데.

<주호> 어떻게 할까요?

<불멸> 우리가 갈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어?

<주호> 아뇨, 이대로 가면 곧 빠져나갈 것 같아요. 저 속도면 길어봐야 몇 분 안에 황궁을 빠져나가겠죠.

<불멸> 아, 그러면 이쪽에서 못 가. 전속력으로 달려가도 늦어.

재중이 형 쪽에서는 지원이 올 수 없다.

결국 나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지어야 한다.

그리고 내겐 시간이 없고.

지금 확실하게 판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3황자가 빠져나가면 정말 답도 없는 상황이 올 테니까.

1황자도 그렇지만 3황자에 붙어 있는 길드가 어마어마했다.

반면, 우리 쪽 진영은 딱 네 개 길드.

우리 쪽 연합 사람들이 일당백이라고는 해도 정면에서 붙으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

특히 내가 접속을 하지 않는 시점에서의 싸움이 문제였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메테오 스트라이크로 한 방에 다 해결하려고 했는데 3황자가 빠져나가면 경우의 수가 진짜 복잡해진다.

무조건.

여기서 마무리한다.

우리끼리 다 해먹으려면!

<주호> 혼자 해볼게요.

<불멸> 이거 매번 무리만 시키네.

<주호> 상황이 이러니까요.

<불멸> 절대 죽지 마.

<주호> 네, 한 몸 정도는 잘 빼낼 수 있어요.

이미 미친 난이도의 테인 공작과도 붙어봤는데 3황자가 대수일까.

물론, 테인 공작에 버금가는 마법사가 있다면 이야기가 꽤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있었다.

내겐 르아 카르테가 있으니까.

15강의 유일 아이템 대미지.

대인 피해 70%에 치명타 대미지만 550%다.

일단 터뜨리기만.

황자 따윈 한 방이지.

드래곤 슬레이어는 용족을 상대할 때는 최강이나 이런 상황에서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나중에 맵을 싹 뒤져서 대인 전용 유일 아이템을 다시 구해야 할지도.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NPC 무리를 관찰했다.

다른 NPC에게 안 들키고 한 방에 치고 나오려면…….

역시 이쪽인가?

인벤에 고이 모셔둔 아이템을 하나 꺼내 들었다.

『 +0 미스트윙 하트 / 안개화 유지 시간+5 / 풍속성+20% 』

유지 시간이 길지 않아도 상관없다.

딱 한 방.

라이덴 하트에서 미스트윙 하트로 변경하고 난 뒤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 안개화! 】

지금 내가 아는 스킬 중에서 시선을 끌지 않고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안개화를 쓴 뒤 흐려진 신체로 조심스럽게 3황자의 뒤를 밟았다.

그렇게 얼마나 다가갔을까.

거의 3황자 무리의 뒤에 붙었을 무렵 갑자기 한 늙은 노인이 뒤를 확 돌아보면서 뭔가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역시.

테인 공작에 버금가는 뭔가가 있었어.

다른 NPC는 눈치도 못 챘는데 유일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너무 늦었다.

내 몸은 벌써 3황자의 뒤통수를 향해 진격하고 있었으니까.

특히 드래곤 부츠의 이동 속도 증가 옵션 덕분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거기다 수룡화가 아직 풀리지 않는 것도 있었고.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거리가 확 줄어들었다.

【 대쉬! 】

거기다 스킬까지 붙으니 3황자의 코앞까지 붙는 데는 찰나에 불과했다.

당황한 3황자가 뒤를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 어어?! 』

너도 대마법사는 아닌가보구나.

이 정도에 당황해서 어버버할 정도라니.

그때, 노인 NPC가 벌써 마법을 완성시키고 내게 처음 보는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염 줄기들을 날려 보냈다.

역시 이 노인 NPC가 있어서 메테오 스트라이크에서도 아직 3황자가 살아 있었어.

위력은 안 봐도 뻔하겠고.

곧장 수룡화에 내장된 아껴둔 스킬 하나를 꺼내 들었다.

【 스케일 미러! 】

일부지만 레비아탄이 쓰던 스킬을 수룡화 상태에서 쓸 수 있다.

바로 왼팔의 비늘들이 방패처럼 세워지면서 하나의 방패와도 같은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화염 마법을 고스란히 튕겨내 노인 NPC에게 그대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노인 NPC가 자신의 화염 마법을 막는다고 시선이 끌린 순간.

바로 르아 카르테를 3황자의 목으로 휘둘렀다.

【 더블 크래쉬! 】

캬갸각!

캬각!

그때, 3황자의 목에 걸린 보석 목걸이가 번쩍이면서 더블 크래쉬를 막아내면서 내 몸을 멀리 튕겨냈다.

그리고 목에 걸린 보석 목걸이에서 빛이 사라지면서 부서졌다.

스킬을 막아내는 악세인가?

저것 때문에 몸이 뒤로 튕겼지만 곧장 자세를 잡았다.

뭐 상관없지.

넌 여기서 죽는다.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3황자의 목을 향해 휘두르면서 스킬을 발동했다.

【 용격! 】

콰아아!

곧장 드래곤 슬레이어에서 용격이 뻗어 나가 3황자의 몸을 그대로 쓸면서 밀고 나갔다.

『 아, 안 돼! 』

그렇게 용격에 쓸린 3황자가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후, 드디어!

다 잡았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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