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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79화 (376/1,404)

# 379

#379화 한 번 같이 죽어 봐? (2)

결정은 빠르게.

어차피 해원과 그 연합원들이 작심하고 방해를 한다면 제대로 된 레이드가 힘들었다.

-전부 빠져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 이야기하지 않지만, 지금 빠지지 않는다면 우리 쪽에 극심한 피해가 올 수 있어 빠르게 이야기 했다.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시간을 끌고 있던 사람들도 인상을 쓰면서 바로 뒤로 빠져나왔다.

그때 전사 형이 내게 외쳤다.

“데스 나이트, 어글 때문에 지금은 힘들어!”

쳇, 해원 저 인간 정말 짜증 나게 하네.

당장의 문제.

우리 쪽 탱커들이 천상 연합의 공격과 데스 나이트의 공격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천상 연합의 공격이야 각 길드 사람들이 나서서 막아주지만 데스 나이트는 또 그렇지 못하고.

미치광이 리치야 이미 혼자 날뛰는 중이라 데스 나이트만 어떻게 해결하면 된다.

-후, 데스 나이트 지금부터 제가 책임집니다. 잠시만 버텨주세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혼자서?”

“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재 오버된 데스 나이트만 열 기.

재중이 형도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민첩 스탯이 부족해 꽤 힘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집중 포격을 맞을 수 있기에 썩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재중이 형과 나를 제외한다면 나르샤 누나가 유일한데, 저 많은 수를 나르샤 누나에게 부탁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또한, 어글을 단번에 가져올 딜도 부족하고.

결론은 하나.

“다녀올게요.”

직접 하는 수밖에.

“너무 무리하지 마라. 힘들면 내가 붙을 테니.”

“역시, 든든하네요.”

“데스 나이트 처리하는 동안 나는 사람들하고 해원을 치러 간다. 알겠지?”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최대한 줄여주겠다는 뜻.

재중이 형이 현재 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최선이었다.

“무리하지 마세요. 죽으면 끝입니다. 끝.”

그 말을 끝으로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데스 나이트에게 달려나갔다.

데스 나이트 변신이 되어 있는 지금이라면.

정확하게 급소만 노리면 굳이 스킬을 쓰지 않더라도 딜은 충분하다.

먼저 전사 형이 쪽 데스 나이트 뒤로 돌아갔다.

전사 형은 데스 나이트와 천상 쪽 공격을 동시에 막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럼, 갑니다.”

【 연격! 】

두 개의 10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빠르게 연속으로 휘둘러 오버된 데스 나이트 목덜미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대략 십여 회를 휘둘렀을까?

“크어어억!”

전사 형에게 붙었던 어글이 바로 내게 넘어왔다.

“데리고 갑니다.”

어글이 떨어지자마자 곧장 다음 녀석을 향해 달려나갔다.

【 대쉬! 】

몸이 매끄럽게 밀려 나가면서 가속이 붙자 데스 나이트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졌다.

물론, 오버된 데스 나이트도 비슷한 속도로 따라붙었다.

역시 내가 하길 잘했다.

다른 사람이 했다면, 아마도 죽거나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수호 형이 맡고 있던 녀석에게 깔끔하게 붙었다.

“형, 가져가요!”

역시 급소를 공격하자 수호 형이 가지고 있던 어글이 내게 넘어왔다.

두 마리까진 괜찮은가?

나를 따라오던 녀석들이 번갈아가면서 비월참을 날렸지만, 피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문제긴 했지만.

이제 현역 여대생 차례.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하는 것만 해도 벅찼을 텐데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피해 다녀야 하니 곤혹스러웠을 터.

현역 여대생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이 보였다.

“휴! 오빠 진짜 고마워요. 죽는 줄 알았어요.”

“바로 합류해, 알겠지?”

“네! 조심하세요.”

그 뒤로 발키리 아주머니, 최종병기 형, 사탕 형 등 한 명씩 오버된 데스 나이트에서 해방시켜주었다.

그리고 그만큼 내게 오는 압박감이 거세졌다.

달려가는 도중 내 앞에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수시로 나타나 길을 막아섰다.

칫, 그냥 가게 두진 않는다는 건가?

비월참 등 원거리 공격뿐만 아니라 블링크로 내 앞을 나타나서 막는 횟수까지 늘어났다.

【 백스탭! 】

【 대쉬! 】

잠시 백스탭으로 뒤로 빠지면서 바로 90도로 꺾어 대쉬로 빠져나갔다.

그러다 두 마리 이상이 내 앞에 블링크로 나타나면 바로 스킬로 빠져나갔고.

【 블링크! 】

블링크로 두 마리를 피하자 다시 우르르 나를 쫓았고.

비월참이 쉴 새 없이 날아와 온전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어쩔 땐 반월참이 교차로 날아와 피할 곳이 없는 상황에 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그러고는 바로 일어나 다시 달렸다.

쓰러졌다고 가만있다가는 바로 둘러싸이니까.

잠시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상황과 별개로 내 감각은 차갑게 식어갔다.

앞과 뒤, 옆은 말할 것 없이 조금만 실수하면 게임 오버다.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공격을 한 번 받기 시작해 발이 묶이면 이 질주도 끝난다.

마지막으로 아로하의 데스 나이트를 내게 붙였다.

“아……!”

아로하가 뭔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다 듣지도 못하고 바로 뛰어나갔다.

지금은 한눈팔 시간도 사치였다.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열 기를 차갑게 식은 감각으로 겨우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계속 달렸다.

헤이스트와 가속 스킬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순간 체감 속도가 대략 시속 200은 넘어가는 것 같은 기분.

그 정도 속도에서 계속 급회전과 급커브를 틀면서 날아오는 공격까지 피해 다녀야 했다.

그간 무뎌져 있던 감각이 오싹할 정도로 벼려졌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한 그런 기분에 가볍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쁘지 않다.

몸을 풀기에 딱 절절한 그런 느낌.

데스 나이트를 모두 붙이자 바로 몸을 틀었다.

바로 천상 연합이 있는 그 장소를 향해.

내가 죽든.

너희가 죽든.

어디 한 번 같이 죽어 보자.

무려 오버된 데스 나이트 열 기를 등 뒤에 단 상태로 달려들자 천상 연합 쪽에서 난리가 났다.

“주호다!”

“저게 대체 뭐야?”

“데, 데스 나이트!!”

“이런 미친! 저놈 뭐하는 놈이야?”

“저걸 버틴다고?”

“미친! 달려온다!”

“공격, 공격해!”

데스 나이트로 변신한 재중이 형이 최강, 달, 치맥 길드와 함께 천상 연합을 견제해 주면서 시선을 돌려놓은 덕분에 천상 연합 코앞까지 달라붙는데 성공했다.

-빠져요!

이제부터는 누가 누굴 죽일지 장담하지 못한다.

난전이 시작되면 데스 나이트가 어떤 식으로 날뛸지 장담할 수 없고.

우리 쪽 연합 사람들에게 전체 말을 날린 뒤 바로 천상 연합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갔다.

물론, 수많은 화살과 마법이 빗발쳤지만 공격들을 차례대로 쳐내거나 피하면서 계속 전진했다.

약간의 반동과 아주 미세한 대미지.

아니, 거의 없다시피 한 대미지라 계속 쳐냈다.

오히려 다크 웨폰과 다크 아머를 두르고 있어 계속 소모되는 마력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마력이 다시 차올랐다.

굳이 카스카라를 쓰지 않아도 듀얼 링에 있는 마력 흡수 옵션이 있었다.

급격하게 빨아들이려면 카스카라를 꺼내면 되고.

나쁘지 않네.

일정 이하 공격에 대해서는 거의 무적에 가까웠다.

“뭐야? 왜 안 죽어?”

“물약도 안 먹는데? 이펙트가 없잖아!”

“저게 말이 돼?”

“계속 밀고 들어온다! 막아!”

거기다 공격은 너희만 하는 게 아니지.

당장 화살과 마법이 빗발치는 앞쪽보다는 오히려 뒤쪽에 신경을 더 썼다.

이유는 한 가지.

반월참.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기를 잔뜩 끌어모으더니 그대로 무기를 휘둘러 반월참을 내게 날렸다.

“읏차!”

그리고 그걸 확인한 순간 크게 점프를 하자 내 바로 밑으로 대지를 갉아먹으면서 날아가는 반월참이 지나갔다.

물론, 이 반월참이 갈 곳은 정해져 있었고.

“으악!”

“앞에 쉴드로 막아!”

“미친! 막지 마! 피해!”

콰쾅!

제일 앞에서 어벙하게 있던 유저가 라지 쉴드를 들어 막았는데 반월참이 그대로 유저를 쓸고 지나가면서 터져나갔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뒷열, 그리고 후방까지 한꺼번에 찢고 녹이면서 한 번에 서른에 가까운 유저를 쓸고 지나가 버렸다.

이것도 그나마 피한다고 피해서 생긴 결과였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

아직 오버된 데스 나이트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만큼 반월참이나 진(眞) 비월참도 많이 남아 있다는 소리고.

그래서 일부러 최대한 천상 연합 유저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발, 저리 가!”

“오지 마!”

“누가 저 새끼 좀 잡아!”

“이러려고 가입한 게 아니라고!”

워낙 밀집된 지역으로 들어가다 보니 아무리 내가 데스 나이트로 변신했다고 해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유저가 바글바글해 공격의 밀집도가 커지니까 스치는 마법이나 화살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물약은 좀 더 아끼고 싶은데…….

일단 조금만 더 버텨볼까?

그대로 전방에 있던 탱커의 방패를 밟아 뛰어넘고 뒤에서 마법을 날리던 마법사의 어깨에 10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찍어 넣었다.

순간 줄어든다 싶던 체력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응?

블러디아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닌데 체력이 차는 모습을 보고 잠시 놀랐다가 아이템 중 하나를 생각하고는 곧 이해했다.

듀얼 링이 있었지.

체력 흡수+3.

카스카라의 마력 흡수 수치에 비하면 낮으면 낮다고 볼 수도 있지만 10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의 위력에 방어가 낮은 마법사를 공격하니 체력이 차오르는 양이 상당했다.

이 정도라면 물약을 쓰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도.

원래라면 빠르게 뛰어나가면서 마법사를 무시했겠지만, 그 자리에서 두세 번을 더 그어서 체력을 쭉 채워 올렸다.

“땡큐.”

내가 고마워하는 표정을 짓자 그 마법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잘 피해.”

바로 그 마법사의 어깨를 디딘 채 하늘로 점프를 했다.

멀리서 반월참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으악!”

당연하게도 내게 피가 흡수된 마법사는 그 자리에서 반월참에 휩쓸려 녹아버렸다.

주변 유저들도 마찬가지.

몇 번의 반월참이 이어지자 일대가 쑥대밭이 되면서 진영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서로 살기 위해 자리를 피할 뿐.

거기다 데스 나이트가 반월참, 진(眞) 비월참 같은 원거리 공격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오버된 네임드.

양 떼 사이에 뛰어들어 창, 배틀 액스 등을 휘두르는데 거기 휩쓸린 유저들이 통째로 튕겨 나가면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체력 물약이 번쩍거리는 모습이 도처에 가득했고, 죽음의 빛으로 변하는 검은 빛도 가득했다.

무려 열 마리의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천상 연합 한복판에서 동시에 난장판을 피우자 도저히 막을 사람이 없어 보였다.

솔직히 나라도 저 사이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저런 유저들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도망가!”

“이대로 가면 전멸해! 다 빠져!”

“……발! 무슨 놈이 건들기만 하면 데스 나이트를 끌고 오냐!”

“천상에 괜히 들어왔, 악!”

아쉽네.

마음 같아선 리치도 끌고 오고 싶었는데 그놈은 날 따라다니질 않으니까.

지금도 개판인데 이런 내 속마음까지 알았다면 정말 욕했겠는데?

길드가 수십 개든, 수백 개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퀼리티.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막아낼 수 있는 그런 유저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어중이떠중이를 아무리 모아봐야 어차피 한낱 먹이에 불과하다.

딱 그 수준을 넘지 못하면 숫자가 의미가 없다는 말이고.

그런데 그때 해원의 근처에 있던 유저 중 몇 명이 뛰어나가 데스 나이트를 막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지금까지 해원의 옆에서 부동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던 녀석들인데.

드디어 나섰나?

내가 데스 나이트를 피해 다니면서도 흘깃 눈으로 살폈던 녀석들이다.

보다보다 안 되니까 나선 것 같은데 글쎄?

내 쪽을 보면서 오려고 하다가 워낙 내가 사방팔방 뛰어다녀서 날 잡기는 무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애초에 스피드 경쟁을 해버리면 현재 로스트 스카이 내에서 날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날 제외하고 가장 민첩이 높은 나르샤 누나라고 할지라도.

오히려 녀석들이 데스 나이트에 붙자 내게 붙은 어글이 떨어져 내가 더 편해지는 결과로 돌아왔다.

으음?

이건 꽤 고마운데?

잠시 여유가 생긴 사이 주변을 둘러보자 여기저기 날뛰는 데스 나이트들과 그걸 저지하거나 쫓겨서 도망 다니는 사람들이 섞여 개판이었다.

내가 만든 장면이지만 정말…….

뿌듯한 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그 장면들을 감상했다.

그때 내 옆으로 재중이 형이 날아왔다.

“크크, 아주 제대로 하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어느 누가 오버된 데스 나이트 열 기를 뒤에 달고 살아서 도망 다닐 수 있을까.

현재 유저들 스펙에서는 절대 무리다.

그럴 컨트롤 능력도 안 되고.

“마침 해원 옆도 좀 비었네요.”

해원이 아끼는 녀석들이 데스 나이트를 막으러 나간 사이 자연스럽게 주위가 비었다.

“왜? 인사 좀 하게?”

“으음, 선물 좀 챙겨줘야죠.”

그 말을 끝으로 바로 팔을 활대처럼 쫘악 뒤로 뺐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 몸의 탄력을 이용해 스킬과 함께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그대로 해원의 정면을 향해 쏘아냈다.

【 다크 웨폰! 】

【 투사! 】

쒜엑!

쏜살같이 공기를 가르며 눈으로 좇기 힘들 속도로 날아간 10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가 그대로 해원의 가슴팍을 뚫고 날아가 버렸다.

물론, 해원도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몇 번 구르고 튕기고 난 뒤에야 바닥에 쓸리면서 멈춰 섰다.

“쿨럭! 쿨럭!”

수많은 부하를 내려다보면서 명령만 내리던 오만한 녀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은 똑같이 바닥을 나뒹구는 일개 유저일 뿐.

“잠시 인사 좀 하고 올게요.”

“적당히 하고 와. 아직 리치가 남았다.”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스킬을 썼다.

【 블링크! 】

중간에 귀찮게 하는 녀석들을 모두 건너 띄고 바닥에 구겨져 있는 해원의 옆에 나타났다.

누워 있던 해원이 그런 날 보더니 인상을 팍 구겼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 말에 씨익 웃으면서 답해줬다.

“아, 물론. 너도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땅에 박혀 있던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주워 해원의 목에 박아 넣었다.

체력이 얼마 안 남았던 듯 해원이 그대로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 죽다니…….

해원이 사라진 자리를 보면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이었다.

“내가 천상 연합을 싹 지울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 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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