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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46화 (439/1,404)
  • #446화 연합 낚시 (2)

    드레이크.

    최소 엘리트급이라 생각할 수 있는 녀석.

    보통 일반 잡몹과 엘리트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비교당하는 부분은 체력.

    일반 잡몹과 달리 어지간히 패서는 죽지도 않는다.

    그리고 다수의 유저가 모여서 한 마리를 잡기 버거우면 보통은 엘리트라고 따로 지칭을 한다.

    우리는 잡몹처럼 잡았지만…….

    거점 주변에 우르르 몰려왔던 드레이크를 우리가 한 번 싹 녹여놨기에 띄엄띄엄 리젠되는 녀석들을 달 길드와 치맥 길드 유저들이 나서서 상대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는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대미지가 거의 안 박힌다, 혹은 빡세다.

    드레이크의 외부 장갑이 워낙 단단해서인지 일부 고강 타격 계 무기를 빼고는 제대로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건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이 겪었던 딱 그 상황과 같았다.

    말라버린 숲이 가르시아 제국과 가장 가까운 사냥터여서 그런지 거기서 얻은 템 수준으로는 용의 대지에서 제대로 된 사냥이 되지 않았다.

    스칼렛이 인상을 팍 구기고는 내게 걸어왔다.

    “정말 안 박히네요.”

    어차피 한 마리씩 띄엄띄엄 날아드니까 연습해보라고 가만히 둔 건데 그 드레이크 한 마리에 길드 하나가 통째로 밀리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나마 아로하가 급소를 노려가면서 겨우 대미지를 주고 있었는데 덕분에 어그로는 아로하에게 집중되어 탱커가 의미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 있네.

    주변 사람들에 비해 너무 뛰어나서 생기는 일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스칼렛이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쉽진 않죠?”

    “대체 여기서 무슨 수로 사냥을 한 거예요?”

    스칼렛이 한껏 궁금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곧 내가 들고 있는 두 개의 검을 바라봤다.

    투명에 가까운 하얀색의 르아 카르테.

    그리고 용의 뼈를 갈아 만든 것 같은 형태의 드래곤 슬레이어.

    둘 다 전 서버를 통틀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외형과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스펙은 전혀 알아볼 수 없겠지만 외형만 보고도 완전히 다른 무기라는 것은 눈썰미가 좋은 스칼렛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게 그 유명한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인가요?”

    “유명한가요?”

    뭐 한 번씩 10강 이상으로 지르면서 서버 내 광고를 하기는 했는데 어차피 옵션 비공개라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템이야 워낙 종류가 많고 이름도 다양하니까.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강이라는 것만 빼버리면 조금 특이한 무기가 될 뿐이다.

    “옵션이 안 나온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관심의 대상이죠. 요즘 커뮤니티 안 들어가 보시죠? 커뮤니티에서는 한참 난리였는데. 사실 저도 엄청 궁금해요. 그 속이 어떤지.”

    스칼렛이 본인의 붉은 입술을 핥으면서 내 두 개의 검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끙.

    이 사람도 한 재력 했었지. 아마.

    판다고만 하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을 것 같다.

    “뭐 그냥 옵션 좀 많이 달린 검이죠. 그 이상은 노코멘트.”

    “알아요. 알아. 비밀이라는 거. 값비싼 물건은 그만큼의 비밀이 있는 법이죠.”

    의외로 포기가 빠르네.

    그때, 스칼렛이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사실 그 검들 생각 외로 너무 주목받고 위험한 물건이에요. 주호 씨가 죽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아이템 욕심이 많거든요.”

    그 사람들?

    “가까이 접근하는 길드는 조심하세요. 그쪽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니까. 제 입장에서는 요기까지.”

    묘한 멘트네.

    앞으로 뭔가 접근할 것이라는 위험한 발언만 남기고 스칼렛이 입을 다물었다.

    스칼렛의 말 덕분에 없던 경각심이 생겨났다.

    조심하자는.

    지금부터는 같은 필드에서 꽤 많은 길드와 얽히게 될 터.

    확실히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

    그렇다고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걸 걱정할 정도라면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도 않았겠지.

    “일단 정리는 좀 할게요. 점점 쌓여가네요.”

    달 길드와 치맥 길드에서 드레이크를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해 새로 리젠 되어 날아오는 드레이크까지 자꾸 쌓이기 시작하자 결국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웨폰 기술을 걸고 난 뒤, 달려나가 드래곤 슬레이어로 다리와 관절 부분의 급소를 찍고 지나갔더니 크리티컬이 터지며 드레이크가 그 자리에서 바로 주저앉았다.

    “미친…….”

    “단 한 방에?”

    “와, 대미지 오지네.”

    “이 정도로 격차가 난다고?”

    압도적.

    길드 하나가 통째로 달려들어도 사방팔방 날뛰면서 제어가 안 되는 드레이크를 한 번에 눌러버렸다.

    저들과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날뛰고 있던 드레이크를 전부 다 바닥에 눕히고는 달 길드와 치맥 길드 유저들에게 말했다.

    “뒤는 알아서 정리하세요.”

    이들도 계속 드레이크와 싸워가면서 적응을 해야 한다.

    지나친 개입은 좋지 않을 터.

    딱 이 정도가 좋다.

    최강 길드 사람들도 드레이크를 상대로 연습을 하고 있었고.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이 중심을 잡아주자 저쪽도 어느 정도는 밀리지 않고 드레이크를 밀어내었다.

    장비만 좀 해결해주면 확실히 자리를 잡겠네.

    일단 방어구는 드레이크를 잡아서 드레이크 셋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무기.

    이건 아마도 브랜디슈 쪽으로 가야겠지.

    어차피 그쪽으로 볼일도 있고.

    그렇게 사람들이 사냥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는데 전사 형이 다가왔다.

    “문제가 생겼어.”

    “네? 무슨?”

    “물약.”

    “물약 상인 NPC 말하는 거죠?”

    “어, 물약 리젠이 너무 안 되네. 한 번에 사버리니까 바로 동나는데?”

    “흐음, 확실히 문제네요.”

    앞으로 오는 사람들을 감당하려면 역시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이대로는 계속 물약이 부족할 것이다.

    결국은 돈.

    이 거점에 어느 정도 투자하느냐가 거점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겠지.

    그럼 역시 다른 길드들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용의 대지로 유저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오네요.”

    산맥의 지름길 터널은 이곳 거점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미리 거점의 위치를 알려주었기에 어디선가 헤매다가 오는 그런 경우는 생기지 않았다.

    다수의 유저가 터널을 나오자마자 곧장 거점을 향해 다가와 일단 귀환지 설정부터 하는 모습이 보였다.

    “헤에, 여기 완전 시골이잖아?”

    “정말 뭐가 없군.”

    “여기 정말 안전한 건 맞아요?”

    “흠, 완전 허허벌판인데.

    “여기서 사냥해야 한다고?”

    물론, 오자마자 불편을 토로하는 유저도 상당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주변부터 살피면서 정비를 하는 유저들도 보였고.

    미리 사냥을 하던 최강, 달, 치맥 길드 유저들도 사람들이 도착하자 은근히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을 보였다.

    스칼렛에게 듣기로 저쪽 말라버린 숲에서 본격적으로 붙지는 않았지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경쟁자들이었다고 했지.

    아마 악마형 케르베로스와 드래곤이 나타나서 깽판을 치지 않았다면 꽤 재밌는 그림이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점차 길드와 사람들이 몰려들자 최강 길드에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재중이 형이 돌아왔다.

    “호오, 이제 도착했나 보네.”

    “네, 좀 전부터 도착했어요.”

    어차피 별로 관심이 없어서 길드 목록에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았는데 보아하니 어중이떠중이들은 아예 부르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실력 위주로 부른 건가요?”

    온 길드들을 보면 딱 그럴 것 같은데….

    내 질문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답변했다.

    “아니.”

    “아니에요?”

    “어, 전혀.”

    “그럼?”

    “돈.”

    그 말에 나도 역시 웃어버렸다.

    역시 형답다.

    “제대로 뽑아먹을 만한 녀석들을 불러야지.”

    “아니라고 말은 못 하겠네요.”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실력 정도는 되면서 특히 돈이 많은 길드만 불러 모은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련 역시 헤라 길드원들을 데리고 산맥을 넘어왔다.

    “우리가 좀 늦었네.”

    늦었다고는 하지만 여유 있는 모습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재중이 형이 그런 화련을 보더니 내게 말했다.

    “여왕님의 행차라… 화련은 네가 알아서 챙겨라. 네 손님이잖아.”

    그러더니 날 앞으로 떠밀었다.

    끙. 이런 건 별로 안 하고 싶은데.

    “그래서 이렇게 불러 모은 이유가 뭐야? 그냥 소꿉장난하자고 부른 건 아닌 것 같고.”

    화련이 앞으로 나온 날 보자마자 대뜸 물었다.

    “아, 그게….”

    큰 손인 화련에게 거점에 대한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때 누군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어?

    쟤는 대체 왜 여기 있어?

    “아, 잠시만요.”

    “급한 일이야? 나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

    “생각 외의 상황이 생겨서. 잠깐만 둘러보고 계세요.”

    “흥, 그럼 볼일 보고 다시 연락해.”

    화련에게 양해를 구하자 화련이 헤라 길드원들을 데리고 바로 귀환석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러자 바로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불렀다.

    “형, 쟤는 왜 불렀어요?”

    손가락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러자 재중이 형도 그 녀석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해원이네? 쟤는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분명히 목록 중에 해원은 빼놓았는데.

    돈이 아무리 많다고는 해도 저쪽은 우리와는 같이 갈 수는 없는 존재였다.

    벌써부터 피곤하네.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인간이 등장하자 주변에 모인 길드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적대 길드인 몇몇 길드도 하나같이 해원을 노려보는 모습까지.

    저놈과 원수를 진 인간이 한둘이어야지.

    그때 갑자기 뭔가가 머릿속을 훅, 하고 지나갔다.

    이거.

    재밌는 그림이 나오지 않나?

    바로 재중이 형을 보고는 말했다.

    “형, 거점. 경매에 부치는 건 어때요?”

    “뭐? 갑자기 무슨?”

    그러고는 바로 눈짓으로 해원을 가리켰다.

    “오호라… 너, 진짜. 사악하긴 하네.”

    “저놈을 보자마자 갑자기 생각났어요. 괜찮겠죠?”

    “내가 반대할 이유는 없지. 좋아, 한 번 해봐.”

    그러고는 차차 몰려드는 길드들을 모두 한 자리에 끌어모았다.

    애초에 이렇게 하기로 연락을 다 해놔서 그런지 다들 아무 동요 없이 사장님과 우리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모여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모인 이유는…….”

    원래는 단체 투자 설명회가 되려고 했는데 누구 한 명 때문에 계획이 확 바뀌었다.

    바로 거점 경매로.

    거점을 설치하는 것은 작위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단순히 넘기는 거라면.

    굳이 작위가 없어도 된다.

    어차피 거점을 뺏고 뺏기는 그림이 나와야 하기에 그런 시스템인 것 같은데 이러한 점은 우리에게 큰 이득을 줄 것이다.

    현재 거점 설치는 오직 나만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들은 그간 유적지를 봐와서 그런지 이 거점이 얼마나 큰돈이 될지 알고 있다.

    아니라고 하면 이 자리에 이렇게 기다리고 있지도 않겠지.

    다들 눈으로 봤다.

    이 거점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앞으로 사람들이 더 모이면 지금보다 더 견고해질 거고.

    저들 눈에는 거점이 정말 황금알을 낳는 닭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사람들이 누군가 한둘 손을 들기 시작하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사장님이 미리 집어 넣어둔 바람잡이들이지만 그걸 알 길은 없지.

    그렇게 가격이 끝없이 올라가자 결국 세 사람이 남았는데 화련, 해원,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이 경쟁을 하다가 결국 화련과 해원 두 사람만 남았다.

    역시 화련.

    돈으로는 절대 안 밀리지.

    그래도 큰손 보호 차원에서 화련에게 귓말을 넣었다.

    <주호> 거기까지 하시죠?

    <화련> 왜? 한참 불붙었는데! 쟤한테는 지기 싫어.

    무섭네.

    정말 이대로 놔두면 우주 끝까지 갈 생각으로 보였다.

    <주호> 지는 게 이기는 겁니다. 그리고 재미도 있을 거고요.

    이 말을 알아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분명히 말렸다.

    판단은 화련의 몫.

    잠시 고민을 하던 화련이 가격을 더 올리려다가 그만 손을 내렸다.

    <화련> 칫, 아쉽네.

    <주호>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화련이 너무 진지하게 가준 덕분에 가격이 미친 듯이 폭등해서 오히려 고마운 기분까지 들었다.

    바람잡이로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 화련을 보던 해원이 입가에 미소를 잔뜩 짓고는 크게 웃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가진 승자의 그런 웃음인가?

    “너도 역시 나한테는 안 돼.”

    화련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억지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화련> 정말 재미없기만 해봐. 그냥 너도 엎어버릴 거야.

    <주호>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아마, 굉장히 재밌을 겁니다.

    “거점 내놔.”

    해원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어깨만 으쓱했다.

    그렇게 엄청난 가격을 해원에게 받아내고는 곧장 거점을 인계해주었다.

    곧장 해원이 시스템으로 방어벽을 크게 올리고, 방어 NPC들을 잔뜩 불러내기 시작했다.

    역시 통이 크다니까.

    우리가 하지 않은 방법이기는 해도 저러면 당분간은 방어가 된다.

    그리고 세금을 맥스까지 바로 올려 버렸다.

    돈 들인 만큼 최대한 뽑아먹겠다는 생각.

    그래, 한동안 행복한 꿈을 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화련> 기분 나빠, 저거 그냥 놔둘 거야?

    <주호> 설마요. 돈 좀 더 쓰라고 딱 며칠만 기다려 봐요. 어차피……

    <화련> 그게 무슨 소리야?

    화련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주호> 어차피 한 방이니까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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