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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45화 (438/1,404)

#445화 연합 낚시 (1)

드래곤 슬레이어가 2단계로 올라간 다음에야 다시 경험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옵션 중 용종을 흡수하는 옵션이 브랜디슈를 잡아야 하는 쪽으로 변경되었기에.

“이제 오르네요.”

그러잖아도 드래곤 슬레이어가 경험치를 몽땅 가져가는 바람에 미안했는데 그런 미안함을 좀 덜게 되었다.

그렇게 거점을 향해 계속 날아오는 몇 마리의 드레이크를 빠르게 정리한 뒤 활성화된 거점을 살피러 갔다.

아직까진 귀환석만 홀로 서 있는 형태.

귀환석에 손을 가져다 대자 몇 가지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 거점 『 신화 』 로 귀환지 설정을 하시겠습니까? 》

시스템이 뜨자마자 바로 YES를 눌렀다.

지금까지는 몬스터를 끌어들이려는 용도로 만들어서 굳이 귀환지로 설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부서질 용도로 만들기도 했고 멀지 않은 곳에 안전한 드워프 지하 왕국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오직 이 거점에서만 귀환지 설정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다른 유저가 근처에 거점을 세우지 않는 이상.

독점적인 거점이 될 테지.

그리고 손님맞이를 하려면 적어도 이 거점이 박살 나지 않고 계속 버텨줘야 한다.

내가 귀환지 설정을 하자 우리 팀도 차례대로 귀환지 설정을 마쳤다.

이쁜소녀가 귀환지 설정을 하고 난 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쁜소녀의 말이 정답인 것은 혹시라도 죽으면 저 멀리 있는 가르시아 제국까지 귀환이 되어버린다.

오가는 길이 몇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정말 못한 짓이지.

이곳을 찾아 나서는 유저들도 그런 부담을 잔뜩 안고 있을 것이다.

“거점이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쯤 되겠군?”

전사 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딱 저 표현이 맞겠네.

주변에 온통 엘리트급 몬스터가 바글바글한테 이곳은 유저들에게 좋은 피신처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러려면 미리 준비를 더 해놔야 한다.

그동안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던 거점 설정에 들어갔다.

“역시 유적지하고 비슷하네요.”

유적지의 주인일 때 하던 옵션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다만 완벽하게 차이가 나는 한 가지가 존재했다.

백지상태.

거점을 운영하는 모든 것을 다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점.

“전부 손봐야겠어요.”

방벽 설치, 토지, 건물, 방어병력, 기타 NPC 영입 등등.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다 돈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휘유, 이거 까딱 잘못하다가는 파산하겠는데?”

재중이 형이 옆에 와서 가격을 살펴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일단, 이곳 거점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방어 병력 NPC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방어 병력 NPC를 구입하려고 하니까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가격.

이건 미친 거 아냐?

정도껏…….

전사 형도 같이 살펴보더니 가격이 왜 이런지 유추해냈다.

“여기 사냥터 등급이 높아서 그런가? 이건 무슨 한여름의 해수욕장 바가지도 아니고…….”

전사 형의 투정에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비싸긴 해.

그리고 분명 좀 무리를 하면 가능하다.

한 번 세워두고 계속 쓸 수 있을 테니까.

일단 몇 명만 해봐야 하나?

방어 병력을 위해 선택을 하려는 순간.

재중이 형이 내 손을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그래도 몇 명은 필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여길 지켜줄 병력 정도는 필요하겠지. 그런데 만약 드래곤이라도 나타나면?”

드래곤이라는 말에 다들 안색이 싹 변했다.

드레이크 정도면 모르겠지만.

“이해했어요!”

아무리 방어 병력을 화려하게 준비해놔도 어차피 드래곤이 뜨면 끝이다.

딱 한 방.

그 브레스가 터지면 거점이고 뭐고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몇 가지 필요한 것은 준비를 했다.

이를테면.

《 잡화상인 『 에이미 』를 영입합니다. 》

《 물약상인 『 루 』를 영입합니다. 》

:

《 창고상인 『 벨 』을 영입합니다. 》

기본적으로 필요한 NPC.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거점을 이용하려면 NPC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어디서 데려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돈만 지불하면 배치는 되었다.

상인들도 이름이 많아서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었는데 조금씩 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을 봐서는 뭔가 다를 수도 있으려나.

아마 개별적인 능력에 차이가 나는 모양인데…….

그중 가격이 높은 NPC는 높아도 너무 높아서 일단 적당한 가격의 NPC부터 영입했다.

NPC를 영입하자마자 우리 주변으로 잡화 상인인 에이미와 물약 상인이 루가 동시에 소환되었다.

마지막으로 창고 상인 벨까지.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적당한 위치로 옮겨가 좌판을 깔고는 장사를 준비했다.

“건물을 지어줘야 할까요?”

“으음, 일단 지켜보자.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면 그때 해도 늦진 않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장장이.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어줄 수 있는 대장장이의 존재는 중요했다.

이건 우리에게도 필요한 NPC이기도 했고.

제작 재료를 계속 모아와도 정작 무기나 방어구로 만들 수 없다면 쓸모가 없으니까.

챠밍이 대장장이 목록을 보면서 궁금한 듯 내게 물었다.

“아, 맞다. 드워프 왕은 어떻게 됐을까요?”

“글쎄다. 죽지 않았으려나?”

드워프 지하 왕국이 망하고 난 뒤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

중요 NPC는 죽어도 곧 살아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과거 로가슈 왕국에서도 국왕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을 봐서는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가서 퀘스트를 해야 하니까.

일부 특수한 퀘스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퀘스트는 모든 유저에게 열려 있다.

그걸 통째로 못하게끔 계속 막아둘 것 같지도 않고.

이쪽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당장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문제니 당분간은 그냥 두는 편이 좋았다.

대장장이를 설정하니 이번엔 다른 NPC들과 다르게 인간이 아니었다.

“대장장이 목록에 드워프가 뜨네요.”

전사 형이 그걸 보고는 놀라워하면서 물었다.

“호오, 그래? 이곳 근처가 드워프 지하 왕국이라 그런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이 드워프 대장장이도 가격대가 다 달랐다.

비싼 녀석들은 한도 끝도 없이 비싸고, 싼 녀석들은 그냥저냥 쓸 만한 정도.

그리고 가장 비싼 NPC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은색으로 블록이 되어 있었다.

이건 뭐지?

당장 쓸 수 없는 녀석인가?

어차피 못 쓰는 쪽은 놔두고.

“좀 비싼 녀석으로 할까요?”

“일단 중간으로.”

옆에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의 말에 가격이 중간쯤에 걸려 있는 드워프를 영입했다.

《 대장장이 『 타만 』을 영입합니다. 》

그러자 거대한 덩치의 드워프가 소환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그대로 우리를 보고 구경만 했다.

“이거 대장간이 없으면 활동을 안 하는 건가?”

전사 형의 추측에 어쩔 수 없이 대장간을 하나 구입했다.

다만 구입하고 난 뒤,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하루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하아, 돈 정말 많이 깨지네요.”

단순히 NPC 몇 명을 구해서 집어넣고 건물 하나를 올리는데 벌써 엄청난 돈이 깨져 버렸다.

이것도 적당한 급의 NPC들을 구해서 그렇지.

그 이상으로 골랐으면 절대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방벽.

설명에 거점을 둘러싸는 방벽이 있어야 이곳 주변을 안전지대로 만들 수가 있었다.

방벽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다.

다만.

그에 따른 하르 소모도 늘어나고 설치비용도 장난이 아니었다.

크기를 조정하는 것도 문제.

너무 넓으면 돈이 엄청나게 깨질 것이고.

너무 좁으면 이곳을 찾은 유저들이 전부 들어오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돈이 차곡차곡 쌓이기만 했는데 이 거점은 그야말로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이 모양이라니….

그간 돈은 충분할 정도로 많이 벌어두었다.

재중이 형도 그간 모은 돈이 적지 않았고.

이건 전사 형이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다만 여차하면 거점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드래곤 때문에 이 거점은 언제 어떻게 날아갈지를 모르니까 투자하기가 굉장히 껄끄러웠다.

“…그냥 때려 칠까요?”

내 농담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모두 잘 안다.

드래곤 슬레이어 때문에라도 여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럼 결국은 돈을 써야 한다는 말이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가…….”

난처한 내 모습에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항상 저렇게 고민을 하면 답을 내어주던데 이번엔 어떨지.

모두의 시선이 재중이 형에게로 향했다.

재중이 형의 생각에 앞으로의 진행 방향이 바뀔지도 모른다.

“흐음, 일단 목적은 그 녀석이란 말이지.”

그러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보았다.

틀리진 않지.

이렇게 돈을 써가면서 거점을 유지하려는 것도 다 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키우기 위함이다.

재중이 형이 뭔가 결심이 섰는지 의견을 꺼내놓았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괜찮은 방법 있어요?”

“어,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 거점이 어차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지?”

“그런 셈이죠.”

아마 그간의 경험으로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제부터 걷는 세금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투자하는 만큼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는 말.

문제는 그 시간이 얼마만큼인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

“그럼, 그 리스크를 좀 줄여보자고.”

“네? 그게 무슨?”

그때 옆에서 전사 형이 뭔가 눈치챈 듯 손뼉을 쳤다.

“형님, 혹시 다른 연합을 끌어들일 생각이신 겁니까?”

“오, 전사. 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역시 눈치가 빨라.”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리스크를 줄인다는 말의 뜻을.

재중이 형이 추가로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일단 장밋빛으로 가득한 낙관적인 예측은 접어두자. 이곳 거점. 분명히 박살이 날 거다.”

재중이 형의 확신에 가까운 예측에 모두가 침을 삼켰다.

“그러니까 다른 연합을 끌어들이자는 거다. 분명 나누는 몫은 줄어들겠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투자할 돈도 줄어든다?”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우린 이쪽으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어.”

“괜찮네요. 어차피 목적은 드래곤 슬레이어니까요.”

확실히 저렇게 되면 우리의 부담이 확연하게 줄어든다.

거기다 이 방법에는 장점이 더 있었다.

“단순히 부담만 줄이자는 건 아니죠?”

“그래, 자기들 돈이 들어가면 설렁설렁하긴 힘들지. 음, 그리고 이건 기우이긴 하지만 석연찮은 부분도 있고.”

“그게 무슨?”

“이번 드래곤. 너무 노골적이었지?”

“아니라고 하면 좀 그렇죠.”

인위적인 느낌적인 느낌.

굳이 그 시점에 드래곤이 둥지를 나올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럼, 과연 다른 연합이 우르르 껴 있는데도 노골적으로 구는지 한번 보자고.”

* * * * *

일단은 거점을 벗어날 수가 없어서 드레이크를 사냥하면서 기다렸다.

가장 먼저 사장님을 비롯한 최강 길드, 달 길드, 치맥 길드가 신화 거점에 속속 도착했다.

어차피 달 길드, 치맥 길드는 산맥 아래 지름길을 알고 있었으니까.

사냥이 가능해졌다는 말을 하자 전부 같이 넘어왔다.

스칼렛이 우리 거점을 보더니 감탄을 했다.

“기어코 이곳에 거점을 만들었네요.”

“과정이 꽤 버라이어티했죠.”

내 말에 스칼렛이 주변을 둘러봤다.

“예전에 여기서 용종에 쫓겨 도망간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네요. 그보다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미 설명은 충분히 했다.

오면 귀환지만 달랑 있을 거라고.

뭐 말로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지.

“그래서 들으셨죠?”

“아, 투자요? 저희야 나쁘진 않죠. 새 거점에 한 발 담그고 있으면.”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는 드래곤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 미리 이야기를 다 해주었다.

이쪽은 같은 연합이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발 걸치겠다고 나섰다.

“장비를 미리 밀어주겠다는데 거절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충분히 당근을 제시했고.

안정적인 사냥만 가능하다면 장비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사실 달 길드와 치맥만 끼워도 버틸 수야 있겠지만 잘못됐을 경우 우리 연합의 전력만 깎여나가는 거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서 통로의 정보를 사준 고마운 고객(?)님들이 용의 대지에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슬슬 약을 좀 팔아볼까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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