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40화 (433/1,404)

#440화 용맥 (4)

“앗! 오빠!”

칠흑의 용아병에게 직격타를 맞고 바닥을 구르자 챠밍이 깜짝 놀라 나를 불렀다.

요즘 들어 어지간하면 몬스터에게 맞아서 쓰러질 일이 없었는데 내가 쓰러지니까 놀란 것 같았다.

대체 저런 몬스터가 어디서 튀어나와서는.

움직이려고 했지만, 경직 때문에 계속 몸이 멈칫거렸다.

이 상태에서 원래 수준으로 몸이 풀리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만약 필살기 급의 공격을 허용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스턴에 걸려 꼼짝도 못 했을지도.

어느새 달려온 챠밍이 내게 계속 힐을 걸어주었다.

“괜찮아.”

그리고 내가 쓰러져 있는 동안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이 바로 뛰어들어서 나와 칠흑의 용아병 사이를 막아섰다.

“오래는 못 버틴다.”

“커버하는 동안 몸 풀어.”

칠흑의 용아병이 연속으로 휘두르는 브랜디슈 때문인지 전사 형이 연신 뒤로 튕겨 나갔고 다시 재중이 형이 중간에 커버하는 순간이 반복되었다.

재중이 형도 라이데인으로 계속 틀어막고는 있는데 공격력 차이가 제법 나서 힘겹게 버텨내는 것이 보였다.

“형들! 그놈 공격 흘리니까! 조심해요!”

“뭐? 몬스터가?”

“그래서 튕겨 나간 거냐?”

‘흘린다’는 말을 듣자마자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의 대처가 바로 바뀌었다.

재중이 형이 전사 형에게 크게 외쳤다.

“주호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싸워. 완전히 붙지 말고. 휘두르는 자세에서 들어가면 바로 당한다.”

“네,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나와 대련을 자주 했던 두 사람이라 당황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 미친 것 아냐?

무슨 몬스터가…….

유저의 공격을 흘리는 거지?

말이 쉽지 이 기술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걸 몬스터에 적용했다는 건가?

그동안 전사 형은 악을 쓰면서 녀석을 막아냈다.

최소한의 공격과 철저한 방어로 녀석에게 대처했다.

역시.

전사 형.

아예 몰랐다면 힘들었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치가 안정적인 탱킹으로 이어졌다.

재중이 형은 라이데인으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시선을 끌어주는 역할을 했고.

그러면서 라이데인으로 한 번씩 녀석의 브랜디슈와 부딪쳤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각도를 틀어가면서 녀석을 관찰하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불안정해, 다행인가?”

재중이 형이 반대로 틀어내면 그건 또 반응을 못 하고 정면에서 부딪치기 일쑤였다.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인가?

칠흑의 용아병이 온전한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정말 모르고 당했기에 제대로 당한 것이었고.

“이놈 아직 데이터가 더 필요한 모양이다. 완벽하진 않네.”

그걸 알자 재중이 형이 좀 더 공격적으로 녀석의 허리와 다리를 찍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벌써 적응을 다했나 보네.

이쁜소녀도 어느새 달려들어서 재중이 형이 빠진 공간을 빠르게 채웠다.

그리고 한 번씩 빈틈이 생길 때마다 강하게 데몬 배틀 액스를 내려쳤는데 그때마다 용아병이 아이기스를 기울여서 배틀 액스의 날을 흘렸다.

설마 방패 기술까지?

완성도 차이는 있었지만, 확실히 방금 이쁜소녀의 공격을 흘려냈다.

저러면 타격이 잘 안 들어가지.

본래라면 쾅쾅거리면서 나는 이펙트 음이 지금은 캬가각, 거리면서 갈리는 소리만 났다.

그걸 제일 잘 아는 것은 역시 이쁜소녀였고.

저 정도 차이라면 아예 손맛 자체가 다르다.

“아! 진짜!”

이쁜소녀가 눈을 찡그리더니 완전히 자세를 바꿔서 녀석에게 치고 들어갔다.

발을 딛는 위치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마치 엇박자로 움직이자 그걸 대처하는 칠흑의 용아병의 움직임도 동시에 바빠졌다.

과연 방패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반응을 하는 거지?

이쁜소녀가 움직임에 혼동을 주고 데몬 배틀 액스로 내려치는 순간 아이기스가 기울어지면서 이쁜소녀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다.

그러자 그걸 본 이쁜소녀가 자세를 한껏 움츠리며 배틀 액스를 정지시켰다가 반대 방향으로 배틀 액스를 쳐올렸다.

쾅!

빙고.

당장 몬스터에게 적용시키긴 했는데 전사 형이 하는 것만큼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 하는 것 같았다.

“됐어요!”

이쁜소녀가 좋아하면서 연속으로 공격을 하다가 이번엔 브랜디슈와 데몬 배틀 액스가 정면으로 부딪쳤는데 이쁜소녀가 바로 뒤로 튕겨 나갔다.

불안정해도 네임드는 네임드.

칠흑의 용아병이 워낙 공격력이 높아서 스치든 정면으로 맞든 우리 쪽이 튕겨 나가는 것은 여전했다.

한 번씩 맞부딪칠 때마다 체력이 줄줄 새는 것도 마찬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풀리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바로 검을 바닥에 찍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이제 떨어져 있어.”

“네, 무리하지는 마요.”

“응, 알았어.”

내 체력을 온전히 다 채워준 챠밍이 뒤로 멀어지자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에 경직되어 풀려버린 웨폰 기술들을 다시 걸었다.

【 트리플 캐스팅! 】

【 라이트 웨폰! 】

【 라이트닝 웨폰! 】

【 아쿠아 웨폰! 】

추가로 더.

【 시간의 서! 】

【 트리플 캐스팅! 】

【 포이즌 웨폰! 】

【 다크 웨폰! 】

적어도 웨폰 기술들을 통째로 걸지 않으면 공격력에서 녀석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최대한 조심해서.

평소처럼 무턱대고 치고 들어갔다가는 아까 같은 상황이 다시 오게 될 것이다.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이 모두 튕겨 나간 사이 바로 칠흑의 용아병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내게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이쁜소녀가 후방에서 슬라이딩하며 뛰어들어 데몬 배틀 액스로 칠흑의 용아병의 뒷다리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이얍!”

하지만 반응속도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칠흑의 용아병이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것으로 이쁜소녀의 공격을 피하면서 몸을 틀어 브랜디슈를 바닥으로 내려찍었다.

이쁜소녀가 놀라 급하게 바닥을 굴러서 피했고.

역시 네임드.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일반 몬스터와 다르게 확실히 공격을 해냈다.

물론, 이쁜소녀 덕분에 내 쪽이 완전한 프리 상태가 되었다.

한 번 이쁜소녀에게 공격을 한 탓인지 내가 휘두르는 르아 카르테에 대한 반응이 한 박자 늦어졌다.

그리고 그만큼 안으로 파고들어서 르아 카르테로 녀석의 허리를 강하게 긁고 지나갔다.

까아앙!

마치 쇠로 후려치는 것 같은 반탄력이 손에 느껴졌다.

동시에 오색의 웨폰 효과가 모두 터지고 크리티컬을 포함 관통까지 터져 녀석의 허리가 크게 휘어져 튕겨 나갔다.

됐나?

이 정도라면 일반 몬스터는 무조건 경직인데.

네임드에게도 통하려나?

녀석과 교차하며 고개를 돌려 확인하려는 순간 내 눈앞으로 브랜디슈가 곧장 휘둘러지는 풍압이 전해졌다.

바로 허리를 비틀면서 데몬 블레이드로 녀석의 브랜디슈를 위로 쳐올렸다.

카앙!

그리고 내 몸이 충격에 튕겨 그대로 밀려났다.

설마 이 정도까지?

내가 한 방에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에게 경직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칫.

관통이 분명 통했을 텐데…….

왜 끄떡도 없는 거지?

그리고 느낌상 이 녀석.

악마형도 아니었다.

악마형 특유의 넘실거리는 검은 기운이 없으니까.

그럼 데몬 블레이드의 악마형 추가 대미지 옵션은 소용이 없었다.

이건 나 말고도 우리 팀도 마찬가지.

전사 형이 다시 붙는 동안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이 녀석 관통 면역인 거 같은데?”

“네? 그게 무슨?”

“저 갑옷.”

재중이 형이 칠흑의 용아병이 입고 있는 빈틈이 전혀 없는 갑옷을 가리켰다.

“바깥에 입고 있는 저 갑옷 자체가 추가로 방어를 하는 모양이다. 관통을 해봐야 갑옷 방어력 정도만 긁어낼 수 있는 것 같다.”

“빡세네요.”

“저 갑옷을 다 부숴버리지 않는 이상은 관통 대미지도 무용지물이야. 거기다 우리 무기들은 악마형 피해 대미지라 잘 먹히지도 않고.”

역시 재중이 형도 알고 있었다.

지금 무기 수준으로는 저 녀석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적어도 저 녀석의 방어에 상응하는 다른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은 단순히 치고받는 싸움만 하고 있는데 저 네임드가 스킬을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 정말 어려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산 넘어 산인가.

가장 큰 문제는…….

“남은 시간이 없죠.”

“그렇지.”

슬슬 몬스터들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몬스터뿐만이 아닐 테고.

“크아아아아!!”

그런 그때 갑자기 굉음이 들려오며 지하의 공동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우리의 몸도 동시에 부르르 떨려댔고.

이 압도적인 존재감은…….

“녀석이다.”

“설마 벌써 온 건가요?”

“아아, 이거 난감한데.”

말라버린 숲에서 난장판을 칠 것이라 생각했던 녀석이 유저들을 무시하고 다시 날아올 줄이야.

우리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우리를 당황하게 했다.

“이동속도 하나는 정말 끝내주네.”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전사 형과 한참 싸우고 있는 용아병을 쳐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저걸 상대할 시간은 없지. 타임 오버다. 튀자.”

확실히 칠흑의 용아병도 상대하기 힘든데 드래곤까지 가세하면 여기서 뼈를 묻게 될 것이다.

이러려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닌데.

아쉬운 기분이 계속 들었다.

뭔가 방법이 없나?

그렇다고 너무 오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난가?

혹시나 몰라서 생각해두었던.

“형, 전에 그거 써먹어야겠어요.”

“흐음, 여기서 써먹어야 하나.”

내가 하려던 것이 뭔지 아는 재중이 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막내별에게 급하게 말했다.

“막내별, 잠시만 녀석 붙잡아!”

“네?! 아! 네!”

막내별이 바로 스킬을 시전하더니 칠흑의 용아병에게 날렸다.

【 그라운드 핸즈! 】

이 스킬이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잠시만 시간만 벌어주면 된다.

스킬이 시작되자 바닥에서 검은 손들이 잔뜩 올라와서 칠흑의 용아병의 다리를 잡고 바닥으로 끌고 들어갔다.

“다들 안으로 뛰어!”

그러자 전사 형을 시작으로 챠밍, 이쁜소녀 할 것 없이 모두 칠흑의 용아병을 돌아 넘어 일렁이는 벽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동안 칠흑의 용아병이 앞을 지키고 있어 들어갈 수 없었지만 녀석이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은 다르다.

다 뛰어 들어가자 순간 주변 풍경이 확 변해버렸다.

그리고 울리는 시스템 음.

《 드래곤 레어 보물 창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칠흑의 용아병은 여기를 지키던 파수꾼이었나?

그럼 저 정도의 네임드라는 것이 설명이 된다.

물론, 여기에 드래곤까지 상대했어야 했고.

난이도가 아마 수백 배는 더 올라갔을 터.

시선을 돌리자 그동안 보던 대전과는 다른 길게 뻗어 있는 수백여 개의 방이 보였다.

다 철문으로 잠겨 있고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의 방들이 쭉 늘여져 있어 눈을 어지럽게 했다.

“아까 여기 들어왔을 때는 경향이 없었지만…….”

재중이 형은 살짝 맛만 보고 다시 돌아왔었지.

“시간이 없어. 움직이자.”

재중이 형이 먼저 앞장서자 우리도 따라 가장 가까이 있는 철문 앞으로 뛰었다.

그러자 시스템 음이 바로 떠올랐다.

《 보물 창고 중 하나만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

“역시 이곳이 보상이었나? 랜덤으로 뽑아가라는 거군. 자자, 모두 하나씩 뽑아. 드래곤하고 용아병 돌아오면 이것도 없어.”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다.

막내별이 붙잡아둔 것도 이제 풀릴 때가 다 되었으니까.

“끝에서 보자.”

그렇게 모두 길게 쭉 늘어진 방을 향해 달려나갔다.

방을 하나하나 지나치면서 각자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하더니 곧장 열고 들어갔다.

솔직히 랜덤이라 어디를 들어가도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쭉 달리다가 갑자기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응?

방금 뭐지?

분명히 손이 떨렸는데?

손을 보니 르아 카르테를 쥐고 있던 손가락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으음…….

이거?

떨림이 줄어들자 달려 왔던 방향을 거슬러 돌아갔다.

그러자 손의 떨림이 계속 커져 왔다.

그렇게 따라가다가 가장 떨림이 커지는 한 철문 앞에 서버렸다.

“……여긴가.”

왜 이 녀석이 떨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랜덤이라면.

이 녀석의 선택에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조심스럽게 철문을 여니 르아 카르테가 더욱 격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뭔가가 있어.

그대로 철문을 밀고 들어가자 방의 바닥 전체가 용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용맥이 왜 여기에?

고개를 들어 안을 보니 용맥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뭔가가 주변 용맥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고는 마치 홀리듯 무심결에 용맥 속으로 뛰어들었다.

《 용맥으로 인해 체력이 깎입니다. 》

《 용맥으로 인해 체력이 깎입니다. 》

계속 시스템 음이 들려왔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 한 손으로 녀석을 잡았다.

그리고 추가로 들려오는 시스템 음에 몸 전체로 전율이 흘렀다.

《 축하합니다! 유일 아이템 【 +0 드래곤 슬레이어 】를 획득하셨습니다! 》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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