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4
#374화 남의 음식을 탐하지 마라. (2)
물 만난 고기처럼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사람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현재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잠시라도 멈춰 세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애초에 이런 애들 장난 같은 놀이에 끼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능력이 있으니까.
적어도 해원 같은 사람 아래서 구르진 않겠지.
뭐, 과거에 함께했던 최강 길드원들은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
【 대쉬! 】
스킬을 사용해 사내 옆을 지나가면서 속삭였다.
“그럼 열심히 해봐.”
사내가 그런 나를 보면서 급하게 외쳤다.
“젠장! 주호 저거 잡아!”
달려나가는 내게 고함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잠시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가 그냥 달려나갔다.
데스 나이트가 저렇게 날뛰는데 굳이 내 손을 더럽히면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직접 손을 댈 가치도 없는 사람들.
내게 있어 저 사람들의 값어치는 딱 그 정도였다.
“억! 데스 나이트!”
“……발! 우리도 잡을 수 있어!”
“막아!”
머리가 완전 굳었네.
생각은 하고 사는 건지.
우리 모두를 죽이지 않으면 네임드를 잡아봐야 템 하나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내 도발에 걸려 오버된 데스 나이트에 우르르 달라붙었다.
이 모습들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
한숨만 나오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거기다.
실력까지 없었다.
데스 나이트가 휘두르는 거대 도끼를 한 번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스탯이 모자라면 배틀 센스라도 좋아야 비빌 수 있겠지만 그것도 없고.
급하다고 덩치를 불렸던 것이 지금의 독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 비공정에서 봤던 그 녀석 정도만 되어도 좋을 텐데.
구닥다리 장비로 내 일격을 받아낸 녀석.
그놈은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이미 오버된 데스 나이트에 죽어가는 구 최강 길드원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결국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피해 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야! 그냥 튀어!”
“지금 이렇게 돌아가면……!”
“그래서 그냥 죽자고?”
“젠장! 후퇴해!”
무소득.
그리고 대다수 길드의 전멸.
우리를 포위하고 전멸시켜 오버된 데스 나이트에게서 아이템을 얻으려고 했던 작전은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전사 형을 비롯한 우리 편이 잘 버티기도 했고, 그사이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사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천상 연합 유저들을 학살했으니 결국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남아 있어 봐야 개죽음이니까.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달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사람들이 완전히 도망가는 것을 보고 우리 편이 있는 쪽으로 다시 움직였다.
주변 상황은 나르샤 누나가 다시 알려줄 터.
다시 몰려온다고 해도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전사 형에게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어글을 무사히 인계했다.
전사 형은 어글을 받자마자 안정적으로 탱킹을 하면서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한 자리에 고정시켰다.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전사 형을 보고 뿌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래, 저거지.
장비 문제를 떠나 현 최강의 네임드를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는 개인 능력과 컨트롤.
저런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원하는 네임드를 잡을 수 있다.
아까처럼 능력도 없이 바라는 것만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신나게 적을 베어 넘기다가 더 이상 죽일 적이 없어 호흡을 고르는 재중이 형에게 다가갔다.
“다 무사해요?”
나만 외곽에서 계속 떨어져 데스 나이트를 끌고 다닌다고 우리 편에게 전혀 신경을 쓸 수 없었다.
파티 창에 있는 인원은 우리 팀이 전부니까.
“어, 다행히. 막내별이 좀 하네. 죽어가던 애들 다 살렸어. 쟤 없었으면 반은 죽었을 거다.”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한쪽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는 막내별을 가리켰다.
그 짧은 사이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활약을 못 봤지만 재중이 형이 좀 한다고 하면 정말 날아다녔다는 소리겠지.
정말 잘 데리고 왔네.
주변을 보니 우리 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공터를 빠져나가 버렸다.
“다 도망갔네요.”
“어, 그러네. 아쉽게 벌써 가냐.”
심적인 여유.
그렇게 많은 병력이 밀어닥쳤는데도 결코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피해가 산더미처럼 늘어나는데 빠져야죠.”
“하긴, 그렇네.”
사방이 아이템 밭이었다.
이곳에 온 천상 연합 유저 대부분이 이 자리에서 녹았다.
대략 죽은 사람만 천 명은 넘는다는 소리고.
데스 나이트가 압도적으로 많이 잡았지만(?), 우리 편이 죽인 유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챠밍의 트리플 캐스팅.
광역기 세 방을 연달아 갈겨 버리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힐을 아무리 해줘도 그 전에 녹아버릴 테니까.
현재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사장님과 길드원들은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들을 열심히 수거하고 있었다.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중간에 사람들 마주쳤어요.”
“그래? 어떻게 됐어?”
물어보면서도 그다지 흥미가 없는 느낌이네.
“데스 나이트한테 한 방에 죽던데요.”
“뭐, 그렇겠지.”
재중이 형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물어보지 않았다.
딱 그만큼의 관심.
이미 떠나간 사람들에게 가질 관심 같은 것은 우리에게 없었다.
그렇게 다시 오버된 데스 나이트에 시선을 돌렸다.
방해꾼이 사라지자,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이 곧장 데스 나이트에 붙어서 딜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기진맥진한 상황인데도 저 형들은 달랐다.
역시, 다르다니까.
곧 다른 사람도 한 명씩 붙어서 원래의 레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쓰러졌다.
당연히 있어야 할 레벨업 이펙트는 생기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만큼 아이템이 많이 떨어져 내렸다.
데스 나이트 풀셋.
거기다 잘 떨어지지 않는 스킬들.
『 진(眞) 비월참 』
『 더블 크래쉬 』
특히.
오버를 하지 않으면 절대 나오지 않는 아이템이 나왔다.
『 데스 나이트 심장 』
이건 평범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일단, 데스 나이트에게 엄청난 유저들이 가서 죽어줘야 하니까.
지금 같은 방어전이 아니라면.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반월참하고 데스 나이트 피어는 안 나오네요.”
“그러게. 오버가 되면 어지간하면 다 드랍 되는 줄 알았는데. 이 와중에도 드랍률 따지는 건가?”
재중이 형도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사실 우리 둘 다 이 스킬들이 떨어질 거라고 거의 확신을 했었다.
위력으로 치면 반월참만 한 것이 없고, 유틸성으로 치면 데스 나이트 피어는 최상의 스킬이다.
“뭐, 아직 오버된 데스 나이트는 많으니까.”
쿨한 재중이 형의 말에 나도 그냥 납득하고 넘어갔다.
미치광이 리치 주변에 아직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 녀석들을 잡다 보면 떨어지겠지.
데스 나이트 심장은 재중이 형에게 넘기고 나머지 템들은 일단 다 사장님에게 인계했다.
지금 편안하게 아이템을 나누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길드 순위를 확인하자 순위가 단번에 위로 쭉 치고 올라갔다.
★ 길드 랭킹
《 신화 길드 - 51위. ▲ 205 》
《 최강 길드 - 78위. ▲ 120 》
★ 개인 랭킹
《 주호 - 34위. NEW 》
오버된 데스 나이트 한 마리로 오십대인가?
최강 길드원들은 이번에 참여를 적게 해서 그런지 순위가 생각보다 많이 오르진 않았다.
신화 길드만 많이 오르고.
그리고 개인 랭킹은 그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랭킹에도 없었던 순위가 한 번에 치솟았다.
“한 마리만 더 잡으면 되겠는데?”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늦게 참전한 것을 치고는 정말 선전하는 중이었다.
게시판 글들도 바로 반응이 왔고.
-와, 신화 길드 랭킹 올라가는 것 보소.
-한 번에 200이나 올랐음?
-최강 길드도 엄청 올랐네.
-대체 뭘 해야 저렇게 오름?
-누군 한 계단 올라가기도 힘든데…….
-진짜 사기야….
-저거 네임드 잡아서 그럴걸?
-우리도 잡았는데 저렇게는 안 오르던데?
-센 거 잡았겠지.
-역시 인생은 한 방임? 잔챙이 잡아도 소용없네.
-부럽다. 우린 언제 100위권에 들어가 보냐.
-주호 봐라, 개인 랭킹 한 번에 뚫음.
-캬, 개인 랭킹은 딜 넣는 걸로 집계되던데 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구겨 넣은 거임?
대체로 부러워하거나 놀라워하는 글이 많았다.
역시 네임드만 골라잡는 판단이 옳았다는 소리고.
<나르샤> 다행이네, 여차하면 나도 내려가려고 했는데.
<주호> 네, 생각보다 잘 됐어요. 주변은 어때요?
내가 물어보는 주변은 천상 연합이 다시 움직이고 있냐는 뜻이다.
그리고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르샤 누나는 바로 알아듣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르샤> 으음, 찾아봤는데 천상 연합 모두 리치 쪽에서 레이드 중이야.
<주호> 리치인가요? 추가 병력 없이 왜 이렇게 잠잠하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네요.
<나르샤> 응, 일부만 보내서 우릴 방해하고 나머지는 리치를 잡을 생각이었나 봐. 전부 보내도 될까 말까 했을 텐데.
<주호> 그럼 꽤 피곤했을 거예요.
<나르샤> 이제 어떻게 할래? 리치 갈 거야?
<주호> 으음, 다른 쪽은요?
<나르샤> 단독으로 돌아다니는 데스 나이트나 싸이클롭스도 있지만, 그쪽은 경쟁이 좀 있어. 리치를 못 잡겠다 싶은 팀들이 대부분 그쪽으로 가 있어서.
현재 참가한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잘 파악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만 낭비하고 방어전이 끝날 수 있었다.
<주호>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결국 리치네요.
방어전이라고 무한정 시간을 주지는 않을 터.
분명 시간이 오버되면 전처럼 특수한 병력이 나와서 쓸어버리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주호> 누나, 이제 내려오세요. 더 이상 정찰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나르샤> 알았어. 내려갈게. 아니다. 먼저 가서 적들 상황 좀 봐줄게.
<주호> 네, 부탁할게요.
이제는 총력전이다.
한 사람이라도 아쉬울 때고.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을 모아두고 리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역시 미치광이 리치.
다른 몬스터를 다 포기하더라도 리치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저쪽에도 연락해.”
“네, 이동하죠.”
<주호> 스칼렛, 혹시 시간 되나요?
<스칼렛> 아, 지금 구 네임드 하나 잡는 중인데.
<주호> 오래 걸려요?
<스칼렛> 금방 끝나요. 으음? 큰 건수 있나 봐요?
역시 스칼렛.
눈치 하나는 알아줘야겠어.
지금 시점에서 연락했다는 것만으로 큰 건수를 물어왔다.
<주호> 물론. 지금부터 리치 갑니다.
<스칼렛> 역시 데스 나이트는 우리 쪽에서?
척하면 척이군.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찍었다.
<주호> 부탁 좀 할게요. 솔직히 데스 나이트까지는 부담이라.
<스칼렛> 안 그래도 잔챙이들 잡는다고 밋밋했는데. 바로 준비할게요. 이쪽도 리치는 부담이거든요. 오버된 데스 나이트만 잡아도 충분히 남는 장사에요.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주호> 견제만 해주셔도 됩니다. 나중에 잡아서 통째로 넘겨드리죠.
<스칼렛> 좋아요.
이쪽은 됐나.
치맥 길드는 뒤늦게 합류하기로 이야기가 끝났다.
“어때요? 상황은?”
“혼잡해. 너무 많은 길드가 동시에 레이드 중이라. 그중 천상 연합 상황이 제일 좋아 보이네. 일단 인원수가 많으니까. 뭐, 거기다 네임드들이 오버가 돼서 더 이상 레벨업 안하는 이유가 가장 커. 지금은 죽더라도 어떻게든 깎으면 되니까. 페이즈도 두 번이나 넘어갔고.”
“그런가요.”
좀 더 시간을 끌었으면 정말 리치를 넘겨줄 뻔했네.
그 꼴은 못 보겠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돌려서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우리가 못 먹을 것 같으면.
아무도 못 먹는다.
“형, 우리도 깽판 좀 칠까요?”