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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78화 (471/1,404)

#478화 드래곤 슬레이어 (3)

세기말이나, 종말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운석 낙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죽을 때까지 절대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 가상이긴 하지만 일어나고 있었다.

“세상에!”

“와… 미친!”

“진짜? 레알? 실화라고?”

“하, 게임에서?”

“다들 튀어!

그나마 전사 형의 활약으로 잡혀가던 질서 역시, 곧바로 깨져 버렸다.

유저들은 혼비백산이 된 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막는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 하는 중.

운석으로 인해 이미 드래곤의 존재는 다들 잊은 듯했고.

설마하니 정말 운석을 떨어뜨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저걸 막으려면 드래곤의 스킬 시전을 캔슬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운석이 떨어지는 중이라 캔슬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당장 드래곤에게 큰 타격을 입혀 캔슬시킬 만큼 강한 스킬이 없기도 하고.

레비아탄 무기에 내장된 수룡탄 정도면 가능하겠지만 캔슬 시킨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었다.

“캔슬 실패하겠죠?”

“아아, 그렇지. 이미 떨어지고 있으니까.”

재중이 형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당장 살길을 찾아 눈을 돌렸다.

빠르게 이곳저곳을 훑으면서 뭔가를 확인하더니 이내 판단을 내린 듯 우리를 바라봤다.

그때, 전사 형이 급하게 달려와 외쳤다.

“제가 막아보겠습니다.”

브레스도 막았으니 혹시 저것도 가능하려나?

전사 형의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뭐래, 너도 한 방이야. 다 같이 죽게?”

“으음… 역시 그렇습니까?”

“안 돼. 저거 최소 브레스보다 강할걸? 지상에 있으면 무조건 죽어.”

“건물 지하로 숨으면 어떻습니까?”

나르샤 누나가 손가락으로 이미 무너져 버린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제국성.

아마 이곳에서 가장 단단하고 안전한 건물에 속할 테지만 브레스 한 방에 무너졌다.

다른 말로 하면 어지간한 건물들은 브레스로 다 박살이 난다는 소리고.

결론적으로 브레스보다 강하다고 생각되는 운석에 그냥 다 무너진다는 말이 된다.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지?”

“하하, 안 되겠네.”

잔해만 남은 제국성을 본 전사 형이 머쓱한지 나르샤 누나를 보고 웃기만 했다.

재중이 형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벌써 가까이 다가온 거대한 운석.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운석이 완전히 떨어질 것이다.

“지하 깊숙한 곳이 있으면 괜찮겠지만 당장은 무리고…… 그럼 역시 하나밖에 없나?”

그러면서 바로 썬더볼트를 꺼내 들었다.

재중이 형이 탈것을 꺼내는 것을 보자마자 모두 지체 없이 탈것을 소환했다.

“최대한 날아올라!”

“가죠!”

결국 살길은 공중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우리만은 아닌지 지상 곳곳에서 유저들이 탈것을 소환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상에서 서로 밀치고 제국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 전부 탈것을 소환해서 날아올랐다.

운석이 떨어지는 와중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날아오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나와 재중이 형의 썬더볼트가 가장 높게 날아오르고 그 뒤로 우리 팀의 레서 드래곤들이 뒤를 이었다.

충분한 고도까지 올라가야지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오늘 따라 썬더볼트가 왜 이렇게 느린지.

더 빨리!

아직 충분히 고도를 높이지 못했는데 이미 운석은 우리들 사이로 떨어져 내려 지상에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앙!!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빛과 함께 아래서부터 강렬한 열 폭풍이 굉음을 동반하여 밀려 올라왔다.

“큭! 다들 꽉 잡아라!”

폭발 소리에 재중이 형의 외침이 곧 묻혔고, 후폭풍으로 탈 것들이 미친 듯이 흔들리면서 제어를 잃으면서 사방으로 형편없이 튕겨 날아갔다.

도저히 썬더볼트의 자세를 제어할 수 없어 그냥 꽉 붙들고 있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무슨 마법이!

레비아탄의 물기둥과 견줄 정도의 압력과 폭발, 그리고 열기까지 더해지자 체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높게 올라왔는데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만약 지상에 있었으면 그냥 다 죽었다고 보면 된다.

재중이 형의 하늘로 날아오르는 판단은 신의 한 수였다.

어느 정도 폭발에서 밀려 나오자 썬더볼트의 제어가 서서히 먹히는 것이 느껴졌다.

억지로 썬더볼트를 뒤집으면서 겨우 자세를 잡고 뒤를 보자 재중이 형과 우리 팀 모두 기동력을 조금씩 회복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일단 다 살았네.

조금만 주저했다면.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아래는 폭발의 여파로 검붉은 폭발 구름과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제국의 한 구역이 형태를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녹아 사라진 모습이란…….

내려다보이는 모든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며, 대부분의 것이 불길에 녹으면서 불지옥을 연상케 했다.

이미 가르시아 제국성의 지도가 바뀔 정도의 타격이 들어갔다.

유저들은 어디?

공중을 둘러보자 판단을 빠르게 한 유저들은 겨우 폭발을 벗어나 살아남았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한발 늦었는지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늦은 건가?

탈것의 기동력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 같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많이 살아 있는 편이 좋을 텐데…….

이쪽은 아쉬움이 있었다.

어느새 옆으로 날아온 재중이 형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미친. 제국을 통째로 녹여 버렸잖아?”

“정말 그러네요.”

그러더니 바로 안색을 굳혔다.

“이거 드래곤을 너무 우습게 봤어. 이 정도 전력이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 정도까지 규격 외 네임드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쪽수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간다.

아무리 몰려 있어도 이런 운석 한두 방이면 게임이 끝나 있을 테니.

전사 형과 우리 팀 모두 어느새 날아와 우리 옆에 섰다.

그리고 전사 형이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말했다.

“안 막길 잘했군요.”

“그대로 꽈악, 눌렸을지도?”

농담인 것처럼 들려도 농담이 아니니 무섭네.

어떻게든 저 운석을 해결해야…….

그런 생각을 하는데 폭발이 어느 정도 걷히면서 내려다본 지상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걸 본 챠밍이 의아한 듯 물었다.

“……드래곤은요?”

응?

미처 생각 못 한 것 하나.

너무 운석과 폭발에 시선이 가 있어서 그런지 드래곤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먹고 있었다.

분명히 마법진을 돌리면서 지상에 있었는데…?

“흩어져서 빨리 찾아!”

뭔가 불안감을 느낀 재중이 형이 외치는데 멀리서부터 유저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끄악! 드래곤!”

“저리 가!”

“빨리 튀어!”

운석의 폭발로 넓은 범위로 퍼진 분진과 수증기 사이로 드래곤의 커다란 실루엣이 잠시 보였지만, 이내 유저들의 탈것을 물고는 금세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혀를 찼다.

“칫, 이런 환경은 저 녀석이 원하는 대로야.”

공중전.

그것도 속도가 가장 빠른 드래곤의 공중전이다.

거기다 유저들의 시야까지 극도로 제한되어진 환경.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유저들과 달리 우리를 환하게 볼 수 있는 드래곤에게 지금 우리들은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공중에서 단순하게 붙어서는 게임도 되지 않는다.

산 넘어 산이네.

드래곤이 보이지 않자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아씨, 안 보여!

-겨우 폭발 피해 올라왔더니 드래곤이냐!

-드래곤 위치 제보 바람.

-어딨는지 말하면 아냐?

-뭐가 이렇게 빠른 거야!

애초에 드래곤을 제대로 상대해본 적이 없던 유저들이라 혼란은 배가 되었다.

아니, 상대를 해보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최악의 상황임이 틀림없다.

“다시 내려가요?”

“아니, 지상에 내려가면 체력이 다해서 죽을 거다. 불길이 줄어들질 않아.”

근처에 착지할 만한 곳 모두가 불바다였다.

다른 말로 지상에서 싸우기에는 불리하다는 말이기도 하고.

결국은 공중에서 어떻게 싸우던지.

아니면…….

전사 형이 주변 상황을 계속 살펴보더니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이탈합니까?”

어지간해서는 상대를 하겠지만 지금 상황은 모두에게 부담이 되었다.

전사 형의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나를 바라봤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 이놈은 아직 죽으면 안 되니까.”

역시 유일 템들이 걸리나…….

위력이 있는 것만큼 제약도 많다.

그렇다고 이렇게 물러나긴 아쉽지.

모처럼 드래곤과의 싸움이다.

“할 수 있는 것까진 하죠.”

“방법은? 찾기도 힘든데? 심지어 피어도 감췄어. 아주 작정하고 숨어서 다니네.”

지금도 드래곤이 시야 바깥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유저들을 학살하는 중이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곧 우리에게도 닥칠 일이고.

“잠시만.”

그러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어둠 영역 속에서도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못할 것은 없겠지.

눈을 감으니 서서히 몸에서부터 뭔가가 빠져나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 같은 감각들.

공기가 밀려서 파동처럼 밀려오는 그 감각이 하나씩 모여서 내게 정보를 계속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마치 그림이 그려지듯 유독 거대하게 느껴지는 파동과 흐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손을 들어 안개 속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 드래곤이 나타나서 유저를 물고 사라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하아, 이 괴물. 완전 레이더네. 레이더.”

전사 형이 감탄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드래곤에게 한 방 먹일 생각을 했다.

“챠밍, 레비아탄에게 얻은 스킬 중에 제일 강한 것 있지?”

“아, 그건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괜찮아. 준비해줘.”

“네, 알았어요!”

원거리에서 드래곤을 확실히 눌러버릴 수 있는 스킬은 몇 안 된다.

그중에 하나를 챠밍이 가지고 있으니까.

곧 챠밍이 스킬 하나를 영창하며 차징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동안 내 감각은 계속 드래곤을 쫓았다.

유저들이 질러대는 고함 속에 평정이 깨질 법도 했지만 계속 집중을 유지했다.

집중해.

놓치는 순간 이쪽이 게임 오버다.

그런데 갑자기 드래곤이 우리 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저쪽에서 와요.”

내 말에 모두 흠칫하면서도 드래곤을 막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웨폰 기술을 걸고 레비아탄 롱보우를 강하게 당기더니 화살을 연속해서 보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계속 날려댔다.

쇄액!

쇄액!

터엉!

터엉!

키에엑!

몇 발은 날아오던 드래곤에 맞았는지 쇠가 튕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의 외침도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수룡탄! 】

레비아탄 롱보우에 내장된 수룡탄까지 화살에 실려 날아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퍼엉!

키에엑!

그러더니 드래곤이 수룡탄에 맞았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꺾어서 빠져나가 버렸다.

공격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덤볐는데 의외의 공격에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관통이 통했나 보네?”

나르샤 누나의 순발력 덕분에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레비아탄 보우 자체가 드래곤 상대로 관통에 특화되어 있으니까.

수룡탄이 제대로 먹힌 것도 한몫했고.

“언니, 고마워요. 덕분에 시간을 벌었어요.”

그 사이 챠밍이 완전히 차징을 하고는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파랗고 거대한 세 개의 마법진이 돌아가는 현 최강의 마법.

챠밍에게서 뻗어 나오는 파란 빛이 영롱하기까지 했다.

마치 여신의 그것과 같은.

“오빠, 어디로 쓰면 돼요?”

“기다려.”

그러고는 챠밍의 옆에 바싹 붙어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고는 다시 드래곤이 접근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번엔 복수를 하기 위한 건지 커다란 입을 쩌억 벌리면서 브레스를 입에 머금고 우리에게 날아왔다.

“지금!”

내가 신호를 하자 챠밍에게서 엄청난 풍압이 터져 나오면서 스킬이 시전되었다.

【 아쿠아 브레스! 】

레비아탄이 쓰던 최강의 마법.

그것이 지금 챠밍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쿠아아아!

그렇게 새파랗고 강력하게 응축된 한 줄기의 브레스가 완벽한 궤적으로 안개를 뚫고 날아가더니 드래곤의 정면으로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 대기를 흔들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됐어요!”

챠밍 뿐만 아니라 모두가 환호를 질렀다.

아쿠아 브레스가 미처 피하지 못한 무방비 상태의 드래곤에게 정확히 들어갔으니까.

좋다.

임기응변이지만 확실히 드래곤에게 타격을 주었다.

다만.

이걸로는 절대 드래곤을 끝내지 못한다.

회복을 하면 또다시 운석을 떨어뜨리거나 다른 방법으로 살아나 공격을 할 터.

결국은 이쪽도 모험을 걸지 않으면…….

“형! 스피어 좀 빌릴게요!”

내가 급한 눈빛으로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두말하지 않고 스피어를 내게 넘겨주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바로 썬더볼트를 몰아 빠르게 균형을 잃고 추락하려는 드래곤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입이 쩍 벌려진 상태로 추락하는 드래곤의 밑으로 날아가 드래곤의 입안으로 완전히 뛰어들었다.

여기서 스피어를!

위아래로 닫히려는 드래곤의 입을 재중이 형에게서 빌려온 스피어로 찍어서 박아 넣자 입이 더 이상 닫히지 못하고 중간에 걸려버렸다.

부르르 떨리는 스피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데 다행히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얼마 뒤 나를 따라온 전사 형에게서 놀란 외침이 들렸다.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어, 이 미친놈아!”

그런 전사 형을 보며 씨익 웃으며 곧장 르아 카르테를 드래곤의 입천장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었다.

준비는 끝.

“이젠 저만 잘 버티면 되겠죠?”

어디 니가 먼저 죽나, 내가 먼저 죽나 해보자.

드래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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