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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06화 (399/1,404)

# 406

#406화 제국으로 (2)

《 가르시아 제국이 맵에 등록됩니다. 》

그런 시스템 알림과 함께 맵과 미니맵의 모든 정보가 가르시아 제국으로 변했다.

몇 번의 지름길을 거쳐 겨우 도착한 도시를 보자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대륙에 와서 처음 보는 도시라 더 반갑기도 하고.

솔직히 망한 대륙인가 싶을 정도로 넓기만 하고 도시를 찾을 수 없었다.

유저의 지도에 보이지 않는 그런 곳.

이 근처에 오지 않았다면 찾지 못할 그런 곳.

제국이라…….

확실히 규모 면에서 전에 보던 그 어떤 마을이나 도시보다 월등히 컸다.

그리고 효율적인 방어를 위해 산맥에 도시를 건설했고.

아니, 이건 아닌가?

어차피 하늘에서 공격하는 녀석이 한둘이 아닌데 지형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드레이크나 레서 드래곤만 해도 위치만 알고 있다면 언제든 이곳을 공격할 능력이 되었다.

여기에 자리를 잡은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

그때 또 다른 시스템 음도 같이 들려왔다.

《 메인 퀘스트 : 한계를 넘어서. 》

- 퀘스트 보상

『 레벨 제한 해제. 』

《 가르시아 제국의 발견으로 Lv.99 제한이 해제됩니다. 》

두 개의 메인 퀘스트 중 하나는 왕국 정기선을 얻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레벨 제한 해제였다.

‘한계를 넘어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 전혀 나와 있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가르시아 왕국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정답이었던 같다.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

우리가 이상하게 돌아와서 그동안 해결이 안 됐던 모양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가 시스템 음을 들었는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와, 드디어 풀렸어요!”

이쁜소녀도 똑같이 좋아했고. 챠밍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작부터 잘 풀리는데.

그리고 레벨 제한이 풀리자마자 나와 우리 팀 주변만 환한 빛이 번쩍였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총 네 개가 올라 레벨 103.

레벨 업의 화려한 이펙트에 휩싸여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쌓여 있던 경험치가 적용되는 모양인데?”

“으음, 그렇다고 해도 생각보다 적어요.”

내 의문에 전사 형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필요 경험치가 늘어서 그래. 그것도 아주 대폭.”

“아, 그렇군요.”

확인을 해보니 레벨을 한 단계 올리는데 들어가는 경험치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의외의 시스템 알림도 같이 울렸다.

《 한계를 돌파한 보상으로 『 스탯 초기화 주문서 』를 지급합니다. 》

우리 팀에게 물어보니 나와 재중이 형은 103.

챠밍을 포함해 나머지 사람들은 레벨이 102에 머물렀다.

막내별은 늦게 합류해서 그런지 100레벨에 머물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르아 카르테를 살펴봤지만, 아직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아직 부족한가?

그때, 챠밍이 스탯창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빠, 스탯! 스탯! 두 개씩 줘요!!”

“응? 그게 무슨?”

2레벨마다 1개씩 주던 스탯이 2개로 늘어나 있다는 것.

아니,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탯이 한 개씩 올라갔다.

난 세 개.

챠밍은 두 개를 받았으니.

“100레벨 이후부터는 스탯을 레벨마다 주는 거 같네요.”

전사 형도 스탯을 살펴보고는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을 돌린다지만, 현재 스탯으로 빠듯한 면이 있었는데 이건 꽤 좋은 소식이었다.

여기까진 정말 나쁘지 않네.

재중이 형은 스탯 초기화 주문서를 꺼내 들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인벤에 집어넣었다.

“일단 넣어놔. 괜히 보상으로 주진 않았을 테니까. 뭔가가 있다.”

“알았어요.”

그렇지, 이 시점에 괜히 이걸 준 건 아니겠지.

우리가 한계를 돌파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사냥꾼들은 언덕을 타고 먼저 제국 쪽을 향해 걸어갔다.

“형, 따라가죠.”

“그래, 가자.”

나와 재중이 형이 먼저 앞장서자 뒤를 이어 우리 팀과 연합 사람들이 줄지어 따라오기 시작했다.

언덕을 타고 내려갈수록 가르시아 제국을 감싸는 성벽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

저 성벽을 넘어야 한다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월담을 할 생각은 없다.

성벽 위에서 산맥 주변을 주시하듯 노려보는 수많은 수비 NPC가 있었으니까.

성벽이 높고 넓은 만큼 그 숫자도 엄청나게 많았다.

게다가 비공정, 탈것 등 넘어갈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 넘어가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지.

다만, 그것을 방지하듯 수많은 포대가 성벽 주변에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마치 넘을 테면 넘어봐,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냥꾼들은 도개교를 향해 걸어가 경비 NPC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성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성문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본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앗! 저 NPC들 그냥 가버렸어요.”

딱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건가?

아쉽긴 하지만 이곳까지 무사히 온 것만 해도 돈값은 다 했다고 본다.

사실 반신반의했었다.

NPC에게 주어진 재량이나 시스템이 있을 텐데 그 이상의 행동은 절대 보여주지 못하니까.

아마 저 행동들은 우호도가 높아지면 얻을 수 있는 이득 중 하나일 것이다.

게다가 용의 지대까지 직행할 수 있는 비밀통로를 얻었으니 충분히 남는 장사다.

맵의 일부지만 안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루트를 얻었으니까.

재중이 형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말을 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느냐겠지. 아까 보니까 사냥꾼 NPC가 돌을 건들 때마다 뭔가를 하는 게 보였어.”

“만약, 안 된다면 그 NPC들을 다시 찾아야겠네요.”

“저 인파 속에서 녀석들을 찾는다라…… 꽤 난이도 있는데?”

“일단 들어가서 생각하죠.”

우리도 역시 성문 앞에 다가갔다.

원래라면 편안하게 이곳을 넘겼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과연, 정상적인 퀘스트를 벗어난 상황에서 경비 NPC가 우리를 통과시켜줄까?

『 정지! 어디서 왔나? 』

우리가 경비 NPC 앞에 서자 바로 무기를 들고 우리를 제지했다.

“모험자입니다.”

모험자라는 마법의 단어.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도시를 통과할 수 있었다.

트로아 요새 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 모험자가 사라진 지 백 년이 넘었다. 어디서……. 』

그 말을 들은 전사 형이 앞으로 나서서 전에 사냥꾼 NPC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읊었다.

그러자 이 경비 NPC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다행히 말이 통합니다.”

『 통과! 제국 내에서 소란을 피우면 바로 추방이다. 유념하도록. 』

정석대로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통과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여차하면 ‘귀족’이라는 것을 내세우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까진 없어졌다.

그렇게 우리 연합 사람들을 데리고 모두 제국 내로 들어섰다.

로가슈 왕국까진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강했다면 여기는 일단 활기찼다.

보이는 NPC도 가지각색이고.

특히.

수인족.

“우와, 대박.”

“인간이 아니잖아?”

“멋지네.”

“꺄! 너무 귀여워!”

거기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무심코 나올 정도의 외모를 지닌 여성 NPC가 멀리서 지나갔다.

엘프?

귀가 쫑긋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맞는 것 같은데.

“오오! 대박! 몸매가!!”

전사 형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가 바로 나르샤 누나에게 옆구리를 얻어맞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커억!”

“그냥 나가 죽어!”

그 모습을 보고 연합 사람들이 모두 킥킥 대면서 웃었다.

그리고 땅딸막한 신체를 가진 드워프도 한 번씩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눈이 돌아갔다.

“여기 정말 다른 종족이 많네요.”

“아아, 제대로 구현해놨네. 3세대에서는 저렇게 예쁘진 않았거든.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서.”

재중이 형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사람(?)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응?”

뒤를 돌아보자 챠밍이 뭔가 불만인지 눈을 작게 뜨고는 양쪽 볼이 부풀어 있었다.

이런.

“아, 난 그다지 관심 없어. 그냥 신기했을 뿐이야.”

그 말을 듣고는 그제야 챠밍의 눈이 풀어졌다.

너무 잘 만들어도 문제네.

확실히 구경거리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로가슈 왕국이 그저 사람들만의 나라였다면 여기는 인종의 연합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나.

두리번거리면서 구경하는 것도 잠시.

사장님이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이끌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귀환 포인트.

제국 안에 들어와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볼 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정말 심하게 과장하면 드래곤이 날아와서 한순간에 제국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보통 도시 중앙에 귀환 포인트가 있어서 가장 큰 대로를 따라 쭉 중앙을 향해 들어갔다.

가는 도중 몇몇 건물의 위치도 기억해두고.

그리고 중앙 광장에 도착하자 거대한 동상이 잔뜩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그린.

아마, 저게 그 영웅이라는 사람들일지도.

그런 생각을 뒤로하고 중앙의 귀환석을 만져 이곳을 저장했다.

《 가르시아 제국으로 귀환 포인트가 지정되었습니다. 》

이 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었던지.

다들 긴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잠시의 휴식.

“여기까지 온다고 진짜 힘들었다.”

“하, 이젠 죽어도 돼.”

사장님과 스칼렛, 이슬두잔은 서로를 격려하듯 악수를 나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님이 먼저 연합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자자, 쉬는 것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다들 흩어져서 정보를 모아오도록.”

그러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사방팔방으로 움직였다.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을 비롯한 최강 길드 사람들도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흩어진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라…… 우린 역시 아이템인가?”

재중이 형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의 르아 카르테도 좀 알아볼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곧장 미리 봐두었던 공방을 향해 발을 옮겼다.

일단, 이곳의 모든 건물은 로가슈 왕국보다 컸다.

전의 몇 배에 달하는 무기 공방의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 바로 건물로 들어가 흩어져서는 아이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난 쇠를 계속 두들겨대는 한 우람한 노인에게 다가갔다.

힘도 좋으시네.

“혹시 이것에 대해 알 수 있습니까?”

내 말에도 못 들은 척 한참을 쇠만 두들겼다.

그냥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더니 얼마 지난 후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가 보여주는 르아 카르테를 한 번 흘깃 보고는 혀를 차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조각난 영웅의 검인가……. 그 녀석은 못 써. 』

영웅의 검?

역시 뭔가 알고 있구나.

“어떻게 해야 합니까.”

레벨 제한이 풀렸음에도 전혀 못 쓰고 있었다.

그럼, 무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 수밖에.

다른 아이템은 전혀 관심이 없다.

지금 이걸 풀 수 있다면 족하다.

혹시나 뇌물을 주면 풀릴까 싶었는데, 직감적으로 이 노인에게 돈을 주면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직해 보이는 그런 아우라 같은 게 은연히 배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서 노인이 쇠를 내려치는 모습만 계속 쳐다봤다.

쇠가 쇠를 두들기는 소리가 음율을 타고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그동안 우리 팀은 공방을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내 옆에 다가왔다.

“오빠, 거기서 뭐 해요?”

챠밍이 먼저 오더니 내게 물었다.

“구경 다 했어?”

“네, 생각보다 다양해요. 으음, 스탯 초기화를 왜 줬는지도 알 수 있었고.”

“무슨 문제라도?”

“문제는 아닌데…… 마법 무기가 많아요. 아직 기여도가 낮아서 살 수 없는데……. 그리고 마법과 검을 같이 쓰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아요. 새로 보는 무기 형식도 많고. 그리고 전부 주문 제작이에요. 재료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그래?”

그래서 스탯 초기화를 주는 거려나?

그리고 주문 제작이라…….

이전과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오빠는 구경 안 해요?”

“아아, 난 됐어. 형들이 알아서 잘 봐주겠지.”

르아 카르테를 꺼내 노인과 번갈아 보여주자 챠밍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드릴 게 있나요?”

“으음, 지금은 없네.”

“알았어요. 그럼 조금 더 보고 올게요.”

얼마 뒤,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이 오더니 가만히 앉아서 노인 옆에 있는 날 내버려 두고 모두 공방을 나갔다.

“한 번 파고 들어봐. 우린 좀 돌아다닐 테니까.”

“형 ,고생해요.”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까지 모두 정보를 얻기 위해 나가는데도 난 계속 노인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어떻게 해야 이 노인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지?

뭔가 연관된 행동을 해야…….

《 가르시아 왕국 대장장이 노인과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아주 오래 앉아 있었음에도 호감도가 정말 조금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하다간 몇 날 며칠을 샌다고 해도 해답을 얻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제작 해머와 바닥에 버려져 있던 길게 뻗은 쇳덩어리를 손을 가져다 대었다.

노인의 반응을 한 눈으로 살피면서.

“한 번 해봐도 될까요?”

노인이 잠시 날 쳐다보더니 허락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흘깃흘깃 쳐다보는 것을 보면 아주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걸로는 부족한데.

뭔가 관심을 끌만한…….

나도 모르게 르아 카르테를 인벤에서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잠시지만 노인의 시선이 내게 왔다가 돌아갔다.

역시.

이거에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곧장 손에 쥐고 있던 쇳덩어리는 그대로 바닥에 놓은 채 르아 카르테를 마루 위에 올려놓고는 해머를 크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해머로 르아 카르테를 내려쳤다.

연습용 쇳덩이가 아닌 르아 카르테의 검면을 후려치자 그 순간 깜짝 놀란 노인에게서 경악하는 일갈이 터져 나왔다.

『 야이! 미친 새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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